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54)
54화: 대승과 대혈전
전반기에 명경기 한번, 지루한 경기 한번.
팬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했던 번리와 토트넘이 프리미어 리그 23라운드를 맞아서 번리의 홈구장인 터프 무어에서 맞상대하고 있었다.
토트넘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도입한 3백 중심의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가운데, 번리는 평소의 4-3-3 포메이션으로 이를 맞이했다.
토트넘은 휴고 로리스 골키퍼 위에 크리스티안 로메로, 에릭 다이어, 그리고 벤 데이비스가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도열.
그 위에 미드필드는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와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유벤투스로부터 임대된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서고 오른쪽과 왼쪽 윙백에는 각각 맷 도허티와 세르히오 레길론이 배치.
공격진은 해리 케인을 중심으로 우측에는 루카스 모우라, 왼쪽에서는 손흥민이었다.
반면에 번리는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가벼운 부상으로 결장한 가운데, 골키퍼 닉 포프 위에 오른쪽부터 맷 로튼, 오스카 밍게자, 벤 미, 그리고 찰리 테일러가 배치.
미드필드는 니콜라스 세이왈드, 니코 곤잘레스와 조시 브라운힐의 조합.
그리고 공격진은 아직도 크리스 우드의 이적 공백이 큰 가운데, 오른쪽부터 카림 아데예미, 제이 로드리게즈, 그리고 드와이트 맥닐이 나란히 섰다.
그리고 경기를 시작하기 전.
홈팀의 라커룸에 모인 번리의 선수들은 감독의 마지막 전술 지시를 경청했다.
“전반기에 상대해봐서 다들 알겠지만, 토트넘은 상당히 까다로운 팀이에요. 더욱이 콘테 감독이 그 후로 몇개월이나 더 지휘하면서 자신의 전술을 많이 씌웠기 때문에 색채가 더 선명하게 드러날거에요.”
긴장어린 표정의 번리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호이비에르가 그런 어이없는 장거리 슈팅을 날리거나 페이크 패스를 하지는 않을테니까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라커룸에 낮게 웃음이 흐르면서 긴장감이 살짝 낮아졌다.
가벼운 농담으로 긴장감을 조금 완화시킨 형민은 선수들의 얼굴에 도는 웃음기를 다행스럽게 바라보면서 지시를 계속했다.
“오늘은 미드필드에서 싸움이 핵심입니다. 어차피 상대편은 3백으로 나왔고, 필요하면 윙백들도 불러들여서 지킬 수 있기 때문에 5명까지 수비진을 구성할 수 있어요. 페널티 박스 안에 상대편 수비수가 최소 3명에서 5명까지 늘어나는데 거기에 저희가 들이대봤자 뚫기가 거의 불가능할거에요.”
형민은 자신의 뒤에 세워진 전술판을 가르켰다.
“그래서 오늘 미드필드 구성은 니코랑 브라우니, 그리고 니키입니다.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직접 침투하려고 하지 말고, 외곽에서 패스로 뚫어주세요. 특히 니코랑 브라우니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필요하면 중거리 슈팅을 많이 날려서 상대편 수비수들을 밖으로 끌어내세요. 그리고 니키.”
“넵!”
“오늘 니키는 상대편 페널티 박스 안에 진입할 생각은 하지 말고, 우리 페널티 박스와 상대편 페널티 박스 사이 공간을 점유해줘. 호이비에르와 벤탄쿠르 모두 활동량이 많고 충분히 전투적이기 때문에, 그들을 제압하는게 핵심이야.”
“알겠습니다.”
젊은 미드필더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형민은 마지막으로 수비진으로 눈을 돌렸다.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몸을 푸는 가운데 갑자기 근육 통증을 호소하면서 오스카 밍게자가 급하게 대체투입되었다.
제임스 타코우스키의 부상 정도도, 한번도 발을 맞춰보지 못한 벤 미와 오스카 밍게자를 토트넘의 해리 케인과 손흥민을 상대로 선발 투입하는 것도 모두 불안했다.
차라리 네이선 콜린스를 오스카 밍게자 대신 투입하는게 나았을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네이선은 오스카만큼 패싱 능력이 없었고, 네이선 콜린스와 벤 미로 중앙 수비수를 구성하면 수비진영에서 전방으로 공을 전개해줄 선수가 하나도 없게 된다.
이미 늦었지만, 마지막으로 드는 회의감과 위액이 역류하는 듯한 느낌을 애써 무시하면서 형민은 평소와 같은 표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토트넘이 그동안 수비가 엉망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승점을 쌓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해리 케인이랑 손흥민이 이루는 공격진의 위력 때문이에요. 해리 케인은 모든게 가능한 파워풀한 만능형 공격수이고, 손흥민은 발도 빠른데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기 때문에 각도를 제한하는게 쉽지 않을거에요. 거기다 루카스 모우라도 최근에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요.”
긴장한 표정의 오스카 밍게자가 집중하는 표정의 베테랑 수비수들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찰리랑 맷은 공격에 가담하는 것보다는 상대편 윙백들을 제어하는데에 신경을 더 써주세요. 그리고 당연히 그때그때 상황이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벤이 해리 케인을, 오스카가 손흥민을 막는 구조로 가는겁니다.”
몸싸움도 가능한 상대편의 중앙 공격수는 투쟁심이 좋은 벤 미가 막아내고, 발이 빠른 손흥민은 수비수 중에서 발이 가장 빠른 오스카 밍게자가 막는다.
이론적으로는 좋은데, 그러면 한 사람이 비지 않나?
선수들이 물어보기 전에 형민이 먼저 대답했다.
“그러면 루카스 모우라가 비게 되지요. 알아요. 그렇기 때문에 니코는 우리 공격 상황에서도 전방으로 너무 깊게 들어가지 마세요. 토트넘의 공격이 전개되면 루카스 모우라는 기본적으로 니코가 막는겁니다.”
이렇게 되면 역습 상황에서 수비 진영까지 달려와야 하는 니코 곤잘레스의 활동량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지만, 니콜라스 세이왈드를 더 수비적으로 끌어내리면 토트넘의 중앙 미드필더인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와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풀려난다.
지난 한 주간 코치진과 분석진과 함께 수없이 비디오를 돌려보면서 세운 방안.
가뜩이나 공은 둥글어서 변수가 많은데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핵심 수비수가 실려나가는 사태를 겪었지만, 형민은 애써 태연한 얼굴로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의 선수단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상대편에 대한 대응은 상대편에 대한 대응이고, 가장 중요한건···.”
선수들이 집중을 유도하기 위해서 살짝 낮아지는 감독의 말을 듣기 위해서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우리의 경기를 하는거에요. 우리는 번리 풋볼 클럽이에요. 그리고 여기는 우리의 홈구장, 터프 무어입니다. 이제 나가서 우리를 응원하기 위해서 모인 팬들을 위해서 상대팀에게 본 때를 보여주자고요!”
“…좋아!”
“…한번 해보자고!”
평소와는 달리 강한 힘이 실린 감독의 독려에 선수들에게서 굳은 결의를 담은 외침이 터져나왔다.
자신을 향해서 고개를 끄덕이는 감독에게 살짝 목례를 한 주장 벤 미가 일어나서 선수단을 둘러보았다.
“자, 그럼 이제 나가서 런던에서 온 신사넘들에게 번리 시골구석 촌넘들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자고! For ever and ever(영원히 영원히)! 우리가 누구지?”
“We are Burnley(우리는 번리)!”
***
No one likes us (아무도 우릴 좋아하지 않아)
No one likes us (아무도 우릴 좋아하지 않아)
No one likes us (아무도 우릴 좋아하지 않아)
We don’t care (우린 신경쓰지 않아)
We are Burnley (우린 번리니까)
Super Burnley (슈퍼 번리니까)
We are Burnley (우린 번리니까)
From the Moor (수렁에서 왔으니까)
번리 팬들이 우렁차게 응원가를 부르는 가운데, 그동안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시스템에 제대로 적응한 토트넘 선수들이었지만 주장 벤 미의 말대로인지 시골구석 촌놈들의 홈구장에 와서는 경기 초반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한 직후.
번리와 토트넘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하프라인을 중심으로 전후 15미터에 필드 플레이어들 전원이 몰려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시위를 벌였다.
미드필드에서 공을 뺏고 뺏기고 또 다시 뺏기고.
그런 미드필더들을 지원하기 위한 수비수들과 공격수들까지 몰려들면서 좌우로 50미터, 위아래로 30미터로 전체 경기장의 3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작은 공간에 20명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자들이 공과 서로를 향해서 발길질을 하거나 부딪쳤다.
그러다가 공이 빠져나가면 선수들이 우르르 위아래로 몰려가면서 한두번 정도 상대편 진영에 대한 공격을 시도.
그렇게 경기가 시작한 다음 서로 간만 보고 있을 시점인 전반 7분.
번리가 첫번째 균열을 만들어냈다.
토트넘의 중앙 수비수 3명을 번리의 공격수 3명이 압박하고, 양쪽 윙백은 번리의 양쪽 측면 수비수들이 올라와서 압박을 하고 있는 상황.
번리의 우측 공격수 카림 아데예미의 압박을 간신히 회피한 토트넘의 중앙 수비수 중 왼쪽을 담당하던 벤 데이비스가 미드필드를 향해서 패스를 보냈다.
다만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중 정확하게 누구한테 보냈는지 살짝 애매한 패스의 궤도에 두 선수 모두 움찔하는 사이.
호시탐탐 상대편 공격 흐름을 끊어낼 기회를 노리던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재빨리 달려가서 공을 탈취했다.
여기까지는 경기가 시작한 이후 계속 반복되던 상황.
공을 다시 빼앗기 위해서 토트넘의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달려들어서 압박을 시도하는 가운데, 토트넘의 수비수들은 페널티 박스 경계선 상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굳혔다.
형민이 지적한대로, 개인 기량도 훌륭한데 5명이 유연하게 동시에 일자 수비를 펼치거나 페널티 박스 안으로 후퇴할 수 있는 토트넘의 수비진.
그러나 니콜라스 세이왈드로부터 패스를 받아든 니코 곤잘레스는 토트넘의 왼쪽 윙백 세르히오 레길론과 중앙 수비수 벤 데이비스 사이 공간으로 침투를 시도하는 카림 아데예미에게 절묘한 롱패스를 보냈다.
“카림!”
“지원해줘!”
니코 곤잘레스가 보낸 단 한번의 패스로 일자 수비가 완전히 뚫려버린 가운데, 카림 아데예미에게 달라붙으면서 세르히오 레길론이 지원을 요청했다.
“반대쪽도 조심해!”
상황을 지켜보던 토트넘의 골키퍼 휴고 로리스가 수비수들에게 섣부른 움직임에 대해서 경고한다.
그의 경고대로, 세르히오 레길론의 요청을 받은 벤 데이비스가 페널티 박스 왼쪽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반대쪽에서는 번리의 측면 공격수 드와이트 맥닐이 침투하려는 움직임을 가져가려고 하고 있었다.
따라서 토트넘의 오른쪽 윙백 맷 도허티와 그 근처에서 대기하던 중앙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그쪽으로 움직이고.
결국 토트넘의 페널티 박스 중앙에는 에릭 다이어만 남으면서 수비가 헐거워졌다.
그리고 그런 에릭 다이어에게는 번리의 중앙 공격수 제이 로드리게즈가 달라붙어서 역으로 압박과 견제를 하는 가운데, 어느새 다가온 토트넘의 수비수 2명에게 진로가 가로막힌 카림 아데예미가 몸을 돌려서 페널티 아크 방향으로 백패스를 보냈다.
이미 그곳으로는 허겁지겁 수비진으로 복귀하는 토트넘의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그리고 공격에 가담하려는 번리의 조시 브라운힐과 니콜라스 세이왈드에 니코 곤잘레스까지 모두 달려가고 있는 상황.
그러나 일시적으로 3대 2의 우위를 가져간 번리의 선수들은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조시 브라운힐이 어깨싸움을 걸면서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를 일시적으로 지연시키는데에 성공.
니코 곤잘레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니코! 가!”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의 건장한 체구와 충돌하면서 바닥에 나뒹굴었지만, 대신 동료에게 소중한 0.5초 정도의 시간을 확보해준 조시 브라운힐이 잔다 위에 쓰러진채 외쳤다.
한 호흡도 안 될 시간이지만, 완벽하게 자유로운 상태에서 찬스를 맞은 니코 곤잘레스.
바르셀로나가 애지중지하는 젊은 미드필더는 숨을 멈추고는 자신에게 굴러오는 공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오른발을 휘둘렀다.
이건 제대로 맞았다.
공이 발에 맞는 순간, 확신을 가진 니코 곤잘레스는 양 팔을 들어올렸고, 그의 움직임에 홀린듯이 지켜보던 관중들도 일제히 기립했다.
잔디에서 반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채, 그러나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과 같은 궤도를 그리며 맹렬히 날아간 공은 토트넘의 골키퍼 휴고 로리스가 필사적으로 뻗는 손 끝을 여유롭게 피하면서 골문의 오른쪽 상단 코너를 통과했다.
“으아아아아!!!”
찢어질듯이 출렁이는 골네트에 터프 무어는 홈팬들의 환호로 들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