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37)
37화: 물러설 곳은 없다
평소의 4-3-3 포메이션을 꺼내든 번리는 기존과 동일한 라인업을 구성한 가운데, 주장 벤 미의 부상으로 중앙 수비에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된 유망주 네이선 콜린스가 출전한 정도가 큰 변화였다.
반면에 첼시는 큰 틀에서 형민의 예상대로 나왔지만, 의외로 티모 베르너가 결장한 가운데 아직 유망주라는 평가를 떨쳐내지 못한 캘럼 허드슨-오도이가 선발로 출전했다.
경기가 시작하기 직전, 형민이 빠르게 마지막 작전지시를 내렸다.
“왜 티모 베르너가 결장했는지 모르겠지만, 벤치에도 없는걸 봐서는 부상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고.”
형민의 손이 빠르게 작전판 위를 움직였다.
“저희가 예상한 4-2-3-1 포메이션에서 카이 하베르츠가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다고 보면 되요. 다만 카이 하베르츠는 공격형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폴스나인에 가까워요.”
카이 하베르츠의 위치를 표시한 마커가 아래로 움직였다.
“그러니까 첼시의 포메이션은 4-2-4-0이랑 4-2-3-1을 오가는 형태가 될겁니다. 제임스랑 네이선은 카이 하베르츠가 아래로 내려갈 때에 너무 끌려가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제임스 타코우스키와 네이선 콜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민의 지시가 끝나자, 결장한 벤 미 대신에 주장 완장을 찬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일어나서 선수단을 불러모았다.
“좋아. 터프 무어는 우리의 홈이니까, 런던에서 온 약골들한테 제대로 대접을 해주자고! For ever and ever(영원히 영원히)! 우리가 누구지?”
선수들이 외쳤다.
“We are Burnley(우리는 번리)!”
[번리는 이전과 동일한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는데요. 번리의 김 감독이 자신에게 전반기 동안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전술에 너무 강한 애착을 가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캐스터의 말을 해설자가 받았다.
[아무래도 젊은 감독이니까요. 전술적인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확실히 지난 서너 경기에서의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는데, 경기 중에 전술적인 변화를 크게 주는 것을 두려워하는게 여실히 경험 부족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만약에 형민이 이런 얘기를 들었다면 프리시즌도 없이 팀에게 새로운 전술 색깔을 입히는 것에 따르는 엄청난 고통과 어려움을 토로했을게 분명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신들의 코멘트를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틀어박힌 감독이 들을 걱정이 없는 중계진은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나저나, 첼시는 새로운 감독을 계속 물색하고 있는데요. 현재 배당 1순위로 꼽히고 있는 것은 레알 마드리드를 챔피언스 리그 3연패로 이끈 프랑스의 레전드, 지네딘 지단입니다.] [아무래도 왠만한 급의 감독이 와서는 감독에게 항명하기로 악명이 높은 첼시의 라커룸을 제압하기 힘들테니까요. 지네딘 지단 감독 정도라면 선수로서도, 감독으로서도 라커룸을 압도할 수준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집니다.]경기 내용보다는 경기 외적인 상황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캐스터가 화들짝 놀라면서 외쳤다.
[앗! 골입니다! 골! 번리의 드와이트 맥닐이 찰리 테일러에게 어시스트를 연결하면서 번리가 선취골을 넣습니다!] [아, 아직 전반 3분 밖에 안 됐는데요! 번리가 오늘 첼시를 홈으로 불러서 자이언트 킬링을 하려는 모습입니다. 다시 리플레이를 보시겠습니다!]전반 2분.
첼시의 골키퍼 멘디가 길게 차올린 공을 번리의 왼쪽 수비수 찰리 테일러가 받아냈다.
아직 경기 초반부터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은듯, 하프라인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는 첼시 선수들을 힐끗 본 찰리 테일러는 공을 몰고 사이드라인을 따라서 전진하기 시작했다.
하프라인에 다 도착할 때가 되어서야 첼시의 오른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캘럼 허드슨-오도이가 따라붙었지만, 그를 무시하고 10여 미터 정도 더 전진한 찰리 테일러는 앞쪽의 텅 빈 공간을 향해서 패스를 찔러넣으면서 동료를 불렀다.
“드와이티!”
사이드라인 인근에서 기회를 노리다가 급가속한 드와이트 맥닐이 찰리 테일러의 패스를 이어받아서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침투.
첼시가 자랑하는 유소년 출신의 오른쪽 수비수 리스 제임스가 맥닐에게 따라붙으면서 압박.
맥닐이 드리블로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꺾어들어가는 것을 방해했다.
원래대로라면 이대로 골라인까지 밀려나면서 골킥을 헌납할 상황.
“찰리!”
드와이트 맥닐은 뒤따라 오고 있을 동료를 믿고 달려가는 와중에 기습적인 백힐 패스로 공을 뒤로 보냈다.
공에만 집중하고 있던 캘럼 허드슨-오도이는 한참 전에 따돌린 찰리 테일러가 그 공을 받아서 오른쪽으로 한번 접고, 그대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
갑작스러운 공격 전개에 경악한 첼시의 수비수들이 달려나오기도 전에 여유롭게 오른발로 슈팅을 날렸다.
약한쪽 발이었지만, 당황하는 첼시의 수비수들과 골키퍼를 피하기에는 충분한 힘이 실린 공이 골네트를 뒤흔들면서 터프 무어는 홈팬들의 환호로 흔들렸다.
“골! 골입니다! 클라렛의 빛나는 3번! 우리의 왼쪽 수비수, 바로 찰리~ 테일러~!”
번리로 이적한 후 5시즌 만에 첫 골을 기록한 왼쪽 수비수가 기뻐서 날뛰는 가운데, 번리 선수단이 모두 달려가서 그를 에워쌓으면서 자축했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첼시 선수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전반 12분.
번리의 파상 공세를 견뎌내던 첼시의 역습에 번리의 중앙 수비수 네이선 콜린스가 페널티 박스 바로 바깥에서 첼시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메이슨 마운트를 넘어뜨렸다.
주심의 옐로우 카드와 함께 주어진 직접 프리킥.
자신이 따낸 프리킥을 직접 찬 메이슨 마운트는 우아하게 오른쪽으로 휘는 프리킥으로 번리 골대 오른쪽 상단 코너에 공을 통과시켰다.
자축하는 첼시 선수들을 짜증스러운 얼굴로 번리 선수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들의 진영으로 향하던 첼시 선수들 중 일부가 프리킥을 내어준 번리의 유망주 네이선 콜린스에게 고맙다는듯한 손짓을 했다.
경기가 끝난 후 양팀 모두가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에서 징계를 받은, 무려 10장의 옐로우 카드가 난사된 대혈투의 시작이었다.
하프타임.
형민은 자신에게 전달된 기록지를 내려다보면서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반 11분, 번리의 중앙 수비수 네이선 콜린스, 옐로우 카드.
전반 26분, 번리의 중앙 미드필더 한니발 메이브리, 옐로우 카드.
전반 29분, 첼시의 중앙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 옐로우 카드.
전반 33분, 번리의 우측 수비수 맷 로튼, 옐로우 카드.
전반 34분, 번리의 왼쪽 공격수 드와이트 맥닐, 옐로우 카드.
전반 41분, 첼시의 공격형 미드필더 메이슨 마운트, 옐로우 카드.
아군이 옐로우 카드를 4장이나 수집하는 동안에 상대팀은 옐로우 카드 2장.
아니, 이 인간들이 종목을 착각했나?
형민은 여전히 분위기가 흉흉한 홈팀 라커룸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바보에요?”
감독의 어처구니 없다는 말에 발끈한 임시 주장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항변했다.
“아니, 저 녀석들이 우리를 막 도발하니까!”
“도발하니까, 도발을 다 받아줘요?”
평소에 온화하고 차분한 감독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주춤했다.
“걔네들이 도발하니까, 우리는 기분 좋게 들이받고, 옐로우 카드를 열심히 수집하다가 레드 카드 받아서 퇴장해서 들어와서 샤워하면 되는건가요?”
“….”
선수들이 형민의 눈을 슬슬 피했다.
“우리, 경기에서 이기려고 모인거 아닌가요?”
“하지만···!”
억울한듯 항변하려는 한니발 메이브리를 형민이 싸늘한 눈빛으로 제압했다.
“도발을 받아주니까 자꾸 경고를 받는거잖아요! 홈경기에서 퇴장 당하고 싶어요?!”
“그럼 어떻게 하라는거지?”
불만스러운듯 팔짱을 낀채 퉁명스러운 질문을 던진 것은 번리의 베테랑 중앙 공격수 크리스 우드였다.
똑같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 자신의 팀을 둘러보면서 형민이 한심스럽다는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쪽에서 자꾸 도발을 하면, 우리도 상대편을 도발하면 되잖아요!”
“…?”
“자꾸 저쪽에서 짜증나게 군다고 들이받아서 경고를 받지 말고! 우리가 저쪽을 짜증나게 만들어서 경고를 받게 하라고!”
“…!”
답답한 듯한 감독의 질책에 순간 머릿속이 번쩍하는 번리의 선수단이었다.
***
[아, 이건. 또 옐로우 카드인가요?]캐스터의 외침에 해설자가 상황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후반 87분, 주심이 지친 얼굴로 다시 옐로우 카드를 꺼내듭니다. 이번에 카드를 받는건 첼시의 크리스챤 풀리시치! 이걸로 양팀을 통틀어서 10번째 옐로우 카드를 수집합니다. 첼시는 후반전에만 4장이에요!]터프 무어에서 홈팬들의 야유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캐스터가 감탄했다.
[정말 대단한게, 이 정도가 되면 한명 정도는 퇴장을 당할 법도 한데 다들 악착같이 레드 카드는 피하고 있어요.]캐스터의 감탄에 해설자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다음에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징계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번리가 4장, 첼시가 6장···이건 뭐 종합격투기 대회장에 온 것 같아요.] [양 팀 모두 선수가 한명씩 부상으로 이미 실려나갔는데요. 두 감독 모두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번리의 김 감독은 홈경기에서 무승부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것 같고, 첼시의 닐 바스 임시 감독은 한 점이라도 더 승점을 얻고 싶을테니까요.] [아, 이제 번리에서 프리킥 준비를 합니다!]첼시의 왼쪽 공격수로 출전한 크리스챤 풀리시치가 도발에 제대로 낚이면서, 어처구니 없는 백태클로 공을 몰고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돌파하던 번리의 오른측 수비수 맷 로튼을 쓰러뜨린 곳.
페널티 박스보다는 사이드라인에 더 가깝고, 골라인보다는 하프라인이 더 가까운 애매한 위치였다.
양 팀 감독은 모두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와서 프리킥을 지켜보았다.
시간상 제대로 된 마지막 공격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
터프 무어를 가득 채운 홈팬들과 원정팬들 모두 숨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주심이 표시한 곳에 공을 내려놓은 조시 브라운힐이 옆으로 다가온 한니발 메이브리와 진지하게 논의를 이어갔다.
“…내가 찬다니까.”
“아니 왜요! 저번에도 조시가 찼잖아요! 이번에는 제가 찬다니까요!”
“어허, 씁! 찬물도 위아래가 있지!”
“헐! 아직 20대 중반인데 왠 꼰대질? 갑자기 아서 코치님이 빙의?”
번리 구단을 대표하는 영국인 할아범 꼰대의 이름에 어깨 너머로 슬쩍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확인한 두 사람은 다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가위바위보?”
“삼세판?”
관중들이 보는 가운데 뭔가 진지한 대화와 손짓이 오가고 나서, 조시 브라운힐을 남겨둔 한니발 메이브리가 첼시의 골대를 향해서 뛰어갔다.
“졌구나? X신.”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한니발 메이브리를 보면서 카림 아데예미가 빈정거렸다.
“야, 넌 아예 프리킥 명단에서 제외됐잖아. 프리킥, 코너킥 무조건 다 차지 말고 양보하라고 감독님한테 지시받은 주제에.”
빈정거림을 제대로 받아친 한니발 메이브리의 말에 주변에 선 번리의 선수들이 킥킥거렸다.
수비하는 첼시 선수들이 오가는 한가한 대화를 듣고 황당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갑자기 한니발 메이브리가 손을 들면서 외쳤다.
“저기,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