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35)
35화: 고통과 인내의 시간
어처구니 없는 옐로우 카드를 수집한 임시 주장이자 핵심 수비수에 잠시 동안 분노를 곰씹던 형민이 입을 열었다.
“차라리 잘 됐어요. 제이콥이랑 애슐리한테 준비하라고 전해주세요.”
“교체?”
아서의 질문에 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 때문에 다들 빨리 지쳐가고 있었고, 브라우니는 마땅한 대체 자원도 없어요. 제이콥이 브라우니 자리로 들어가고, 크리스와 애슐리를 바꿔주세요.”
“알겠어.”
중앙 공격수와 중앙 미드필더를 각각 교체하기 위해서 아서가 서둘러 벤치로 달려가서 짧게 지시를 전달한 다음에 대기심에게 뛰어갔다.
애슐리 반즈와 제이콥 램지가 서둘러서 트레이닝복을 벗고 유니폼을 챙기는 가운데, 형민은 고개를 들어서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후반 51분.
형민은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딘 스미스 감독의 지시에 따라서 더 깊게 내려앉을 준비를 하는 노리치 선수들을 바라보았다.
그 후의 경기는 상당히 지루하게 흘러갔다.
1대 1의 무승부로 만족하는듯, 노리치 선수들은 수비 상황에서 7, 8명까지 자신의 페널티 박스 안에 들어서서 번리의 공격을 방해했다.
공을 탈취해도 공격을 시도하는건 최전방 공격수인 아담 이다와 한두 명 정도.
대부분의 노리치 선수들은 하프라인 너머에는 지뢰밭이 존재하는 것처럼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번리에서 가장 전투적이고 거친 중앙 공격수 애슐리 반즈를 투입한건 당연한 한 수였고, 애슐리 반즈는 그를 투입한 감독의 믿음에 적극 보답했다.
후반 76분.
축구가 아니라 격투기로 종목을 변경한 것처럼 팔다리를 사용해서 노리치의 중앙 수비수들과 미드필더들과 경합을 벌이던 애슐리 반즈가 그에게 달라붙는 상대팀 선수들을 뿌리치고 제이콥 램지가 올린 코너킥을 헤딩골로 연결한 것이었다.
“으아아아아!”
형민이 감독을 맡은 이후, 크리스 우드에게 밀려서 그다지 기회를 잡지 못했던 베테랑 공격수는 원정팬들이 모여 있는 스탠드로 뛰어가서 환호를 질렀다.
형민은 박수치면서 환호하는 벤치의 후보선수들을 둘러보면서 환하게 웃으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서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정확히 9분 뒤.
형민의 미소는 좌절과 절망으로 전환되었다.
지키기만 하면 되는 번리와 10명으로 어떻게든 한 골을 넣어야 하는 노리치.
계속해서 내리는 비 속에서 지친 원정팀과 홈팬들의 악착 같은 응원 속에서 끝까지 물고 늘어진 홈팀.
어디에서 차이가 발생했는지 모르지만, 노리치는 홈팬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서 번리의 골문 속으로 동점골을 끝끝내 집어넣었다.
노리치의 골키퍼 앵거스 건이 길게 최전방으로 올린 공이 왼쪽 미드필더로 교체해서 들어온 드미트리스 쟌눌리스에게 연결됐고.
쟌눌리스는 즉시 번리의 골문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평소라면 중앙 수비수가 편안하게 걷어내거나, 골키퍼가 잡거나 펀칭할 수 있는 위치.
그러나 오늘은 그 사이를 악착같이 비집고 들어온 노리치의 오른쪽 미드필더 키에란 도웰이 제임스 타코우스키와 네이선 콜린스의 제지를 밀어내면서 필사적으로 뛰어올라서 머리에 가져다댔다.
번리의 골키퍼 닉 포프가 손을 쓸 수도 없는 가까운 거리에서 골문으로 향한 헤딩슛.
지난 4경기 동안 1승 3패를 거두면서 부진했던 번리가 노리치를 상대로 무승부로 만족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
노리치와 고통스러운 무승부를 거두고 숙소로 돌아온 형민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 하나의 안 좋은 소식이었다.
[…치히의 제시 마치 감독이 사임했습니다. 구단은 제시 마치 감독의 헌신에 감사를 표하고 그의 사의를 수리했다고 전했는데요. RB 라이프치히는 제시 마치 감독의 지휘 하에 지난 17경기 동안 7승 4무 6패를 거두었습니다. 특히 분데스리가에서 치룬 14경기 중 최대 42점 중 18점 밖에 따내지 못했는데요.]밤 늦게 진행되는 스포츠 뉴스.
캐스터의 말에 해설자가 설명을 덧붙였다.
[아무래도 최근에 4연패를 당한게 큰 것 같습니다. 전임자인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과 많이 비교가 될 수 밖에 없었는데요. 감독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구단에서 해임했다고 보는게 맞겠지요.] [지난 시즌에 2위를 기록했던 RB 라이프치히는 현재 분데스리가 11위를 기록하면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제시 마치 감독을 대신할 후임 감독 후보군에서 최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더 이상 뉴스가 귀에 들어오지 않은 형민은 티비를 끄고 시계를 확인했다.
영국은 밤 10시니까 한시간 더 늦은 독일은 밤 11시.
전화를 걸기에는 늦은 시간이고, 솔직히 전화를 받을만한 상황인지도 잘 모르겠다.
사실 번리로 온 이후 서로 바빠서 연락도 제대로 못한 상황.
연락할지 말지 한참이나 망설이던 형민은 휴대폰을 들어서 친숙한 이름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소식은 들었어요. 괜찮으신가요?]한참이나 기다려도 답문이 없어서, 포기하고 잠을 청해야 하나 형민이 고민하는 가운데 그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고마워. 통화 잠깐?]형민은 즉시 통화버튼을 눌렀다.
“제시. 저에요, 김.”
“당연히 누군지 알고 있지! 하하하, 오랜만이야!”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밝은 목소리에 형민은 한시름 안도했다.
“소식은 들었어요.”
“아. 뭐···.”
“괜찮으신가요?”
“음···지금 당장 괜찮다고 말할 상태는 아닌데, 곧 괜찮아질 것 같아. 생각보다는 괜찮다? 이것 참, 설명하기 어렵군.”
아쉬움과 홀가분함, 그리고 씁쓸함이 뒤섞인 그의 목소리에 형민은 어떤 말을 해야할지 잠깐 고민했다.
“아, 그렇군요. 뉴스를 보고 생각이 나서 연락했어요.”
“하하, 그렇군. 그나저나 자네는 요즘 아주 잘 나가던걸? 이 기세라면 다음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볼 것 같은데?”
주제를 돌리는 제시 마치에게 형민은 그가 원하는대로 웃으면서 동조해주었다.
“하하, 그 정도는 아니에요. 아시잖아요, 저희 같은 소형 구단은. 선수층이 얇으니까, 후반기부터는 점점 밀리기 시작하겠지요.”
“난 자네의 솔직함이 좋으면서도 그런 점은 싫었어.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희망이 없나?”
“희망이 없는게 아니라 현실을 직시한다고 해주세요. 희망이 골을 넣어주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희망은 선수를 한발짝 더 뛰게 해주기는 하지.”
RB 잘츠부르크 시절, 퍼스트팀 감독과 유소년팀 코치로 딱히 가까운 관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후배에게 마음껏 지식을 공유했던 선배 감독의 진지한 조언에 형민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런가요?”
“그런거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내가 자네한테 조언할 위치는 아닌 것 같아. 하하하!”
“에이, 그런건 아니지요.”
그 후로 둘은 한동안 번리의 상황이라던가, 카림 아데예미나 니콜라스 세이왈드 같이 RB 잘츠부르크 출신들의 근황 같은 내용으로 잡담을 나눴다.
한참 이어지는 대화 중에 시계를 슬쩍 바라본 형민은 대화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음···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 자네는 내일 출근해야 되지? 난 더 잘 수 있다고. 하하하!”
형민은 피식 웃었다.
“킴한테도 안부를 전해주세요. 이제는 괜찮은거지요?”
“그럼. 아직은 주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면서 검사를 받고 있는데, 이제는 괜찮다고 하더라고.”
“다행이네요. 애들은 잘 있나요?”
혼자서 이국 생활을 하는 형민을 자주 불러서 이것저것 먹여준 제시 마치의 아내 킴과 그들의 세 아이들의 기억에 형민은 미소를 지었다.
“잘 있지. 궁금하면 한번 놀러와!”
“아니, 오히려 가족들이랑 번리로 놀러오세요. 여기는 정말 아무 것도 없지만, 어쨌든요.”
“그래, 킴한테 말해볼께. 그럼 잘 자, 김 감독. 이만 끊을께!”
툭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언제나 전화를 끊는건 어렵다.
특히 사적인 대화라면.
그걸 알듯이 깔끔하게 마무리해준 상대방에게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끼면서 형민은 휴대폰을 아무렇게나 테이블 위에 던져둔 다음에 좁은 침대 위에 누웠다.
오늘밤도 방금 전의 경기의 여운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겠지만.
내일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잠을 청해야 했다.
***
다음날 오전.
“노리치에서 무승부를 거둔건 뼈아프지만, 그래도 최악의 결과는 아니에요. 승점 1점은 획득했으니까요.”
퍼스트팀 코치진(이라고 해봤자 2명 밖에 없었지만)을 회의실로 불러모은 형민이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피트니스 코치 파울루 모라오와 못 마땅한듯 고개를 젓는 수서코치 아서를 바라보면서 형민이 피식 웃었다.
“뭐가 웃겨?”
꼬장꼬장한 영국 할아범의 퉁명스러운 물음에 형민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어쨌든, 지난건 지난거니까 앞으로의 일정을 같이 논의하려고 모인거에요.”
형민은 준비해온 스케줄표를 대형 스크린 위에 띄웠다.
“음···.”
스케줄을 바라본 나머지 두 사람이 침음을 흘렸다.
오늘은 12월 6일.
이제 12월 11일에 첼시전을 시작으로, 1월 1일 울버햄튼 전까지 불과 22일간 7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사실상 3일마다 1경기를 치루는 고난의 행군.
보통 경기 다음날은 회복일.
경기 전날 오후는 비디오 분석과 전술 지시가 진행된다.
따라서 경기를 치루고 회복하고 간신히 반나절 내지는 하루 정도 훈련하면 바로 다음 경기를 치루는 일정이었다.
번리 같이 선수층이 얇은 경우, 주전급 선수 한두 명만 이 기간 동안 이탈해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우선, 12월 동안에는 회복 훈련은 철저하게 해야 되요. 이 부분은 파울루한테 맡길께요.”
포르투갈 국적의 젊은 피트니스 코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동안 진행했던 오후 체력 훈련은 12월 동안에 중지합니다. 체력 훈련을 병행하면서 경기까지 진행하기에는 벅찰 것 같아요. 대신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의 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짧게 1시간 정도 4대 4나 5대 5 미니게임을 진행하도록 할께요.”
형민은 설명하면서 스케줄표에 훈련 일정을 하나씩 채워갔다.
“파울루는 사이먼이랑 상의해서, 만약에 피로도가 많이 쌓였다고 싶으면 자의적인 판단으로 선수에게 훈련 열외나 하루 휴가를 줘도 좋아요.”
“제가 알아서 판단해도 되나요?”
부상을 당한 선수도 재활이라는 명목 하에 훈련일에는 구단 훈련장으로 출근하는게 일반적이다.
자신이 알아서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감독의 말에 살짝 놀란 파울루가 물었다.
“그럼요. 어차피 신체적인 컨디션은 파울루가 가장 잘 아니까, 사이먼이랑 얘기해서 걸리는게 있으면 알아서 휴가를 주세요. 필요하다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도 괜찮습니다. 휴가를 준 다음에 저랑 아서한테 알려만 주시면 되요.”
파울루 모라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을 흐리는 감독을 지켜보던 아서가 물었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