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67)
67화: 일단 밀고 나간다
공이 없으면 공격할 수 없고, 공격할 수 없으면 골을 넣을 수가 없다.
첼시는 이 티키타카의 근본 철학을 경기장 내에서 제대로 구현했다.
원래 경기가 시작할 때에 첼시는 4-4-2 포메이션이었다.
골키퍼로는 주전인 에두아르 멘디.
수비진은 첼시가 자랑하는 유소년 출신의 리스 제임스를 시작으로 오른쪽부터 안토니오 루디거, 티아고 실바, 그리고 벤 칠웰.
미드필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부터 임대 온 사울 니게즈가 오른쪽 끝에 서 있는 가운데 순서대로 은골로 캉테, 메이슨 마운트, 그리고 크리스챤 풀리시치.
공격수는 카이 하베르츠와 로멜루 루카쿠.
그러나 선제골을 넣은 다음부터 첼시의 포메이션은 3-3-3-1로 변화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은골로 캉테가 내려가서 중앙 수비수인 안토니오 루디거와 티아고 실바 사이에 서면서 3백을 형성하고.
오른쪽 수비수 리스 제임스와 왼쪽 수비수 벤 칠웰이 조금 더 공격적인 위치로 올라와서 가운데로 접고 들어온 오른쪽 미드필더 사울 니게즈와 함께 미드필드에서 3명이 나란히 늘어서고.
다시 그 위에는 오른쪽으로 빠진 공격수 카이 하베르츠와 왼쪽에서 밀고 올라간 왼쪽 미드필더 크리스챤 풀리시치 사이에 중앙 미드필더 메이슨 마운트가 서면서 미드필드에서 두번째 라인을 구축했다.
최전방에서 계속 밀고 들어가는 움직임으로 번리 수비진을 못 박아놓은 로멜루 루카쿠를 제외하면, 첼시의 9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큰 틀에서 사각형의 진영을 유지하면서 공을 편안하게 돌리고 있다.
번리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갈 길이 먼데, 첼시는 심심하면 최후방에 위치한 골키퍼 에두아르 멘디에게까지 백패스를 이어주면서 서두를게 없으니 번리 선수들은 계속 체력 소모를 강요받고 있었다.
“쳇.”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팔짱을 낀채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형민은 혀를 찼다.
방금 전에 번리 선수들은 1대 1로 전면 압박을 시도했지만, 첼시의 중앙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에게 번리의 중앙 수비수 콤비인 제임스 타코우스키와 벤 미가 묶여 있으니 필드 플레이어 숫자는 9대 8로 번리가 1명 모자란다.
거기에다가 첼시는 골키퍼인 에두아르 멘디도 패스 작업에 참여할 수 있으니 실질적으로 첼시 선수 2명은 언제나 압박에서 자유롭다.
아니나 다를까, 골키퍼 에두아르 멘디와 중앙 수비수 티아고 실바를 통해 공을 돌리면서 부드럽게 번리의 압박을 빠져나가는 첼시 선수들을 보면서 형민은 고민 속에 턱을 괴었다.
순식간에 옐로우 카드를 3장이나 받고, 페널티킥까지 내주면서 실점한건 크게 개의치 않는다.
물론 선수들이 너무 상대편의 도발에 휘둘리지 않도록 주의는 줘야겠지만.
첼시는 이번 시즌 초반에 고전하면서 10위까지 떨어지고 토마스 투헬 감독을 해임했지만, 지네딘 지단 감독이 부임한 후 꾸준히 순위를 끌어올리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번리가 무승부를 거두는 사이에 승리를 거두면서 5위에 등극.
최근에 기세가 등등한 가운데 지난 시즌에 유럽 챔피언스 리그까지 우승했던 강팀을 상대로 쉽게 갈 수 있을거라고는 애시당초 생각하지도 않았다.
더욱이 최근에 구단이 제재를 받으면서, 내부적으로는 거꾸로 선수들이 더 단결이 되는 경향도 없지않아 있었다.
오히려 형민의 골치를 아프게 하는 문제는 첼시의 지네딘 지단 감독이 팀에 입힌 부드러운 패스 작업을 깰 만한 수단을 지금 번리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평소에 압도적인 활동량과 수비력으로 압박 상황에서 일반 선수 두세명 몫을 해내던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공백이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이야.
오늘 그를 대신해서 선발 출전한 니코 곤잘레스도 수비력이 떨어지는건 아니지만,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미친 활동량에는 비할 수 없다.
하필이면 번리가 자랑하는 미드필드의 청소부가 자리를 이탈한 오늘 경기에서 첼시가 이런 전술을 들고 나오다니.
“아니면 아예 노린건가···?”
“뭘?”
형민의 중얼거림을 들은 아서가 물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이요. 오늘 니키가 부상으로 결장한다는걸 알고 이런 전술을 들고 나왔을까요?”
“음··· 그럴 수도 있지. 유럽 챔피언스 리그 3연패에 프리메라 리가를 2번이나 들어올린 감독이라면 괴물에 가까울테니. 저 친구는 선수로서도 최고였는데, 참 대단해.”
강팀을 지휘하고 있지만 방심하지 않고 상대팀의 약점이 노출되는 순간 자신의 장점으로 그걸 후벼파고 들어간다.
저 정도 위업을 쌓은 감독이라면 자존심을 세울만도 한데, 그런건 개의치 않고 자신이 생각한 전술적인 유연성을 콧대 높은 첼시 선수들에게 강요한 상대팀 감독에게 새삼 존경심이 생기는 형민이었다.
뭐, 그런다고 그냥 누워서 당해줄 수는 없지만.
하프타임 이후.
번리 선수들은 수비는 도외시하고 첼시 선수들에게 1대 1로 달려들었다.
전반전의 점유율은 마침내 70대 30까지 기울여졌고, 기존 방식으로는 번리의 체력 소모가 더 빠르기 때문에 공을 빼앗아서 역습을 전개할 가능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희박해진다.
어차피 1대 0으로 지나 10대 0으로 지나 지는건 똑같다!
차라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상대팀의 공을 탈취해서 역습으로 이어가라!
역습으로 인한 실점은 모두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확언한 형민의 명확한 지시를 전달받은 번리 선수들.
주장 벤 미가 혼자서 첼시의 중앙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를 견제하는 가운데 경기장 전 지역에서 첼시 선수들에게 1대 1 승부를 걸었다.
우리 감독님이 다른건 몰라도 약속은 무조건 지킨다.
수비 부담을 벗어던진 번리 선수들은 감독이 제시한 후반전의 첫 15분 내에 동점골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맹렬히 몸을 던졌다.
심지어 미드필드에서의 전개도 생략하기 위해 조시 브라운힐은 기동성과 활동량이 더 좋은 한니발 메이브리로 교체.
공을 빼앗으면 그 사람이 직접 전방으로 찔러넣고, 나머지 선수들은 침투한다!
전반전 이후 확 달라진 번리 선수들의 기조에 첼시 선수들이 당황하는 사이, 형민의 전술적인 변화가 결실을 얻어냈다.
“으아아아!!!”
후반 59분.
번리의 격렬한 역습을 방어하다가 코너킥을 내준 첼시.
어렵게 획득한 코너킥을 받아서 헤딩골을 넣는데 성공한 오스카 밍게자가 첼시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 양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그런데 그냥 포효하는게 아니라 굳이 전반전에 자신이 페널티킥을 내줬던 대상인 첼시의 중앙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의 앞으로 뛰어가서 그 얼굴에다 대고 포효하고 있다.
“야! 야! 저 X끼 빨리 데려와!”
설마하는 생각으로 상황을 멍하게 지켜보던 번리의 주장 벤 미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오스카 밍게자 옆에 서서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 니코 곤잘레스와 제이콥 램지에게 소리쳤다.
저 미친 X는 전반전에 옐로우 카드를 이미 하나 받아놓고 무슨 생각으로 저런 짓을 하고 있는거야?!
혹시나 주심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는 주장 벤 미의 시야에 동점골에도 불구하고 팔짱을 낀채 차게 식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들의 젊은 감독이 들어왔다.
후반전에도 그딴식으로 옐로우 카드를 수집하면 경기가 끝난 다음에 가지고 있는 물병을 모두 한줄로 늘어놓고 자신들에게 걷어찰지도 모른다.
“야! 빨리 데려와! 빨리!”
옆에 서 있던 두 명 중 한 명은 아예 뒤에서 오스카 밍게자를 끌어안고는 동료를 뒤로 잡아당기고.
다른 한 명은 오스카 밍게자와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짓는 로멜루 루카쿠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서 아직도 포효하는 동료를 뒤로 밀치는 광경을 확인한 번리의 주장은 짤막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주심이 보는 것보다 우리 감독이 보고 있는게 더 무섭다.
햇살이 내리쬐는 영국의 봄이었지만, 식은땀이 이마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것을 닦아내면서 벤 미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
[아, 이번 경기는 정말 즐거웠습니다.]늦은밤.
모든 뉴스가 끝난 방송에서는 그날에 펼쳐진 프리미어 리그 경기들을 하나씩 짚어보고 있었다.
첼시와 번리 간의 경기가 등장하자, 패널들은 하나 같이 희색을 띄면서 대화에 참여했다.
[번리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결장한걸 확인한 첼시의 지네딘 지단 감독이 제대로 번리의 약점을 파고 들었어요.] [특히 첫 득점을 다음부터 전반전 동안에는 첼시가 티키타카를 펼쳤는데···. 순간 첼시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했나, 온 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경기의 하이라이트를 지켜보면서 패널 중 한 명이 지적하자, 맨체스터 시티 출신의 다른 패널이 익살을 떨었다.
패널들 사이에서 즐거운 웃음이 흘렀다.
[반면에 후반전에 번리의 김 감독도 대응이 훌륭했는데요. 보세요,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수비는 포기하고 전원 압박에 돌입합니다.] [정말 김 감독 입장에서는 용기 있는 결단이었는데요. 1골 차이로 지느니 10골 차이가 날 위험을 각오하고라도 동점골을 노리겠다라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패널들 중에 감독 경험이 있는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감독 입장에서는 저 상황에서 자기 입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강팀을 상대로 1점 차이로 패배하면 오히려 선전했다고 칭찬을 받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대패하게 되면 팬들의 압박도 거세지고, 이사진이나 경영진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번리의 김 감독은 참 그런 걸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요. 솔직히 임시 감독으로 맡았던 첫 경기. 에버튼 전이었던가요? 거기서도 굳이 션 다이쉬 감독의 전술에 변화를 줄 필요가 없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밀고 갔고, 좋은 결실을 거뒀어요.]하이라이트가 흘러가는걸 지켜보던 패널들은 첼시가 다시 득점하는 장면이 보여지자 일제히 한숨을 토해냈다.
[이건 번리의 김 감독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웠을 것 같아요. 동점골을 뽑아내기는 했지만, 후반전 내내 그 강도의 압박을 유지할 수는 없으니 다시 수비 태세를 정비했는데, 첼시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번리의 전력이 첼시한테 한참 못 미치니까요. 첼시도 최근에 분위기가 좋았고, 홈경기에서 무승부를 가져가기에는 아쉬웠을 것 같습니다. 결국 두터운 벤치에서 공격을 강화하는 선수들을 계속 내놓을 수 있었던 지네딘 지단 감독이 승리를 가져갔네요.] [확실히 번리가 후반전에 수집한 옐로우 카드 3장은 수비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내준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승부까지 끌고가는건 실패했으니까요.]패널들의 논의가 끝나가자, 진행자가 화면에 순위표를 띄워주었다.
[어쨌든, 번리는 시즌 초반의 예상을 모두 박살내고 현재 리그 6위에 올라있습니다. 오늘 첼시전 패배도 2022년에 들어서 첫 패배인데요. 이렇게 되면 다음 시즌에 번리를 유럽 대항전에서 볼 수 있을지가 정말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