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33)
33화: 고통과 인내의 시간
다시 한번, ‘더 라이플 볼런티어 인’.
자식들에게 홈경기 시즌티켓을 빼앗긴 두 중년의 번리 토박이들은 오늘도 맥주와 함께 홈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펍을 가득 메운 번리 주민들과 소리 높여서 전망을 나누고 있었다.
“오늘은 승리해야지! 아니, 승리할거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외침에 펍을 가득 메우던 팬들이 큰 소리로 동의했다.
“그래! 김이 지휘한 다음에 우리는 2연패를 한 적이 없어!”
“2연패가 뭐냐?! 2경기 연속으로 무승부를 거둔 적도 없어!”
“오오오오!!!”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불태우는 다른 팬들을 바라보면서, 헨리 스마이스가 맥주잔을 비웠다.
“야, 진짜 오늘은 이길 수 있을까?”
오랜 친구 밋치 타일러의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면서 헨리 스마이스는 자신있게 맥주잔을 카운터 위에 내리쳤다.
“아, 괜찮아! 솔직히 아르센 벵거 이후 아스널이 아스널이냐? 걔네는 이제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하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팀을 지휘했던 아르센 벵거 감독의 반강제적인 사임 이후, 대혼란기를 겪으면서 최근 두 시즌에는 8위까지 떨어진 아스널을 떠올린 두 친구와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맨체스터 시티 원정경기에서 패배한건 부끄러운게 아니야!”
“그래! 김이 홈 경기에서 패배한 적은 없어!”
형민이 들었다면 홈에서 아직 7경기 밖에 치루지 않았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했겠지만, 다행히도 형민은 지금 터프 무어의 라커룸에서 마지막 작전 점검을 진행하고 있었다.
“터프 무어는 난공불락이다!”
“옳소!!!”
주변에서 동조하는 가운데, 흥이 오른 헨리 스마이스가 의자 위에 올라서서 팬들의 전의를 북돋았다.
“솔직히 미켈 아르테타는 펩 과르디올라보다 못해! 겨우 펩 과르디올라의 코치였을 뿐이잖아!”
“옳소!!! 옳소!!!”
“펩한테 2대 1로 졌다면, 펩의 제자인 미켈 아르테타한테는 2대 1 정도로 이길꺼야!”
만약에 헬레나가 들었다면 아무런 과학적인 근거도, 논리도, 심지어 상식도 부족하다고 지적했을만한 발언이었지만 펍을 가득 메우고 있는 번리의 팬들은 근거나 논리나 상식 같은건 아무래도 좋았다.
“승리!”
“승리~!!!”
헨리 스마이스의 외침에 기대감을 듬뿍 담아서 화답하는 군중들이었다.
형민이 번리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과 기대에 대해서 알았다면 아직까지도 떨쳐내지 못한 불안감에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위장을 다시 한번 비워냈겠지만.
바깥 사정은 전혀 모른채 홈팀 라커룸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선수들에게 애써 편안한 표정을 지은 형민은 침착하게 작전 점검을 이어갔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아직 아스널에서 최적의 포메이션이나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지 못했어요.”
작전판에 올려진 상대팀의 예상 포메이션은 4-2-3-1.
“알렉산드르 라카제트가 중앙 공격수로 나서고, 부카요 사카, 에밀 스미스 로우, 그리고 니콜라스 페페가 2선에서 그를 뒷받침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라카제트는 빠르지도, 강하지도, 기술적으로 훌륭하지도 않아요. 벤이랑 제임스가 충분히 제어할 수 있어요.”
주장인 벤 미와 그의 중앙 수비수 파트너인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 미드필드는 그라닛 자카와 마르틴 오데가르드입니다. 자카는 패스가 훌륭하지만 기동력이 떨어지고, 오데가르드는 공격력은 좋지만 수비력이 좋지 않아요. 니키가 두 사람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압박하고 한니발과 브라우니가 지원하면 중앙 싸움에서는 지지 않을거에요.”
번리의 젊은 미드필더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한니발 메이브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이제는 별명에 대한 지적을 포기한 조시 브라운힐이 한숨과 함께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아스널의 중앙 수비수인 벤 화이트와 가브리엘은 패스 능력이 좋기 때문에 미드필드를 건너서 바로 공격으로 전개할 가능성도 높아요. 그리고 오른쪽 수비수인 타케히로 토미야스는 수비적으로, 왼쪽 수비수인 키에란 티어니는 공격적으로 나설겁니다.”
작전판에서 왼쪽에 놓은 상대팀 수비수는 살짝 윗쪽으로, 오른쪽에 놓은 수비수는 살짝 아랫쪽으로 끌어내려졌다.
“우리랑은 상성이 반대로 걸렸어요. 카림이 티어니가 비운 뒷공간으로 치고 들어가고, 드와이티가 토미야스를 밖으로 끌어내면 됩니다.”
번리의 공격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나가서 아스널에게 번리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세요!”
분명히 그렇게 호기롭게 작전을 지시하고 나왔는데.
그리고 심지어 내 작전이 그다지 틀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지고 있는거지?
경기를 지켜보다가, 허탈한 표정으로 점수판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경기를 지켜보는 형민을 향해서 아서가 세월과 연륜의 여유를 담아서 말했다.
“가끔씩 이런 경기도 있는거야.”
“아니 이게 말이 되나고요?!”
마치 제3자처럼 말하는 아서에게 열받은 형민이 따지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도 있다니까!”
“이런 경우가 왜 꼭 지금 여기서 일어나냐구요?! 짜증나게시리!”
짜증난 감독과 마찬가지로 기분이 좋지 않은 수석코치가 티격태격 서로를 향해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보스와 수석코치의 행태에 살짝 부끄러워진 번리의 피트니스 코치 파울루 모라오가 옆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고개를 돌리자,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도 좀 더 저런 진중한 모습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파울루 모라오였다.
물론 그도 현재 번리에 있는 모든 펍에서 팬들 간에 자신의 감독과 수석코치와 유사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고, 그 중 유서깊은 펍 한 곳에서는 오랜 친구 두 명이 마침내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없었지만.
당연히 상대팀 코치의 생각을 알 수는 없었지만, 옆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홈팀 감독과 수석코치가 티격태격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자신의 팀에게 손짓하면서 외쳤다.
“수비를 더 단단히 해!”
감독의 지시를 들은 아스널의 선수들은 승기를 굳히려는듯, 단단하게 자신의 진영에 자리를 잡으면서 간간히 왼쪽 공격수 부카요 사카와 최전방 공격수 알렉산드르 라카제트를 통해서만 역습을 시도했다.
물론 미켈 아르테타 감독도 상대팀 감독의 불만을 정말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홈에서 자신들보다 더 크고 강한 팀을 상대로 이정도로 밀어붙였는데, 스코어라인은 반대로 떠 있다면 자신도 분통이 터졌을테니까.
물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다면 수석코치의 말도 맞다.
축구공은 둥글고, 행운의 여신은 바람을 자주 피우니까.
자신의 이전 보스였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아름답지 못한 승리보다 아름다운 패배를 선호한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하는 로맨티스트였지만.
급격하게 망가져가는 친정팀에 부임한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그런 사치스러운 감성보다는 당장의 승점이 더 중요했다.
물론 인생이 묘하게 공평한 부분이 있어서, 확률상 오늘 이렇게 허접한 경기를 치루고 가져간 승점은 다음에 좋은 경기에서 승점을 잃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그런 철학적인 고민 따위는 한구석으로 접어두고 감사히 승점 3점을 받아가기로 결심했다.
골이 어떻게 들어갔으면 어떤가.
축구가 아름답든 못생겼든 승점 3점은 3점인데.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가 모든 영역에서 자신들보다 앞서있는 팀을 상대하면서 맞이한 절망감이었다면.
아스널과의 경기는 수비적으로 임한 상대를 둔채 행운의 여신이 토라지면 어떤 결과지를 손에 쥐게 되는지 절실하게 체감한 경기였다.
90분 동안 슈팅은 21대 8.
유효슈팅은 7대 2.
기대득점은 2.83점 대 0.72점.
심지어 코너킥도 6대 4.
다시 말해서, 90분 동안 압도적으로 상대팀에 대한 우위를 거머쥔채 두들겼는데, 번리가 7개나 날린 유효슈팅은 하나도 골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고.
아스널은 딱 2개의 유효슈팅을 날렸는데 둘 다 들어갔다.
심지어 둘 다 프리킥에서 파생된 실점.
첫번째는 전반 15분.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프리킥 기회를 잡은 아스널의 그라닛 자카가 절묘하게 날린 직접 프리킥이 들어가면서 실점.
두번째는 전반 45분.
하프라인 근처에서 간접 프리킥을 따낸 아스널의 마르틴 오데가르드가 번리의 골문을 향해서 공을 올렸고, 이걸 타케히로 토미야스가 번리 수비진의 제지를 뚫고 헤딩슛으로 연결하면서 골.
위험지역에서 직접 프리킥을 내주면 안 된다느니, 간접 프리킥 상황에서 수비를 더 잘 해야 한다느니.
언론에서는 이걸 물고 씹을게 분명했지만,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라는건 형민이 가장 잘 알았다.
아스널의 마르틴 오데가르드, 부카요 사카, 그리고 가브리엘 마르티넬리를 상대하는데 어떻게 페널티 박스 밖에서 파울을 안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간접 프리킥에서는 누가 수비를 안 하고 싶어했나?
아스널의 일본 국적의 수비수가 그냥 번리 수비진을 잘 따돌렸을 뿐이지.
번리는 특별히 세트피스 공격에 대한 강점도, 세트피스 방어에 대한 약점도 없었고, 형민도 지금 당장 이 부분에 손을 댈 시간도 정신도 없었다.
다만 그 평범하고 특별히 약점이지도 않았던 부분 덕분에, 경기 내내 완벽한 우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표를 달고 조합된 팀이 펼치는 철통 같은 수비를 결국 뚫어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번리였다.
***
경기가 끝난 다음날.
외출금지가 풀리고 맞이한 첫 휴식일에 번리 읍내로 다시 놀러나가기로 결의한 임대생 4인방 중 하나인 한니발 메이브리가 아쉬운듯이 말했다.
“야, 헨리 타일러는 못 나온데.”
“헨리가? 왜?”
옆에서 준비하던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물었다.
“아버지가 아프시다고. 병간호를 해드려야 할 것 같데.”
“그래? 그럼 우리도 한번 찾아뵈야 하지 않을까?”
갑자기 팬들을 대상으로 대민활동을 할 생각에 불타오르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바른 생활 사나이에게 한니발의 휴대폰 화면을 슬쩍 본 카림 아데예미가 제동을 걸었다.
“야,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왜?”
“이 자식, 지 아버지가 아프다고 하면서 뒤에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을 붙였어.”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충격받은 표정을 짓는 가운데,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제이콥 램지가 물었다.
“그 자식, 알고 보면 패륜아 같은거 아니야?”
“에이, 설마?”
번리에 와서 사귄 친구를 애써 변론하는 한니발 메이브리였지만, 그도 당혹스러운건 마찬가지였다.
뜻하지 못한 아스널전 패배에 따른 희생자가 한명 더 확인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