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26)
26화: 진격의 번리
브라이튼, 정확히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풋볼 클럽은 영국 제일의 휴양지인 남동부의 도시 브라이튼 앤 호브에 자리를 잡고 있다.
작은 클럽이 프리미어 리그에서 4시즌 연속 강등을 피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번리와 유사하다.
하지만 번리와는 달리 브라이튼은 27만명의 인구로 영국 남동부에서 2번째 큰 도시에 자리잡고 있었고, 안정적인 재정 운영으로 탄탄한 선수층을 구축했다.
특히 브라이튼은 압박이나 역습에 중점을 두는 다른 중하위권 구단들과는 달리 꿋꿋하게 점유율과 패스를 중요시하는 매력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것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는 조만간 다른 상위권 구단이나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46세의 젊은 명장 그레이엄 포터 감독의 지휘와 구단 수뇌진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칠해진 확연한 색채였다.
물론 포터 감독을 젊다고 평가하기에는 이제 겨우 34살로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어린 감독인 형민과 비교하면 띠동갑 만큼이나 엄청난 나이 차이가 있었지만.
“포터 감독의 브라이튼은 3백을 기본으로 가져가고 양쪽에 윙백을 세우지만, 브렌트포드나 위건과는 달라요.”
경기 전날 오후,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 브리핑을 진행하는 형민.
“일단 미드필드에 4명이 정사각형을 이루고, 공격수 1명이 돌출하는 5-2-2-1 포메이션과 미드필드에서 1명이 공격으로 올라가는 5-2-1-2 포메이션을 유연하게 변형해요.”
작전판에 붙여진 상대팀의 선수 명단과 포메이션을 보면서 선수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 미드필드에 4명이 정사각형으로 자리를 잡기 때문에 주도권을 거의 내주지 않고, 패스를 돌리는 것도 수월합니다. 그러다가 기회가 되면 미드필더 중에 한 명이 공격으로 올라갑니다.”
형민은 설명과 함께 정사각형의 꼭지점 중 하나를 작전판에서 움직여서 포메이션을 모래시계 모양으로 변경했다.
“내일 미드필더로 레안드로 트로사드, 알렉시스 맥알리스터나 아담 랠라까지 3명 중 2명은 꼭 나올거에요. 트로사드나 맥알리스터는 공격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고, 랠라나가 나온다면 그는 공격형 미드필드 자리에서 연결만 집중할거에요. 나머지 2명에 비해서 기동력이 부족하거든요.”
형민은 노트북을 조작해서 대형 스크린에 방금 언급된 3명의 미드필더의 프로필 사진을 띄워주었다.
“만약에 트로사드와 맥알리스터가 둘 다 나온다면 공격적으로, 둘 중 하나만 나오고 랠라나가 나온다면 좀 더 조심스럽게 나오는걸로 보면 됩니다.”
그리고 나서 형민은 작전판에서 3백으로 늘어선 수비진과, 양 옆의 윙백을 가르켰다.
“마지막으로 브라이튼은 수비진에서 빌드업을 하는데에 아주 능숙해요. 오랫동안 프리미어 리그에서 살아남은 만큼, 압박을 피해서 전방으로 공을 연결하는 것도 익숙하고. 선수들도 다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패스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선수만 막기에는 애매합니다.”
여기까지 감독의 분석을 경청하던 주장 벤 미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선수단을 대표해서 질문했다.
“그렇다면 얘네들은 도대체 어떻게 막으면 되는거야?”
“막아요? 누가 막는다고 했나요?”
형민이 씩 웃었다.
선수단이 훈련장에서 벌금을 맞을 때마다 보았던, 즐거우면서도 살짝 무자비한 웃음이었다.
“그냥 가서 밟아버리세요.”
“어, 이게 된다고?”
브라이튼과의 경기 당일,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지켜보던 아서가 놀라움과 즐거움이 뒤섞인 목소리로 탄성을 올렸다.
상대편 진영에 난입한 번리 선수들의 압박과 탈취 후 이어지는 슈팅의 향연에 브라이튼 선수들은 제대로 공을 소유하거나 전개하지 못한채 일방적으로 난타당하고 있었다.
눈 앞에서 펼쳐지던 경기를 역시 즐거운 듯이 지켜보던 형민이 대답했다.
“이제는 체력도 올라왔고, 패스에도 자신이 생겼으니까요. 사실 파울루 덕을 많이 봤어요. 이 정도로 체력을 빨리 개선시켜줄 줄은 몰랐으니까요.”
“카림이나 니키가 들어온 것도 크지. 특히 니키···. 야, 아주 미드필드를 씹어먹고 있네.”
종횡무진하면서 브라이튼의 4인 미드필드를 거의 혼자서 잡아먹을듯이 분쇄하는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활약에 아서가 감탄했다.
“흐흐. 저런 친구를 1,300만 파운드에 옵션 150만 파운드만 내고 데려올 수 있다니···저건 헐값이지요. 헐값.”
“근데 우리, 저 친구 완전 영입할 돈은 있는거야?”
아서의 질문에 형민은 못 들은척 경기장에 시선을 고정했다.
아서는 형민의 오른손이 눈꼬리를 살짝 훔치는 것을 보았지만, 이번에는 놀리지 않고 못 본 척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그는 인자한 수석코치니까.
번리와 브라이튼의 경기 후 기자회견.
번리의 홈구장 터프 무어에서 패배한 원정팀 감독 그레이엄 포터가 담담하게 경기를 평가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글에 들어온 것 같았어요. 골문이 잘 안 보일만큼 상대편 선수들이 빽빽하게 앞을 가로막고 있고, 삼지사방에서 맹수들이 공격해오는 느낌? 김 감독이 번리를 맡은 후 얼마나 맹렬하게 훈련을 했는지 여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전방부터 후방까지 쉬지 않고 압박이 들어오는데, 오늘은 저희가 좁은 공간에서의 패스워크를 통해서 빠져나가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번리의 압박이 훌륭했어요.”
“…네. 그 표현도 틀리지 않네요. 상대팀 입장에서는 클롭 감독의 헤비메탈 축구와도 비슷하다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
영국 중부에 위치한 대도시 버밍엄에서 북서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인구 25만명 가량의 도시 울버햄튼이 나온다.
중세에는 양털 거래로 성장했던 도시는 근대에 들어서서 석탄, 강철, 자동차 등 공업을 중심으로 발달을 이어갔다.
울버햄튼의 대표 축구팀은 바로 1877년에 창단해서 잉글랜드 프로 리그의 설립 멤버 중 하나였던 울버햄튼 원더러스, 애칭은 울브스.
2016년에 중국의 포순 그룹이 인수한 후 울버햄튼은 소위 ‘포르투갈 커넥션’을 구성하면서 포르투갈과 남미 선수들을 중심으로 매력적인 축구를 선보였다.
그리고 2021/22 시즌을 맞아서는 오랫동안 감독직을 유지했던 포르투갈 출신의 누노 에스피리토 산투 감독과 결별하고 같은 포르투갈 출신의 브루노 라게 감독을 선임.
포르투갈의 명문 벤피카를 이끌고 우승을 차지했던 45살의 젊은 명장은 워커홀릭으로 소문이 자자했는데, 특히 상대팀의 이전 경기 영상을 시간이 허용하는한 최대한 많이 돌려보는 것으로 유명했다.
자연스럽게 이번 시즌에 번리가 벌였던 모든 경기를 상세히 연구하고, 양팀 감독의 기자회견까지도 유심히 청취한 브루노 라게 감독.
그는 눈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번리의 바로 이전 경기 직후 그와 비슷한 또래인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 내뱉은 한탄에 절절하게 공감했다.
분명히 이곳은 울버햄튼의 홈구장인 몰리뉴 스타디움이고, 3만석을 가득 채우고 있는 관중들 중 90%가 울브스의 팬이다.
그런데 왜 정글 한복판에 들어가서 맹수들한테 물어뜯기고 있는 느낌이 드는거지?
물론 전임자인 누노 에스피리토 산투 감독이 세운 단단한 수비 후 역습 스타일에 자신의 보다 공격적인 스타일을 덧입히다보니 팀이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도 맞다.
그러다보니 경기가 대승 아니면 대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해도 전 시즌 유럽 챔피언인 첼시를 상대로 한 개막전과 현재 프리미어 리그 1위인 리버풀 원정경기를 제외하면 무득점으로 끝난 적은 없었다.
하물며 그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도 3골을 먹었지만 1골은 앙갚음을 해주지 않았는가?
자신이 맡은 프리미어 리그의 첫 7경기는 3승 1무 3패로 정확히 반타작.
하지만 이미 빅6 중 첼시, 리버풀, 토트넘, 맨체스터 시티를 모두 상대했기 때문에 오히려 구단 이사진이나 팬들은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 계속 밀리던 가운데 전반 26분, 코너킥 상황에서 울버햄튼의 중앙 수비수 윌리 볼리가 번리의 중앙 공격수 크리스 우드와 경합하다가 그를 넘어뜨렸고.
크리스 우드가 자신이 따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1골을 앞서나간 번리는 마치 자신들이 선제실점한 홈팀인 것처럼 미친듯이 울버햄튼을 몰아세웠다.
레안드로 덴동커르와 주앙 무티뉴로 구성된 노련한 미드필드는 번리의 어린 수비형 미드필더 니콜라스 세이왈드에 의해서 난도질 당하는 중.
로메인 사이스, 마테오 무사키오와 윌리 볼리로 구성된 3백은 벌써 페널티킥을 하나 헌납한채 번리의 공격수 3명의 끊임없는 압박 속에서 숨도 편안하게 쉬지 못했다.
그리고 나서 울버햄튼에게 하프타임 동안 주어진 15분 간의 유예.
하지만 급하게 전술적인 조정을 하고 나온 브루노 라게 감독이 다시 마주한건 같은 하프타임에 바테리를 급속충전하고 나오기라도 한듯, 전반전과 동일하게 날뛰는 번리였다.
결국 일방적인 공세를 이어가던 번리는 후반 76분에 다시 기회를 얻었다.
이제는 알면서도 당한다는 번리의 공격 패턴.
왼쪽에서 치고 올라가던 울버햄튼의 윙백 토티의 공격을 차단한 번리의 오른쪽 수비수 맷 로튼은, 평소에 빌드업을 담당하던 중앙 수비수 제임스 타코우스키를 건너뛰고 직접 중앙 미드필드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시 브라운힐에게 롱패스를 보냈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는 선별적인 롱패스를 허용한다!’라는 형민의 허락.
봉인은 풀렸고 번리의 선수들은 이제 가장 빠르게 공을 전진시킬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를 여유와 자신감이 충만했다.
공을 받은 조시 브라운힐은 다시 왼쪽 사이드라인에서 대각선으로 울버햄튼의 골문을 향해서 질주하고 있는 번리의 왼쪽 공격수 드와이트 맥닐의 앞으로 롱패스를 날려보냈다.
“아···. 젠장···.”
나 이거 어디서 많이 봤는데.
수차례 반복해서 연구한 이번 시즌 번리의 득점 장면들을 회상한 브루노 라게 감독은 실점을 직감하면서 탄식을 내뱉었다.
왓포드는 공을 뺐고 나서 슈팅 전까지 패스가 4번이라도 있었지···.
왜 우리한테는 2번 만에 슈팅으로 가는거냐?
밤을 새워가면서 번리와 왓포드 간의 경기를 연구한 상대팀 감독의 노고를 깡그리 무시하듯이 울버햄튼의 골문을 향해 달려간 드와이트 맥닐.
번리가 자랑하는 유소년 출신 에이스는 패스고 크로스고 나발이고 다 모른다는듯 자신의 앞에 깔려진 잔디 위로 매끄럽게 미끄러져 들어오는 공을 곧바로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 번리의 11번, 드와이트 맥닐이 골을 넣습니다.”
몰리뉴 스타디움의 아나운서가 애써 짜증을 참으면서 담담하게 장내에 원정팀의 득점을 알리는 가운데, 원정경기에 따라온 2,672명의 번리 팬들이 자신들 앞으로 달려온 선수들과 함께 열광적으로 득점을 자축했다.
그리고 경기 후 기자회견.
이번에는 홈 경기에서 번리를 상대해서 패배한 브루노 라게 감독이 자신의 답답함을 감추지 못한채 심정을 토로했다.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 절실히 이해했거든요.”
“…네. 이건 정글이에요, 정글. 무슨···맹수들을 잔뜩 풀어놓은 로마의 서커스? 다음번에는 축구 선수가 아니라 검투사를 투입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