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29)
29화: 진격의 번리
사우스햄튼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다음날.
피트니스 코치인 파울루 모라오가 선수단과 함께 회복 훈련을 진행하는 와중에서 형민은 아서와 다음 경기에 대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었다.
한창 토트넘의 최근 비디오 자료를 분석(이라고 하지만 아서는 살짝 졸고 있었다고 형민은 훗날 확신했다)하고 있는데, 테크니컬 디렉터인 조너선 랜드리스가 노크도 없이 형민의 집무실 문을 벌컥 열었다.
“김! 토트넘에서 누노 에스피리토 산투 감독을 경질했어!”
“정말요?”
조너선 랜드리스가 전달한 소식에 형민과 아서는 깜짝 놀랐다.
“최근에 성적이 많이 안 좋기는 했지만···. 이제 부임한지 4달도 안 되지 않았나요?”
“정확히는 6월 30일에 부임했으니까 거의 4개월을 채우기는 했지. 하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야. 신임 감독으로 누굴 선임했는지 알아?”
“…누군데요?”
불안한 느낌을 애써 누르면서 형민이 물었다.
“안토니오 콘테!”
“…?!”
안토니오 콘테의 커리어는 화려하다.
현역 시절에는 동시대 최고의 이탈리아 국적 미드필더 중 하나로 손꼽히면서 이탈리아 대표팀과 명문 유벤투스에서 주전으로 뛰었다.
감독이 된 다음에는 친정팀 유벤투스에서 세리에A 역사상 최초로 무패 우승을 기록하는 등 이탈리아 세리에A 3연패를 기록.
유벤투스에서 사임한 다음에 맡은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는 쇠퇴기를 겪던 대표팀을 이끌고 유로2016에서 당시 세계 순위 1위인 벨기에와 전대회 우승팀인 스페인을 연달아서 격파.
8강에서 독일을 만나서 결국 승부차기로 패배하는 분전을 벌였지만, 실질적으로 이탈리아가 유로2020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에서 사임한 다음에는 프리미어 리그의 명문 첼시에서 감독을 맡아서 첫 시즌에 프리미어 리그를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첼시에서 맞이한 2번째 시즌에는 선수들의 반발과 내분으로 팀 성적이 급락하면서 경질됐지만, 그후 이탈리아로 다시 복귀해서 한동안 침체기를 겪던 명문 인터 밀란을 이끌고 11년 만의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컵을 선사.
다혈질의 성격에 축구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재직하는 구단의 수뇌진과 심지어 선수단과도 분쟁이 있었지만, 전술적인 능력이나 선수들에게 동기부여하는 것은 당대의 감독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손꼽히는 명장이었다.
솔직히 매년 리그 우승을 위해서 경쟁하던 팀을 맡던 안토니오 콘테가 토트넘 감독으로 부임하는 것에 대해서 격이 맞지 않는다며 언론과 평론가들은 말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당대의 명장 중 한명을 아무런 데이터 없이 상대해야 하는 형민에게는 그런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형민은 수석코치인 아서와 다급하게 소환한 피트니스 코치인 파울루 모라오와 함께 긴급 회의에 돌입했다.
“일단···산투 감독 시절의 토트넘 자료는 선수 컨디션에 대한 걸 제외하고 다 폐기해야 할 것 같아요.”
“어우···그거 만들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형민이 말에 아서가 온갖 인상을 다 썼지만, 어쩔 수 없다는건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콘테 감독의 첼시랑 인터 밀란 시절에 대한 전술을 연구하고, 그걸 토트넘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를 연구해봐야 할 것 같아요.”
“알겠어. 근데 이거, 콘테 본인도 이제야 연구에 들어가고 있는 문제 아니야?”
상대팀 감독이 제시하는 문제에 대한 답안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상대팀 감독조차 문제를 이제서야 만들고 있는 판국.
“희대의 촌극이 될 수도 있겠는걸···.”
형민의 혼잣말에 아서와 파울루 모라오가 불안한듯이 형민을 바라보았다.
***
왜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을까?
예상과 계획은 모두 쓰레기통에 던져진채 난타전으로 흘러가는 경기 양상을 보면서 형민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자문했다.
눈 앞에서 선수들과 공이 따로 날라다닌다.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 모인 홈팬들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박진감 넘치는 경기와 자신들이 우위를 잡은 스코어에 환호하고 있었지만, 각 팀을 지휘하는 두 감독 모두 허탈해하고 있었다.
바로 옆의 홈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토트넘의 신임 감독 안토니오 콘테가 분노가 가득찬 채 선수들에게 불호령을 내렸다.
“아니! 아니라고! 거기서는 더 좁히라고! 더 좁혀, 이 바보야!”
얼굴이 시뻘게진채 자신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선수에게 마침내 욕설을 내뱉으면서 돌아서던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그를 바라보고 있는 형민의 공허한 눈이 마주쳤다.
이기고 있지만 내가 의도한건 이게 아니야, 알지?
알아요. 근데도 지고 있으니까 기분이 겁나 나쁘네요.
눈빛 만으로 헝클어진 자신들의 경기 계획에 대한 하소연을 동료 감독에게 토로한 두 사람은 다시 각자의 팀들을 향해서 시선을 돌렸다.
일반적으로 축구 전술이라는 것은 같은 팀 내에서는 일관성을 가진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골을 넣고 상대편은 골을 넣지 못하도록 특정한 행동을 취하자는 약속이 바로 전술인 것이다.
근데 상대편이 예상하지 못한걸 시도하는건 좋은거지만, 그걸 우리팀도 예상하지 못하면 문제가 된다.
형민이 번리에서 시도하는 4-3-3 포메이션 기반의 전방 압박 및 역습 전술은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너는 막지 못한다는, 알면서도 당한다는 개념에 더 가까웠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강력한 3백의 선수비 후 공격적인 윙백들이 달려나가면서 좌우를 두들기는, 자신 만의 독자적인 5-2-3 포메이션으로 명성을 날렸다.
특히 콘테 감독은 단순한 수비 후 역습 전술이 아니라, 후방에서의 정교한 빌드업과 각 구역에서 섬세한 부분 전술, 그리고 엄청난 활동량이 가미되면서 그가 지휘하는 모든 팀이 이 전술을 기반으로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오늘 토트넘 선수단은 신임 감독을 맞은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은 가운데 선수단의 절반은 이전 감독의 전술을, 나머지 절반은 신임 감독의 전술을 따르는 대혼돈을 선보였다.
심지어 일부 선수들은 자신의 이해 수준과 기억력에 따라서 어떤 순간에는 전임 감독의 전술을, 어떤 순간에는 신임 감독의 지시사항을 이행하는 대환장 파티.
문제는 그 대혼돈에 번리가 휘말려서 형민의 정신이 붕괴될 것 같은 실점 장면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전반 23분, 토트넘의 공격 상황.
양쪽 윙백이 깊게 전진하는 콘테 감독의 스타일에 맞춰서 번리의 측면 수비수인 맷 로튼과 찰리 테일러는 각각 토트넘의 좌측 윙백 세르히오 레길론과 우측 윙백 에메르손에게 따라붙었다.
번리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가장 위협적인 토트넘의 중앙 공격수 해리 케인을 제지하고, 번리의 두 중앙 수비수는 각각 양쪽 측면 공격수인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를 마킹하는 상황.
조시 브라운힐을 따돌리고 토트넘의 진형 중앙에서 드리블로 공을 몰고 올라온 토트넘의 중앙 미드필더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는 공을 받으러 내려온 해리 케인에게 패스한 다음에 침투하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정확히는, 콘테 감독은 분명히 그렇게 지시를 했을거라는데에 형민은 자신의 UEFA 프로 라이선스를 걸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 덴마크 국적의 미드필더는 뭘 잘못 먹었는지, 자신을 바라보면서 공을 달라고 손짓하는 팀동료이자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 해리 케인의 황당해하는 얼굴을 무시하고 유유히 드리블로 번리 골문을 향해서 공을 몰고 올라갔다.
약속된 상황인데 약속된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
당황한 토트넘 선수들이 일제히 멈칫했고, 그들에게 따라붙은 번리 선수들도 자동으로 멈춰섰다.
그 와중에 페널티 박스조차 도달하지 못한 호이비에르는, 번리의 압박 수비로 더 이상 패스를 할 팀원을 찾지 못하자 멀직히 보이는 골문을 향해 중거리슛을 냅다 갈겨버렸다.
모든 선수들과 일부 관중들마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골키퍼가 멀쩡하게 골문을 지키고 있는 와중에 발사된 장거리 슈팅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절묘하게 역회전을 먹은 공은 모두의 기대를 배신하고 번리의 골키퍼 닉 포프가 필사적으로 뻗는 손가락을 스치면서 골문의 왼쪽 상단 코너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다.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양 손을 치켜든채 기뻐하면서 달려가는 호이비에르를 경기장에 올라온 21명의 선수들이 멍하게 지켜보았다.
“아니 저걸! 아오! 저게 말이 돼?!”
형민이 분노에 가득찬 외침을 내뱉으면서 옆 벤치를 바라보자, 살짝 떨떠름한 표정으로 골 장면을 바라보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형민을 향해서 양 손바닥을 보이고는 어깨를 살짝 으쓱했다.
이탈리아인 친구가 많지 않았지만, 10년 가까이 유럽 축구계에 머무른 형민이 어설프게 저 동작을 이탈리아 버전으로 해석한 바에 의하면···.
미안한데 어쩌겠냐? 받아들여라.
허탈한 번리 선수들의 골킥으로 재개된 플레이 상황.
이번에는 전반 26분.
2분 전에 골을 넣고 나서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가는 와중에 열받은 표정의 해리 케인의 단단한 팔뚝에 목이 감긴채 뭔가 빠르고 진지한 대화가 오간 후.
토트넘의 중앙 미드필더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는 다시 공을 탈취했다.
이번에는 쓸데없이 드리블하지 않고 공을 받으러 내려오는 해리 케인에게 바로 숏패스.
문제는 방금 전의 플레이에서 허를 찔린 번리의 수비진이 일제히 호이비에르를 향해서 움직였다는 것이다.
졸지에 완벽한 미끼의 역할을 수행한 호이비에르가 번리의 수비진과 미드필더 일부까지 자신을 향해서 끌어당긴 사이에, 토트넘이 자랑하는 중앙 공격수 해리 케인은 절묘한 패스로 오른쪽에서 페널티 박스에 침투하고 있는 한국 국적의 공격수 손흥민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도움! 지원!”
갑자기 호이비에르 때문에 오른쪽으로 쏠려버린 수비진을 향해서 번리의 왼쪽 수비수인 찰리 테일러가 비명을 지르면서 손흥민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29살의 한국 국적 공격수는 방금 전 동료의 장거리 슈팅에 흥이 오른듯, 수비수가 가까이 접근하기도 전에 자신의 왼발로 골문을 향해 슈팅을 날렸다.
정확하게 골문의 우측 하단 코너에 꽂히는 슈팅.
이번에도 애꿎은 번리의 골키퍼 닉 포프가 장신을 날려보았지만, 공은 그의 손가락을 스치고 오른쪽 골포스트에 튕긴 다음에 골문 안쪽으로 떨어졌다.
“으아아아아아!”
애꿎은 잔디를 걷어차면서 분노의 괴성을 지르는 젊은 동료 감독을 바라보면서 이탈리아의 명장 안토니오 콘테는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무래도 승패와 상관없이 오늘밤은 두 감독 모두 잠이 안 올듯 싶었다.
어차피 3일만 있으면 재대결인데, 그냥 끝나고 저 친구한테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