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69)
69화: 드와이티
드와이트 맥닐.
팀 내에서 별명은 드와이티.
1999년생으로 올해 22세.
번리의 유소년 출신으로, 무려 18살의 어린 나이에 퍼스트팀에 데뷔한 후 벌써 프리미어 리그에서 100경기 이상 소화한 젊지만 노련한 베테랑.
오랜만에 등장한 유소년 출신의 주전급 선수에게 번리 팬들은 열광했다.
화려한 공격보다는 투박한 수비로 더 유명한 션 다이쉬 전임 감독의 번리에서 드와이트 맥닐은 팀과 팬들에게 한줄기 희망과도 같은 존재였다.
체력, 기술, 신체능력, 그리고 헌신과 내구력까지.
탁월한 왼발에 기본적인 기술은 왠만큼 구사 가능한 오른발까지.
공중전과 몸싸움이 조금 약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축구 선수라면 이상적이라고 할 조건들을 가지고 태어나서 이를 부단한 노력으로 갈고닦은 번리의 젊은 에이스.
형민이 팀을 맡은 이후에는 왼쪽 공격수의 자리를 꿰차고, 상대편 수비를 헤집으면서 공격의 시발점 내지는 미끼 역할을 넘치도록 수행하고 있다.
심지어 오른쪽 측면 공격수도, 아니면 중앙 공격수나 공격형 미드필더까지도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공격자원이다.
이번 시즌에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24경기에 선발 출전해서 6골에 12어시스트를 올리면서 팀내 어시스트 순위 1위.
프리미어 리그 전체로 넓혀 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아스날의 마르틴 오데가르드와 함께 어시스트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크리스타이누 호날두와 같은 일격필살의 공격수를 가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알렉산드르 라카제트, 부카요 사카, 가브리엘 마르티넬리 등 풍부한 공격자원을 자랑하는 아스날에 비해서 번리의 화력이 한 수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어시스트의 순도는 더 높다.
어린 나이에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주전급 선수로 발돋움했으니 자만할 법도 하지만, 오히려 드와이트 맥닐은 현재 번리 선수단에서 유일한 순혈 선수라는 부담감과 중압감 속에서 조용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면이 더 강했다.
형민은 양팔 가득히 문신을 새긴채 자신의 맞은편 소파에 얌전히 앉아있는 번리의 젊은 에이스를 친근한 미소를 띄고 바라보았다.
“요즘은 좀 어때?”
젊은 감독의 말에 맥닐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냥 그래요.”
“아 그래? 난 지난 2경기에서 60분대에 교체되는 바람에 어시스트를 못 올려서 어시스트 순위에서 밀린 것 때문에 우울할줄 알았지?”
감독의 농에 드와이트 맥닐은 피식 웃었다.
새로 부임한 젊은 감독이 세심하게 자신의 출전시간을 관리해주고 있다는 것을 당사자인 드와이트 맥닐이 모를리가 없었다.
별다른 이슈가 없다면 무조건 선발이고, 대신 경기 중에 파울루 모라오 코치와 유심하게 활동량과 체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가 부상 위험 구간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팀의 손해를 감수하고 바로 교체해준다.
젊은 선수로서 경기를 더 뛰고 싶은 열망도 있었지만, 36경기에서 2골 5어시스트를 기록한 지난 2020/21 시즌이나 38경기를 전부 출전한 2019/20 시즌에 기록한 2골 6어시스트보다 훨씬 더 페이스가 좋다는 것을 스스로도 부인할 수 없다.
눈에 띄게 긴장감이 풀리는 드와이트 맥닐에게 형민은 본론을 꺼냈다.
“내가 보자고 한건 말이야, 팀 내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조정하고 싶어서야.”
의구심과 긴장에 다시 눈에 띄게 얼굴이 굳어지는 맥닐에게 형민이 서둘러서 손을 내저었다.
“아, 칭찬하려고 부른거야! 칭찬!”
“…?”
살짝 당황한 형민이 탁자 위에 놓여져 있던 노트북을 열어서 화면이 드와이트 맥닐에게 향하도록 돌려주었다.
“자료를 보면서 설명하는게 좋겠는걸? 내가 실수하지 않도록.”
자료에는 드와이트 맥닐의 2021/22 시즌이 일목요연하게 수치화되어서 정리되어 있었다.
출전한 경기, 해당 경기에서의 포지션, 기록한 출전 시간, 활동량과 같은 대표 지표부터 시작해서 슈팅 횟수, 유효 슈팅 횟수, 득점, 어시스트 시도, 유효 어시스트 지표, 실제로 기록한 어시스트.
거기서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경기장의 각 지역에서 이루어진 볼 터치와 패스, 그리고 그 패스의 성공과 실패.
압박 시도 횟수와 성공 및 실패 횟수, 그리고 압박 시도에 따른 결과까지.
매번 경기가 끝날 때마다 분석팀이 비디오와 GPS 정보를 조합해서 감독에게 제공되는 세부 보고서를 흘깃 본 드와이트 맥닐은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는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뭐가 문제가 있을까요?”
자신이 보기에는 딱히 지표 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활동량도 떨어지지 않았고, 압박도 감독이 지시한 대로 최전선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패스와 기회 창출의 질과 양은 자신이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를 찍고 있다.
심지어 공격수인데 경기당 태클 성공 횟수는 프리미어 리그 전체에서 6위.
의아해하는 젊은 에이스의 표정에 형민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이러면 좀 신이 나기는 하지.”
“…?”
얼굴에 궁금증을 표현하는 드와이트 맥닐에게 형민은 화면 위에 떠오른 기대득점과 실제득점의 수치를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프리미어 리그 24경기에서 기대득점은 10.43인데 실제득점은 6골으로 실제득점이 기대득점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원래 기대득점과 실제득점은 단기적으로 벌어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한 시즌이 지나면 확률적으로 서로 수렴하는게 맞다는 것을 고려하면 확실히 득점력은 미달인 상황.
“어···. 제가 골을 더 넣기를 바라시는건가요?”
젊은 선수의 질문에 형민은 고개를 저었다.
“음··· 뭐 굳이 따지자면 그건 아닌 것 같아.”
아니 그럼 여기까지 불러와서 뭘 얘기하고 싶으신거에요?
마침내 에이스의 얼굴에 살짝 드러난 짜증스러운 표정에 형민이 만족스러운듯이 씩 웃었다.
“그래. 내가 원하는건 바로 그런거야.”
“…네?”
“자, 여기 너의 수치를 한번 분석해보자고. 90분당 슈팅은 2.97회로 프리미어 리그 전체에서 20위야. 그런데 지금 프리미어 리그 득점 순위에서 20위를 차지하려면 11골을 넣었어야 하지.”
지표를 살펴보던 드와이트 맥닐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어, 그럼 제가 슈팅을 더 줄이면 될까요? 어차피 저는 어시스트가 높으니···.”
“아니. 그 반대야.”
더 혼란스러워하는 젊은 선수의 질문을 형민이 끊었다.
“왜 슈팅 수는 높은데 골은 안 들어갈까? 왜 기대득점보다 실제득점이 낮을까? 혹시 생각해본 적이 있어?”
“음···.”
드와이트 맥닐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번 시즌에 워낙 어시스트가 잘 들어가고, 특히 전반기에는 크리스 우드와 카림 아데예미를 비롯한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마무리를 잘 해줘서 딱히 고민한 적은 없다.
후반기에도 팀이 패배하지 않는 무패의 행렬을 이어가면서 특별히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나 이유도 없었고.
“그건 네가 너무 욕심이 없어서 그래.”
“…?!”
놀란 표정을 짓는 드와이트 맥닐에게 형민이 노트북에서 비디오 클립을 틀어주었다.
지난번 경기의 하이라이트.
11번을 단 자신의 유니폼이 보인다.
상대편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드리블하다가 상대편 수비수를 만나서 접고.
다시 패스를 줄 대상을 찾지만 대상이 없으니 다시 수비수를 만나서 접고.
또 패스할 대상을 찾지만 아무도 없자 또 접고.
결국 그러다가 슈팅을 날렸지만 이미 대비한 상대편 골키퍼에 의해서 가볍게 잡힌다.
다음 클립도, 다음 클립도, 다음 클립도.
모두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패스할 대상을 찾지 못하는 자신이 드리블을 이어가다가 막히는 모습들이었다.
“어, 드리블이 너무 긴 걸까요? 좀 더 빨리 공을 내주거나?”
“이 친구야. 네가 드리블해서 돌파하는게 우리 팀 공격의 핵심 중 하나인데 무슨 소리야. 네가 저기서 페널티 박스 안에 드리블 침투에 성공한 순간부터 패스를 받을 각도를 만들어주지 못한건 다른 선수들의 잘못이지 네 잘못이 아니야.”
“그럼···?”
“더 슈팅을 빨리 가져가야지.”
“…?!”
형민이 원래 보여줬던 드와이트 맥닐의 기본 자료를 다시 보여주었다.
“자, 네가 슈팅을 많이 날리기는 하지만, 실제로 슈팅 기회 자체는 꽤 조잡해. 방금 비디오에서 봤듯이, 패스를 주려다가 결국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서 날리는 슈팅이 대부분이거든. 그러니까 네가 어시스트로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3위권이고, 90분당 키패스도 2.83개로 엄청나게 많이 보내주고 있지만 정작 네가 주워먹는건 질이 낮은 것들 밖에 없는거야.”
“아···.”
알듯, 모를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젊은 공격수에게 형민이 미소를 지으면서 설명했다.
“자, 이걸 봐봐.”
형민이 준비한 비디오에서, 크리스 우드나 제이 로드리게즈, 또는 와우트 웨그호스트가 중앙 공격수로 출전해서 뒤로 물러나자, 거기서 생긴 틈으로 카림 아데예미나 요한 베르그 구드문슨, 또는 한니발 메이브리나 심지어 제이콥 램지가 파고들어서 슈팅을 날리는 모습이 펼쳐졌다.
좋은 기회는 직접 슈팅을 날리고, 기회가 없다고 판단되면 패스를 보낸다.
결과적으로는 같아 보여도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은 정반대에 가깝다.
자신이 경기장 위에 있을 때에도 똑같은 상황은 수없이 발생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하면 중앙 공격수를 돌아서 상대편 수비진을 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지, 거기서 생긴 틈을 자신이 직접 파고들어서 마무리할 생각이 먼저 떠오르지는 않았다.
“네가 동료들에게 이용당할 생각만 하지 말고, 네가 동료들을 이용할 생각을 해. 헌신적인 것도 좋지만 너는 결국 공격수이고, 공격수가 슈팅을 날리지 않으면 상대편은 그만큼 수비하기가 편해진다고.”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이번에는 이해하기 어렵다기보다는 새로운 개념을 머릿속에 받아들이는 움직임.
“나는 네가 훨씬 더 편안하고 자유롭게 공격을 했으면 좋겠어. 실패하면 어때? 승패의 책임은 감독인 내가 지는거고, 경기장 내에서는 동료들이 같이 짐을 들어주는거야.”
조금씩 이해와 납득으로 밝아지는 드와이트 맥닐의 얼굴.
“그러니까 나가서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봐. 자살골을 넣지 않는 범주에서는 내가 책임을 질께. 그리고 나서 결과가 안 좋으면 같이 다시 얘기를 해보는거야. 어때?”
드와이트 맥닐이 나가고 나서 얼마 후.
소파에 앉아서 노트북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형민의 집무실 문이 열렸다.
“어땠어?”
“역시, 착한 아이는 힘드네요.”
“흐흐흐. 그렇지. 하지만 착한 아이를 나쁘게 만드는게 나쁜 아이를 착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쉽다고.”
드와이트 맥닐이 앉아있던 맞은편 소파에 절반쯤 드러눕는 아서에게 형민이 얼굴을 찡그렸다.
“나쁜 아이를 만든다니요. 그냥 조금 더 선제적으로···.”
“…더 이기적이고 더 자기중심적이고 더 스스로를 위해서 뛰어라, 그게 팀을 위한거다. 착한 아이일수록 그런 말을 따르기가 힘들어.”
“드와이티랑 이 얘기를 하는건 아서도 동의한거잖아요.”
“나도 동의했지. 잘 될거라거나, 쉬울거라고 한 적은 없다고.”
“아오···.”
발을 빼는 노련한 수석코치의 능글맞은 발언에 형민이 짜증을 내려는 순간, 아서가 소파에 완전히 드러누우면서 손을 휘저었다.
“으아··· 역시 자네 방 소파가 제일 좋다니까. 잠깐 잘테니까 조금만 있다가 깨워줘.”
“아니, 낮잠은 아서 집무실에 가서 주무세요! 수석코치 집무실 있잖아요!”
“거기는 소파가 여기만큼 부드럽지 않거든···.”
“아니, 이 영감탱이가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