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43)
43화: 로즈 더비가 여기서 왜 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아쉽게 역전패를 당하고 나서 4일이 지난 박싱 데이.
분명히 코치진 미팅에서는 12월 초에는 리즈 유나이티드와 사우스햄튼 중 하나만 이기는걸 목표로 하자고 동의를 했었는데···.
지난 6경기 동안 2승 1무 3패로 12월에 치룬 경기에서 반타작도 건지지 못한 성과가 형민의 마음을 조급하게 했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자는 논리를 앞세워서 수석코치인 아서와 피트니스 코치인 파울루 모라오를 설득해서 번리가 낼 수 있는 최선의 선수진으로 출전한 리즈 유나이티드 전.
그러나 경기가 시작한지 18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터프 무어의 테크니컬 에어리어 끝자락에 서서 경기장에 펼쳐지는 광경을 바라보는 형민의 표정에는 충격과 공포가 새겨져 있었다.
“어···이게 비엘사볼인거군요.”
“그렇지. 이게 비엘사볼이지.”
형민 옆에 서서 함께 경기장을 지켜보던 아서가 멍하게 대답했다.
이를 주창하고 처음으로 실현에 옮긴 아르헨티나의 명장 마르셀로 비엘사를 따서 ‘비엘사볼’이라고 불리는 전술.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세계 최고라고 극찬했고, 자신이 지도했던 마우리치오 포체티노, 디에고 시메오네, 마르셀로 가야르도를 비롯해서 수많은 선수들이 감독이 된 다음에 큰 영향을 끼친 전설적인 감독의 전술적 기조였다.
시작할 때의 포메이션은 어떨지 모르지만, 실제 경기 상황에서는 실질적으로 3-3-3-1 포메이션이 펼쳐지고.
모든 선수가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가담하면서 공을 잃을 경우에는 빠르고 강한 전방 압박으로 다시 탈취하고, 탈취한 위치에서 즉시 역습을 전개하는 방식.
선수들 모두가 높은 수준의 전술적인 이해와 팀워크, 그리고 90분 내내 쉬지 않고 진행되는 압박과 역습을 단행할 수 있는 엄청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전술이다.
비엘사 감독 본인은 훈련장에 위치한 자신의 집무실에 침대를 설치하는 것을 요구할 정도로 축구와 분석에 미친듯이 열광적.
몇년 전에 일어난 속칭 ‘스파이게이트’ 사건에서는 챔피언쉽 시절에 상대팀인 더비카운티의 훈련을 염탐하도록 지시한 것이 밝혀져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근데 이를 해명하기 위해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은 6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이 속한 리그의 모든 상대팀에 대해서 수집한 정보의 깊이를 공개하는 정면돌파를 선택해서 자리에 모인 기자들을 경악시키는 동시에 납득시켰다.
단순히 퍼스트팀 뿐만 아니라, 리저브팀과 유스팀의 각 선수에 대해서 경기 스타일, 활동량, 기질, 성향, 각종 지표 및 최근 컨디션 등 인간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아틀레틱 빌바오의 감독이었던 시절, 당시 바르셀로나를 지휘하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비엘사 감독과 만나서 얘기한 다음에 “나보다 우리팀에 대해서 더 많이 안다”라고 감탄과 탄식을 토해냈다.
그렇게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은 명장이 챔피언쉽에서부터 멱살을 잡고 승격시킨 리즈 유나이티드가 형민의 번리를 부수고 있었다.
형민과 아서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듯 옆 팀 벤치를 힐끗 바라보았다.
원정팀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는 플라스틱 양동이처럼 생긴 정체물명의 물건이 거꾸로 뒤집혀 있다.
원래 의자라는게 없는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의자 대용을 가져다놓고 그 위에 태연하게 걸터앉아서 팔짱을 끼고 묵묵히 경기를 지켜보는 트레이닝복 차림의 노년의 감독.
축구계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의 모습을 확인한 형민은 시선을 다시 경기장으로 눈을 돌렸다.
“엘 로코(주: El loco. 스페인어로 미치광이)라고 부르더니…. 정말, 이건 미친 것 같아요.”
“자네는 레드불 출신이잖아. 레드불 시스템은 비엘사의 후계자를 자처하는거 아니었나?”
아서의 비아냥에 형민이 고개를 마구 저었다.
“레드불은 비엘사 감독님이 아니라 랑닉 감독님 쪽이라고요. 그리고 거기도 이렇게까지는 안 한다고요!”
충격과 공포로 바라보는 형민 앞에서 리즈 유나이티드의 필드 선수 10명은 마치 광견처럼 미친듯이 번리 선수들에게 달려들어서 1대 1로 압박을 가했다.
그리고 공을 탈취한 다음에는 갈증으로 사망하기 직전에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람처럼 상대편 골대를 향해 달려가서 슛을 날려댔다.
형민이 지향하는 높은 지점에서의 빠르고 강한 압박, 그리고 빠르고 간결한 역습을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펼치는 리즈 유나이티드.
그 엄청난 운동량을 보면서, 형민은 상대편 골키퍼인 일리얀 멜리에조차도 현재 번리의 어떤 선수보다 더 많은 횟수의 단거리 질주를 반복할 수 있을거라는 데에 자신의 감독직을 걸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리즈의 파상공세 속에서 좌측 측면 공격수인 잭 해리슨에게 한 골을 얻어맞은 번리는 리즈의 압박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허둥대고 있었다.
형민은 경기를 지켜보면서도 상대편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계속 힐끗거렸다.
“비디오로는 몇십번이나 돌려봤는데, 실제로 얻어맞고 있으니 박진감이 장난 아니네요. 근데 비엘사 감독님의 양동이 의자는 저도 정말 갖고 싶은데요? 완전 멋있어 보여요.”
“저게 멋있어 보인다고? 자네의 전술 능력이 미적 감각이랑 비슷한 수준이 아니라서 다행이군.”
아서가 빈정거렸다.
“근데 지금 자네 팀이 정신없이 얻어맞고 있다는 것도 잘 인지하고 있는거지? 자네가 감독이고 내가 수석코치인 바로 그 팀이 말이야.”
아서의 투덜거림에 형민이 고개를 저었다.
“잘 알고 있어요. 근데 지금은 어쩔 수가 없을 것 같아요. 폭풍이 오면 그냥 견뎌야지.”
형민은 아쉬운듯이 허우적거리고 있는 자신의 팀을 바라보았다.
“경기 중간에 큰 폭의 변화를 주기에는 다들 전술에 대한 친숙도가 너무 떨어져요. 그렇다고 여기서 더 물러나면 완전히 잡아먹힐 수 있고요. 어쨌든 90분 내내 이 페이스로 덤비지는 못할테니까, 후반전에 기회를 노려봐야지요.”
“리즈 유나이티드는 평소에도 살인적인 훈련량을 소화시킨다고 해서 정규 훈련을 머더볼(Murderball)이라고 부르는데? ‘그’ 마르셀로 비엘사가 3년이나 심혈을 들여서 키운 리즈 퍼스트팀인데, 90분 정도는 체력이 유지되지 않을까?”
아서의 걱정스러운 질문에 형민이 고개를 저었다.
“저 친구들도 경기 숫자가 만만치 않았어요. 더욱이 저희는 카라바오컵을 후보 중심으로 편성하면서 8강에서 탈락했지만, 저 친구들은 주전급으로 계속 8강과 4강을 치뤘어요.”
번리도 선수층이 앏얐지만, 만만치 않게 소형 구단인 리즈의 얇은 선수층으로 리그와 컵 대회를 병행한다는게 체력에 영향 주지 않을리가 없다.
번리만큼 힘들었던 12월 스케줄을 보낸 리즈 선수들의 체력이 갉혀나갔을 거라고 형민이 예상하는 가운데, 그의 기대보다도 더 이른 시간에 번리의 만회골이 터졌다.
선발로 출전했던 번리의 좌측 공격수 드와이트 맥닐과 우측 공격수 카림 아데예미가 동시에 빠른 속도로 리즈 수비진의 뒷공간을 파고들면서 리즈의 수비진을 좌우로 끌어냈다.
비엘사 감독이 주장하는 1대 1 수비는 누가 누구를 막아야 하는지 명확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자신을 담당한 한 명의 수비수만 피하면 다음으로 견제를 받을 때까지 상당히 오랫동안 열린 공간을 유린당한다는 단점이 있다.
리즈 유나이티드의 좌우측 수비수인 후니오르 피르포와 루크 아일링을 순수한 속도로 각각 벗겨낸 드와이트 맥닐과 카림 아데예미가 빈 공간으로 질주하자,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리즈의 골키퍼 일리얀 멜리에가 빠르게 수비진에게 지시를 내렸다.
“파스칼! 디에고! 좌우로! 칼빈은 가운데로!”
리즈의 중앙 수비수 중 파스칼 스트루윅은 드와이트 맥닐에게, 그리고 다른 중앙 수비수 디에고 요렌테가 카림 아데예미에게 다가가는 순간.
그동안 파스칼 스트루윅의 집요한 수비로 계속 기회가 제한되고 있었던 번리의 중앙 공격수 크리스 우드가 풀려났다.
파스칼 스트루윅 대신 크리스 우드를 제지하기 위해서 지원을 오고 있는 리즈의 수비형 미드필더 칼빈 필립스는 아직 달려오고 있는 상황.
번리의 공격 전개를 담당하고 있는 조시 브라운힐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중앙 미드필드에서 페널티 마크를 목표로 높은 크로스를 날려보냈다.
날아오는 공을 받으면, 다시 180도 회전해야 골문을 바라볼 수 있다.
골문을 등진채 날아오는 공을 침착하게 바라보던 번리의 장신 공격수는 상대편 골키퍼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리에 빠르게 마음을 굳히고, 공이 날아오는 타이밍에 맞춰서 높이 뛰어올랐다.
아직 상대팀 골키퍼는 공을 펀칭하거나 자신을 방해할 만큼 가까이 다가오지 못했다.
나머지 리즈의 수비수들과 미드필더들은 크리스 우드가 번리의 다른 선수들에게 헤딩으로 패스를 연결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서 그에게 다가오지 않고 각자가 맡고 있는 번리의 선수를 견제한다.
그렇게 번리의 전술적인 움직임을 통해서 자유를 획득한 번리의 장신 공격수 크리스 우드는 그대로 고개를 뒤로 꺾어서 헤딩으로 공을 자신의 뒤로 보내버렸다.
“으악!”
앞으로 뛰쳐나가다가 역동작에 걸린 리즈의 골키퍼 일리얀 멜리에가 당황스러운 외침과 함께 펄쩍 뛰어올랐지만, 크리스 우드라는 징검다리를 거쳐간 공은 다시 두번째로 부드러운 아치를 그리면서 골키퍼가 힘껏 뻗은 손끝을 넘어서 골문 속으로 사라졌다.
“으아아아아!”
전반기 19경기 동안 15번째 골을 넣은 크리스 우드가 코너플래그로 달려가서 홈팬들을 향해서 포효하는 가운데, 형민이 아서를 얼싸 안으면서 기뻐했다.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동점골을 넣었다는 기쁨도 잠시.
실점 이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비엘사 감독이 자신의 선수들에게 손짓발짓을 동원하면서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재개된 경기.
리즈 유나이티드는 이전의 맹렬한 속도감에서 한 템포 더 속도를 올려서 번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저기서 속도가 더 올라간다고?!”
형민과 아서가 경악하는 사이, 1대 1로 전원 압박을 당하기 시작한 번리는 순식간에 공을 빼앗기고 역습까지 이어지는 위기가 반복되기 시작했다.
결국 만회골을 넣은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리즈의 스페인 출신 공격수 로드리고가 번리의 중앙 수비수인 벤 미와 제임스 타코우스키 사이에 오가던 패스를 탈취.
가볍게 골까지 성공시키면서 다시 스코어라인을 2대 1로 벌렸다.
이제 득점을 했으니 만족했다면 좋으련만, 비엘사볼 특유의 쉬지 않고 몰아치는 압박의 향연을 보면서, 형민와 아서는 전반적 동안 더 이상 점수가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두들겨맞으면서도 더 이상의 실점을 하지 않은건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후, 이를 만회하려는듯 수비에서 몸을 날리면서 맹활약한 벤 미와 제임스 타코우스키 덕분.
하지만 후반전의 전술 변화를 위해서 라커룸에 서둘러서 들어간 형민이 전달받은건 예상하지 못한 나쁜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