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31)
31화: 고통과 인내의 시간
총 38라운드로 이루어진 프리미어 리그에서 10라운드까지 진행된 시점.
대략 1/4 지점에 도달한 번리는 웨스트햄에게 2대 0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1위인 리버풀과 불과 승점 3점 차이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리그에서 10경기 동안 무려 8승 1무 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
카라바오컵에서 추가로 올린 2승은 덤처럼 느껴질 수준이다.
거기에 승점 25점을 쌓아올리는 동안 19득점 3실점, 골득실은 +16골로 내실도 탄탄했다.
현재 번리보다 순위가 아래에 있는 팀들의 이름도 화려하다.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등.
영국의 모든 신문사와 평론가, 그리고 티비 프로그램이 기적적인 번리의 성적과 이를 이끌어낸 젊은 동양인 천재 감독에 대한 극찬으로 넘쳐흐르는 지금.
기적 같은 위업이라고 만인에게 칭송받은 업적을 달성한 남자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김, 괜찮아요?”
알게 모르게 초조함을 흘리고 있었던걸까?
화요일 오전에 진행되는 경영진 회의에 참석해있던 형민은 자신을 바라보는 헬레나의 우려 섞인 눈빛에 정신을 차렸다.
주변에서는 나머지 이사 두 명과 테크니컬 디렉터인 조너선 랜드리스, 그리고 수석코치인 아서까지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헬레나의 부드러운 질문에 고개를 흔드려던 형민은,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 경기가 신경이 많이 쓰여요.”
“웨스트햄 전이요? 우리가 2대 0으로 이겼잖아요.”
“그건 그런데···.”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을 말로 표현하려던 형민이 잠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음···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그동안 우리 성적이 너무 좋았어요.”
회의실에 참석한 사람들의 얼굴에 당혹감과 어처구니 없음, 그리고 감독의 기우에 슬며시 웃음을 짓는 가운데 헬레나만 진지한 얼굴로 형민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아니, 성적이 좋은게 왜 문제가 되는거지?”
헬레나의 질문에 대답하기도 전에, 마이크 갈릭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이 끼어들었다.
구단의 대표이사와 전전임 구단주를 바라보면서, 형민은 자신이 느끼는 위화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애썼다.
“그러니까···웨스트햄 전은 비정상적인 경기였어요. 아니, 비정상적인게 아니라 매우 정상적인 대응이었다고나 할까요?”
이해를 못해서 갸웃거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형민이 설명했다.
“웨스트햄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매우 수비적인 진형을 들고 나왔어요. 모예스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부임한 다음에 경질되면서 평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전술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경험이 많은 감독이에요. 그런 그가 지난 시즌에 리그에서 6위를 기록하면서 중상위권 이상의 전력을 가진 웨스트햄을 이끌고 우리를 상대로 수비 전술을 펼쳤어요.”
“어, 그냥 모예스 감독이 수비적인 경향을 보인게 아닐까요?”
“바로 그거에요!”
헬레나의 지적에 형민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단순히 웨스트햄과 번리가 상대한다고 하면, 번리가 수비적으로 나오고 웨스트햄이 공격적으로 나오는게 정상이에요. 반면에, 웨스트햄과 리그 2위팀이 상대한다고 하면 웨스트햄이 수비적으로 나오고 리그 2위팀이 공격적으로 나오겠지요. 그게 정상적인 대응인거에요.”
“어···그게 무슨 의미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는데요?”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는 헬레나와 이사진.
그리고 천천히 이해의 빛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조너선 랜드리스와 아서 브림로우.
“다시 말해서, 모예스 감독은 번리를 이전의 번리와 같은 팀으로 인지한게 아니라 리그 2위팀으로 인지하고 대응하기로 결심한거에요. 일시적으로 수비에 임해서 우리 체력을 뺀 다음에 역습해서 승점 3점을 가져가겠다고 한게 아니라, 리그 2위팀을 상대하는 원정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둬서 승점 1점을 가져가겠다는 목표로 임한거라고요.”
“그럼 그거는 우리가 이제 존중받을만한 위치에 도달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헬레나의 물음에 형민이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존중받는다는건 더 이상 방심하지 않겠다는겁니다. 잠깐 반짝 성과를 낸게 아니라 확실하게 위협적인 존재라고 판단했다는거지요. 이제 우리가 치룬 12경기를 통해서 우리에 대한 데이터는 충분히 쌓였고, 반면에 우리는 경기 중에 변화를 많이 가져갈 수 있을만큼 전술이 체화되지 않았어요.”
이제 감독의 우려를 온전히 이해한 경영진의 얼굴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강팀은 자신들의 스타일을 강요할거고, 중위권 및 하위권 팀들은 수비적으로 물러나서 1점을 가져가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싸울겁니다. 다시 말해서 앞으로 상대팀들은 이를 악물고 우리 전술을 파쇄하기 위한 맞춤형 전술을 들고 나오는데, 우리는 전술적 변화를 가져갈 수가 없어요.”
긴장된 표정으로 형민이 회의실에 둘러앉은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한동안은 꽤 힘들겁니다.”
***
맨체스터 시티를 지휘하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의 절대적인 2강 중 하나인 바르셀로나에서 유소년 시절부터 자란 펩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의 지휘봉을 잡은 네덜란드의 명장 요한 크루이프에게 지목되어서 불과 19살에 프리메라 리가 3연패를 달성한 ‘드림팀’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레전드로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나서 감독의 길을 걷기 시작한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 리저브팀을 지휘하면서 경험을 쌓아가던 가운데 37살이 되던 2008년 여름에 갑자기 바르셀로나 퍼스트팀의 감독으로 발탁되었다.
퍼스트팀 감독이 된 첫 해에 프리메라 리가, 국왕컵,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까지 우승해서 3관왕을 달성한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를 지휘하는 4시즌 동안 프리메라 리가 4연패와 챔피언스 리그 우승 2번을 포함해서 총 14개의 대회에서 우승.
그 후에 바이에른 뮌헨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3연패를 거둔 다음에 도착한 맨체스터 시티에서 지난 5시즌 동안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3번이나 차지하면서 명장의 면모를 확인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상징은 짧은 패스로 압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상대편을 압살하는 소위 ‘티키타카’ 스타일.
그는 “상대편이 공을 가지지 않는다면 공격을 할 수 없고, 상대가 공격을 할 수 없다면 질 수 없다”라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티키타카 스타일을 완성한 것으로 극찬받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은, 그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가 패스’만’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는 패스와 압박을 모두 잘 한다.
굳이 따지자면 패스를 ‘더’ 잘하는 것 뿐이다.
그리고 형민과 번리의 선수들은 그런 맨체스터 시티의 패스와 압박을 제대로 체감하고 있었다.
탁구공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표현하는 스페인의 의성어에서 나왔다고 얘기되는 ‘티키타카’.
지난 몇 개월간 번리 선수들도 숏패스를 집중적으로 훈련하면서 패스 능력이 많이 올라왔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을 아부다비 그룹의 무한적인 자금력을 동원해서 수집한 맨체스터 시티에 비할바는 아니었다.
공을 빼앗기면 바로 전면 압박으로 들어가서 패스의 길목을 차단하고 번리의 선수들로부터 공을 다시 탈취.
탈취하고 나면 빠르게 공격을 전개하기보다는 여유롭게 패스를 돌리면서 상대팀 진영의 허점을 탐색하고, 균열을 일으킨 다음에 마치 패스 하듯이 부드럽게 골문 속으로 집어넣으려는 공격.
전반 6분.
번리의 왼쪽 공격수 드와이트 맥닐이 좌측 사이드라인에서 드리블로 돌파하려던 것을 맨체스터 시티의 우측 수비수 카일 워커가 가볍게 차단했다.
번리 선수들이 압박하지도, 뒤로 물러나지도 못하는 짧은 순간에 카일 워커는 자신을 지원하러 내려온 맨체스터 시티의 우측 공격수 리야드 마레즈와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디뉴와 삼각 패스로 공을 주고 받으면서 여유롭게 공격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필!”
어느새 중앙 미드필드까지 내려온 중앙 공격수이자 폴스나인 역할을 수행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필 포든이 공을 받아서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따라서 질주.
그 사이에 리야드 마레즈는 필 포든이 비운 최전방 공격수의 자리로 파고들었다.
여기까지는 번리가 자랑하는 중앙 공격수 크리스 우드와 오른쪽 공격수 카림 아데예미 간의 스위칭 플레이와 똑같은 모습.
“잭!”
그러나 맨체스터 시티는 여기서 한술 더 떴다.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파고든 필 포든은 강하게 크로스를 올렸다.
수비를 위해서 페널티 박스 안에 모여든 번리의 선수들이 어리둥절하게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페널티 박스를 완전히 가로지른 공은 반대쪽 사이드라인에서 대기하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의 왼쪽 공격수 잭 그릴리쉬의 발 앞에 배달되었다.
“율리안!”
페널티 박스를 지키기 위해 사방에 흩어진 번리의 선수들이 당황하는 가운데, 잭 그릴리쉬는 다시 페널티 박스 정면에 자리잡은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형 미드필더 율리안 바이글에게 크로스.
공을 받아든 독일 국적의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무주공산의 상태에서 세상 온갖 여유를 다 가진채 부드럽게 오른쪽으로 휘감기는 슈팅을 날렸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면서 날아가던 공은 필사적으로 손을 뻗는 번리의 골키퍼 닉 포프의 손가락 끝을 지나고 골 포스트까지도 지나쳐서 관중석에 떨어졌다.
“아아!!!”
아쉬움에 한숨을 내뱉는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홈팬들을 배경음으로 아서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10년 감수했네.”
그러나 마치 연습경기를 하는 것처럼 슈팅을 놓친 젊은 동료를 놀리면서 자신들의 진영으로 돌아가는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을 지켜보는 형민의 얼굴을 딱딱했다.
“오늘 경기···엄청나게 괴로울 것 같아요.”
위기는 형민이 걱정했던 것보다 빨리 다가왔다.
전반 10분, 느긋하게 연습경기를 하듯이 번리의 진영 안에 들어와서 패스를 주고받고 심심하면 간간히 슛을 날리는 맨체스터 시티.
아무리 좁은 공간이어도 몸을 돌려서 빠져나가거나 어떻게든 패스를 이어가는 상대팀 선수들의 탁월한 능력에 번리의 선수들은 빠른 속도로 지쳐가고 있었다.
잠깐 번리 수비진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틈을 놓치지 않고, 페널티 박스 안밖을 자신의 진영처럼 마음껏 넘나들면서 패스를 주고 받던 맨체스터 시티의 에이스 케빈 더 브라위너가 기습적으로 슈팅을 날렸다.
골을 예감한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섰지만, 번리의 골키퍼 닉 포프의 재빠른 반사신경으로 공을 밖으로 쳐냈다.
“오오!!!”
홈팬들이 안타까워 하는 가운데, 맨체스터 시티의 코너가 주어졌다.
코너킥을 차기 위해서 터덜터덜 걸어가는 맨체스터 시티의 리야드 마레즈를 바라보면서 형민이 중얼거렸다.
“얘들아···잘 막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