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63)
63화: 지는 법을 잊었나
“골! 번리의 17번, 카림 아데예미가 골에 성공합니다. 점수는 1대 3, 1대 3입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메마른 목소리에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가득 채우는 홈팬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원정팬들은 준비해온 대형 깃발을 흔들면서 힘차게 그들의 새로운 응원가를 불렀다.
“Kim! Claret’s Kim! Kim! (김! 클라렛의 김! 김!)”
“You have money, we have Kim~! (니네는 돈이 있지, 우리는 김이 있다~!)”
“Kim! Claret’s Kim! Kim! (김! 클라렛의 김! 김!)”
전반기에만 15골을 넣은 팀의 득점 선두를 시즌 도중에 바이아웃을 지불하고 낚아챈 상대 구단에 대한 약이 오를대로 올랐던 번리의 원정팬들.
그들은 후반전의 추가골로 상대팀의 홈구장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자 새롭게 준비한 응원가를 목청껏 부르고 있다.
정적이 흐르는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 울려퍼지는 번리의 새 응원가에 구단의 이사석에 앉아 있던 헬레나는 애써 민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옆자리에 앉은 뉴캐슬의 이사를 돌아보았다.
“미안해요, 아만다. 이건 저도 처음 듣는 응원가인데···.”
하지만 이런 훌륭한 노래를 준비했다는걸 알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자리에 왔을 거에요!
“Keep your dirty money, we’ll keep Kim~! (니 더러운 돈은 너나 가져, 우리는 김을 가질께~!)”
“Kim! Claret’s Kim! Kim! (김! 클라렛의 김! 김!)”
헬레나의 속마음이 어떤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 옆에 앉아있던 아만다 스테이블리가 미소를 지으면서 답변했다.
“괜찮아요, 뭐. 팬들이 상대팀을 비하하는 응원가를 부르는건 당연하니까요.”
음, 그건 그렇기는 한데···. 아만다, 그런 말은 이빨을 그렇게 악물고 하면 별로 설득력이 없어요. 훗.
***
2월에 치른 4경기에서 3승 1무.
1월 이후 치른 프리미어 리그 7경기에서 무려 4승 3무를 거두면서 번리는 승점 15점을 획득하고, FA컵에서는 5라운드까지 진출했다.
5라운드의 상대도 3부 리그 소속인 위컴 원더러스여서 FA컵 8강까지는 무난히 도전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
거기에 3월에 예정된 4경기도 모두 1주일 간격을 두고 여유롭게 일정이 짜여졌다.
점점 기세가 등등해지는 번리에 대해서 평론가들의 평가는 계속 오르고 있는 가운데, 뉴캐슬 방문 이후 계속 생글거리는 미소를 얼굴에서 지우지 못하는 헬레나가 주관하는 경영진 핵심 회의가 다시 열렸다.
다만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더 무겁고, 중요한 주제.
번리의 테크니컬 디렉터 조너선 랜드리스가 논의할 내용에 대한 소개를 시작했다.
“지금부터 천천히 여름 이적시장 준비를 해야 됩니다. 실제로 시장이 열린 다음에 접근하려고 하면 정신도 없고, 상대 구단에 따라서 가격은 가격대로, 협상은 협상대로 어려워집니다.”
헬레나를 제외하고 축구에 익숙한 나머지 4명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조너선이 준비된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전체적인 전략은 이전과 동일합니다. 23세 미만의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고, 30세 이상의 베테랑들은 매각하거나 방출. 장기적으로는 임대생들도 우리 선수들로 대체해야 합니다.
조너선은 포지션별로 선수단의 현황을 나타내는 차트를 화면 위에 띄웠다.
“이 흐름대로 간다고 생각했을 때에, 저희가 보강해야 하는건 좌우측 측면 수비수를 각각 2명씩. 그리고 미드필더는 3명이 필요하고, 중앙 공격수도 1명 정도 더 필요합니다.”
붉은 색이 덕지덕지 칠해진 차트에 무려 6명이나 여름 이적시장에 보강해야 된다는 소식을 전달받은 헬레나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이번에 이렇게 많은 선수들을 보강하기에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을 것 같은데요?”
구단 대표이사 겸 재정이사의 지적에 조너선은 애써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았다.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영입을 하고, 그래도 안 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임대로 해결을 해볼 생각입니다. 저도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 단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거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다만?”
“베테랑들이 방출되면 아무래도 영입되는 유망주들의 주급이 더 낮기 때문에, 거기서 예산을 일부 확충할 수 있을거라고 기대를··· 어? 음··· 기대해도 되는거지요?”
예산에 대한 큰 틀만 협의했지만, 세부적인 급여 예산과 이적 예산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깨달은 조너선이 말을 더듬었다.
당연히 급여 예산에 여유가 생기면 이적 예산을 늘릴 수 있는거 아닐까요?
동그란 얼굴에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장화신은 고양이를 흉내내는 살이 오른 중년 남자를 헬레나가 시큰둥하게 바라보았다.
“흠···. 뭐, 그건 가면서 논의를 하기로 하시지요.”
“네, 그럼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 공략할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선정된 선수들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등 뒤에 흐르는 식은땀을 애써 무시하면서 번리의 테크니컬 디렉터 조너선 랜드리스는 대상 선수들을 한명씩 구단 이사진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미카 마르몰. 바르셀로나 B팀 출신이고, 중앙 수비수와 왼쪽 수비수를 모두 겸임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 국적으로 2001년생이니까 이제 20살이네요. 키는 181센티로 중앙 수비수치고는 조금 작지만, 크로싱 능력도 갖추고 있는 왼발잡이에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을거라고 판단했고, 지금 임대에 와 있는 니코 곤잘레스나 오스카 밍게사도 적극 추천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원하는 이적료는요?”
“아무래도 1군으로 진입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180만 파운드에, 다음 이적료에서 수익의 10%.”
고개를 좌우로 돌려서 마이크 갈릭과 존 바나스키위츠의 동의를 확인한 헬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식적인 수준이네요. 그 다음은?”
“오마르 리차즈. 잉글랜드 국적으로, 현재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 B팀 소속인 왼쪽 수비수입니다. 윙어까지 소화할 수 있는, 현재 우리팀에 있는 막스 코넷보다 수비력이 더 뛰어난 버전이라고 보실 수 있어요.”
들어본 이름이라는 표정으로 마이크 갈릭과 존 바나스키위츠가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조너선이 설명을 이어갔다.
“1998년생으로 24살이어서 우리가 목표하는 것보다 나이가 살짝 많기는 합니다. 챔피언쉽에 소속된 리딩에서 유소년팀부터 애지중지하면서 키워서 퍼스트팀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었는데, 2021년에 바이에른 뮌헨이 자유계약으로 데려가버렸어요.”
“유소년 출신의 젊은 선수를 돈 한푼도 안 내고 말인가요?”
헬레나가 놀라서 묻자, 조너선 랜드리스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보상금을 지불하기는 했지만, 그 친구의 실제 가치에 비해서는 턱도 없이 적은 금액이었죠. 근데 막상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2021/22 시즌에 퍼스트팀에서 겨우 3경기만 뛰고 나서 리저브팀으로 강등됐어요.”
“큰 꿈을 꾸고 친정팀을 버리고 갔는데, 잘 안 풀린거네요.”
헬레나의 지적에 조너선이 고개를 다시 끄덕였다.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더 이상의 기대가 없는 것 같아요. 에이전트의 말로는 50만 파운드 정도면 협상에 응해줄거라고 합니다. 나이도 젊고, 장기간 저희 왼쪽 수비를 책임져줄 수 있고, 심지어 홈그로운 할당량도 채워줄 수 있는 훌륭한 자원이에요.”
“좋아요. 그대로 가시지요.”
슬라이드가 넘어가자, 이번에는 한니발과 유사한 사자머리를 한 젊은 라틴계 선수가 등장했다.
“다음은 반대쪽으로 오른쪽 수비입니다. 별칭은 구가, 풀네임은 클라우디오 로드리게즈 고메즈에요. 현재 아틀레티코 미네이로 소속으로, 브라질 국적에 1998년 생, 이제 23살입니다. 키는 173센티로 작지만, 박력 있고 다이나믹한 오른쪽 풀백이에요.”
조너선이 슬라이드를 넘기자, 각종 출전 스탯이 정리된 페이지가 나타났다.
“브라질 출신 선수 답게 크로싱이나 패싱 능력도 좋은데, 의외로 수비력도 나쁘지 않아요. 맷 로튼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아무래도 코너 로버츠는 형민한테서 신뢰를 잃은 것 같으니 장기적으로 우측 측면을 책임져줄 수 있다고 기대해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헬레나의 질문에 조너선이 살짝 움찔했다.
“…아틀레이코 미네이로에서는 바이아웃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관심이 없다고 칼 같이 거절했어요. 바이아웃은 460만 파운드.”
“으으···.”
헬레나는 머리를 싸메고 고민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주급은요? 생각해보니 미카 마르몰이나 오마르 리차즈도 주급은 확인하지 않았네요.”
“셋 다 2만 파운드, 높아도 3만 파운드 이내로 협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아요. 질러보시지요.”
의외로 순순히 허락한 헬레나의 답변에 희희낙낙한 조너선 랜드리스는 다음 영입 후보를 화면에 띄웠다.
“오늘 마지막으로 논의할 대상은 마커스 솔바켄이에요. 현재 노르웨이의 바이킹 소속으로, 역시 노르웨이 국적입니다. 2000년 생으로 21살. 북유럽 출신 답게 건장한 체구에 패싱력까지 겸비한 중앙 미드필더에요. 수비력도 아주 나쁘지는 않아서, 중앙 미드필드 3자리 중 어느 곳에도 백업으로 활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이킹이 원하는 이적료는 190만 파운드. 다만···.”
“다만?”
조너선이 슬라이드를 넘기자, 출전 경기를 정리한 페이지에서 붉은 색으로 칠해진 칸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아직 노르웨이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어요. 우리는 시간 문제라고 보는데, 지금 노르웨이 국가대표팀은 엘링 할란드를 중심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어서 아직까지는 소집이 안 되고 있네요. 워크퍼밋이 나올지 안 나올지, 솔직히 아슬아슬해요.”
“워크퍼밋이 안 나오면 어떻게 되는거지요?”
헬레나의 질문에 존 바나스키위츠가 조너선 대신 대답해주었다.
“일단 영국에서는 뛸 수 없고, 다른 곳으로 임대를 보내야지요. 원 소속구단인 바이킹으로 보내겠다고 하면 얼씨구나 하고 좋아할 수도 있고요.”
대답을 들은 헬레나가 눈쌀을 찌푸렸다.
“음··· 그런데 저희가 선수를 사놓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다음 시즌도 치뤄야 하는데? 사실상 다음 시즌에도 잔류하는 우리팀 미드필더는 조시 브라운힐이랑 니콜라스 세이왈드 두 사람 뿐이잖아요? 못해도 5명은 보유하고 싶은게 아니었나요?”
헬레나의 지적을 조너선이 받았다.
“그래서 생각한게, 일단 영입을 시도해보자는거지요. 바이킹과 마커스 솔바켄과는 미리 협상을 다 마무리 짓고, 워크퍼밋을 획득하는걸 이적 성사의 최종 조건으로 거는거지요. 만약에 워크퍼밋이 나온다면 우리는 좋은 선수가 합류하는거고, 워크퍼밋이 안 나온다면 이적료를 아낀채 다른 선수를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선수를 활용하거나 영입을 아예 하지 않거나.
그렇게 대비책을 마련해두었다는 얘기에 헬레나의 얼굴이 밝아졌다.
“훌륭하네요. 그럼 그렇게 진행을 해보시지요.”
***
2022년 2월의 마지막 주말.
2월 27일 일요일에 영국 축구의 성지인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리즈 유나이티드가 맨체스터 시티와 맞붙었다.
2013/14 시즌에 무려 38년 만의 카라바오컵 우승을 차지했던 맨체스터 시티는 그 후 9시즌 동안 무려 6번이나 카라바오컵을 우승하면서 해당 토너먼트의 최강자 위치를 확고히 했다.
특히 2017/18 시즌부터 2020/21 시즌까지는 4연속 우승을 차지하면서 일단 결승전까지 올라오면 무조건 우승하는 쾌조.
그러면서 맨체스터 시티는 연쇄 우승범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카라바오컵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반면에 리즈 유나이티드는 마지막으로 카라바오컵 결승전에 진출한게 준우승을 차지한 1995/96 시즌일 정도로 컵대회와는 인연이 없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국적의 명장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이 지휘하는 리즈는 전반기에도 맨체스터 시티를 1대 0으로 원정경기에서 잡은 경험이 있는 천적 관계.
웸블리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9만명의 관중들이 각각 반으로 나눠져서 각자의 팀을 목청이 터져라 응원하는 가운데, 결국 연장전까지 치룬 혈투 끝에 리즈가 2대 1로 맨체스터 시티를 격파하면서 1967/68 시즌 이후 54년에 처음으로 카라바오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언제나 화제를 몰고 다니는 비엘사 감독의 특성상, 우승으로 곱게 넘어가지 않았다.
바로 그 다음날에 리즈 시내에서 진행된 퍼레이드 끝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엘사 감독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리즈 유나이티드의 감독직을 내려놓겠다는 폭탄 발언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날 밤, 형민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