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32)
32화: 고통과 인내의 시간
번리와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이 골문 앞에서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번리 선수들의 거친 수비에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은 페널티 마크 인근까지 밀려났다.
확실하게 골문 앞에서의 우위를 차지한 번리.
페널티 마크에서 골문쪽으로 뛰어들 선수들을 골키퍼인 닉 포프와 대기하고 있는 좌우측 수비수인 찰리 테일러와 맷 로튼이 경계하는 가운데, 리야드 마레즈가 코너킥을 올렸다.
“앗!”
뭔가 이상함을 느낀 닉 포프가 신음을 내뱉었다.
일반적인 코너킥은 골키퍼가 펀칭하기 어려운 위치와 높이로 높게 찬 다음에 떨어지는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페널티 박스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인 만큼 점프하고 나서도 팔을 사용할 수 있는 골키퍼가 절대적인 우위를 갖으며, 골문을 등지고 서서 방어할 수 있는 장신의 중앙 수비수들이 보통 그 다음에 우위를 가져간다.
그러나 리야드 마레즈의 코너킥은 번리 선수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낮게 빠르게 골키퍼 박스를 향해서 날아왔다.
날아오는 공이 가장 가까운 번리 수비수에게 근접하기도 전에,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수비수 네이선 아케가 몸을 날렸다.
거의 가슴 높이로 맹렬히 날아오던 공을 기습적인 헤딩으로 끊어낸 네이선 아케의 동작에 번리 선수들이 화들짝 놀란 가운데, 방향이 뒤바뀐 공은 골문 왼쪽 하단 코너에 틀어박히면서 골네트를 흔들었다.
“골! 골입니다! 바로 시티의 6번, 네이선 아케!!!”
환호하는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과 홈팬들을 바라보면서 형민이 혀를 찼다.
“아니, 쟤네들은 언제부터 저렇게 코너킥을 잘 했데?”
큰 신장은 아니지만 절묘한 위치 선정과 약속된 각 선수들의 움직임, 그리고 무엇보다 정교한 코너킥이 합쳐지면서 들어간 골을 보면서 아서가 물었다.
“그동안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하는 대부분의 팀들을 수비에 올인했으니까요. 하도 프리킥이랑 코너킥을 많이 따내니까, 이번 시즌에는 아예 그걸 전문적으로 강점으로 바꾸는 시도를 하는 것 같아요.”
형민의 말에 아서가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미 조사를 했구만?”
“조사를 했지요. 조사만···. 사실 그냥 코너킥이랑 프리킥을 잘 차는건데, 특별히 막을 방법도 없어요. 그냥 우리도 수비를 잘 하는 것 밖에는.”
하프타임.
전반전에 무려 64%의 점유율로 공을 2/3나 독점한 맨체스터 시티는 자신들의 우위를 확신하는듯, 서두르지 않고 번리의 골문을 두들겼다.
번리 선수들은 션 다이쉬 감독 시절의 열정적인 수비를 기억하는듯 몸을 날리면서 슈팅을 막아냈지만, 맨체스터 시티가 선심쓰듯이 번리 진영을 앞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내어주는 슈팅을 제외하고는 전혀 상대편 진영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형민은 원정팀 라커룸에 한복판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라커룸 곳곳에 주저앉아 있는 자신의 선수들은 지친 것보다 짜증나고 답답한 표정으로 그들의 감독을 바라보았다.
뭔가를 해야 하나? 아니, 할 수 있기는 한가?
속으로 망설이던 형민은 돌파구를 애타게 찾는 선수들의 눈빛에 안 되더라도 시도는 해보기로 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한가지 해볼 수 있는건 있어요.”
“그게 뭔데?”
호기심과 희망을 가진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선수들을 향해서 형민은 애써 느긋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체적으로 맨체스터 시티는 거의 모든 선수들이 패스를 전개할 수 있지만, 여유있는 상황에서는 케빈 더 브라위너에게 공을 전달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맨체스터 시티에서 그가 가장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선수니까.”
“그래서?”
한번이라도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한 팀이라면 당연히 잘 아는 얘기를 늘어놓는 감독에게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재촉하듯이 물었다.
“다시 말하지만, 쉽지는 않아요. 솔직히 한번 밖에 못 쓸거고, 얄팍한 꾀에 가까워요. 바로 케빈 더 브라위너에게 함정을 거는거죠.”
“어떻게?”
이번에는 귀가 솔깃해진 표정의 조시 브라운힐이었다.
“자, 잠깐 이리 모여보세요.”
형민은 자신의 선수들을 작전판 앞으로 모았다.
15분 간의 하프타임이 지나고 나서 번리의 킥오프로 시작된 후반전.
후반전 시작은 전반전의 끝과 큰 차이 없이 흘러갔다.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이 공을 돌리면서 번리의 선수들을 끌어들이고, 그들이 비운 공간을 패스를 통해서 점유하면서 계속 허점을 찾는 방식.
다만 후반전이 시작하면서 번리의 선수들은 피로가 누적된듯, 전체적으로 압박의 강도를 낮추고 그 시작점도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수들을 직접 압박하기보다는 미드필더들을 상대로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위축된 자신의 팀 선수들을 안타까워하는 소수의 번리 팬들이 열심히 응원가를 부르지만, 승리를 자신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홈팬들이 더 소리높여서 자신들의 팀을 응원하는 가운데.
형민이 계획하고 번리 선수들이 가담한 함정이 발동되었다.
후반 51분.
점점 더 여유로워지는 공간 속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은 편안하게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기회를 노렸다.
조금씩 뒤로 물러나는 번리 선수들에 의해서 맨체스터 시티의 라인도 덩달아서 전진하고, 수비 라인 뒤의 공간이 조금씩 넓어지는 시점.
수비진에서 맴돌던 공을 넘겨받은 네이선 아케가 왼쪽 공격수로 출전한 잭 그릴리쉬에게 패스를 보냈다.
공을 받으러 다가온 케빈 더 브라위너에게 패스한 다음에 삼각 패스를 통한 침투를 시도하려는 잭 그릴리쉬.
그러나 공이 그의 발을 떠나자마자 잭 그릴리쉬에게 잘 안 보이지 않는 사각에 서있던 번리의 카림 아데예미와 한니발 메이브리가 전속력으로 케빈 더 브라위너에게 뛰어갔다.
공을 제대로 받기도 전에 둘러쌓인 케빈 더 브라위너.
번리의 젊은 두 유망주는 벨기에 국적의 세계적인 미드필더를 거칠게 밀어붙이면서 그의 발 밑에서 공을 빼앗았다.
순간 위기를 직감한 잭 그릴리쉬와 맨체스터 시티의 왼쪽 수비수 올렉산드르 진첸코가 브라위너를 지원하기 위해서 달려갔다.
“안 돼! 자리를 지켜!”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지켜보고 있던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와 선발 출전한 노장 미드필더 페르난디뉴가 동시에 외쳤지만, 이미 두 사람이 자신의 포지션을 벗어난 상황.
공을 탈취한 카림 아데예미가 바로 뒤로 올라온 번리의 미드필더 조시 브라운힐에게 공을 밀어주었다.
그리고 조시 브라운힐은 공이 탈취되자마자 몸을 돌려서 전방으로 달려가기 시작한 한니발 메이브리에게 롱패스를 찔러주었다.
순식간에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라인을 뚫어버린 한니발 뒤에 따라붙는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는 올렉산드르 진첸코, 케빈 더 브라위너, 네이선 아케, 율리안 바이글까지 무려 4명.
골키퍼를 지원하기 위해서 골문으로 뛰어가는 존 스톤스와 카일 워커까지 포함하면 무려 6명의 선수들이 필사적으로 한니발 메이브리의 뒷꽁무니를 쫓았다.
왠지 모르게 터져나올 것 같은 웃음을 간신히 참은 한니발 메이브리.
너무 가깝게 붙어오는 자신의 수비수들 때문에 뛰어나오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맨체스터 시티의 골키퍼 에데르손의 오른쪽으로 강하게 슈팅을 날렸다.
형민의 얄팍한 꾀에 번리의 만회골이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으아아아!!!”
한니발이 코너플래그로 달려가면서 환호성을 지르는 가운데, 번리의 선수들 모두가 그를 덮쳤다.
“잘했어! 짜식!”
언제나처럼 1순위로 도착한 카림 아데예미가 그를 뒤에서 들어올리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그래, 바로 이거야!”
야유를 퍼붓는 맨체스터 시티의 홈팬들에게 크리스 우드와 잭 코크가 자신의 셔츠에 달린 구단의 엠블렘을 치면서 환호했다.
그러는 자신의 선수들을 보면서 형민이 고개를 저었다.
“얄팍한 꾀라니까, 얄팍한 꾀. 이거 별로 오래 못 가.”
옆을 흘깃 보니 공을 빼앗긴 케빈 더 브라위너보다 공을 쫓다가 포지션을 이탈한 잭 그릴리쉬와 올렉산드르 진첸코가 홈팀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불려와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짧고 빠르게 지시와 핀잔을 듣고 있었다.
살짝 짜증이 어리는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의 얼굴을 보면서 형민은 살짝 불안감에 떨었다.
이어진 맨체스터 시티의 킥오프.
동점골을 먹었지만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에게서는 여유가 풍겨나왔다.
곧 만회하고, 결국 자신들이 승리할거라는 굳건한 믿음과 자신감.
번리의 선수들에게는 지긋지긋한 패스의 향연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필 포든이 수비형 미드필더 율리안 바이글에게 백패스.
율리안 바이글은 왼쪽에 서 있는 미드필더 케빈 더 브라위너에게 패스.
케빈 더 브라위너는 왼쪽 수비수 올렉산드르 진첸코에게 백패스, 그리고 진첸코는 잭 그릴리쉬에게 다시 패스.
서두르지 않는 맨체스터 시티의 패스 향연이 이어졌다.
공을 넘겨받은 잭 그릴리쉬는 방금 전의 실점 장면과 똑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느긋하게 케빈 더 브라위너에게 패스를 건냈다.
다시 한번 탈취하려고 달라붙는 번리의 미드필더 한니발 메이브리를 가볍게 따돌린 케빈 더 브라위너는 올렉산드르 진첸코에게 백패스.
이번에 진첸코는 아예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수비수 네이선 아케에게까지 백패스를 내보냈다.
공에 시선을 빼앗긴 한니발 메이브리가 잠깐 멈칫하는 사이.
아까 패스를 내준 직후 몸을 돌려서 빠른 속도로 침투를 시작한 케빈 더 브라위너에게 네이선 아케가 단번에 롱패스로 공을 전달해주었다.
방금 전의 득점 상황이 판박이로 펼쳐지는 광경에 형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단숨에 골라인까지 치고들어간 케빈 더 브라위너는 급격하게 왼쪽으로 방향을 꺾으면서 자신에게 따라붙는 번리의 수비형 미드필더 잭 코크와 중앙 수비수 벤 미를 코너플래그 방향으로 끌고 나왔다.
번리 선수들 전부가 케빈 더 브라위너가 돌파한 오른쪽만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달라붙는 잭 코크를 다시 가볍게 떨쳐낸 케빈 더 브라위너가 단번에 몸을 돌려서 페널티 마크를 향해서 오른발 크로스를 올렸다.
“으악!”
순간 맨체스터 시티의 작전을 깨달은 형민이 머리를 감싸쥐면서 비명을 질렀지만, 이제 필드 위에 있는 선수들과 관중들까지도 작전의 숨겨진 진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골을 예감한 맨체스터 관중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서고.
아무도 인지하지 못한 가운데 무주공산의 왼쪽으로 유유히 침투한 맨체스터 시티의 오른쪽 공격수 리야드 마레즈가 가볍게 크로스를 받아서 슈팅을 날렸다.
번리의 선수들은 공이 골문을 지나는 시점까지도 리야드 마레즈에게 반응하지 못했다.
“골! 골입니다! 시티의 2번째 득점, 득점자는 바로 리야드~ 마레즈~!”
환호하는 아나운서의 외침이 홈팬들의 함성과 뒤섞이는 가운데, 맨체스터 시티가 다시 번리와의 득점 차이를 벌리는 순간이었다.
골을 넣고 나서 환호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이 자신들의 진영으로 돌아가는 가운데.
자신의 얄팍한 잔꾀를 그대로 돌려받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형민을 발견한 케빈 더 브라위너가 친절한 미소와 함께 그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