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68)
68화: 일단 밀고 나간다
“그건 그냥 너무 멀리 보는 얘기 같아요.”
다음 시즌에 번리가 유럽 대항전에 출전할 수 있을까.
최근에 모든 언론과 신문사들이 묻는 질문을 전달한 헬레나에게 형민이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의 구내식당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간만의 따뜻한 봄 해가 비추는 햇빛이 잘 드는 창가 옆 자리에서 식사를 마친 다음에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뭐, 저도 너무 섣불리 샴페인을 터뜨리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다음 시즌에 대한 고민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으니까요.”
구단 대표이사 겸 재정이사의 지적에 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말씀드리는건, 6위는 굉장히 불안한 순위라는거지요. 차라리 확실하게 4위를 하고 있으면 조금 밀려도 챔피언스 리그에서 유로파 리그로 떨어지는 정도이고. 8위를 하고 있다면 위에서 실수하지 않는 이상 못 나간다, 라고 얘기할 수 있거든요.”
형민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헬레나에게 설명을 계속했다.
“그런데 6위라는건 우리도 잘 해야 되고, 우리 밑에서 우리보다 더 잘 하는 팀은 없어야 하고, 하여간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어려운 자리라는 거지요. 지금 순위표를 감안했을 때에 이겨야 하는 경기를 하나라도 지거나 무승부를 거두면 바로 밀려날 수 있거든요.”
프리미어 리그 29라운드가 끝난 현재 시점.
유럽 대항전 진출권이 걸려있는 6위 전후의 리그 테이블은 대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29경기를 치른 번리는 승점 52점으로 6위.
1위부터 3위까지는 시즌 전의 예상대로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 간의 경쟁 속에서 예상 외로 아스널까지 참전해서 물고 물리면서 치열한 1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9경기를 치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승점 61점으로 4위.
그 밑에는 전반기에 처절한 성적표를 받아들은 첼시가 승점 55점으로 5위.
안토니오 콘테 감독으로 교체한 토트넘이 승점 51점으로 7위.
전통적인 중상위권의 강자 레스터가 승점 49점으로 8위.
그나마 첼시가 승점 55점으로 조금 더 안정적인 가운데, 번리와 토트넘, 그리고 레스터는 1-2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순식간에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살떨리는 6위 경쟁에서 살아남는건 단 한 팀 뿐.
순위표의 상황을 설명받은 헬레나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그냥 남은 모든 경기를 이겨버리는거 어때요?”
구단 대표이사의 과격한 제안에 형민도 웃으면서 받아쳤다.
“이적 자금을 한 2억 파운드 정도 주시면 해볼께요.”
“아, 아쉽게도 그건 안 되겠네요. 아직도 1,000만 파운드의 빚도 다 못 갚아서.”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강등 1순위였던 영국 시골 구석탱이에 위치한 소형 구단에 소속된 대표이사와 감독이 킬킬대면서 웃었다.
***
구단의 대표이사 겸 재정이사와 감독은 자신들의 상황에 웃을 수 있을지 몰라도, 정작 선수 영입과 매각을 담당하는 조너선 랜드리스는 한순간 한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
물론 본인이 원해서 이런 곳을 선택했고, 솔직히 즐기고 있지 않냐고 누군가 물어보면 아니라고 선뜻 대답할 수도 없지만.
그리고 프리미어 리그 구단에서 자신이 원하는 구상대로 팀의 구성을 통째로 갈아엎는건 평생 한번 이상 가지기 힘든 기회이자 특권이기도 하다.
물론 세부적인 구성은 감독과 이사진과 협의를 해야 하지만, 그건 이미 합류하기 전부터 큰 틀이 서로 동의가 되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고.
사실 다른 것들은 다 괜찮은데, 가끔씩 보석의 원석을 발견해서 싼 값에 매입하는 희열에는 원석이 그냥 돌맹이로 판별되거나, 아니면 원하는 원석을 여러가지 이유로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순간들이 있을 뿐이었다.
[…워크퍼밋을 받는데 실패했다고?]지난번 경영진 회의에서 미드필드 보강의 최우선 후보였던 노르웨이 국적의 마커스 솔바켄.
노르웨이 1부 리그의 바이킹 소속으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역대 최고의 구성을 가지고 있는 노르웨이 성인 국가대표팀에는 계속 선발이 되지 않고 있다.
혹시나 하고 걱정했던 워크퍼밋 신청이 역시나 거절당했다고 구단의 행정팀에서 연락이 왔다.
[…젠장. 그러면 다음에 언제 다시 신청할 수 있지?] […120일 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아, 그렇지. 그런거 없는거 잘 알지.] […고마워. 수고했어.]전화를 끊은 조너선은 한숨을 내쉬면서 의자를 뒤로 돌렸다.
화이트보드에는 적혀 있는 수많은 이름들과 그 옆에 써있는 숫자들.
지금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에 위치한 조너선의 방에는 청소부도 들어올 수 없는 이유였다.
조너선은 한숨을 쉬면서 포지션별로 분류되어 있는 화이트보드에서 미드필더를 정리한 칸 제일 위쪽에 적힌 이름에 줄을 그었다.
“어디 보자··· 그 다음 순번이 누구더라···.”
젠장. 이 친구는 더 비싼데···.
구단 이사진과 또 자금 관련 논의를 할 생각에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는 조너선이었다.
***
FA컵 8강전 상대로 추첨된 것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이미 2번이나 맞붙은 웨스트햄.
웨스트햄의 홈구장인 런던 스타디움으로 경기가 잡혔지만 전반기에는 2대 0, 그리고 후반기에는 4대 0, 누적 스코어 6대 0으로 이번 시즌 내내 흠씬 두들겨맞은 웨스트햄의 팬들은 절망하고, 번리 팬들은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였다.
은근슬쩍 번리가 FA컵에 조금 더 힘을 기울이기는 바라는 목소리들이 구단 내외부에서 나왔지만, 형민은 이를 단호하게 끊어냈다.
“FA컵이요? 우승하면 좋지요. 그런데 FA컵을 우승하려면 앞으로 3경기나 더 치뤄야 하는데, 지금 8강에 올라온 팀 중에 셰필드 웬즈데이를 제외하면 다 프리미어 리그 소속이에요. 저희 입장에서는 맨체스터 시티 같은 괴물들도 득실거리는 컵대회에 올인하다가 프리미어 리그 순위에 문제가 생기는게 더 손해에요.”
구단 경영진 회의에서 그렇게 선언한 형민은 자신의 약속대로 후보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발진을 꾸렸다.
골키퍼에는 이번 시즌에 절정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 주전 골키퍼 닉 포프에게 밀려서 컵대회 전용으로 출전하고 있는 웨인 헤네시.
수비 라인으로는 오른쪽부터 맷 로튼, 네이선 콜린스, 벤 미, 그리고 오스카 밍게자.
미드필드에는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여전히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니코 곤잘레스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격하고, 그 위에 오랜만에 선발로 나오는 한니발 메이브리와 조시 브라운힐.
마지막으로 공격은 베테랑 공격수 제이 로드리게즈를 중심으로 막스 코넷과 요한 베르그 구드문슨.
반면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15위까지 추락하면서, 이번 시즌에 유로파 리그 8강전을 예약했다는게 믿겨지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웨스트햄은 이번 경기에 최상의 전력을 투사했다.
주전 골키퍼 우카시 파비안스키 위에 오른쪽부터 벤 존슨, 이사 디오프, 크레이그 도슨, 레뱅 쿠르자와.
데클란 라이스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중앙 미드필드에는 알렉스 크랄과 원클럽맨으로 웨스트햄에서 유소년 시절부터 커리어 전체를 보낸 구단의 레전드 마크 노블.
그 위에 공격진에는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 바르셀로나로부터 영입한 마르틴 브레이스웨이트를 최전방에 두고 아담 우나스, 파블로 포르날스, 그리고 재러드 보웬이 2선을 형성했다.
그러나 선발 명단부터 잔뜩 힘이 들어간 웨스트햄에 비해서 전체적으로 승패에 큰 부담없이 차분한 번리쪽에도 오늘 유난히 열정에 불타오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야야, 오늘 적당히 해라.”
경기장 위에 도열하면서 양 팀 간에 인사를 하기 위해서 기다리는 가운데, 기합이 가득 들어간 한니발 메이브리에게 옆에 서 있던 하우스메이트인 오스카 밍게자가 말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선발 기회를 잡아서 눈이 이글거리는 젊은 유망주는 동료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감독님에게 오늘 제대로 보여드리겠어. 이 한니발 메이브리의 위력을!”
“어··· 그래. 퇴장이나 당하지는 말고.”
전반기에 리버풀전에서 퇴장당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오스카 밍게자가 떨떠름하게 대답했지만, 한니발 메이브리는 마치 가상의 적에게 펀치라도 날리는듯 어퍼컷을 날리는 시늉을 했다.
“내가 오늘 꼭 한 골, 아니 두 골을 넣고 만다!”
얘 오늘 괜찮을까요?
허공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리는 한니발 메이브리의 머리 너머로 오스카 밍게자가 같이 선발 출전하는 베테랑 공격수 제이 로드리게즈에게 눈빛을 보냈다.
어, 괜찮지 않을까?
역시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제이 로드리게즈가 오스카 밍게자에게 눈빛으로 답변을 보냈다.
상대팀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고.
전쟁을 치루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지를 위한 깃발 세레모니를 진행하고.
차별에 대한 경계심을 일깨우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센터서클을 중심으로 한쪽 무릎을 꿇었던 선수들이 각자의 진영으로 돌아가는 내내.
한니발 메이브리의 기합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렇게 경기가 시작한 다음, 두 선수는 깨달았다.
아, 사람이 아무리 날뛰어도 하늘이 계획하는거에는 당할 수가 없구나.
[골! 골입니다!]FA컵 8강전을 중개하는 캐스터가 살짝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외쳤다.
옆에서 리플레이 장면을 다시 유심하게 지켜보던 해설자가 허탈한 듯이 말했다.
[이건 솔직히 슛이라기 보다는··· 크로스가 잘못 들어갔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주심도 부심도 VAR도 모두 골에 문제가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어찌되었든 들어갔고 인정받은 선제골에 환호하는 번리 선수들과 원정팬들을 배경으로 웨스트햄 선수들과 홈팬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반 7분.
아직 본격적인 탐색전도 시작되지 않은 시점.
번리의 중앙 미드필더 조시 브라운힐이 미드필드에서 연결한 공을 웨스트햄의 페널티 박스 옆까지 침투한 번리의 오른쪽 공격수 막스 코넷이 받았다.
본인은 나중에 극구 부인했지만, 뭔가 특별한 공격을 하려는 것보다는 페널티 박스 안에 밀집되어 있는 웨스트햄 수비진을 확인하고는 굳이 거기에 드리블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게 귀찮고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보다 페널티 박스 한 가운데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번리의 중앙 공격수 제이 로드리게즈의 머리를 한번 맞춰보는게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했을게 분명했다.
그렇게 프랑스 리그앙의 명문 올림피크 리옹을 거쳐서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 번리에 합류한 프랑스 국적의 공격수는 페널티 박스 한복판으로 높은 크로스를 올렸다.
문제는 막스 코넷의 크로스 능력은 아무리 좋게 표현해도 ‘잘’이라는 말이 앞에 안 붙는다는 것이다.
물론 세트피스 키커로서는 코너킥과 프리킥 모두 원천 배제된 카림 아데예미만큼 심각한건 아니지만, 그냥 큰 틀에서 목표한 상대 근처에 떨어지는 정도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보다도 더 힘이 들어갔는지, 빗맞은 공은 원래 목표했던 페널티 박스 한복판을 그대로 지나서 쭉쭉 날아갔다.
“어? 어?! 어?!!!”
공의 궤적을 쫓던 웨스트햄의 수비진과 홈팬들의 의아한 외침이 경악으로 바뀌는 가운데,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위기에 웨스트햄의 골키퍼 우카시 파비안스키가 온 몸을 오른쪽 위쪽을 향해서 날렸다.
그렇지만 너무 늦었다.
몸을 날리면서도 침통한 표정을 지은 웨스트햄 골키퍼가 공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땅으로 다시 내려앉는 가운데, 원정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는 거저 먹은 선제골에 환호하는 원정팀 감독이 원정팀 수석코치와 피트니스 코치를 얼싸안고 춤을 추고 있었다.
번리가 기대하지도 않았던 FA컵 4강전에 진출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