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70)
70화: 4월이 잔인한가?
프리미어 리그 30라운드의 상대는 크리스털 팰리스.
전반기에 3대 1로 원정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상대이다.
번리의 감독 후보군에도 올랐었던 노장 로이 호지슨 감독이 지난 시즌의 끝과 함께 은퇴를 선언한 후.
크리스털 팰리스의 경영진은 미국 MLS의 뉴욕시티 FC와 프랑스 리그앙의 OGC 니스를 거쳐서 감독 경험을 쌓아가고 있던 아스널의 레전드 패트릭 비에이라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그러나 뭔가 잘 안 맞았는지, 프리미어 리그의 첫 10경기에서 1승 1무 8패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둔 패트릭 비에이라 감독은 그 다음 14경기에서는 3무 11패라는 어마어마한 실패와 함께 지난 2022년 2월 12일에 경질되었다.
첫 24경기에서 획득한 승점은 겨우 7점.
일반적으로 프리미어 리그 강등권을 탈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승점은 최소 30점에서 안정적으로는 40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남은 14경기에서 대략 승점 23점에서 33점 사이를 획득해야 한다.
평론가들과 언론 모두가 크리스털 팰리스 수뇌진의 우유부단함과 뒤늦은 결정을 비난하는 가운데, 사실상 강등이 확실시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크리스털 팰리스의 지휘봉을 잡은 것은 바로 번리의 전임 감독인 션 다이쉬였다.
위기에 빠진 팀을 맡은 후 프리미어 6경기에서 1승 5무로 잔류의 희망을 아슬아슬하게 살려가고 있는 시점.
기세등등하게 프리미어 리그 6위를 질주하고 있는 번리를 상대로 번리의 레전드가 이끄는 크리스털 팰리스가 방문했다.
“오오오!!!”
또 한번의 공격이 빗나가면서 홈팬들은 아쉬운 탄성을, 원정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간만에 선발 출전한 한니발 메이브리가 경기장에서 날뛰면서 공격을 이끌고 있었지만, 터프 무어를 오랫동안 지켜온 노련한 상대팀 감독은 그에 흔들리지 않고 단단한 수비를 중심으로 역습을 반복하고 있었다.
지켜보고 있는 번리 팬들조차 마음이 두 갈래로 나눠지는듯, 간간히 션 다이쉬 감독을 위한 응원가가 들려오면 따라부르는 이들도 꽤 많았다.
“하아··· 역시 션이 수비를 굳히기로 마음을 먹으면 뚫어내기가 어렵네요.”
“그렇지. 더욱이 션한테 터프 무어는 홈그라운드나 다름없으니, 본인도 편안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전광판의 시계가 움직이는 것을 답답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말한 형민에게 옆에 서 있던 아서가 대답했다.
두 사람 모두 원정팀 테크니컬 에어리어가 왠지 어색해보이는 션 다이쉬 감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대략 8개월 전.
번리 풋볼 클럽에 유소년팀 감독으로 새롭게 부임한 형민은 퍼스트팀 감독이자 자신을 채용한 션 다이쉬의 소집에 그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바로 전날에 기존 오너인 ALK 캐피털로부터 미국의 카트라이트 펀드에게 구단의 소유권이 넘어갔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했지만, 그 후로 구단 차원에서 공지는 전혀 없던 상황.
뭔가 상황에 대한 설명과 기존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을 것을 당부할 메시지를 예상하고 션 다이쉬 감독의 집무실에 들어선 형민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사임하신다고요?!”
“자네한테는 미안하게 됐는데··· 나도 이제는 이런 상황이 좀 지쳤어.”
지난 8시즌 동안 팀을 이끌면서 그중 6시즌이나 프리미어 리그에서 보냈다.
그 기간 동안 2번의 승격과 1번의 강등까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오너가 바뀐지 8개월 만에 실질적인 파산과 함께 새로운 오너로 교체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넉아웃이 될 만한 타격이 될 수 있었다.
“그래도 카트라이트 펀드의 담당자나 그들의 의견이라도 듣고 가시는게···.”
“차라리 지금 가는게 팀에게 조금이라도 덜 미안할 것 같아서 그래. 프리시즌을 치루지는 못 했지만, 개막전까지 1주일 정도의 시간이 있으니 빨리 감독을 선임할 수 있으면 적어도 두번째나 세번째 경기부터는 신임 감독이 지휘할 수 있겠지.
“아···.”
이미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을 깨달은 형민이 나직하게 탄식을 내뱉었다.
“내가 설명을 듣고, 사임을 표명하고, 다시 거기서 붙잡고, 그런건 모두 다 시간 낭비가 될 뿐이야. 마이크나 존이 나한테 이런 일이 없을거라고 장담했는데도 이러니, 그들의 말을 모두 다 믿을 수도 없고.”
“어··· 그럼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필요하면 같이 따라겠다는 표정의 형민에게 션 다이쉬 감독은 미안한 표정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이안이나 나머지 코치진, 그리고 마이크 잭슨 같은 친구들도 다 같이 가기로 했어.”
“그럼 저도···.”
“아니, 그건 내가 너무 미안하지.”
오스트리아에서 쌓은 기반으로 버린채 자신의 말만 믿고 번리에 도착한지 한 달 밖에 안 되었는데 사임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자네는 온지 얼마 안 되었고, 또 퍼스트팀이랑 분리되어 있는 유스팀이니까 그냥 남아 있어도 괜찮을거야. 만약에 그쪽에서 완전히 스태프를 새로 데려오겠다고 해임하면 위로금이라도 받을 수 있을테니···. 그래야 내가 조금이라도 덜 미안할 것 같아.”
“그건 그렇네요.”
돈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돈이 중요한건 안다는 젊은 동양인 코치의 표정에 션 다이쉬 감독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만약에 그렇게 해임이 된다면 나랑 같이 다음 팀에는 함께 가자고. 이번에는 퍼스트팀 코치로.”
“그건 좋아요.”
“그래. 그리고 말이야···.”
“네?”
“…아니야, 아무 것도.”
형민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자신의 집무실이 나갈 때까지 말을 꺼내지 못한 베테랑 감독은 혀 끝에 맴도는 말을 다시 되뇌어보았다.
이렇게 구단의 코치진이 폭파되었으니, 만약에 자네가 임시 감독으로 한두 경기 정도 지휘해볼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라고.
***
이제 후반 80분.
슈팅은 번리가 15개, 크리스털 팰리스는 4개로 압도적.
유효슈팅은 9대 1에 심지어 점유율까지 60대 40으로 번리가 찍어누르고 있다.
그러나 터지지 않는 골에 번리는 점점 더 답답해지고, 크리스탈 팰리스는 오히려 더 여유를 부리고 있다.
니콜라스 세이왈드를 불러들이고 니코 곤잘레스를 투입해서 중원의 창의성을 높이고.
선수들이 밀집된 페널티 박스 안의 밀도를 낮추기 위해서 와우트 웨그호스트를 제이 로드리게즈로 교체하고.
지친 기색이 역력한 카림 아데예미를 펄펄한 막스 코넷으로까지 교체했지만, 크리스털 팰리스는 꿈쩍도 하지 않은채 자신들의 4-4-2 포메이션을 단단하게 지켰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요아킴 앤더슨, 마크 게히, 코너 갤러거, 제프리 슐럽까지 중앙 수비수 2명과 중앙 미드필더 2명이 페널티 박스의 경계선에 걸쳐있는 단단한 정사각형을 이루면서 수비를 굳히고.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윌프리드 자하와 공격수 조던 아이유를 통해서 역습을 간간히 시도하는 정도였다.
그 가운데, 선발 출전해서 신나 있다가 제대로 빡센 상대를 만나서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던 번리의 중앙 미드필더 한니발 메이브리가 교체 투입된 오른쪽 공격수 막스 코넷에게 다가갔다.
[막스. 막스!] [왜? 감독님이 날 불러?]상대팀 선수들을 의식하면서 불어로 말을 거는 한니발 메이브리에게 자연스럽게 불어로 답변하는 막스 코넷.
손으로 입을 가린 한니발 메이브리가 물었다.
[감독님이 전술 변화를 지시하신건 없어요?] [특별한건 없었어. 사실 저렇게 밀집 수비를 하면 전술 변화로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잖아. 개인 전술로 흔드는걸 기대하시는 것 같은데?]막스 코넷의 답변에 한니발 메이브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저희 이렇게 해봐요.] […?]형민이 설정한 번리의 기본 전술을 굳이 망치와 모루에 빗대자면, 오른쪽 공격은 모루에 더 가깝다.
물론 후반기에 선수들이 전술에 더 익숙해지고, 니코 곤잘레스와 같은 기술적인 옵션들이 미드필드에 추가되면서 변화가 더 다양해졌지만, 기본적으로 오른쪽에서는 순차적으로 선수들을 계속 투입하면서 밀도를 높이는게 핵심이다.
먼저 중앙 공격수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중앙 수비수를 한 명 이상 끌어내리고.
그 다음에 오른쪽 공격수가 중앙 공격수가 빈 자리에 침투하면 다시 오른쪽 공격수가 비운 자리에 오른쪽 수비수가 올라가고.
마지막으로 중앙 미드필드에서 침투를 담당하는 한니발 메이브리나 제이콥 램지가 시간차를 두고 페널티 박스에 늦게 도착하면서 백패스를 받아서 슈팅으로 연결하거나 오른쪽으로 쏠린 상대팀의 시선을 이용해서 왼쪽으로 공을 연결해준다.
물론 프로 축구 경기의 특성상, 이렇게 구상하는 그대로 전개되는 경우보다는 세부적으로는 그때그때에 따라서 다르게 공격이 진행되는게 정상이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순차적으로 선수들이 투입되고, 투입되는 선수의 순서가 어떤지는 사전에 정해져 있다.
그리고 번리로 임대 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망주 한니발 메이브리는 답답한 교착상태가 지속되는 경기에서 바로 그 투입 순서에 장난을 쳐보기로 했다.
“어?!”
크리스털 팰리스의 젊은 중앙 수비수 요아킴 앤더슨은 고개를 갸웃했다.
경기 전, 번리의 전술을 분석하면서 션 다이쉬 감독이 내린 지시는 간단했다.
중앙 수비수는 상대편 중앙 공격수한테 끌려나가지 말고 자리를 지키고, 상대편 중앙 공격수가 물러나는 움직임은 중앙 미드필더가 해결해라.
역습 외에는 공격을 실질적으로 포기하는 수가 될 수도 있었지만, 실제로 번리의 중앙 공격수 와우트 웨그호스트나 교체 투입된 제이 로드리게즈는 크리스탈 팰리스 선수들이 수비 진영 정중앙에 구성한 정사각형 안에서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헛돌고 있었다.
좀처럼 중앙 수비수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좌우 측면 공격수인 드와이트 맥닐이나 카림 아데예미, 또는 막스 코넷이 침투해도 공간이 안 생기면서 공격이 먹통이 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번리의 중앙 미드필더인 한니발 메이브리가 페널티 박스 쪽으로 난입했다.
“브라우니!”
페널티 박스의 왼쪽 상단 코너의 끝자락을 밟고 선 채 큰 소리로 외치면서 번리의 공격 전개를 담당하고 있는 조시 브라운힐에게 손을 흔들기까지.
이게 미끼인건지, 아니면 실제로 공격을 전개하려는건지 크리스털 팰리스의 수비수들이 잠깐 헷갈려하는 가운데 조시 브라운힐이 한니발을 향해서 롱패스를 보냈다.
골문에 등진 채 날아오는 공을 바라보고 있던 한니발 메이브리는 몸을 90도 회전해서 크리스털 팰리스 페널티 박스의 왼편을 바라보는 동시에, 오른발로 공을 받아내는 절묘한 트래핑을 선보이면서 갑자기 공격 태세로 전환했다.
“쟤 막아! 파마머리!”
크리스털 팰리스의 골키퍼 비센테 구아이타의 지시에 크리스털 팰리스의 수비가 한니발 메이브리를 중심으로 압축했다.
좌우 측면 수비수들이 상대팀의 좌우 측면 공격수들을 견제하는 가운데, 미드필드에서는 코너 갤러거와 제프리 슐럽이 내려오고, 중앙 수비수에서는 요아킴 앤더슨과 마크 게히가 올라가면서 서로 간의 간격을 좁혀간다.
이미 크리스털 팰리스의 골문을 향하는 길은 두 명의 중앙 수비수에 의해서 차단.
한니발 메이브리는 공을 툭툭 치면서 같이 정사각형 안에 갇혀 있는 번리의 중앙 공격수 제이 로드리게즈를 향해서 전속력으로 드리블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