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7)
7화: 임시 감독
초짜 임시 감독이 프리미어 리그 최하위 예상팀을 이끌고 승리를 거둔 쾌거는 경기 직후에 터져나온 충격적인 뉴스에 바로 덮였다.
패전한 에버튼의 라파 베니테즈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구단 경영진과의 ‘좁힐 수 없는 의견의 차이’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었다.
프리 시즌을 다 보내고 겨우 정기 시즌을 한 경기만 치른 다음에 갑자기 사임해버린 스페인 출신의 베테랑 감독에 대한 소식으로 축구계는 경악했다.
그러나 에버튼 구단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다음날 첼시에서 경질된 후 야인 생활을 보내던 프랭크 램파드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다만 단순히 에버튼 구단 내부의 해프닝으로 끝났어야 하는 이 사태로 엉뚱하게 불똥이 튄 곳이 있었다.
첼시의 레전드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챔피언쉽의 더비카운티와 프리미어 리그의 첼시 등 2부팀과 최상위 팀을 골고루 지휘한 경험을 쌓은 다음 휴식기를 가지고 있던 젊은 감독 프랭크 램파드.
그에게 물밑으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던 번리 풋볼 클럽의 이사진이었다.
“아씨···하필이면 왜···.”
다크서클이 눈 밑으로 길게 내려온 헬레나가 욕설을 내뱉으면서 눈 앞에 놓인 명단의 제일 상단에 있는 이름에 박박 줄을 그었다.
바로 전전 구단주와 현재 구단주의 대리인이 유일하게 남은 한 명의 이사를 옆에 끼고 격론을 벌인 끝에 작성한 감독 후보자들의 명단이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의 생존이 검증된 감독을 원했던 마이크 갈릭과 존 바나스키위츠가 제시했던건 은퇴를 선언한 로이 호지슨이나 이미 은퇴한 닐 워녹 같은 역전의 노장들이었다.
하지만 헬레나의 의견은 달랐다.
“세상에, 우리 선수 명단을 보시기는 하신거에요? 프리미어 리그에서 평균 연령이 제일 높다구요. 내일 모레 은퇴할 선수들을 잔뜩 데리고 있는 와중에 이미 은퇴한 감독을 복귀시키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요양원이라도 차릴 생각이세요?!”
실제로 사회생활의 시작보다 정년퇴임에 훨씬 더 가까운 나이를 가진 두 남자가 그녀의 냉랭한 시선을 은근슬쩍 회피하는 가운데 헬레나는 꿋꿋히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우리한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클럽을 끌고 갈 감독이 필요하다구요. 강등이 되더라도 함께 리빌딩을 진행하고 다시 승격을 노려볼 수 있는, 긴 호흡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이요.”
“일단 이번 시즌에 강등을 피하는게···.”
존 바나스키위츠의 말을 헬레나가 끊었다.
“강등을 피하는게 끝이 아니에요! 이번에 리빌딩을 하지 못하고 다음 시즌을 프리미어 리그에서 맞이하면요? 갑자기 누군가 자금을 퍼부어서 리빌딩을 대신 해주기라도 하나요? 오히려 선수단은 다 나이가 한살 더 많아졌는데? 차라리 지금을 기회로 개혁하는게 나아요!”
어렸을 때부터 밥상머리에서 부실자산을 정상화하는 얘기를 듣고 자라고,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벌써 몇차례나 부실기업의 정상화에 성공한 헬레나의 말이었다.
다양한 형태의 불편함과 불안함이 교차하는 가운데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두 남자 중 마이크 갈릭이 침중하게 물었다.
“그건 카트라이트 펀드의 대리인으로서 하는 말인가?”
“카트라이트 펀드의 이사로서도, 번리 풋볼 클럽의 이사로서도 같은 의견이에요.”
이렇게 확신에 차서 간신히 다른 두 이사를 설득하는데에 성공했지만, 가뜩이나 짧은 명단의 최상위에 적은 이름에 눈물을 머금고 줄을 긋고 있는 헬레나였다.
“젠장···어디보자···프랭크 램파드 다음은···. 스티븐 제랄드? 웨인 로오니? 패트릭 비에이라? 미켈 알테타? 사이먼 인자그히? 엑싸비? 니코 코박? 이 사람들은 다 지금 감독을 하고 있고···.”
헬레나는 축구계의 젊은 명장 및 유망한 감독들의 이름을 엉망진창으로 개명하면서 명단을 훑어내려갔다.
“여기부터는 좀 더 가능성이 높은건가? 어쨌든 지금 무직이네. 어디 보자···아이토르 카랑카? 지네다인 지다네? 지다네?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본 것 같은데?”
그녀가 마이크 갈릭과 존 바나스키위츠를 설득한 다음에 세 사람이 함께 설정한 기준은 간단했다:
– 나이는 50 미만일 것
– 감독으로서 상위 리그, 가능하면 영국 리그에 대한 경험이 있을 것
– 가능하다면 선수로서도 경험이 있을 것
– UEFA 프로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을 것
막상 이렇게 추리고 나니 명단 자체가 짧아진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후보들은 어떤 형식으로든 각자 팀을 지휘하고 있거나 좋은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따라서 강등이 거의 확실시되는 영국 시골 촌구석에 있는 프리미어 리그 최하위권의 번리에 올 가능성이 전무했다.
영국인이면서도 야인 생활을 하던 프랭크 램파드가 딱이었는데, 한탄하면서 헬레나는 명단을 암울하게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뭐가 됐던, 감독 후보들이나 그들의 에이전트들에게 연락을 돌려야 하는게 자신의 역할이었다.
***
번리 풋볼 클럽의 훈련장인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는 당시 감독인 션 다이쉬의 강력한 주장과 당시 구단주였던 마이크 갈릭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번리 외각에 건설된 최첨단 훈련장이었다.
2017년 3월에 완공된 73,000 평방미터의 공간에는 구단의 사무실과 최첨단 훈련 및 회복 시설, 다양한 크기의 강의실과 회의실, 수영장과 사우나.
그리고 본 경기장인 터프 무어와 크기 및 잔디를 동일한 기준으로 맞춘 1개의 실내 경기장 및 4개의 풀사이즈 실외 경기장, 6개의 미니 경기장, 그리고 선수 및 직원들을 위한 구내식당까지 구성되어 있었다.
헬레나는 이런 반필드가 바로 마음에 들었다.
물론, 숙소 밖에서 다큐멘터리에서나 봤던 짐승들과 벌레들이 매일 밤마다 어슬렁거리는 아마존의 정글이나, 이미 슬럼화가 끝장까지 진행된 디트로이트의 폐공장 지대보다 훨씬 더 쾌적하다는 것도 한가지 이유였다.
그러나 그녀에게 더 중요한 것은, 반필드의 집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면 통근 같은 귀찮음을 겪지 않고 바로 업무를 볼 수 있고, 적절한 시간 안에만 구내식당에 가면 전문 영양사가 선별하고 조리한 뭔가 먹을게 나온다는 것이었다.
선수들의 유니폼을 세탁하는 빨래실에서 개인 빨래를 해결하고, 번리 풋볼 클럽 여성팀(이들의 존재를 알게 된 헬레나는 즉시 최대한의 지원을 마음 속으로 약속했다)의 라커룸에서 씻고, 집무실 소파에서 취침.
영국에 도착한 첫 일주일 동안 정신없는 업무 속에 반필드의 집무실에서 즐겁게 숙식을 해결하던 헬레나였지만, 빠르게 정든 반필드에서 거주지를 옮기게 된 것은 전적으로 같은 이사인 마이크 갈릭과 존 바나스키위츠의 단호한 의견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밤낮없이 반필드에 머물고 있는 미국인 상사 때문에 업무에 대한 압박감을 과도하게 느끼는 구단 직원들의 절규가 마이크 갈릭과 존 바나스키위츠에게까지 전달되었기 때문이었다.
갈굴 때는 갈구더라도 불필요한 압박은 지양하는 헬레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짐을 다시 챙겨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나섰다.
번리에 얼마나 오래 있을지 몰랐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집을 빌리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사실 헬레나는 그냥 집을 관리하는 것이 귀찮았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5성급 호텔은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브래드포드나 블랙번이라는 얘기를 들은 그녀는, 검색 후 반필드 훈련장까지 걸어서 45분, 터프 무어까지는 걸어서 30분에 위치한 3성급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번리 M65에 짐을 풀었다.
길 반대편에서 운전하는 나라에서 당장 운전대를 잡기에는 불안했고 어차피 호텔에서도 씼고 빨래를 맡기고 잠만 잘 수 있으면 됐기 때문에 헬레나는 사무실에서 멀어졌다는 점만 제외하면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문제는 이 영국 음식이란 물건을 매일 먹기에는 아마존의 밀림에서도 식사를 잘만 해결했던 그녀조차도 견디기 힘들었다는 것이었다.
결국 호텔이 내오는 단조로운 영국 식단에 끔찍하게 괴로워하던 불행한 미국인이, 이틀 중 하루는 무조건 비가 오는 8월의 번리에 간만에 뜬 햇빛을 만끽하면서 마을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맥도날드로 향한 것은 필연일 수 밖에 없었다.
“빅맥 두개. 아니, 빅맥 라지 세트 하나에 빅맥 단품 하나 추가요. 음료수는 바닐라 밀크쉐이크로 바꿔주세요. 네? 아, 포장이냐고요? 아니, 먹고 갈건데요?”
여기서 혼자서 이걸 다 먹을거냐, 라는 눈빛을 종업원이 보내왔지만 헬레나는 솜털난 애송이의 눈빛 따위는 무시하고 결제를 위해서 카드를 내밀었다.
가끔씩 난감해지는 순간들이 발생하는 영국 북서쪽 사투리였지만, 맥도날드에서는 번호만 불러도 주문을 할 수 있으니 주문이 실수날 가능성은 없었다.
드디어 고문 같은 영국 음식에서 벗어나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맥도날드에서 빅맥 2개와 라지 프렌치프라이, 그리고 밀크쉐이크까지 흡입해서 제대로 된 정크푸드에 대한 갈망을 해결.
헬레나는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번햄게이트라고 명명된 길을 따라서 역시 번리에 유일무이한 스타벅스로 향했다.
길은 2.5마일이나 되었지만, 아마존 한복판의 광산지대와 디트로이드의 폐공장들 사이를 마음껏 헤집고 다녔던 헬레나에게 포장된 영국 시골 마을의 도로 같은건 문제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걸어서 도착한 스타벅스에서 헬레나가 번리에서 거주하는 몇 안 되는 외국인이자 직장동료를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에 가까웠다.
“어라? 김?”
“앗, 안녕하세요, 미스 카트라이트.”
“맙소사. 미스 카트라이트라니, 저 교수님한테 혼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냥 헬레나라고 불러주세요.”
“아, 네.”
휴일 아침에 직장 상사와 맞닥뜨린게 귀찮았지만, 그렇다고 이미 머그컵으로 주문한 커피를 종이컵으로 바꿔달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속보이는 것 같다.
형민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차지한 테이블을 헬레나에게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