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71)
71화: 4월이 잔인한가?
“야, 이게 무슨 짓···?!”
당연히 패스를 받을줄 알고 대기하던 제이 로드리게즈는 자신을 스쳐서 크리스털 팰리스의 페널티 박스를 가로지르면서 오른쪽으로 뚫고 지나가는 한니발 메이브리를 보면서 어처구니 없다는듯이 외치다가, 정신이 퍼뜩 들은듯 크리스털 팰리스의 중앙 수비수 두 명의 사이로 몸을 움직였다.
혹시나 상대팀의 중앙 공격수가 오프사이드 라인을 뚫을까봐 염려하던 크리스털 팰리스의 왼쪽 중앙 수비수 마크 게히와 왼쪽 중앙 미드필더인 제프리 슐럽이 어쩔 수 없이 제이 로드리게즈에게 따라붙고.
결국 오른쪽 중앙 수비수인 요아킴 앤더슨과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인 코너 갤러거만 계속 한니발 메이브리를 페널티 박스에서 밀어내기 위해서 압박하는 상황.
단단하게 지켜지던 크리스털 팰리스의 정사각형 수비가 자신의 팀 전술조차 무시한 한니발 메이브리의 독단적인 움직임으로 부서졌다.
“조엘!”
“누구부터 막으라고?!”
한니발 메이브리를 쫓아가던 요아킴 앤더슨의 다급한 외침에 짜증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크리스털 팰리스의 오른쪽 수비수 조엘 워드는 원래 견제하던 번리의 왼쪽 공격수 드와이트 맥닐과 방금 자신의 구역 안으로 들어온 한니발 메이브리 사이에서 누구를 막아야 하는지 멈칫했다.
크리스털 팰리스의 오른쪽 미드필더 윌프리드 자하는 아직도 수비 지원을 위해서 전방에서 달려오고 있는 상황.
그렇게 크리스털 팰리스의 견제를 피해서 공을 몰고 페널티 박스를 수평으로 가로지르는데 성공한 한니발 메이브리가 마침내 몸을 돌리면서 골문을 바라보았다.
크리스털 팰리스의 오른쪽을 담당하는 조엘 워드와 윌프리드 자하는 자신의 플레이에 관여하기에 너무 머니까, 모두 무시.
뒤에서 달려오는 미드필더 코너 갤러거도 페널티킥을 내주는 수준의 파울이 아니면 공을 건드리거나 자신을 제약할 수 없으니까, 또 무시.
따라서 이미 정면에서 슛 각도를 좁히기 위해서 빠르게 다가오는 크리스털 팰리스의 골키퍼 비센테 구아이타와 슈팅을 차단하기 위해서 벌써부터 몸을 날려오는 오른쪽 중앙 수비수 요아킴 앤더슨 만이 다음 동작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반 호흡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계산이 다 끝난 한니발 메이브리는 왼발을 뒤로 높게 치켜든 다음.
가볍게 공 밑을 찍어올렸다.
“어?!”
당연히 나올 슈팅을 가로막기 위해서 덤벼오던 골키퍼 비센테 구아이타, 오른쪽 중앙 수비수 요아킴 앤더슨, 그리고 나머지 페널티 박스 안에 들어와 있던 크리스털 팰리스의 수비진이 일제히 동작을 정지한채 멍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어느새 크리스털 팰리스의 페널티 박스를 깊숙히 파고든 번리의 오른쪽 공격수 막스 코넷이 반대편 골포스트 앞에서 양 발을 땅에 단단히 붙인채 공을 노려보면서 상체를 뒤로 살짝 기울였다.
“으악!”
자신이 견제하고 있었어야 할 상대편 오른쪽 공격수가 골문 바로 앞에 나타난 것을 뒤늦게 확인한 크리스털 팰리스의 왼쪽 수비수 타이릭 밋첼이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번리에서 손꼽힐만큼 헤딩을 못하는 프랑스 국적의 공격수는 날아오는 공에 그저 머리를 살짝 가져다대었다.
“으아아아!!!”
승리를 직감한 홈팬들이 환호를 터뜨리는 가운데, 막스 코넷의 이마에 부딪친 공은 방향을 바꿔서 골문 안으로 유유히 날아들어갔다.
선제골 이후, 갑자기 기울어진 경기 속에서 한니발 메이브리가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번리는 결국 3대 0으로 승리했다.
실제로는 선제골을 내준 다음, 어쩔 수 없이 동점골을 위해서 전면 공격에 돌입한 크리스털 팰리스의 뒷공간을 마음껏 유린하면서 벌어진 점수였지만, 형민은 승점 3점을 획득한 것으로 대만족했다.
물론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나서 인사를 하는 것도 기뻤지만.
“션!”
“김! 오랜만이야!”
강등권에 틀어박힌 팀을 지휘하고 있지만, 지난 8개월 간의 휴식이 좋았는지 얼굴이 나빠보이지는 않았다.
“잘 지내셨어요?”
“나야 잘 지냈지. 자네는 나보다 더 잘 지낸 것 같고!”
“헤헤···.”
션 다이쉬 감독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번리에 오지도, 그리고 번리에서 이렇게 운이 좋게 감독직을 수행할 기회도 잡지 못했을 것이다.
고마움을 표현하려는 형민에게 션 다이쉬 감독이 선수를 쳤다.
“고마웠어.”
“네? 아니, 제가 고맙지요.”
“자네가 나한테 고마울게 뭐가 있나. 내가 고맙지. 내가 떠난 다음에도 번리를 잘 이끌어줘서 고마워.”
형민은 뭔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 위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긴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다.
아마 번리의 전임 감독과 신임 감독이 마주하는 이 장면도 좋은 기사거리가 되겠지.
여기 저기에서 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기자들을 의식한 형민은 피식 웃으면서 션 다이쉬 감독이 내민 손을 잡았다.
“다음에 또 연락할께!”
“네, 꼭 연락주세요!”
***
[…얼마를 달라고? 그 X끼 미친거 아니야?!”번리의 테크니컬 디렉터 조너선 랜드리스는 전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불을 뿜어냈다.
[…아니야. 아니야. 필요없어! 그냥 포기하고 다른 선수를 찾아보겠다고 해!]“뭔 일이 있나요?”
거칠게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치는 조너선의 모습에 형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직도 솟구친 열기가 다 가라앉지 않은 조너선은 잠시 천장을 노려보면서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이전에 기획했던 여름 이적시장의 진행상황을 잠깐 논의하자고 자신의 집무실로 감독을 부른건데, 바로 이 자리에서 결과를 하나 알려주게 되었다.
조너선은 솟구치는 짜증을 참으면서 형민에게 최대한 차분히 상황을 설명해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오마르 리차즈 있잖아.”
이번에 번리가 목표한 24살의 잉글랜드 국적의 왼쪽 수비수.
잉글랜드 2부 리그인 챔피언쉽의 리딩에서 독일 1부 리그인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으로 픽업되었을 때에는 세상을 모두 다 가졌다고 생각했겠지만, 한 시즌 정도를 리저브팀에서 찬밥을 먹으면 정신을 차렸을줄 알았는데···.
“에이전트가 주급으로 6만 파운드를 달라고 했데.”
“…엥?”
새롭게 개편되는 번리의 주급 체재에서 제일 주급이 높은건 8만 파운드를 수령하는 와우트 웨그호스트이고, 그 다음은 유소년 출신 에이스인 드와이트 맥닐로 7만 파운드를 받는다.
한 명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지난 3시즌 연속으로 16골 이상을 넣었고, 이번 시즌에도 같은 페이스로 달리던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의 공격수.
다른 한 명은 번리에서 유소년 시절부터 커오면서 구단이 애지중지하는, 그리고 타 팀들이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사실상 팀의 상징이자 팬들의 마스코트.
둘 다 상징성으로든 실제 실력이든 그 정도 주급을 받을만한 가치를 입증했다.
그 다음이 도르트문트와 PSG를 거쳐서 헐값에 합류한 압두 디알로로 주급은 6만 5천 파운드.
그런데 주전 왼쪽 수비수인 찰리 테일러의 백업으로 영입하려는 유망주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소속이자 주전 골키퍼인 닉 포프와 같은 주급을 요구하고 있다.
“뮌헨에서 3만 5천 파운드를 받고 있다고··· 번리는 더 급이 낮은 팀이니까 주급을 더 올려받아야 겠다는거야.”
“어, 그건 무슨 논리일까요? 큰 팀에서 밀려나서 작은 팀으로 이적하는건데?”
테크니컬 디렉터의 벙찜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형민이 어처구니 없다는듯이 물었다.
“내 말이···. 어쨌든, 오마르 리차즈는 물 건너갔어.”
한숨을 내쉰 조너선이 의자를 돌려서 보드마커를 집어들고, 이제 슬슬 이집트의 상형문자가 미친 수학자의 악마소환식과 결합된 모습을 띄기 시작하는 화이트보드의 상단에 줄을 하나 그었다.
“어, 그러면 저희 왼쪽 수비수 영입 대안은 누구인가요?”
조너선은 아무 말 없이 형민을 바라보았다.
“…자네도 스카우트 리포트는 나랑 같이 다 보고 있잖아.”
“다 보고 있지요. 그래도 혹시 제 기억이 틀렸을까봐 이렇게 물어보는거잖아요.”
“자네가 다른건 몰라도 축구 전술이랑 선수 관련된 정보는 다 외우는거 알아.”
“이런 X발···.”
왼쪽 수비수는 아예 대체자 명단이 없다.
아니, 명단은 있는데 명단에 적힌 이름 중에 데려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이름이 없다.
이적료가 부족하든 (대부분에 해당된다), 주급을 못 맞춰주든 (사실 맞춰주고 싶지도 않다), 아니면 구단의 위상이 떨어져서 번리에 안 오겠다고 하든 (사실 제일 억울한 경우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좁혀진 명단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게 오마르 리차즈였는데, 본인이 주제파악을 못하고 위 선택지에서 갑자기 2번을 골라잡았다.
다음 시즌을 왼쪽 수비수 한 명만 데리고 보낼 생각에 머리가 아파진 형민이 소파에 주저앉았다가 다시 벌떡 일어섰다.
“그럼, 다음 시즌에 오스카를 재임대할 수 있나요?”
조너선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형민을 바라보았다.
“오스카는 다음 시즌에 계약이 만료되잖아. 바르셀로나에서 재계약을 안 하면 임대를 안 보내줄 것 같은데, 오스카는 주급을 많이 높여주거나 주전을 보장해주지 않는 이상 바르셀로나와 재계약할 생각이 별로 없어보여.”
형민은 다시 힘없이 소파에 주저앉았다.
왼발잡이 왼쪽 수비수라는건 정말 어디를 가도 희귀하구나. 그렇지, 희귀하지. 그거 하나로 내가 대학까지 갔으니···.
정신이 몽롱해지는 젊은 감독을 조너선이 애써 위로했다.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면 임대 해볼만한 유망주들을 좀 찾아보자고···.”
***
마커스 솔바켄에 이어서 오마르 리차즈.
번리의 여름 이적시장 계획은 막상 여름 이적시장이 시작도 되기 전에 틀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무관하게 시간은 흘러가고, 경기는 진행을 해야 한다.
지난번 크리스털 팰리스 전에서 뭔가 경기운이 꼬인건가?
번리는 프리미어 리그 30라운드에 노리치를 홈으로 불러들여서 또다시 고전을 금치 못했다.
노리치는 전반기에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무승부를 한번 거두고 카라바오컵에서는 번리를 탈락시킨 주범.
매 시즌마다 강등 후보로 번리와 함께 손꼽혔지만, 이번 시즌에는 딘 스미스 감독의 지휘 하에 상당히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15위 전후를 지키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번리를 상대로는 상성이 좋았다.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10명이 페널티 박스 안에 들어가서 수비를 하는 가운데, 무려 19대 3으로 번리에서 슈팅을 난사하고 기대득점 2.67점 대 0.13점으로 상대팀을 압도했음에도 불구.
무려 후반 95분이 되서야 요한 베르그 구드문슨이 자신이 따낸 페널티킥을 직접 성공시키면서 간신히 무승부의 악몽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크리스털 팰리스를 꺾고 차지한 5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4일이 지난 토요일.
후반전 막판까지 가서야 승부가 갈린 경기를 2번 연속으로 치루는 바람에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살짝 너덜너덜해진 번리는 프리미어 리그 32라운드를 맞아서 아스널의 홈구장인 에미리츠 스타디움을 방문했다.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을 상대로 리그 1위를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홈팀이 어떤 각오를 하고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