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75)
75화: 꽃 피는 봄
“좋았어! 정말 좋았어요!”
라커룸에 둘러 앉은 선수들에게 형민이 큰 소리로 칭찬했다.
평소에는 점잖은 감독의 열렬한 칭찬에 번리의 선수들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은 가운데, 형민이 그 중 한 명을 특별히 지목했다.
“특히 한니발!”
“…?”
어리둥절함과 제발 교체당하고 싶지는 않지만 교체당하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유망주를 향해서 형민이 박수를 치면서 칭찬했다.
“전반전에 잘 했어!”
“아···헤헤···.”
“특히 페널티 박스 안에서 후뱅 디아스가 공을 걷어내려고 할 때에 몸을 날려서 가로막은거! 비록 골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몇 번 더 페널티 박스 안에서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이었어. 잘 했어!”
“아··· 감사합니다.”
상기된 표정으로 감사를 표하는 한니발 메이브리 옆에서 같이 선발 출전했던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느긋하게 어깨 위에 팔을 올렸다.
“짜식. 감독님이 칭찬해주시니까 기분이 좋냐?”
“날아갈 것 같다. 왜, 부럽냐? 흐흐흐.”
“흐흐흐.”
두 젊은 선수들이 농담을 주고 받는 가운데, 형민이 작전판을 두들기면서 선수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 전반전에는 아주 잘 했어요. 결국 맨체스터 시티도 패스를 돌리면서 경기를 잠그는 것 외에는 우리 역습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걸 전반전에 인정한거니까, 다들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요.”
형민은 흥분으로 상기된채 자신의 지시를 경청하는 선수들을 둘러보았다.
“아마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후반전에 저희쪽에서 다시 전술변화를 줄거라고 생각할거에요. 그쪽의 티키타카에 저희가 전반전 끝무렵처럼 단단하게 수비를 굳히고 맞붙으면 공격 기회를 더 많이 가져가는 티키타카쪽이 확률적으로 골을 넣을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대응하지?”
임시 주장인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묻자, 형민은 씩 웃었다.
“그래서, 후반전에도 전반전이랑 똑같은 구성으로 나갑니다! 대신 첫 15분 내에 몰아쳐서 골을 넣어야 해요. 경기가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공을 더 오래 소유하고 벤치에서 더 다양한 옵션을 선보일 수 있는 맨체스터 시티가 유리하니까요.”
형민은 신뢰가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선수들에게 확언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후반전이 시작하고 빠르고 역습을 가하면 오히려 전술에 변형을 가한 맨체스터 시티가 새로운 전술에 적응하기 전에 선제골을 넣을 기회가 나올겁니다. 그리고 거기서 우리가 선제골을 넣으면 그쪽은 더 공격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어요. 그 다음부터는 아시지요?”
“높은 압박, 빠른 역습!”
이제 젊은 감독의 전술을 거의 온전히 체화하는 데에 성공한 번리의 선수들이 합창했다.
“흐흐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컵 대회 후반부에서 너무 고민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 오늘은 그걸 좀 역이용해보시지요.”
장고 끝에 악수라고 했던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번리의 김 감독은 전반전에 밀린 경기일수록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선수 교체를 통한 전술 변화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딱히 우위를 점하고 있지 못한 가운데, 번리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공의 점유율을 높여서 공격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니코 곤잘레스와 같은 기술적인 선수를 미드필드에 투입하는 것.
그러면 번리 입장에서 공의 점유율은 높아지지만, 반대로 제이콥 램지나 한니발 메이브리가 경기장에 남아 있는 것에 비해서 역습 속도는 낮아진다.
그리고 번리의 역습 속도가 낮아질 수록 맨체스터 시티 입장에서는 수비진에 직접적으로 걸리는 부담이 줄어드니까, 자신들의 속도가 좀 줄어들더라도 기술과 창의성을 더 높여도 된다.
맨체스터 시티와 번리가 공 점유율을 기반으로 한 티키타카 대결을 펼친다면 누가 우세할지는 너무 뻔한 이야기였으니까.
여기까지 계산을 마치고 나서 후반전이 공 점유율의 대결로 바뀔걸로 예상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빠른 속도로 공간을 파고드는 스타일의 오른쪽 공격수 세르쥬 그나브리를 기술적인 완성도가 훨씬 더 높지만 속도는 조금 더 느린 잭 그릴리쉬로 교체하면서 패스 대결에서 우위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정작 후반전의 뚜껑을 열어보니 번리는 전반전 그대로 밀고 나와서 속도전에 올인해버렸다.
전반전에는 오른쪽 공격수로 나가있던 세르주 그나브리를 불러들이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복귀해서 수비에 가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번리의 왼쪽 수비수인 찰리 테일러가 올라가면 그 뒷공간을 점유하고 있으라는 지시를 받은 잭 그릴리쉬는 아무래도 세르주 그나브리보다는 발이 느리다.
그렇다고 아예 최전방에서 압박을 걸면서 번리의 공격을 저지할만큼 잭 그릴리쉬의 수비력이 뛰어나지도 않다.
왼쪽 공격수가 수비에 가담하는 속도가 둔화된 가운데 전반전의 대위기 상황과 똑같은 전개를 신나게 왼쪽에서 펼치고 있는 번리의 선수들을 보면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마를 짚었다.
“찰리!”
“알아, 안다고!”
이번에는 애써 공을 돌리면서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을 끌어당길 필요도 없다.
전반전에 수비 진영의 오른쪽에서 번리의 왼쪽 공격수 드와이트 맥닐과 왼쪽 수비수 찰리 테일러가 펼친 공격에 제대로 당했던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진.
전반전 끝자락에 페널티 박스 안에서 벌어진 핀볼을 무실점으로 끝낸건 운이나 다름 없었다.
따라서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진은 이미 학습된 번리의 공격 상황이 똑같이 다시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기존의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 베르나르도 실바와 오른쪽 수비수 세르히뇨 데스트에 더해서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디뉴까지 삼각형을 구성하는 동시에 간격을 좁히면서 오른쪽을 틀어막는 데에 가담.
그리고 오른쪽 공격수인 잭 그릴리쉬도 서둘러서 수비에 가담하기 위해 내려오는 가운데, 알게 모르게 수비진 왼쪽이 느슨해져버렸다.
“브라우니!”
아까와 똑같이 번리의 왼쪽 수비수 찰리 테일러가 중앙 미드필더 조시 브라운힐에게 패스.
그리고 아까와 똑같이 번리의 중앙 공격수 와우트 웨그호스트가 페널티 박스에서 밑으로 내려오지만, 이번에는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디뉴가 조시 브라운힐을 압박하기 위해서 접근하는 가운데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수비수 존 스톤스만 페널티 박스 경계선까지 따라온다.
“와우트!”
번리의 중앙 미드필더 조시 브라운힐이 페널티 아크 안에서 골문을 등진채 대기하는 와우트 웨그호스트의 발 밑으로 패스했다.
그리고 이때를 노렸다는듯,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앙 수비수 존 스톤스가 달려와서 와우트 웨그호스트가 돌아서지 못하도록 압박했다.
“한니발!”
자연스럽게 와우트 웨그호스트는 공을 오래 소유하거나 몸을 돌리기보다는 중앙 미드필드에서 침투하기 위해서 맨체스터 시티의 페널티 박스를 향해서 달려오는 한니발 메이브리에게 패스했다.
이제 한니발 메이브리의 돌파를 차단하기 위해서 맨체스터 시티의 왼쪽 중앙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간과 왼쪽 수비수 주앙 칸셀루가 간격을 좁히면서 한니발 메이브리를 압박하려는 순간.
“어?!”
한니발 메이브리는 자신의 발 앞으로 매끄럽게 날아오는 패스를 그대로 받아차서 정면으로 패스를 찔러넣었다.
일카이 귄도간, 주앙 칸셀루, 그리고 페널티 박스에 남아 있던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수비수 후뱅 디아스가 형성하고 있던 삼각형의 중간을 절묘하게 관통하는 낮고 빠른 패스.
어느새 달려와서 패스를 이어받는 것은 전반전 내내 맨체스터 시티의 일카이 귄도간과 주앙 칸셀루에 묶여서 꼼짝도 못 했던 번리의 오른쪽 공격수 카림 아데예미였다.
“도움···!”
지원을 요청하려던 맨체스터 시티의 골키퍼 잭 스테픈은 입을 다물고 짧게 보폭을 줄인채 재빨리 움직여서 공을 향한 거리를 좁혔다.
공을 잡은 번리의 카림 아데예미는 벌써 슈팅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수비수 중 한 명인 후뱅 디아스는 이제야 몸을 돌리고 있고 다른 중앙 수비수인 존 스톤스는 거꾸로 번리의 중앙 공격수 와우트 웨그호스트에게 붙들려 있다.
이건 그냥 골키퍼와 공격수의 1대 1이다.
마음 속에 솟구치는 좌절감과 절망감을 애써 무시한채 미국 국가대표팀 소속의 골키퍼 잭 스테픈은 최대한 슈팅 각도를 좁히면서 양 팔을 활짝 벌린채 몸을 날렸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카림 아데예미는 똑같은 상황에서 슈팅을 시도했다가 골포스트를 강타했던 친구의 전철을 답습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아!!!”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이 탄식으로 웸블리 스타디움을 울리는 가운데, 번리의 젊은 유망주는 그냥 드리블을 한번 더 치면서 페널티 박스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서 자신을 가로막으려는 상대팀 골키퍼를 여유롭게 피해갔다.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수비수 후뱅 디아스가 다 포기한채 뒤에서 슬라이딩 태클을 날려오고 있지만, 페널티 박스 안에서 저 정도 백태클에 걸리면 빼도박도 못하고 바로 페널티킥이다.
그래도 후뱅 디아스까지 피한 카림 아데예미는 옆에서 좌절하는 골키퍼 잭 스테픈의 얼굴을 힐끗 확인하면서 텅 빈 골문을 향해서 확실하게 공을 밀어넣었다.
“으아아아!!!”
관중석에서 45,000여명의 번리 팬들이 광란의 함성을 지르는 가운데, 골라인을 통과한 공을 확인한 카림 아데예미는 관중석을 향해서 달려갔다.
RB 잘츠부르크 출신으로 이제 번리가 자랑하는 젊은 공격주는 경기장과 관중석을 가로지르는 펜스까지 밀려와서 함성을 지르고, 셔츠와 머플러를 흔들면서 눈물을 흘리는 수천명의 번리 팬들에게 양 팔을 활짝 벌렸다.
그래, 이게 바로 이 카림 아데예미의···.
갑자기 뒤에서 등 위로 뛰어오르는 무게에 휘청거리고.
“그래! 내 패스가 최고였지!”
머리 위에서 터져나오는 희열에 가득찬 외침에 카림 아데예미는 확 짜증이 치밀었다.
“야! 내가 마무리를 잘한거거든!”
“이 몸의 패스가 최고라고!!!”
밑에서 버둥거리면서 말도 안 되는 항의를 쏟아내는 카림 아데예미를 가볍게 무시한 한니발 메이브리는 상기된 얼굴로 팬들의 환호를 만끽했다.
“아씨, 내려와! 이건 내 순간이라고!”
“싫어!”
카림 아데예미가 항의하고 한니발 메이브리는 무시했지만.
곧이어서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을 덮쳐오는 9명의 번리 선수들의 거구에 깔리면서 이런 사소한 문제로 다툴 수 없었다.
특히 와우트 웨그호스트.
197센티의 거구가 한 무더기로 잘 포개진 번리 선수들 중 마지막으로 뛰어올랐을 때에는 제일 밑에 깔린 두 유망주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그러나 짜증과 피곤, 그리고 조금씩 우려와 두려움이 서리는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의 수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