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59)
59화: 다시 한번 리즈 시절
현재까지는 전술이 먹히고 있다.
형민은 경기장을 바라보면서 사이드라인을 따라서 테크니컬 에어리어 안에서 오르락내리락 걸었다.
리즈가 자랑하는 강력한 압박과 빠른 역습은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하다.
단점 중 하나는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빠른 역습을 날려서 바로 골이 들어간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상대편에게 다시 공격권을 재빨리 헌납하는 형태가 된다.
그리고 오늘 형민이 노리는 공략점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번리의 골키퍼 닉 포프와 노련한 수비진이 단단하게 후방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리즈의 공격을 차단하면 미드필더 니코 곤잘레스를 통해서 공격 작업을 진행한다.
공을 지속적으로 소유한채 좁은 공간에서 계속 패스를 주고받는 번리 선수들의 움직임에 리즈는 어쩔 수 없이 진영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리즈의 미드필더 마테우스 클리흐 혼자서 니코 곤잘레스를 멈출 수 없자, 같이 선발 출전한 스튜어트 댈러스가 압박을 시도했다.
그렇지만 니콜라스 세이왈드, 조시 브라운힐, 그리고 니코 곤잘레스까지 3명이서 계속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번리의 미드필드는 2명의 압박으로는 공을 뺐기지 않았다.
결국 보다 못한 리즈의 수비형 미드필더 칼빈 필립스까지 압박에 가담했지만, 번리는 수비수이든 공격수이든 한 명이 더 다가와서 삼각형을 사각형으로 변화시키면서 숫적 우위를 유지했다.
그렇게 리즈 선수 한명씩 중앙으로 끌려들어오고, 전방에서 번리의 공격수들이 느끼는 압박이 점점 더 느슨해지던 전반 20분.
중앙 미드필드에서 번리의 공격 흐름을 조율하던 니코 곤잘레스가 번리의 공격 템포를 갑자기 느리고 여유로운 아다지오에서 빠르고 화려한 알레그로로 급변시켰다.
“드와이티!”
이전과 똑같은 왼손, 그리고 똑같은 외침.
이미 몇번이나 당한 리즈의 선수들이 꼼짝도 하지 않는 가운데, 마침내 늑대를 불러들이는 데에 성공한 양치기 소년은 오른발을 휘둘러서 경기장 전체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패스를 날렸다.
본인조차도 언제 공격이 전개될지 모르는 가운데 전반 내내 성실하게 왼쪽에서 침투 움직임을 반복했던 번리의 왼쪽 공격수 드와이트 맥닐은 마침내 자신의 인내심에 보답을 받았다.
달려가는 그의 앞으로 잔디 위에 부드럽게 깔리는 공이 도착하고, 그의 앞을 가로막았어야 하는 리즈의 오른쪽 수비수 루크 아일링과 중앙 수비수 콤비인 디에고 요렌테와 파스칼 스트루윅까지 모두 양치기 소년의 피리소리에 이끌려서 미드필드로 올라가 있는 상황.
무주공산의 공간에서 리즈의 젊은 골키퍼 일리얀 멜리에를 상대하게 된 드와이트 맥닐은 자기도 모르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연습경기에서도 이 정도로 텅 빈 페널티 박스를 경험하기 쉽지 않다.
유유히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드리블을 치면서 진입하는 자신을 가로막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달려나오면서 몸을 날리는 골키퍼 일리얀 멜리에는 자신의 오른발 바깥쪽으로 공을 오른쪽으로 쓱 밀어넣으면서 가볍게 제치고.
절망적인 표정을 짓는 상대편 골키퍼를 뛰어넘은 다음, 옆으로 살짝 흐른 공을 쫓아가는 와중에 고개를 돌려서 뒤에서 필사적으로 달려오는 리즈의 수비수들까지 한번 쓱 둘러보고.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아예 느긋하게 골문까지 공을 몰고 들어가서 가볍게 차 넣어서 확인사살을 날려주었다.
“으아아아!!!”
원정팬들을 향해서 양 팔을 벌리고 함성을 지르는 드와이트 맥닐을 향해 번리 선수단의 절반이 달려갔고.
나머지 절반은 미드필드에 서서 자신의 패스가 낳은 결과를 만족스럽게 감상하던 니코 곤잘레스를 덮쳤다.
“으하하하! 이 꼬마 자식, 잘했어!”
자기보다 키가 더 큰 유망주의 위에 뛰어오르면서 주장 벤 미가 외쳤다.
니코 곤잘레스가 피식 웃음을 짓는 가운데, 번리의 선수들이 야유를 보내는 홈팬들에게 주먹을 들어보이면서 환호를 질렀다.
하지만 리즈는 만만하지 않았다.
12월과 1월 동안 혈투를 많이 벌였다는건, 그만큼 혈투를 뚫고 나가는 경험과 뚝심도 많이 축적되었다는 것.
거기에 감독이 전술적인 변화는 1도 주지 않을거라는게 오히려 선수들에게 믿음을 부여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기고 있거나 지고 있거나.
비엘사 감독님의 전술을 일관적이다.
그렇게 리즈의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반복한 역습으로 마침내 골을 넣는데 성공했다.
“골! 리즈의 동점골입니다! 더 화이츠의 20번, 다니엘~ 제임스~!!!”
“으아아아!!!”
아나운서의 외침에 관중들이 화답했다.
리즈의 역습 패턴은 명확하다.
전면 압박을 통해서 공을 탈취하는 순간, 약속된 플레이로 선수들이 공격을 전개하기 위해서 전방으로 침투한다.
이번에는 패스를 받은 번리의 중앙 공격수 제이 로드리게즈가 니코 곤잘레스에게 공을 돌려주는 타이밍이 반박자 정도 늦은게 실책.
사실 실책이라고 부르기도 힘들만큼 리즈 선수들의 압박이 훌륭했다.
공을 빼앗은 리즈의 중앙 수비수 파스칼 스트루윅은 바로 중앙 미드필더인 마테우스 클리히에게 패스를 연결.
그리고 마테우스 클리히는 이미 최전방으로 달려가고 있는 측면 공격수 다니엘 제임스에게 패스.
스완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거쳐서 마침내 리즈에 도착한 웨일즈 국적의 젊은 공격수는 자신의 빠른 발을 이용해서 번리의 진영을 순식간에 주파하고는 달려오던 기세 그대로 슈팅을 날렸다.
번리의 골키퍼 닉 포프가 애써 팔을 뻗어보았지만 왼쪽으로 부드럽게 휘어지는 오른발 슛을 막기에는 부족.
형민이 안타까움에 혀를 차는 가운데, 아서가 그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할꺼야?”
“어떻게 하긴요. 그대로 가야지요.”
“괜찮을까?”
관중들과 함께 자축하는 리즈의 선수들과, 아쉬움에 고개를 흔드는 번리의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아서가 물었다.
“괜찮을거에요. 그리고 이번에는 저희가 선제골을 넣었잖아요? 이렇게 하나씩 시도하면서 늘려가보는 거지요.”
아서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형민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저를 보세요?”
“자네, 여유가 좀 생겼는걸?”
“제가요?”
물론 아직은 풋내기 냄새가 풀풀 나지만.
아서는 씩 웃으면서 몸을 돌렸다.
“아니, 아서! 말을 했으면 설명을 하고 가야지요!”
“난 아무 말 안 했는데?”
“저는 분명히 들었는데요? 아서?! 아오!”
***
마침내 1월의 마지막 경기가 끝난 시점.
번리는 1월 한달 동안에 무려 3승 2무, 그것도 프리미어 리그에서만 2승 2무를 거두면서 승점 8점을 획득하는 데에 성공했다.
전반기에 진행된 20경기 동안에 쌓아올린 승점 36점과 합하면 총 44점.
천재지변급 이변이 없는 이상 프리미어 리그 잔류가 확정된 번리의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에는 알게 모르게 안도감과 탈력감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24시간의 사전 경고도 없이 뉴욕에서 번리까지 날아와서 몇개월 동안 단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구단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뛰어다니던 헬레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반 직원들은 모두 휴일이고, 코치진과 선수단도 오전의 회복 훈련이 끝난 다음에 사라져서 정적이 감도는 구단 사무실.
호텔방보다는 100배는 더 편한 집무실 소파에 쓰러져서 오전부터 정신없이 잠 들었던 헬레나가 마침내 집무실 문을 열고 부시시해진 머리를 긁적이면서 걸어나왔다.
영국 북서부의 짧은 겨울해가 벌써 지려고 하는 무렵.
그녀의 방 말고 불빛이 흘러나오는 유일한 집무실이 누구의 것인지는 확인할 필요조차 없었다.
“뭐에요. 오늘도 야근인가요? 그런다고 야근 수당 같은거 안 줘요.”
“어···. 프리미어 리그 감독은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하는게 아닌걸로 알고 있는데요?”
당황한 와중에 튀어나온 나름 순발력 있는 형민의 대답에 헬레나는 피식 웃었다.
“대답치고 나쁘지는 않네요. 제가 계약서를 작성한 상대방이었다는 점만 빼면요.”
“그런가요?”
들어오라는 형민의 손짓에 헬레나는 형민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뭔가 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요?”
“아, 별로 중요한건 아니에요. 지난번 리즈 경기를 다시 보고 있었어요.”
“복기를 하는건가요?”
“그렇게까지 거창한건 아니고요. 경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만약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 뭘 했을지, 그런걸 생각해보는거지요.”
헬레나는 형민의 맞은편 소파에 앉으면서 다시 웃었다.
“보통 그런걸 복기라고 한다고요.”
“아, 그런가요? 저는 뭔가 더 거창한거라고 생각해서···.”
형민이 경기가 나오고 있던 티비를 끄는 사이에 집무실을 둘러보던 헬레나가 물었다.
“형민, 궁금한게 있는데요.”
“…?”
“혹시 먹을거 없나요? 잠을 자느라 아침 점심을 모두 굶어서···.”
“….”
결국 정체불명의 아시아 퓨전 음식점이 배달한 음식을 형민의 집무실 탁자 위에 펼친 헬레나는 흡족한 표정으로 흡입을 시작했다.
“형민, 이것도 먹어봐요. 이 집 볶음밥 괜찮네요.”
“어···음···.”
“국수는 좀 불었는데, 배달하는데에 시간이 걸려서 그런건가? 다음에 직접 가서 먹어보면 알 수 있겠네요.”
쉬지 않고 움직이는 헬레나의 젓가락과 숟가락을 보면서 형민은 살짝 헬쓱해졌다.
“저···원래 그렇게 많이 먹나요?”
“에···?”
잠시 손의 움직임을 멈춘 헬레나가 갸웃거리면서 형민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다들 기본적으로 먹는거 아닌가요?”
어쩐지 헬레나만 나타나면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의 표정이 안 좋아지더라니.
일반적인 성인 선수의 식사량 2배 정도는 가볍게 해치운 구단의 대표이사를 살짝 질린 눈빛으로 바라보던 형민이 마침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도대체 그 열량은 어디로 다 가는건가요?”
“열량?”
“신진대사가 높은건가요? 아니면 뭔가 다른 운동을 하는게 있는건가요?”
“그런거 없는데요? 운동은 별로 안 좋아하고. 원래 어렸을 때부터 이 정도는 먹었어요. 아, 고등학교 때에는 좀 더 먹었구나. 근데 아무래도 나이가 드니까 양이 조금씩 줄어들기는 하네요.”
이런 사람들,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기는 하다.
먹어도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사람들.
평생 식단을 강제로 관리받거나 관리한 운동선수이자 코치의 관점으로 헬레나를 바라본 형민은 속으로 전율했다.
그냥 얼핏 계산해도 방금 먹은건 3,000 칼로리 정도. 그렇다면 저 몸매를 유지하려면 신진대사는 거의 에스키모 수준이어야 하는···.
“…형민!”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형민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아, 네. 죄송합니다. 잠깐 뭔가 생각 중이어서···.”
“음···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순간 표정이 엄청나게···.”
“엄청나게?”
“몽롱하다? 멍해졌다? 하여간, 순간적으로 여기 없는 사람 같았어요.”
형민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형민을 헬레나가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혹시 너무 피곤한데 저 때문에 남아 있는건 아니지요? 제가 먹고 치우면 되니까 피곤하면 먼저 집에 가도 되요.”
분명히 둘이서 먹기로 하고 3인분을 시켰는데 혼자서 다 먹는다고요?!
왠지 혼자서 다 먹고 싶다는 것처럼 귀에 환청이 들리는 느낌에 형민이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그냥 오래 앉아 있었더니 살짝 피곤했었나보네요. 어차피 저도 저녁은 먹어야 하니까요.”
“어··· 이건 그냥 티타임 같은거 아닌가요? 오후의 간식? 저는 저녁은 나중에 호텔에 가서 먹으려고 했는데?”
아, 이제는 그냥 무섭다···.
형민은 순간 음식을 더 먹어야 하는건지 아니면 그만 먹어야 하는건지 혼란스러운 가운데 자신의 손에 쥐어진 젓가락 끝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