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53)
53화: 대승과 대혈전
선수 영입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던, 시간은 계속 흐르고 리그 경기는 진행되어야 한다.
케임브릿지를 상대로 FA컵에서 승리를 거둔 번리는 런던의 명문 웨스트햄의 홈구장 런던 스타디움에 원정경기를 위해 도착했다.
1895년에 템스 철강 풋볼 클럽으로 창단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풋볼 클럽은 원래 동런던에 위치한 업튼파크를 홈구장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재정 확충을 위해 2016년에 홈구장인 업튼파크를 재개발 업체에게 매각하고, 2012 런던 올림픽을 위해서 지어진 올림픽 스타디움을 새로운 홈구장으로 삼으면서 런던 스타디움으로 명명.
약 57,000석을 자랑하는 런던 스타디움은 전반기에 자신들에게 2대 0의 패배를 안겨준 번리에게 설욕할 기대감에 가득찬 홈팬들로 가득 차서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홈팬들의 기대에 부합해야 하는 웨스트햄의 선수단을 지휘하는 것은 스코틀랜드 국적의 베테랑 감독 데이비드 모예스다.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에버튼을 지휘하던 시절, 옆 동네의 리버풀과 마찬가지로 영광의 시절을 뒤로 한채 중위권에 머무르던 팀을 유럽 대항전 진출권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이었다.
무려 11년을 에버튼에서 보내면서 선수 발굴과 육성, 그리고 전술에 탁월한 능력을 선보였다는 평가와 함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전설적인 커리어를 쌓은 알렉스 퍼거슨 경이 은퇴하면서 직접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
그러나 프리미어 리그 중위권에서 최상위권 구단으로 뛰어오른 부담인지, 아니면 전설적인 감독을 대체하면서 라커룸 장악에 실패했는지.
정확한 원인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직전 시즌에 우승팀을 지휘한 첫 시즌에 4월까지 7위라는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는 1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10개월만에 경질됐다.
그후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의 레알 소시에다드나 프리미어 리그의 선덜랜드와 같은 팀들을 맡았지만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경질을 반복.
그렇게 한물간 감독이라는 평가 속에 휴식기를 가지던 가운데, 기존 감독인 슬라벤 빌리치를 2017/18 시즌 중에 경질하고 강등권에서 자신들을 탈출시켜줄 감독을 급하게 찾던 웨스트햄에 시즌 말까지의 단기 계약으로 부임했다.
모예스 감독은 11월에 부임한 후 잔여 시즌 동안 웨스트햄을 강등에서 구원하면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더 높은 성적을 더 빨리 거두기를 원한 구단 수뇌부는 그와의 계약 갱신을 거부하고 레알 마드리드를 거쳐서 맨체스터 시티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을 2018년 여름에 신임 감독으로 선임하면서 모예스 감독은 팽 당했다.
그러나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은 2019년 12월까지 17위를 기록.
강등권과는 단 1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팀을 남겨둔채 2시즌도 안 되서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면서 우습게도 다시 복귀.
그리고 강등권에서 탈출한 2019/20 시즌 이후 2020/21 시즌에는 웨스트햄 역사상 최다 승점을 기록하면서 6위를 차지.
이렇게 중위권과 강등권을 마구 오가던 웨스트햄을 유럽 대항전 출전권이 걸린 6위권까지 끌어올리면서 평론가들에 의해서 레스터와 함께 소위 빅6 클럽에 대항할 수 있는 후보로 꼽혔다.
평론가들이 평가하는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지휘 하의 웨스트햄 선수단의 핵심은 바로 데클란 라이스.
데클란 라이스는 첼시 유소년 출신이지만, 체구가 너무 작다는 이유로 14살에 방출된 후 런던의 라이벌 구단인 웨스트햄에 유소년으로 재입단했다.
그 후 무럭무럭 성장하면서 웨스트햄 퍼스트팀에서 17살에 데뷔전을 치룬 후, 팀의 핵심으로 자리잡았을 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전 미드필더의 위치를 확고하게 굳히고 있다.
첼시의 육성 프로그램 총책임자가 땅을 치면서 후회했다는 일설이 있을 정도로, 중앙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그리고 심지어 중앙 수비수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하면서도 투쟁심과 체력, 그리고 기술력까지 겸비한 선수였다.
이런 웨스트햄을 원정경기에서 맞아서 형민은 전반기 동안 번리의 베스트 일레븐에서 한니발 메이브리만 제이콥 램지로 교체하고 그대로 선수단을 출전시켰다.
골키퍼는 닉 포프.
수비수는 맷 로튼, 제임스 타코우스키, 벤 미, 찰리 테일러.
미드필드에는 수비형 미드필드에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선 가운데 중앙 미드필더로 조시 브라운힐과 제이콥 램지.
공격수에는 크리스 우드가 이적한 가운데 제이 로드리게즈를 중심으로 좌우에 각각 드와이트 맥닐과 카림 아데예미.
그리고 FA컵에서 결장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2주간의 휴식을 만끽한 번리의 주전들은 설욕을 꿈꾸며 최상의 라인업을 선보인 웨스트햄을 처절하게 분쇄했다.
경기 전.
컵대회 경기도 아닌데 한니발 메이브리를 벤치에 앉히고 그를 선발로 발탁한 감독이 불안함에 다리를 떨면서 라커룸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는 제이콥 램지에게 다가왔다.
“여어, 제이콥.”
“네, 감독님!”
언제나와 같이 똑바른 제이콥 램지의 대답에 그의 주변에 앉아 있던 번리의 다른 선수들, 특히 베테랑들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제이콥, 첫 선발 출전도 아닌데 그렇게 떨지 말라고!”
누군가 라커룸 건너편에서 소리쳤지만, 그에 동의하는 여러 목소리들에도 불구하고 제이콥 램지는 떨리는 다리를 멈추지 못했다.
“근데 한니발이 부상이거나 출전 금지도 아닌데 선발 출전하는건 처음이잖아요.”
불안해하는 제이콥 램지의 어깨 위에 따뜻한 손이 내려앉았다.
“제이콥, 이전에 내가 했던 얘기를 기억해?”
“어떤 얘기요?”
어리둥절하는 표정을 짓는 젊은 미드필더에게 형민은 피식 웃었다.
“왜 있잖아. 뉴캐슬에서 내가 너를 교체투입하면서 했던 얘기.”
“뉴캐슬이요? 아···!”
자신에게 부족한건 자신감 뿐이라고 말해준 감독.
그 경기에서 제이콥 램지는 교체 투입되면서 후반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넣었다.
젊은 동양인 감독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제이콥 램지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내가 생각한 최선의 라인업을 뽑았어. 이기고 지는건 내가 책임을 질테니까, 너는 가서 너의 경기를 펼치면 돼.”
“제 경기를 펼쳐라.”
“그리고 내가 확신하는게 한가지 있는데 말이야···.”
말을 흐리는 감독을 제이콥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바라보았다.
그런 제이콥에게 형민은 다시 씩 웃어보였다.
“…다른건 몰라도, 네가 오늘 데클란 라이스를 씹어먹을거라는건 확신해.”
“…데클란 라이스를 씹어먹는다. 데클란 라이스를 씹어먹는다.”
킥오프를 기다리면서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는 제이콥 램지에게 선발 출전한 조시 브라운힐이 다가왔다.
“야, 뭐하냐?”
시선을 조시 브라운힐에게 돌린 제이콥 램지가 중얼거렸다.
“…데클란 라이스를 씹어먹는다. 데클란 라이스를 씹어먹는다. 데클란 라이스를 씹어먹는다.”
“…이 자식, 미쳤나봐!”
조시 브라운힐이 기겁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경악한 동료가 주심과 대기심, 아니면 팀닥터 중에 누구를 불러와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홈팀의 킥오프로 시작되는 경기를 바라보는 제이콥 램지의 눈이 빛났다.
“데클란 라이스. 씹어먹는다!”
[아··· 골! 또 골입니다! 후반 89분, 제이콥 램지가 자신의 두번째 골을 넣습니다!] [이걸로 번리는 네번째 골을 넣는데요. 홈팬들이 아까 세번째 골을 넣은 다음부터 이탈하는 조짐이 있었지만, 이제는 단체로 출구를 향해서 떠나가고 있습니다.]캐스터의 탄식을 해설자가 받았다.
[오늘 제이콥 램지가 맹활약하고 있는데요. 번리의 김 감독이 한니발 메이브리와 니코 곤잘레스를 모두 벤치에 앉히고 그를 선발 출전시켰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캐스터의 평가와 함께 두 사람은 화면에서 천천히 재생되는 골 장면을 설명했다.
[3골이나 먹힌 웨스트햄 선수들이 만회골을 하나라도 넣기 위해서 전방으로 너무 전개가 되어 있었는데요. 공격을 위해서 웨스트햄의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모두 번리쪽 진영으로 넘어가 있는 사이에 번리의 중앙 수비수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웨스트햄의 중앙 공격수 미카일 안토니오로부터 공을 탈취한 다음에 단번에 웨스트햄의 골문 앞으로 연결했습니다.]전체적인 역습 상황의 배경을 해설자가 설명하자, 캐스터가 그의 말을 이어받았다.
[거기서 번리의 중앙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제이 로드리게즈가 웨스트햄의 오른쪽 수비수 커트 조우마의 견제를 뿌리치고 헤딩으로 공을 뒤로 떨궈줬는데요. 번리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제이콥 램지가 공을 향해서 달려가는 웨스트햄의 수비수 2명보다 앞서서 공에 도달해서 단번에 발리 슈팅을 때립니다.]젊은 미드필더의 강렬한 슈팅에 감탄하는 해설자.
[아···. 이건 솔직히 우카시 파비안스키 골키퍼가 전혀 손을 쓸 수 없었어요. 붕 떠오르면서 골대의 우측 상단 코너에 꽂혔는데, 저기 골네트가 출렁이는 것 좀 보세요.] [오늘 김 감독이 제이콥 램지를 통해서 웨스트햄의 포백 중 왼쪽 중앙 수비수로 나온 데클란 라이스와 왼쪽 수비수로 나온 레뱅 쿠르자와 사이를 집중적으로 공략한게 주효했는데요. 두 선수 모두 제이콥 램지를 제어하는데 완벽하게 실패하면서 최악의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제이콥 램지! 간만에 선발 출전한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2골 2어시스트로 킹 오브 더 매치는 당연하고, 이번주 최고의 선수로 꼽힐만 합니다!]코너플래그에 모여서 골세레모니와 함께 환호하는 번리의 선수들을 비추는 가운데, 캐스터가 귀를 기울이는 시늉을 했다.
[홈팬들이 참담한 침묵 속에 잠겼는데요. 2천여명도 안 되는 번리의 팬들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립니다.]캐스터와 해설자가 웨스트햄이 홈구장에서 겪는 처참한 대패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가운데.
흥이 오를대로 오른 번리의 팬들은 오랜만에 겪는 대승에 전반전에 2골을 넣은 베테랑 공격수 제이 로드리게즈도, 전반전의 2어시스트에 이어서 후반전에 2골을 넣은 젊은 임대생 제이콥 램지도 아닌 그들의 젊은 감독을 향한 응원가를 소리높여 부르고 있었다.
“Welcome! Welcome to the Jungle! (환영해! 정글에 온 것을 환영해!)”
“Kim’s got fun and games! (김이 너를 즐겁게 해줄꺼야!)”
“Kim’s got everything you want honey! (김은 니가 원하는 모든걸 갖고 있지!)”
“Kim knows the names! (김은 인싸들도 다 알고 있지!)”
“In the jungle, welcome to the jungle! (정글에! 정글에 온 것을 환영해!)”
“Watch it bring you to your shaking knees! (너의 떨리는 무릎이 꿇려지는걸 지켜봐!)”
(*Guns & Roses의 “Welcome to the Jungle” 중)
원정팬들의 노랫소리가 홈팬들의 정적 속에서 울려퍼지는 가운데, 형민이 뒷머리를 글적이면서 아서를 돌아보았다.
“저 노래는 들어도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네요.”
“흐흐흐. 하지만 불러주면 기분이 좋지?”
“음···. 그건 그래요. 쑥스러운데 기분이 좋은?”
원정팬들과 동료들과 함께 득점의 기쁨을 나누고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가던 제이콥 램지의 눈에 팬들을 향해서 쑥스러운듯이 살짝 손을 흔들어보이는 젊은 감독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