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40)
40화: 로즈 더비가 여기서 왜 나와
“이건 로즈 더비인데 대리전이네.”
대진표를 바라보던 아서가 멍하게 중얼거렸다.
12월 22일 수요일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프리미어 리그 18라운드.
12월 26일 일요일에는 리즈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프리미어 리그 19라운드.
사실 대진표만 놓고 보면 번리 입장에서 전력이 우세한 팀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할건 없었다.
더욱이 프리미어 리그에 있는 거의 모든 팀들이 번리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세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일상에 더 가까웠다.
그런데 문제는 행운의 여신이 장난친 일정표에서 나왔다.
속칭 로즈 더비.
15세기 장미 전쟁 이후 영국의 북서쪽에 위치한 랭카셔주와 요크셔주 간에 존재했던 지역감정이 현대 축구에까지 내려오면서, 각 주를 대표하는 축구팀인 리즈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간의 라이벌전을 지칭하는 말이다.
1970년대에 영국 축구계에서 훌리건들이 가장 기성을 부릴 때에는 수차례의 유혈사태로 이어지고, 원정팀 팬들은 무조건 경찰의 보호 하에만 이동하고는 했다.
물론 2003/04 시즌에 리즈 유나이티드가 챔피언쉽으로 강등된 다음에는 매우 드물게 컵 대회에서 만날 때에만 발생했고, 그 기간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랭카셔주의 반대편에 위치한 머지사이드주의 리버풀을 가장 큰 라이벌로 간주하기 시작했지만.
리즈가 명장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의 지휘 하에 2019/20 시즌에 챔피언쉽을 초토화하고 승격에 성공하면서 로즈 더비는 제대로 다시 부활했다.
자기들끼리 알아서 잘 부딪치면 좋으련만.
번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로즈 더비였는데, 번리가 일정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즈 유나이티드를 연이어서 상대하면서 언론이 이를 로즈 더비의 대리전 성격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1월 말에 팀의 레전드였던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해임.
아직 정식 감독을 선임하지 않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뇌진이 레드불 풋볼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평가받는 랄프 랑닉 감독을 시즌 말까지 임시 감독으로 영입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들은 자신들의 성적이나 라이벌과의 비교에 더욱 민감해져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의 적대적일 분위기를 상상하자 형민과 아서 모두 골치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
총 74,879석을 자랑하는 올드 트래포드는 단일 클럽의 홈구장으로는 영국 최대 규모를 자랑했으며, 모든 경기장을 통틀어서 국가대표팀 및 주요 중립 경기들이 치뤄지는 웸블리 스타디움 다음으로 두번째로 큰 규모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선수 보비 찰튼 경은 올드 트래포드를 “꿈의 구장”이라고 불렀고.
프리미어 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압도적인 강자로 키워낸 전설적인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은 올드 트래포드를 원정팀의 처형장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퍼거슨 경이 은퇴하고 맞은 9번째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퍼거슨 경이 은퇴한 이후 무려 5번째 감독을 맞아서 이전의 압도적인 강함이나 올드 트래포드에서 불패의 위용을 자랑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약소한 번리 풋볼 클럽조차도 지난 2020년 1월에 올드 트래포드에서 승리하면서 무려 1962년 이후 처음으로 원정 경기에서 승리했다.
물론 58년간 이어져 내려온 원정 경기에서의 무승 기록이 깨졌다고 해서 번리와 같은 약팀에게 올드 트래포드 원정이 쉬워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4-2-3-1 포메이션으로 나올걸로 예상이 되요.”
경기가 시작하기 전.
형민은 이제 슬슬 전통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선수들 대상의 마지막 전술 브리핑을 이어갔다.
“랑닉 감독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아직 레드불 방식의 압박을 온전히 입히지 못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4-2-2-2 포메이션도 실질적으로 현재 시점에는 포기한 것으로 보여지고요.”
형민은 전술판에 놓여진 선수들을 한명씩 가르키면서 상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골키퍼는 당연히 다비드 데 헤아. 수비수는 왼쪽부터 루크 쇼, 라파엘 바란, 해리 매과이어, 그리고 의외로 빅터 린데로프가 나왔어요. 아론 완 비사카나 다른 측면 수비수가 아예 경기 명단에 없는걸 봐서는 다 부상으로 제외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빅터 린데로프는 공격력이 떨어지니까, 측면에서 벌리는건 아마 왼쪽에 집중될 것 같아요.”
형민은 위로 올라갔다.
“중앙 미드필드는 폴 포그바와 스콧 맥토미니인데, 포그바는 전진하고 맥토미니는 수비할거에요. 단순하지요? 그리고 나서 공격진은 4명인데, 최전방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서고, 좌우측에 마커스 래시포드와 안토니 엘랑가.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는 브루노 페르난데스입니다.”
“그럼 페르난데스를 집중적으로 막으면 되나?”
손을 들고 질문한건 주장인 벤 미였다.
선수단이 유심히 경청하는 가운데, 형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이 다양한 선수들이 공격을 전개해줄 수 있는 팀을 상대로 공격형 미드필더를 붙잡고 늘어져봐야 답이 없어요. 오히려···.”
형민은 전술판의 중앙 미드필드 아래쪽을 툭 쳤다.
“니키.”
“…넵!”
자신이 불려질지 몰랐던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깜짝 놀라서 대답했다.
“맥토미니를 확실하게 잡아서 눌러줘.”
“맥토미니를요?”
갑자기 다른 공격적인 선수들을 다 포기하고 상대편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전담하라는 감독의 지시에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그로서는 드물게 반문했다.
다른 선수들도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는 가운데, 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우리가 공격을 전개하다 보면 공을 뺏길거야. 그리고 포그바는 전진하는 경향이 강하니까, 내려와서 공을 전개하기보다는 올라가서 공을 받으려고 하겠지. 공격에 대한 욕심이 많은 친구니까.”
형민은 좌우측 측면 공격수를 표시한 마커 두개를 최전방 공격수로 표시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마커 옆으로 끌어올렸다.
“실질적으로 공격 상황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3-1-3-3 포메이션에 가깝게 변형할 수 밖에 없어. 마커스 래시포드와 안토니 엘랑가 모두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고 중앙으로 몰리니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까지 최전방에는 3명.”
형민은 전술판에서 중앙 미드플더인 포그바를 표시한 마커를 공격형 미드필더인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거의 동일 선상까지 끌어올리고, 왼쪽 수비수인 루크 쇼를 다시 그들과 동일선상으로 끌어올렸다.
“2선에서는 수비에서 올라온 루크 쇼와 브루노 페르난데스, 그리고 포그바까지 또 3명. 심지어 여기에 있는 3명 모두가 1선까지 올라갈 만큼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지. 아니, 루크 쇼를 제외하면 수비에 대한 의식이 없다고 해야 하나?
중앙 미드필드에는 스콧 맥토미니를 표시하는 마크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어쨌든 3선에는 1명 밖에 안 남지. 그러니까 확률적으로 맥토미니를 한번 정도는 거쳐서 공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고, 우리가 거기서 맥토미니를 막으면 패스의 줄기가 끊길거야. 브라우니, 제이콥도 니키랑 같이 맥토미니를 견제하면 되요.”
이해했다는 표정과 함께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형민은 입 안의 침이 마르는 것은 숨기며 엷은 미소를 짓고 라커룸을 둘러보았다.
“자, 그럼 가서 멋진 경기를 보여주자고요!”
전반 5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왼쪽 공격수인 마커스 래시포드가 자신을 지원하기 위해서 올라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왼쪽 수비수 루크 쇼와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전진했다.
공을 가진 마커스 래시포드가 코너플래그 인근에서 번리의 골문을 향해서 돌파를 시작하려는 순간.
번리의 우측 수비수인 맷 로튼이 뻗은 발에 래시포드의 뒷발이 걸리면서 넘어졌다.
주심의 구두 경고와 함께 번리의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간접 프리킥이 주어지는, 대수롭지 않은 상황.
일반적인 코너킥보다 거리만 조금 더 가까울뿐, 실제 각도는 딱히 더 좋을 것도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들도 특별한 기회라고는 생각하지 않은듯, 역습을 대비한 충분한 숫자의 선수들을 뒤에 남겨두고 세트피스에 자신있는 장신의 선수들만 번리의 페널티 박스 안으로 몰려들었다.
“온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형 미드필더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오른발로 찬 공은 부드럽게 휘감기면서 번리의 골박스를 향해서 떠올랐다.
번리의 중앙 수비수 콤비인 제임스 타코우스키와 네이선 콜린스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가장 위협적으로 판단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2대 1로 매달려서 압박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라는 타이틀을 양분하던, 이젠 노장이라는 칭호가 걸맞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자신의 위용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자신에게 달라붙는 번리의 두 중앙 수비수를 모두 떨쳐내고 자신의 장기인 높은 점프와 함께 헤딩골을 넣어버린 것이다.
경악한 번리 수비수들이 황당하는 표정을 지은채 바라보는 가운데, 코너플래그로 달려간 득점자는 트레이드마크 골세레모니와 함께 포효했다.
“골, 골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7번, 바로 그 이름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에 맞춰서 울려퍼진 장내 아나운서의 외침에 홈팬들이 화답하면서 환호했다.
코너플래그로 몰려가서 자축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을 보면서 형민은 혀를 찼지만, 재빨리 표정을 감추고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는 자신의 선수들을 향해서 박수를 치면서 격려했다.
“괜찮아요! 괜찮아! 계획대로 그대로 하면 되요!”
올드 트래포드의 7만여명의 홈팬들이 내지르는 함성에 살짝 억눌린듯한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아서가 형민의 곁으로 다가왔다.
“괜찮을까?”
“어쩔 수 없지요. 들어간건 들어간거니까.”
아서의 우려스러운 말에 형민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자신에게 주어진 패는 별로 없었고, 최선의 선택을 다한 이상 선수들이 잘 수행해줄 것을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밤새도록 깨끗하게 비워진 그의 위는 그의 이성과 감성이 서로 상반된 얘기를 하고 있다고 불평했지만.
전반 5분에 스코어는 벌써 0대 1.
선제골을 넣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은 승기를 굳히기 위해서 덤벼들기 시작했고, 번리 선수들은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엎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매서운 공격에 자신들의 진영에 틀어박힌채 수비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몇번이나 더 코너킥 상황이 주어졌지만, 다행히도 번리의 선수들이 먼저 걷어내는데에 성공하면서 실점은 피하고 있는 상황.
다만 번리는 평소에 자랑하던 전방 압박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채, 자신의 진영에 갇혀서 일방적인 수비를 강요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가온 전반 12분.
마침내 형민과 번리 선수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맹공을 견뎌내고 인내하면서 기다리던 순간이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