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30)
30화: 진격의 번리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의 농간인지, 아니면 행운의 여신의 농간인지.
가끔씩 이렇게 리그 경기와 컵대회 경기가 연이어서 벌어지면서 2연전이 벌어지고는 한다.
평소에는 전반기에 한번, 후반기에 한번 정도로 경기를 치루기 때문에 각 팀의 상태는 이전 경기에 비해서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주전급 선수들의 피로 누적이나 부상, 또는 시즌을 치루면서 기존 전술이 노출되고 거기에 맞춰서 감독이 전술 변화를 꾀하면서 이전 맞대결과는 스타일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트넘과 번리는 불과 3일 전에 바로 이 장소에서 똑같은 두 팀이 승부를 겨뤘다.
양 팀 감독의 허탈함과 분노를 뒤로 하고 무려 5골의 난타전(이라고 쓰지만 번리 입장에서는 일방적인 구타로 읽는다)이 나오면서 홈팬과 중립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한 후.
서로의 전술적인 허점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분석할 시간도 없이 다시 경기를 치루게 된 두 감독은 상대편은 무시하고 자기 팀의 전술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두 감독이 자신의 전술에 대해서 선수들에게 신신당부한 덕분인지, 후보 선수들을 중심으로 내보낸 번리와 토트넘은 카라바오컵 16강에서는 공방이 순서대로 오가는 지루한 경기가 이어졌다.
콘테 감독의 토트넘은 열심히 공격을 전개하다가도 부분 전술에서 선수들의 엇박자가 나오면서 공격권을 넘겨주고.
형민의 번리는 후보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기회의 질이나 양이 가뜩이나 부족한 가운데 최종 슈팅까지로 이어가는데에 애를 먹고 있었다.
결국 90분 동안 1골도 넣지 못한 지루한 경기는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한시대를 풍미했던 영국 국가대표팀의 공격수 개리 리네커가 말했던가.
“축구는 22명이 90분 동안 공을 쫓아다니다가 독일이 이기는 스포츠”라고.
1990년 월드컵과 1996년 유로에서 두번 모두 4강에서 독일에게 승부차기로 패배한 전술적인 공격수가 푸념처럼 내뱉은 말이었다.
어차피 밥 먹고 공만 차는 프로 선수들의 대결에 있어서, 승부차기는 기술과 같은 다른 무엇보다 정신력과 집중력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그리고 독일인들의 냉정함을 부러워하는) 발언이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장에는 독일 국적의 팀은 없었지만, 행운의 여신이 분위기에 농간을 부리기는 시작했다.
첫번째 키커는 양 팀의 중앙 공격수의 맞대결.
먼저 차게 된 토트넘의 중앙 공격수 해리 케인이 페널티마크 위에 공을 올려놓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런 국가대표팀 동료를 향해서 번리의 골키퍼 닉 포프는 긴 팔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신경을 끌었다.
홈팬 관중들은 숨을 죽인채, 원정팬 관중들을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소음을 내는 가운데 공을 향해서 접근한 토트넘의 유소년 출신 에이스는 오른발로 강한 슈팅을 날렸다.
“아아아!!!”
그리고 홈팬들과 동료들의 경악 속에서 골문 위로 공을 날려보냈다.
지난번 경기에서 맺힌 번리 감독의 억울함이 골문에 서린 것일까.
절대로 페널티킥 따위는 놓치지 않을 에이스의 실축으로 개시된 토트넘의 악몽 같은 승부차기의 시작이었다.
번리의 첫번째 키커인 애슐리 반즈는 골.
토트넘의 두번째 키커인 루카스 모우라도 골.
번리의 두번째 키커인 조시 브라운힐도 골.
차례대로 골을 넣어가는 가운데, 토트넘의 세번째 키커인 벤 데이비스가 자신의 차례를 준비했다.
기본적으로 페널티킥은 골문의 좌우측 상단 코너로 차는게 가장 확률이 높고, 그게 자신이 없다면 좌우측 하단 코너로 차는게 그 다음으로 확률이 높다.
토트넘의 첫번째 키커인 해리 케인이 우측 상단 코너를 노린 다음에 실축한게 마음에 걸렸을까.
토트넘의 중앙 수비수는 자신이 자랑하는 왼발로 왼쪽 하단 코너를 노렸다.
그리고 정확히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나온 공에 홈팬들의 탄식과 함께 머리를 움켜쥐었다.
번리의 세번째 키커인 한니발 메이브리가 자신 있게 골을 넣은 가운데, 토트넘의 네번째 키커인 라이언 세세뇽이 실축하면 번리에게 패배하는 상황.
토트넘의 젊은 윙백은 벤 데이비스와 마찬가지로 왼쪽 골포스트를 노렸지만, 이번에는 다행히 골포스트 안쪽으로 공이 들어가면서 골에 성공했다.
그러나 번리의 네번째 키커인 막스 코넷이 가볍게 자신의 페널티킥을 토트넘의 골키퍼 휴고 로리스 밑으로 찔러넣으면서 다섯 명까지도 도달하지 못한 승부차기는 토트넘이 두 번이나 실축하면서 번리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으아아아아!”
막스 코넷을 둘러싸고 환호하는 번리의 선수들과 허탈해하는 토트넘의 선수들을 배경으로 둔채 번리의 젊은 감독은 3일 전의 패배를 만회하고는 자신에게 다가온 이탈리아의 명장과 악수를 나눴다.
물론 지난 경기부터 말 한마디 없이 계속 이어지던 축구에 미친 두 남자들의 눈빛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야, 이번건 봐준다.
아, 뭐래요. 그럼 내 프리미어 리그 승점이나 내놔요.
싫은데?
한마디도 안 했지만, 묘하게 눈빛만으로 계속 대화가 통하는 축구에 미친 두 감독이었다.
“뭐하냐? 서로 노려보면서? 아주 구멍이 다 뚫리겠다, 야.”
두 감독의 끈적끈적한 눈대화를 옆에서 지켜보던 아서가, 둘이 돌아서자 징그럽다는듯이 형민에게 말했다.
“들리지 않으세요? 콘테 감독의 마음이?”
“야, 너 괜찮냐? 사이먼한테 봐달라고 할까?”
아서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감독을 살피면서 팀닥터를 부를 준비를 했다.
***
지난번 토트넘 원정경기에서 일격을 당했지만,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9경기에서 7승 1무 1패를 거두면서 당당히 2위를 달리고 있는 번리.
지난 시즌에 6위를 거두는 호조를 보였지만, 이번 시즌에는 초반에 부진하면서 9위까지 떨어진 웨스트햄을 홈으로 불러들여서 카라바오컵에서의 승리를 이어가려고 했다.
전반 23분.
전체적으로 자신들의 진영이 아래로 내려앉은 가운데, 웨스트햄의 중앙 수비수 커트 주마가 역습을 위해서 앞으로 보낸 롱패스를 번리의 주장 벤 미가 가볍게 낚아챘다.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 웨스트햄 선수들이 재빨리 뒤로 물러나는 가운데, 번리의 선수들은 간결한 삼각 패스를 이어가면서 웨스트햄의 진영을 무너뜨리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브라우니!”
우선 벤 미가 중앙선을 살짝 넘어서 기다리고 있는 중앙 미드필더 조시 브라운힐에게 패스.
“드와이티!”
자신을 막으려고 달려오는 웨스트햄의 공격형 미드필더 니콜라 블라시치를 인지한 조시 브라운힐은 왼쪽에서 침투 움직임을 가져가는 번리의 왼쪽 공격수 드와이트 맥닐에게 패스했다.
번리의 패턴을 이미 잘 인지하고 있다는듯, 맥닐을 에워싸는 웨스트햄의 중앙 미드필더 데클란 라이스와 우측 수비수 블라디미르 쿠팔.
“찰리!”
맥닐은 망설이지 않고 뒤에서 쫓아올라오는 번리의 왼쪽 수비수 찰리 테일러에게 공을 내줬고, 테일러는 다시 중앙에서 대기하고 있는 조시 브라운힐에게 패스하면서 패스의 삼각형을 이어갔다.
“벤!”
여전히 니콜라 블라시치가 달라붙어 있던 조시 브라운힐은 수비진에서 대기하고 있는 중앙 수비수 벤 미에게 백 패스를 보냈다.
마침내 조시 브라운힐에게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있던 니콜라 블라시치가 미끼를 삼키고는 자신에게 달려오자, 벤 미는 다시 브라운힐에게 패스를 내보냈다.
조시 브라운힐은 다시 가까이 다가온 왼쪽 수비수 찰리 테일러에게, 찰리 테일러는 다시 수비진에서 살짝 올라오기 시작한 벤 미에게 패스.
공을 빼앗지 못하는 가운데 계속 왼쪽에서 상대편이 주고 받는 공을 향해서 웨스트햄의 진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치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점점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왼쪽에서 벌어지는 패스의 향연에 번리의 수비형 미드필더 니콜라스 세이왈드까지 가담하면서 무려 5명의 번리 선수들이 파티에 참석장을 내밀었다.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합류로 번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삼각형이 하나 더 늘어났다.
중앙 수비의 벤 미에서 중앙 미드필드의 조시 브라운힐.
“니키!”
조시 브라운힐에서 수비형 미드필드의 니콜라스 세이왈드.
다시 니콜라스 세이왈드에서 중앙 수비의 벤 미까지.
웨스트햄의 선수들을 무시한채 번리의 선수들 간에 짧고 간결한 패스를 주고 받는 가운데, 마침내 번리의 제임스 타코우스키까지 대열에 합류했다.
“제임스!”
이제 중앙 수비의 벤 미에서 중앙 수비의 제임스 타코우스키.
제임스 타코우스키에서 수비형 미드필드의 니콜라스 세이왈드.
번리의 선수 6명이 13번의 패스를 끊어내지 않고 이어가면서, 이를 지켜보던 웨스트햄은 자신도 모르게 번리의 골문을 향해서 진영이 몇 미터 전진했다.
상대편 선수들의 시선이 모두 번리의 진영 왼쪽에 못이 박혀 있는 상황.
13번의 패스가 이어지도록 참을성 있게 웨스트햄 진영을 끌어당기던 번리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회가 마침내 도달했다.
“한니발!”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단번에 오른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니발 메이브리에게 패스를 보냈다.
알게 모르게 오른쪽으로 쏠려있던 웨스트햄의 선수 7명을 단숨에 무력화시키는 패스.
자유롭게 공을 받은 한니발은 자신이 공을 받기도 전에 전방으로 침투를 시작하는 번리의 오른쪽 공격수 카림 아데예미의 발 바로 앞에 떨어지는 롱패스를 즉시 보내주었다.
달리는 속도나 달려가는 각도를 조정할 필요가 하나도 없는 절묘한 패스.
“카림!”
“막아!!!”
한니발의 득의양양한 외침과 웨스트햄 수비수들의 경악에 가득한 비명이 교차하는 사이.
카림 아데예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자랑하는 유망주이자 번리의 임대생이 마치 패스란 이렇게 하는거라고 강의하듯이 발 앞으로 보내준 공에 따라붙었다.
자신을 가로막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달려나오고 있는건 웨스트햄의 골키퍼 알폰세 아레올라.
카림 아데예미는 장신의 골키퍼를 피해서 부드럽게 골문 왼쪽 아래로 공을 밀어넣었다.
“골! 번리의 첫번째 골입니다! 클라렛을 빛내는 17번, 바로 카림 아데예미~!!!”
장내에서 아나운서의 외침이 방금 지켜본 아름다운 축구에 흥분한 관중들의 환호와 뒤섞이는 가운데, 티비를 지켜보던 이들은 중계하던 캐스터와 해설자의 경악에 가득찬 호들갑을 들을 수 있었다.
[여러분, 보셨습니까?!] [15번! 15번의 패스 시퀀스를 통해서 웨스트햄의 단단한 수비를 무너뜨리는 번리의 모습입니다!] [아, 정말 아름답다고 할 수 밖에 없는데요! 그동안 빠른 역습 만이 유일한 공격 수단이었던 번리가 이번에 매력적인 패스 플레이를 통해서 골문을 엽니다!] [지난 2경기 동안 토트넘이랑 1승 1패를 주고 받았는데요. 번리의 김 감독이 기다렸다는듯이 새로운 전술 형태를 번리에게 덧씌웁니다!]공중제비를 돌면서 골을 자축하는 카림 아데예미를 향해서 동료들이 축하해주러 달려가는 가운데, 절묘한 패스로 어시스트를 기록한 한니발 메이브리가 필드 중앙에서 팔짱을 꼈다.
“훗, 패스란 이렇게 하는거야.”
자화자찬을 하는 한니발의 뒤통수를 단단한 물체가 가격했다.
“야,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축하해주러 가자!”
번리의 살림꾼이자 바른생활 사나이, 니콜라스 세이왈드였다.
니콜라스 세이왈드에게 못 이긴척 끌려가면서 한니발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앞으로 다가올 시련에 대해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