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66)
66화: 일단 밀고 나간다
“니코!”
우울한 표정으로 실점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번리의 벤치를 향해서 형민이 외쳤다.
“네!”
“빨리 나갈 준비해! 교체다!”
번리의 벤치가 어수선해지는 가운데, 아서가 형민에게 교체 대상을 재빨리 확인했다.
“제이콥?”
“네. 빨리, 킥오프 전에 교체를 해주세요.”
아서가 대기심에게 뛰어가고, 니코 곤잘레스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서 입고 있던 트레이닝복을 벗어던지고 급하게 몸을 풀고 있는 가운데 형민이 젊은 스페인 선수에게 발을 옮겼다.
“어떻게 할까요?”
“이제 승기를 잡았으니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수비를 굳히고 역습 중심으로 갈꺼야.”
형민이 설명을 하는 가운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벤치도 분주해지는 것이 니코의 어깨 너머로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자랑하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젊은 공격수 마커스 래시포드가 몸을 풀고 있다.
아마 교체 대상은 중앙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던 에딘슨 카바니겠지.
노장 공격수의 탁월한 움직임보다는 젊은 공격수의 속도와 체력을 이용해서 역습 속도를 높이려는 한 수다.
본인도 등 뒤로 힐끗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벤치의 움직임을 확인한 니코 곤잘레스가 다시 형민을 바라보았다.
“저쪽이 수비를 굳히면 돌파나 침투하기 힘들어. 일단 중앙 수비수를 볼 수 있는 선수가 4명인데다, 프레드랑 파우스토 베라도 수비로 내려앉을거야.”
전반기에 진행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과 상황이 비슷한데, 이번에는 우세를 잡고 공수가 분리되는거니까 번리가 훨씬 더 불리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키기만 하면 되고, 번리는 더 이상의 골을 내주지 않는 동시에 추가 득점에 성공해야 하니까.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지 말고, 밖에 공을 공급하면서 기회를 노려줘. 중거리슛을 때려서 저쪽 수비진을 끌어내는 것도 괜찮아.”
“다른 지시사항은요?”
“나도 다시 얘기를 하겠지만, 와우트한테는 오프사이드 라인으로 밀려나오는걸 제외하면 아예 저쪽 페널티 박스에서 나오지 말라고 해. 차라리 수비수 한두명을 와우트가 붙잡고 있는게 공격하기에 더 편할거야.”
“네, 전달할께요. 다른 지시사항은 없으신가요?”
형민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지시를 기다리는 젊은 선수에게 고개를 저었다.
나이는 아직 어린데 체격도 좋고 기술도 좋고 심지어 전술적인 이해도도 뛰어나다.
감독의 지시가 끝나자, 대기심 옆에서 수석코치인 아서가 부르는 소리에 바르셀로나 유소년 출신의 젊은 임대생은 교체를 위해서 사이드라인으로 달려갔다.
교체판이 들어올려지고, 제이콥 램지가 전속력으로 사이드라인을 향해서 달려와서 니코 곤잘레스와 교체.
제이콥 램지에게 수고했다는 격려와 함께 어깨를 두들겨준 형민이 다시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재개되는 경기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부럽네요.”
“뭐가?”
“니코요.”
형민의 말투에서 뭔가 느낀걸까.
번리의 노련한 수석코치는 현재 시점에서 프리미어 리그의 젊은 감독 중 최고라고 손꼽히기 시작하는 감독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감독으로서 말하는거야, 아니면 선수로서 말하는거야?”
수석코치의 날카로운 질문에 형민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채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
2021년 10월에 러시아가 자국의 영토권을 주장하면서 국경지대에 군사들을 전면 배치해서 긴장감이 감돌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결국 2022년 2월 24일 새벽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발했다.
이 사태는 처음에 축구계에 간접적인 영향 밖에 미치지 않았다.
각 구단들과 팬들은 전쟁과 전쟁을 촉발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국적의 선수들을 위로하거나 러시아로부터 침공받은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공공연한 지지를 표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무관중으로 수십 경기를 치뤄야 했던 코로나19 사태보다 더 축구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었던 전쟁의 여파가 영국 축구계에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영국 정부에 의해서 러시아와 관련된 다양한 재벌들과 인사들이 제재를 받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처음에는 에버튼의 공동 구단주였던 알리셔 우스마노프나 여러 축구팀들의 대한 러시아 기업들의 후원이 거부되거나 철회되는 가운데, 마침내 2022년 3월 10일 목요일에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예상하던 분기점에 도달했다.
러시아 정재계 인사들에 대한 포괄적인 제재의 일환으로 첼시의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보유하고 있는 첼시 풋볼 클럽에 대한 제재에 들어간 것이다.
러시아의 올리가르히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친분관계가 있다고 알려진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이미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2월 26일에 첼시 자선재단의 이사진에게 구단의 경영권을 이전하려다가 법적인 이유로 거부당하고.
그로부터 1주일 후인 3월 초에는 자신이 첼시 풋볼 클럽에 무이자로 대여한 15억 파운드의 부채를 탕감하고 구단을 매각하겠다는 조치를 취했지만 영국 정부의 입장은 더 단호했다.
2022년 5월 31일까지 매각을 완료하지 못하면 첼시 풋볼 클럽의 라이센스를 박탈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가하겠다.
결국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구단의 매각 대금을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들에게 전액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부러움을 샀던 선수단을 꾸리면서 지난 18시즌 동안 프리미어 리그 우승 5회를 포함해서 17개의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들어올린 첼시에게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첼시 풋볼 클럽의 감독 지네딘 지단과 선수단은 팬들을 위해서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서 뛰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두번이나 동점골을 넣으면서 극적인 무승부를 끌어낸 경기로부터 1주일이 지난 시점.
번리는 프리미어 리그 29라운드 경기를 위해서 구단주에 대한 제재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첼시의 홈구장 스탬포드 브릿지를 방문했다.
전반기에 터프 무어에서 치룬 경기는 무려 옐로우 카드가 10장이 쏟아져나오면서 양 팀 모두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던 경기.
그동안 지속적으로 쌓여가던 출장 횟수와 피로 누적 속에서 드디어 퍼져버린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미드필드의 방패를 잃어버린 형민은 엄숙한 얼굴로 라커룸에서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선수진을 둘러보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또 첼시한테 도발당하면 각오하세요.”
감독의 진지한 협박에 선수들은 혹시나 바닥에 굴러다니는 물병이나 다른 물건이 없는지 은근슬쩍 확인하면서 경청하는 표정을 지었다.
“스탬포드 브릿지니까 상대편도 그런 유치한 도발을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오늘은 니키도 없기 때문에 평소보다 수비라인이 헐거워질 수 있어요. 니코가 잘 방어해주겠지만, 브라우니랑 제이콥도 수비 가담에 평소보다 더 신경 써주기를 바래요.”
선발 출전하는 니코 곤잘레스와 조시 브라운힐, 그리고 제이콥 램지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형민은 선수들을 둘러보면서 한숨을 속으로 삼켰다.
경기 간격이 여유로워졌다고 해도, 번리의 얇은 선수층이 단숨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피로 누적에 따른 부상으로 이탈한 니콜라스 세이왈드 외에 왼쪽 수비수 찰리 테일러도 잔부상으로 오늘은 출전이 불가능.
형민은 왼쪽 수비를 볼 수 있는 중앙 수비수 자원 두 명을 놓고 고민했지만, 장고 끝에 1월말에 합류한 압두 디알로보다는 1달이라도 팀원들과 손발을 더 맞춰본 오스카 밍게자를 왼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모든게 끝나고 나서 되돌아보니,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고민이었지만.
삑!
“아니 왜요?!”
주심의 휘슬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오스카 밍게자는 자신을 지목한 다음에 페널티마크를 가르키는 주심의 손길에 격렬한 분노를 표시했다.
“X발! 그게 말이 되요! 저 덩치가 저한테 밀려서 쓰러진다는게?!”
오스카 밍게자는 주심한테 달려가서 격렬히 항의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직전의 순간.
번리의 왼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오스카 밍게자가 페널티 박스로 침투한 첼시의 중앙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를 제지하기 위해서 경합하던 가운데 루카쿠가 넘어졌다.
191센티에 101키로의 거구가 180센티 밖에 되지 않는 자신에게 밀려서 넘어지는게 말이 되냐고 오스카 밍게자가 격렬하게 항의하는 가운데, 만만치 않은 상대팀을 대상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첼시 선수들이 희희낙락했다.
주심에게 같이 항의해야 하는지, 아니면 주심의 멱살이라도 붙잡을 기세로 항의하는 오스카 밍게자를 먼저 말려야 하는지.
번리의 주장 벤 미와 나머지 번리 선수들이 망설이는 가운데 주심은 격렬히 항의하던 오스카 밍게자에게 옐로우 카드를 선사했다.
전반 24분.
첼시의 로멜루 루카쿠가 자신이 따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첼시가 한 골 앞서가는 가운데, 전반기와는 달리 한 팀만 경기 후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에게 징계를 받고 번리가 프리미어 리그 페어플레이 수여대상 명단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든 계기를 제공한 ‘그’ 경기가 시작되었다.
삑!
“아니 X발! 이 X끼들은 밥도 안 쳐먹고 나왔나?!”
그라운드 위에 나뒹구는 첼시의 공격수 카이 하베르츠 옆에서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니코 곤잘레스를 본 번리의 중앙 수비수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분노와 허탈함이 뒤섞인 욕을 내뱉었다.
전반 24분 오스카 밍게자.
전반 26분 제임스 타코우스키.
전반 27분 니코 곤잘레스.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언질이라도 받고 나왔는지, 조금이라도 거친 수비 행위가 나오는 즉시 휘슬을 부는 주심의 성향을 파악한 첼시 선수들은 접촉이 있을 때마다 경합하지 않고 그라운드 위로 몸을 날리는 것을 선택하고 있었다.
요즘은 VAR 때문에 함부로 다이빙을 하면 경기 내에서 발각되거나 경기 다음이라도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첼시 선수들은 실제로 접촉이 있는 경우에만 픽픽 쓰러지는데, 덕분에 가뜩이나 갈 길이 먼 가운데 공을 탈취하려는 시도 속에서 3분 동안 옐로우 카드를 3장이나 소집한 번리 선수들은 분통이 터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프랑스 국적의 명장 지네딘 지단의 지휘를 받는 첼시는 60대 40이라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공을 소유한채 번리를 두들기고 있었다.
아니, 정확한 표현은 두들기다가 아니라 농락한다, 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최전방에서 계속 위협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중앙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를 제외한 나머지 첼시 선수들은 탁월한 기술을 기반으로 부드럽게 공을 돌리면서 번리 선수들에게 역습 기회를 주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