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60)
60화: 다시 한번 리즈 시절
“그럼 형민의 가족은 한국에 계속 있는건가요?”
형민에게는 저녁 식사, 그리고 헬레나에게는 오후의 간식을 끝내고 정리까지 마무리 한 다음.
밖에서는 겨울해가 완전히 져서 어둠이 깔린 가운데,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에 남은 두 사람은 형민의 집무실 소파에 마주 앉아서 오랜만의 여유를 누리고 있었다.
헬레나의 질문에 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아버지는 일은 하고 계시니까요. 은퇴를 하신다고 해도 두 분 다 외국에 나와서 살 만한 성격은 안 되세요.”
“그래도 형민이 오스트리아에서 일하고 있을 때에는 안 오셨었나요?”
“한 번 오셨는데··· 관광까지는 괜찮았지만 음식도 입에 잘 안 맞으시고, 해서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시더라고요.”
“그럼 형민이 자주 찾아가나요?”
헬레나의 질문에 형민이 살짝 움찔했다.
“아, 뭔가 제가 말을 잘못한···?”
“아니에요. 그냥 찾아뵌지 좀 오래 되서요.”
“얼마나 오래?”
“음··· 한 3년?”
헬레나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자, 형민은 손을 들어서 스스로를 변호했다.
“아니, 중간에 코로나 문제도 있었고. 코치라는건 선수랑 다르게 휴식기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게 아니니까···. 사실 지난 여름에 한국에 가보려고 했는데, 번리로 오게 되면서 취소했어요.”
스스로 생각해봐도 변명이 길다.
헬레나의 표정에서 못마땅해지는 것을 발견한 형민이 공격을 시도했다.
“헬레나도 가족이랑 너무 오래 같이 있으면 힘들다고 했잖아요?”
“제가요? 제가 언제요?”
“그 왜···. 작년 말에···!”
내가 술에 취해서 온갖 부끄러운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털어놓은 날이라고는 형민은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음, 뭐 너무 가까이 부대끼면 가족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부모님을 3년씩 한번도 안 봐도 괜찮다는건 아니에요.”
“영상통화도 합니다!”
“본인이 먼저 전화하세요?”
“아, 그건 아니고···.”
“흠···.”
여전히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헬레나의 대답에 형민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뭐가 웃긴가요?”
“아니요.”
스스로도 흥미롭다는듯이 형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헬레나랑 많이 친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실 처음에 카트라이트 펀드에서 사람이 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당연히 해고당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미국에서 온 마녀가 사람들을 다 내보낼거라고 구단 사무실 내에서 소문도 흉흉했고···.”
“…마녀?”
“헉!”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은 형민이 자신의 입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헬레나가 형민을 놀리려고 했던듯 피식 웃었다.
“마녀 정도면 괜찮아요. 브라질이나 디트로이트에서는 훨씬 더 심한 말도 많이 들었으니까.”
“지금은 아무도 헬레나를 마녀라고 부르지는 않아요! 적어도 번리 구단 내에서는···.”
“뭐, 그건 고맙군요.”
이 정도면 충분히 깊게 구덩이를 파고 들어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은 형민은 스스로 그 위에 흙으로 덮는 것까지는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주제 전환을 시도했다.
“헬레나는 가족들을 보러 안 가시나요?”
“음···. 구단이 조금 더 안정화되면? 3월에는 경기도 별로 없고 큰 일도 없다고 들어서, 그때쯤 한번 가볼까 생각 중이에요.”
“아, 그렇군요. 그럼 가족 외에 또 누가 있나요? 남자친구라던가?
“약혼자가 있었는데, 파혼했어요.”
“…!”
기습적인 헬레나의 발언에 형민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제 구덩이는 충분히 깊게 팠으니 스스로 관뚜껑을 닫을 차례가 온 건가?
이어진 말실수에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는 젊은 감독의 얼굴에 헬레나는 풋 웃었다.
“그런 표정을 짓지 않아도 되요. 이미 지난 일이니까.”
“어, 죄송합니다. 제가 아픈 상처를 건드리려고 했던건 아니라···.”
“괜찮다니까요?”
헬레나는 후, 하고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대단한 얘기는 아니에요.”
헬레나의 말에 형민은 고개를 저었다.
“저번에 대단한 얘기가 아니라고 했던 얘기는 정말 굉장한 얘기였는데요.”
“어떤···? 아, 그 브라질 광산 얘기요? 엠프레사 데 미네라챠오 아마조니카.”
“음···이름은 몰랐지만, 아마존에 있던 광산 얘기 맞습니다.”
헬레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뭔가 대단한 교훈이라도 있었지만, 이건 아니에요. 아, 근데 술도 없이 얘기를 하려니까 조금은 힘드네요.”
밥을 먹었으니 이제 술이 당긴다는 표정을 지은 헬레나는 이제 정신이 혼미하다는 표정을 짓는 형민의 얼굴을 보고는 씩 웃으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존은 어렸을 때부터 가족끼리 아는 사이였거든요. 써드의 친한 친구이기도 했고요.”
형민의 의아해하는 표정에 헬레나가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써드는 제 오빠에요. 할아버지가 이안 카트라이트, 아버지는 이안 카트라이트 주니어, 오빠는 이안 카트라이트 3세. 우리끼리는 그냥 써드라고 불러요. 써드는 우리가 그렇게 부르는걸 정말 싫어하거든요.”
싫어하니까 더 부른다, 라고 헬레나가 킬킬댔다.
“어쨌든, 첫사랑이였지요. 존은 키도 크고 잘 생기고, 써드와는 다르게 여자애들한테도 젠틀했거든요. 그래서 다른 여자애들한테서도 인기가 많았는데, 저도 뭐 필사적이었죠. 그래도 어찌저찌 해서 대학도 같은 곳으로 가고, 오랜 친분을 핑계로 계속 시간을 같이 보내다가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사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요?”
“대단한 얘기는 아니라니까요. 존의 집안은 법조계에서 유명한 명문이었어요. 그 집은 변호사를 하고, 지방검사를 하고, 정계에 진출하거나 법조계에 머물러 있든. 하여간 하나 같이 그런 커리어를 쌓고 있었지요. 마치 우리 집안이 금융계에 가업을 유지하는 것처럼.”
집안끼리 친분도 있고, 가문의 격도 맞고, 무엇보다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니까 다들 흔쾌히 약혼을 축하해주었다, 라고 헬레나가 설명했다.
“처음에는 서로 바빠도 사랑하니까 괜찮았어요. 그런데 저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첫 프로젝트로 위성 연결도 간신히 되는 아마존 한복판으로 사라지고···. 둘 다 어리니까 서로한테 기대하는건 많은데. 막상 내가 힘든건 잘 보이는데 상대가 힘들어하는건 잘 안 보이더라고요.”
“그렇군요.”
“그래도 브라질에서 막 돌아왔을 때는 괜찮았는데···. 그리고 나서도 저는 종종 몇주, 아니면 몇달씩 다른 도시나 심지어 지구 저편으로 훌쩍 출장을 떠나고, 존은 혼자서 뉴욕에서 밤새도록 일만 하고. 점점 사이가 멀어졌지요. 자주 싸우고.”
헬레나가 싸운다는 말에 형민이 한쪽 눈썹을 들어올리자, 헬레나가 들고 있던 종이컵을 집어던지는 시늉을 했다.
“저도 맨날 가족이랑 싸우는건 아니라고요! 하여간···. 결정타는 몇 년 전에 디트로이트로 갔을 때였어요. 저는 브라질에서부터 배워온걸 풀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신나서 일에 몰입했는데, 존한테는 그게 아니었나봐요.”
헬레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결국 물리적인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관심이 문제였다는걸 서로 깨닫고, 그러다가 어느날 그냥 관계가 끝이 났어요. 뭔가 싸운 것도,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서로 이건 안 되는거라고 깨달았던 것 같아요.”
“이번에 돌아가면 안 만나나요?”
형민의 질문에 헬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지난 가을에 결혼했어요. 번리에 오고 나서 얼마 안 있어서 써드가 알려주더라고요. 결혼식에 갔다 왔다고.”
“아, 그렇군요.”
순간의 말실수로 대표이사의 개인사를 엄청나게 디테일하게 들은 형민은 이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두려워졌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헬레나가 형민에게 물었다.
“우리, 아까 그거 다 먹었나요? 한참 얘기했더니 출출하네요.”
“…!”
***
그 다음날인 2022년 1월 31일 월요일.
토요일에 경기를 치룬 선수단에게는 휴식일이 주어졌지만, 구단의 일반 직원들은 정상적으로 출근했다.
특히 겨울 이적시장이 열려있는 마지막 날은 번리 풋볼 클럽과 테크니컬 디렉터인 조너선 랜드리스에게 분주한 하루였다.
우선 겨울 이적시장 동안 차례대로 클럽을 떠난 에릭 피터스, 잭 코크, 케빈 롱, 그리고 크리스 우드 등의 베테랑에 이어서 이적시장의 마지막 날에는 32세의 노장 애슐리 반즈가 터키 슈페르리가의 콘야스포르로 떠났다.
끝까지 애슐리 반즈의 이적여부를 두고 고민하던 조너선 랜드리스는 와우트 웨그호스트의 영입을 확인받은 형민의 동의를 얻고는 베테랑 공격수을 자유 이적으로 놓아주면서 주급을 아끼는 것을 택했다.
같은 날.
신입 중앙 공격수인 와우트 웨그호스트와 신입 중앙 수비수인 압두 디알로가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고 팀에 합류했다.
물론 팀을 떠난 베테랑들도 그동안 팀 전체의 균형과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하지만 이들을 대체하기 위해서 새로 합류한 와우트 웨그호스트는 각각 독일의 분데스리가와 프랑스의 리그앙에서 명성을 날린 선수들.
번리가 악화된 재정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력을 유지하는 데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신호를 팬들과 경쟁자들에게 동시에 보내주었다.
거기에 새롭게 임대로 합류해서 벌써부터 수비진에서 쏠쏠한 백업 역할을 수행해주는 오스카 밍게자와 번리에서 새로운 전술적 옵션을 추가해준 니코 곤잘레스의 맹활약.
겨울 이적시장에서 1,200만 파운드가 넘는 순이익을 올렸지만, 여름 이적시장 이후 베테랑들을 유망주들로 대체하면서도 쾌조를 보여줬던 번리를 경험한 평론가들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가장 알찬 전력 보강을 한 팀으로 번리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반면에 모두의 예상 그대로 가장 파격적인 전력 보강을 단행한 것은 PIF 컨소시엄의 인수가 마무리된 뉴캐슬 유나이티드.
영국 북동부에 위치한 명문 클럽은 이적시장에서 무려 9,000만 파운드의 순지출을 단행하면서 엄청난 재력을 뽐냈다.
우선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의 우승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부터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주전 우측 수비수인 키어란 트리피어를 1,350만 파운드로 영입해서 수비를 보강하는 동시에 이적시장에서의 의지를 천명.
그리고는 전반기에 14골을 넣으면서 득점왕 경쟁에 참여했던 번리의 크리스 우드를 2,500만 파운드에 영입하면서 공격을 보강.
브라이튼의 중앙 수비수인 댄 번을 1,350만 파운드로 영입하고, 아스톤 빌라의 좌측 수비수인 맷 타겟을 임대로 영입하면서 수비진을 보강하는 동시에 리그 내 라이벌들의 경쟁력을 약화.
그러나 축구계에 가장 큰 놀라움을 일으켰던 것은 프랑스 리그앙의 강자인 올림피크 리옹으로부터 브라질 국적의 24살짜리 미드필더 브루노 기마랑이스를 무려 3,300만 파운드를 주고 영입한 것이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선발 수비수에 이어서 브라질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되면서 한창 주가를 올려가고 있는 올림피크 리옹의 핵심 미드필더를 영입한 것은 뉴캐슬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상위권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는 영입으로 평가되었다.
그렇게 이번 시즌에 주인이 바뀐 두 구단 중 나락에서 기어오른 번리와 야심을 드러낸 뉴캐슬이 활발한 겨울 이적시장을 보낸 가운데, 프리미어 리그의 2021/22 시즌은 끝을 향한 마지막 14경기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
번리 풋볼 클럽의 2022년 겨울 이적시장 요약
번리 풋볼 클럽의 2022년 겨울 이적시장의 방출 및 이적 명단:
– 에릭 피터스, 33세. 왼쪽 수비수. 60만 파운드로 산토스 라구나로 이적
– 잭 코크, 32세. 중앙/수비형 미드필더. 78만 파운드로 울산 현대로 이적
– 케빈 롱, 31세. 중앙 수비수. 220만 파운드로 톨루카로 이적
– 크리스 우드, 30세. 중앙 공격수. 2,500만 파운드로 뉴캐슬로 이적
– 애슐리 반즈, 32세. 중앙 공격수. 콘야스포르로 자유 이적
– 총 수입 2,858만 파운드
번리 풋볼 클럽의 2022년 겨울 이적시장의 영입 명단:
– 와우트 웨그호스트, 29세. 중앙 공격수. 1,400만 파운드로 VFL 볼프스부르크에서 영입
– 압두 디알로, 25세. 중앙/왼쪽 수비수. 210만 파운드로 PSG에서 영입
– 총 지출 1,610만 파운드
번리 풋볼 클럽의 2022년 겨울 이적시장의 임대영입 명단:
– 니코 곤잘레스, 19세. 중앙 미드필더. 바르셀로나에서 임대 (2,450만 파운드 완전영입 옵션)
– 오스카 밍게자, 22세. 중앙/좌우측 수비수. 바르셀로나에서 임대 (1,275만 파운드 완전영입 옵션)
번리 풋볼 클럽의 2022년 겨울 이적시장의 순수익: +1,248만 파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