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61)
61화: 지는 법을 잊었나
1주일 전에 3부 리그 소속인 돈캐스터 로버스 풋볼 클럽을 FA컵 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깔끔하게 1대 0으로 눌러주고 맞은 브렌트포드 전.
전반기에 형민이 지휘봉을 잡은 2번째 경기에서 2대 0으로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기분 좋은 기억을 가지고 번리는 브렌트포드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번리는 전반전에만 2실점을 하면서 터프 무어를 방문한 원정팬 1천여명을 광란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아오! 그러니까 에릭센을 막아야 한다고 계속 지시한거잖아!”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는 형민 곁에 선 아서가 혀를 찼다.
크리스티안 에릭센.
아약스를 거친 덴마크 국가대표팀 소속의 미드필더는 2013/14 시즌에 토트넘으로 이적하면서 기량을 만개하고 소위 DESK 라인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미래라는 공격형 미드필더 델레-알리(D).
미드필드에서 창의성을 공급하는 세계적인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E).
좌우 측면과 최전방까지 소화하는 양발잡이의 날카로운 공격수 손흥민(S).
그리고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주전이자 만능형 공격수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한 해리 케인(K).
토트넘은 맨체스터에 위치한 2팀이나 리버풀, 그리고 런던의 지역 경쟁자인 첼시나 아스널 등의 최상위권 팀들에 비해서 재정적으로든 전력상으로든 열세라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당시에 팀의 지휘를 맡았던 마우리치오 포체티노 감독의 지도 하에 구성된 공격진 4인방은 토트넘이 꾸준히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 출전하고, 리그 2위와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레벨이라고 평가받은 창의적인 미드필더는 2019/20 시즌 겨울 이적시장에 인터 밀란으로 이적하면서 DESK 라인은 붕괴.
미드필드의 창의성을 보강하는 데에 실패한 토트넘은 DESK 라인이 건재했던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크리스티안 에릭센 본인도 이적 초반에는 인터 밀란에서 팀에 융화되지 못하면서 실패한 영입으로 평가받을 위험에 처했다.
그러나 2021년 초에 적응기를 마치고 후반기에 맹활약하면서 마침내 인터 밀란이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지휘 하에 2020/21 시즌에 이탈리아 세리아A 우승을 차지하는데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렇게 절정의 기량을 다시 선보이면서 리그 우승의 기쁨을 안은 채로 코로나 때문에 1년 연기되었던 유로 2020에 참가.
그러나 덴마크와 핀란드 전에서 경기 중 심정지로 쓰러지면서 축구계와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다행히 선수들과 의료진, 그리고 주최측의 재빠른 조치로 무사했지만, 치료를 위해 삽입형 심장충격기를 달아야 하면서 선수 생활의 기로에 놓였다.
이탈리아 리그는 안전의 이유로 삽입형 심장충격기를 달고 있는 선수의 출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원소속팀 인터 밀란과는 상호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
그렇게 자유로운 몸이 된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은퇴와 복귀, 그리고 소속 리그와 팀에 대한 장고 끝에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에 성공한 브렌트포드였다.
그리고 세계적인 수준의 미드필더가 합류한 브렌트포드는 번리 원정경기에서 단단했던 홈팀의 수비라인을 부수면서 미드필드에 추가된 창의성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렇게나 주의했는데도 크리스티안 에릭센에게 계속 공이 배급되고, 최전방에 예술적으로 쏘아진 패스에 두번이나 득점한 브렌트포드의 공격수 이반 토니의 모습에 형민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이거, 그냥 두면 안 되겠어요. 강등권에서 확실히 탈출하니까 다들 나사가 하나 풀린 것 같아요.”
“그럼 어떻게 하려고?”
아서의 질문에 형민은 이빨을 악물었다.
하프타임, 번리의 홈구장 터프 무어의 홈 라커룸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당연히 홈으로 불러들여서 압도할 것으로 예상했던 상대에게 두 골 차이로 끌려가는 것도 컸지만, 무엇보다 15분 밖에 안 되는 하프타임의 10분이 지나도록 감독도 수석코치도 작전 전달을 위해 들어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뭔 일이 생겼나?”
왼쪽 수비수인 찰리 테일러가 옆에 앉은 주장 벤 미에게 나가서 확인해보라는 눈치를 주면서 물었다.
그렇게 궁금하면 니가 가라 경기장에.
그러나 수비진의 동료 찰리 테일러에게 귀찮다는 표정을 지은 벤 미가 입을 열어서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광음과 함께 라커룸의 문이 벌컥 열렸다.
문을 걷어차서 열은게 분명한 김.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씩씩대면서 들어온 젊은 감독은 마침 라커룸 한복판에 놓여있던 플라스틱 물병을 발견하고는 있는 힘껏 물병을 걷어차서 라커룸 반대편으로 날려보냈다.
충격 속에 얼어붙은 라커룸에서 얼굴이 시뻘게진 김이 소리를 질렀다.
“정신이 나갔어요?! 이걸 축구라고 하는거에요?! 어디 가서 번리 풋볼 클럽의 선수라고 말하는게 창피하지도 않아요?! 지금 당장 나가서 후반전에 저 자식들을 발라버리지 않으면 내가 당신들의 머리통을 다 뽑아서 쓰레기장에 파묻어버리겠어요!”
광!!!
일방적으로 분노에 가득찬 협박을 내뱉은 감독이 돌아나가면서 문을 있는 힘껏 닫는 광음이 정적 속에 잠긴 터프 무어의 홈팀 라커룸에 울려퍼졌다.
평소에 웃는 사람이 화내면 정말 무섭구나.
새하얗게 된 머릿속 한구석에 그런 생각이 얼핏 지나가고.
창백하게 질린 주장 벤 미는 그와 비슷하게 창백해진 선수단을 둘러보았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 끝 무렵에 합류한 와우트 웨그호스트나 압두 디알로도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지난 반년 동안 형민의 지휘를 받았던 번리의 기존 선수단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평소에 우리 감독은 온화하고, 젠틀하고, 거의 짜증도 안 내고.
훈련에서 벌금을 내는 것만 빼면 너무 좋은데, 살짝 호구스러운 느낌이 있었기도 했다.
그렇게 감독의 신사적인 모습 만을 봤었던 선수들은 감독의 새로운 모습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선수들 중 몇몇은 목이 머리 위에 제대로 붙어있는지 확인하려듯 목덜미를 만지고 있었고.
물병에 얼굴이 정통으로 가격당하는 것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막스 코넷은 대신 플라스틱 물병이 벽에 부딪쳐 박살나면서 터져나온 물세례를 머리끝부터 뒤집어쓴채 입을 멍하게 벌리고 있었다.
“어··· 우리···.”
갑자기 바짝 마른 입에 침을 삼키고 벤 미가 정적이 흐르는 라커룸에서 말을 이어갔다.
“…후반전에는··· 꼭 더 잘 하자···?”
[골! 번리 선수들이 세번째 골을 넣습니다!]이제는 흥분했다기 보다는 황당하다는 말투로 캐스터가 말했다.
그리고 옆에서 같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해설자가 그 말을 이어받았다.
[방금은 번리의 왼쪽 공격수 막스 코넷이 거의 개인기로 혼자 만들어내다시피 했는데요. 막스 코넷, 골 세레모니도 하지 않고 다시 골대 속에서 공을 주워서 하프라인으로 달려갑니다.] [하프타임 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번리 선수들의 분위기가 장난 아니네요. 뒤에서는 주장인 벤 미가 박수를 치면서 동료들을 독려하고 있습니다.]캐스터와 해설자가 어리둥절하는 가운데, 번리 선수들은 재빨리 공을 다시 센터마크에 가져다둔 다음에 자신의 진영에 서서 주심과 상대팀 선수들을 노려보았다.
[대체 뭘까요? 역전골을 넣기 전까지야 마음이 급했겠지만, 이제 우위를 잡았는데요. 리그에서 골득실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변수는 아닌데, 승기를 잡은 번리는 어떻게 해서든 경기가 종료하기 전에 한 골을 더 넣겠다는듯이 경기 재개를 위해서 상대팀과 주심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전반전에 2어시스트를 기록했던 브렌트포드의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후반전에 들어서 아예 공을 한번 만져보지도 못 했어요. 아니, 후반전이 시작한 이후 브렌트포드 선수들이 패스를 2번 이상 이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홈경기에서 지고 있으니까 강하게 반응하는건 이해하겠는데, 승기를 잡았는데도 경기 재개를 독촉하는건 아예 이 기회에 경기를 확실하게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의 표현일까요?]어리둥절한 표정의 캐스터와 해설자가 나름대로의 해석을 위해서 애를 쓰고 있는 가운데, 경기장 한 곳이 눈에 들어온 해설자가 또 하나의 의문을 지적했다.
[독특한건, 평소에는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나와서 선수들을 격려하던 번리의 김 감독이 후반전에는 벤치에 앉아서 팔짱을 끼고 꼼짝도 안 하고 있다는 겁니다.]“야, 야. 니키야. 어땡? 어땡 보영?”
간만에 골을 넣었지만 세레모니도 하지 못하고 다시 경기 시작을 촉구하던 막스 코넷이 곁으로 다가온 수비형 미드필더 니콜라스 세이왈드에게 억센 불어 발음이 섞인 영어로 물었다.
니콜라스는 힐끗 벤치를 바라본 다음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직도 팔짱 끼고 벤치에 앉아계신데요? 얼굴은 잘 안 보이는데 자세는 영···.”
“아이씽. 역전했는데동 그랭?”
막스가 좌절하는 가운데, 뒤에서 포효라기보다는 절규에 가까운 주장 벤 미의 절박한 외침이 들려왔다.
“한 골 더 가자! 한 골 더 가야돼!”
결국 역전골까지 넣었지만 벤치를 힐끗힐끗 바라볼뿐, 기세등등한 감독과 눈도 마주치지 못한채 경기 재개를 촉구하는 선수들을 턱을 괸 채 바라보던 형민은 옆에 앉아있는 아서를 향해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아서.”
“응?”
“…저 친구들, 저한테 화났거나 너무 기분 나빠하지는 않았겠지요?”
주심의 휘슬과 함께 상대팀을 부숴버릴 것 같은 기세로 다시 필사적인 전방 압박과 역습을 시도하는 번리 선수들을 보면서 아서는 피식 웃었다.
“아마 아닐걸?”
“휴우··· 다행이다. 정말 긴장했거든요.”
“아, 그래?”
“네. 그리고 다음에는 좀 더 작은 물병을 준비하거나, 아예 물을 좀 더 적게 넣는게 좋을 것 같아요. 자칫했으면 막스를 진짜로 보내버릴뻔 했거든요. 영국에는 종이팩 같은거 없나요?”
“그런건 주스나 우유 밖에 없어. 여튼, 다음번에는 물을 좀 덜 넣지.”
형민이 턱을 괴고 있는 손을 이용해서 애써 표정관리를 하는 가운데, 옆에서 아서와 파울루 모라오가 선수들이 보지 못하도록 손으로 입을 가린채 킬킬댔다.
***
번리가 전반전에 2골을 실점을 한 다음에 후반전에 4골을 넣으면서 브렌트포드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어버린 프리미어 리그 25라운드가 끝나고.
중립팬들에게는 희열은, 홈팬들은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태워주었던 번리는 프리미어 리그 26라운드에서 에버튼을 상대했다.
프리미어 리그 토박이로서 꼬박꼬박 중위권 이상을 성적을 내던 에버튼은 2021/22 시즌을 맞아서 구단의 역사상 가장 처참한 강등권 싸움에 끌려들어가서 매경기마다 대혈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강등권까지 떨어진 팀 성적은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은 가운데, 결국 에버튼은 시즌 초기에 갑자기 사임한 라파 베니테즈 감독의 후임으로 임명되었던 첼시의 레전드 프랭크 램파드 감독도 반시즌 만에 경질.
그리고는 성적 개선에 대한 절망적인 바램과 분노한 팬들을 달래기 위해서 에버튼 유소년 출신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인 웨인 루니를 감독으로 임명하는 강수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