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64)
64화: 일단 밀고 나간다
“여어.”
“제시! 오랜만이에요. 어쩐 일이세요?”
갑자기 걸려온 전화의 상대방은 RB 잘츠부르크와 RB 라이프치히를 차례대로 지휘한 다음에 야인 생활을 지내고 있는 제시 마치 감독.
RB 잘츠부르크 시절 이후 형민을 후배 감독으로 아끼던 선배의 뜬금없는 전화에 형민은 순간 머릿속이 번쩍이는 것을 느꼈다.
“제시, 설마···?!”
“그래, 아마 그 설마가 맞을거야.”
“리즈 유나이티드?!”
사실은 지난번에 리즈를 방문했을 때에, 리즈 유나이티드의 풋볼 디렉터인 빅토르 오르타로부터 이미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은 시즌이 끝난 후 결과와 상관없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구단에 미리 통보했고.
그동안 그 상황에 대비해서 대체자 명단을 가지고 있었던 리즈 입장에서는 명단의 최상위에 있던 제시 마치가 RB 라이프치히에서 사임하면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딱 맞아떨어졌다.
구단에서 공식적인 발표가 나올 때까지 함구하기로 하고, 리즈에서 가족들이랑 거주할 집을 조용히 알아보고 있었다고 제시 마치는 실토했다.
“우와! 정말 축하드려요!”
“그래. 나도 좀 당황스럽기는 했는데, 어쩌다보니까 일이 이렇게 되더라고.”
현재 리즈 유나이티드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9위에 안착.
정말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프리미어 리그 잔류는 확실했다.
그러니 다음 시즌부터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만나자, 라는 기분 좋은 말로 제시 마치는 짧은 통화를 마무리 했다.
***
오랜만에 치룬 지난 수요일의 주중 경기에서 위컴 원더러스를 가볍게 3대 0으로 눌러주고 나서 맞이한 프리미어 리그 28라운드 경기.
전반기에 올드 트래포드에서 2대 1로 리드하다가 3대 2로 역전패하면서 서로 물고 물리는 명승부를 펼쳤던 번리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번에는 번리의 홈구장인 터프 무어에서 맞붙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동안 랄프 랑닉 감독의 지휘 하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다시 아스널과 리버풀에게 연패를 당했다.
라이벌 구단들에게 연속으로 패배하면서 4위로 떨어져서 분노로 이를 갈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뉴캐슬을 꺾으면서 리그 순위를 5위까지 끌어올린 번리가 정면으로 격돌했다.
이제 사실상 베스트 일레븐의 구성이 거의 확정된 번리는 4-3-3 포메이션을 선보였다.
골키퍼 닉 포프에 수비는 오른쪽부터 맷 로튼, 제임스 타코우스키, 압두 디알로, 그리고 찰리 테일러.
번리에서는 시즌이 끝난 후 주장인 벤 미의 이탈을 대비해서 세네갈 국적의 신입생 압두 디알로가 점점 출전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한편 미드필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니콜라스 세이왈드, 공격 전개를 담당하는 중앙 미드필더로 조시 브라운힐이 출전.
나머지 한자리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임대생으로 출전이 금지된 한니발 메이브리 대신 니코 곤잘레스가 투입될거라는 평론가들의 예상을 깨고 제이콥 램지가 선발로 출전했다.
거기에 공격진은 좌우측의 드와이트 맥닐과 카림 아데예미를 두고, 중앙에는 아직 득점이나 어시스트를 올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상대편의 중앙 수비수들과 일전을 벌이면서 미끼와 모루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주고 있는 네덜란드 국적의 신입생 와우트 웨그호스트.
반면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명성에 걸맞는 화려한 선발진으로 도배된 4-2-3-1 포메이션을 선보였다.
골키퍼에는 다비드 데 헤아가 출전한 가운데 오른쪽 수비수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3,050만 파운드를 지급하고 독일 분데스리가의 최강자 바이에른 뮌헨에서 영입한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주전 수비수 뱅자맹 파바르.
중앙 수비수로는 주장인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주전 해리 매과이어와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주전 라파엘 바란이 서고.
왼쪽 수비수로는 겨울 이적시장에 아르헨티나 1부 리그의 명문 벨레스로부터 영입한 유망주 프란시스코 오르테가가 주전인 루크 쇼의 공백을 채워주고 있다.
거기에 중앙 미드필드는 브라질 국적의 프레드와 같은 겨울 이적시장에 아르헨티나 1부 리그의 명문 아르헨티노스 후니오르로부터 영입한 유망주 파우스토 베라.
그 위에 공격진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왼쪽 측면 공격수로 제이든 산초가 선 가운데 공격형 미드필더인 브루노 페르난데스 위로 에딘슨 카바니가 중앙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
마지막 전술 점검에서 형민이 전체적인 작전과 주의해야 할 점들을 다시 선수들에게 짚어주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전반기에도 상대했지만, 그 후로 훨씬 더 조직력이 좋아졌어요.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확실히 좋은 선수들이 영입됐는데, 활동량이 좋은 프레드가 좌우로 휩쓸면서 압박과 수비를 진행하면 패스와 수비력이 모두 좋은 파우스토 베라가 깊게 내려앉아서 수비를 지원하는 동시에 전방으로 공을 배급합니다.”
정삼각형으로 놓여졌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4-2-3-1 진형에서 중앙 미드필더 두 명 중 한명은 아래로 끌어당겨졌다.
“오른쪽 수비가 지난번 경기에서는 약했는데, 뱅자맹 파바르는 공격과 수비에 모두 능숙한 선수에요. 상당히 골치가 아플께 예상이 되기 때문에 찰리랑 압두가 특별히 신경을 쓰고, 드와이티도 수비 상황에서는 전방 압박이 아니라 후퇴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주의해주세요.”
번리의 왼쪽 측면을 책임지는 세 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에 프란시스코 오르테가는 약점이에요. 물론 좋은 선수지만, 루크 쇼에 비한다면 공격이나 수비 모두 열세입니다. 오늘은 이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계획이니까, 우리가 공격에 들어갈 때에는 카림이랑 제이콥이 맷이랑 삼각형을 계속 만들면서 뒷공간을 두들겨주세요.”
오른쪽 측면 공격수 카림 아데예미,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 제이콥 램지, 그리고 오른쪽 수비수 맷 로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상황은 평소와 크게 다를바 없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뭐, 알고 있다고 막을 수 있는건 아니니까요.”
한껏 긴장되어 있던 라커룸이 순간 흠칫하더니, 이내 낮은 웃음소리가 선수들 사이에서 흘렀다.
“막을 수 없다고 해서 막을 노력을 안 해도 되는건 아니니까요. 다 같이 협력해서 수비하고, 특히 상대편 수비진에서 전방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도록 전방 압박을 하는게 핵심이에요. 저쪽 공격수 4명이 공을 가지고 저희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오면 육탄 방어 밖에 답이 없습니다.”
지시를 마무리한 형민이 아직도 긴장감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선수들을 둘러보았다.
“좋아!”
감독의 지시가 끝나자, 선발 출전하지 않는 주장 벤 미를 대신해서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온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선수들을 둘러보면서 외쳤다.
“가서 맨체스터 넘들에게 시골 촌넘들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자고!”
“어, 근데 우리는 왜 맨날 도시 대 시골인가요?”
기세를 끌어올리려는 찰나에 제이콥 램지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던진 질문에 라커룸이 갑자기 빵 터지면서 긴장이 와르르 풀렸다.
“번리는 시골 촌구석이니까!”
“솔직히 번리에 비하면 다 도시야!”
“정 그러면 너도 도시에 가던가!”
여기저기에서 선수들이 폭소를 터뜨리며 외치는 가운데, 평소에 성실한 성격의 제이콥 램지가 정말로 대답을 요구하는 것 같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임시 주장인 제임스 타코우스키도 젊은 유망주를 뭐라고 타박하지 못하고 헛기침만 했다.
“크흠. 그냥 뭐···상대랑 나를 구분짓는거, 그런거지 뭐. 뭘 그렇게 따져!”
“그럼···. 그냥 나가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패면 되는거네요?”
“그렇지! 자아, 나가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패고 오자고! For ever and ever (영원히 영원히)! 우리가 누구지?”
“We are Burnley (우리는 번리)!!!”
***
어떤 축구 평론가가 그랬던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모든 경기를 최소한 1대 0으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자신이 속한 어느 팀에게도 경기당 최소한 1골 정도는 뽑아내줄 수 있는 시대의 재능에게 상대팀 감독인 형민도 탄복할 수 밖에 없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 진영 깊숙히 내려간 중앙 미드필더 파우스토 베라가 최전방으로 길게 찔러준 공.
이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앙 공격수인 에딘슨 카바니가 번리의 중앙 수비수 압두 디알로와의 경합을 이겨내고 헤딩으로 동료에게 떨궈주었다.
그리고 페널티 박스 안에 먹기 좋게 떨어진 공을 한번 튕기도록 둔 다음에 하프발리 슈팅으로 연결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런 기회를 놓칠리가 없었다.
“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7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골입니다.”
번리의 골네트가 출렁이면서, 터프 무어의 장내 아나운서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야··· 쟤는 늙지도 않나봐.”
코너플래그로 달려가서 이제 트레이드마크가 된 골 세레모니를 선보이는 37살의 노장을 바라보면서 아서가 중얼거렸다.
그런데 노장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도 너무 펄펄하고 정정하다.
수비 가담이 떨어진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수비를 안 하는건 솔직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망주였던 시절부터 그랬으니 지난 20년간 딱히 바뀐건 없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언성 히어로 박지성과 같이 미친듯한 활동량과 수비력을 겸비한 선수가 뒤를 받춰줘야 팀의 수비 균형이 맞춰졌던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를 거쳐서 다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돌아와 20시즌째 최상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공격수를 보면서 형민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상대로 전반 7분에 1대 0이면 이제 경기가 시작하는거니까요. 걱정 같은거 안 합니다.”
“자네, 말은 호기로운데 표정은 별로 안 좋은거 알아?”
아서의 지적에 형민이 찔끔했다.
“아무래도 어제밤에 속이 별로 안 좋아서···.”
“또 다 비워냈구만? 좀 좋아지나 했더니, 큰 경기에서는 여전히 새가슴이야.”
“그냥 소심하다고 해주시면 안 되요? 새가슴이 뭡니까, 새가슴이. 제가 무슨 닭가슴살 요리도 아니고···.”
센터마크에 공을 올려놓고 만회골을 벼르고 있는 자신의 선수들에게 신경을 끈채, 오늘도 쓸데없는 번리 풋볼 클럽 퍼스트팀의 감독과 수석코치는 쓸데없는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수석코치가 닭가슴살을 주장하든, 감독이 심장 크기를 설파하든.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명확한 지시를 전달받은 번리의 선수들은 선제골에 흔들리지 않았다.
전반기 동안 화려한 연승도 겪었고, 좌절스럽고 치욕스러운 패배와 무승부가 반복되는 고통스러운 시간도 보냈다.
이제 형민의 지도 하에 반시즌을 넘긴 번리의 선수단은 선제골 한번에 일희일비 하기보다는 그럴 시간에 그냥 만회골을 넣는게 더 빠르고, 실제로 그들에게 그게 가능하다는 것도 잘 인지하고 있었다.
쉽게 열리지 않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진을 상대로 계속 압박과 역습을 가하면서 틈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던 전반 38분.
형민이 지적하고 번리의 선수들이 호시탐탐 노리던 오른쪽에서 마침내 균열이 발견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왼쪽 수비수 프란시스코 오르테가한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