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76)
76화: 꽃 피는 봄
[골! 골입니다!] [이번에는 와우트 웨그호스트! 번리의 중앙 공격수가 코너킥을 받아서 헤딩골을 성공시킵니다!] [2대 0! 2대 0이에요! 누가 이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까요?!]경기를 지켜보면서 잔뜩 흥분한 캐스터와 해설자가 외쳤다.
[아,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습니다.] [맹렬히 추격전을 벌이던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허탈해하고 있는데요. 오늘 번리는 유효슈팅 3개에 2골로 순도 높은 결정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역습의 교과서입니다!]다시 리플레이 화면을 보면서 해설자가 펼쳐진 상황을 분석했다.
[한니발 메이브리가 올린 코너킥이 강하게 휘어지면서 맨체스터 시티의 골문으로 향했는데요. 번리의 중앙 공격수 와우트 웨그호스트가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수비수 콤비인 존 스톤스와 후뱅 디아스의 견제를 모두 뿌리치고 강력한 헤딩슛을 성공시킵니다.] [아아··· 역시 세트피스 상황에서 와우트 웨그호스트를 가로막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접근으로는 불가능해보이는데요. 맨체스터 시티가 중앙 수비수 2명을 모두 붙였는데도 밀려나는걸 보니 답이 없어 보입니다.] [아마 리버풀의 버질 반 다이크 정도가 되어야 체격적으로 세트피스 상황에서 1대 1로 견제가 가능할 것 같네요. 이제 번리를 상대하는 프리미어 리그 감독들이 모두 골칫거리가 하나 더 늘어났습니다.]번리가 후반기에 추가한 강력한 세트피스 옵션을 확인한 캐스터와 해설자는 전체적인 경기 상황에 대한 분석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후반전은 감독들 간의 수싸움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한방 먹은 것 같은데요.] [네. 전반전 중반의 역습 상황 이후에 맨체스터 시티가 티키타카로 완전히 경기를 통제했는데요. 번리의 김 감독이 후반전에 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나올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아요.] [김 감독이 후반기에는 굉장히 전술적인 유연함을 많이 보여줬으니까요. 니코 곤잘레스라는 옵션이 추가된 것도 컸고요.]캐스터의 지적에 해설자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화면에 띄운 양 팀의 후반전 진형을 지적했다.
[번리의 전술적 변화를 예상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오른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던 세르쥬 그나브리를 잭 그릴리쉬로 교체했는데, 기술적인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속도는 오히려 줄어들면서 번리 수비와 공격이 모두 더 편안해졌습니다.] [거기에 오늘 번리의 미드필드가 날라다니고 있는데요. 중앙에서 공격 전개를 담당하고 있는 조시 브라운힐이나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한니발 메이브리도 훌륭했지만···.]캐스터의 말과 함께 떠오른 리플레이 화면.
번리의 젊은 수비형 미드필더는 미드필드를 질주하면서 공을 돌리려던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미드필더 베르나르도 실바를 가볍게 어깨로 들이받고.
베르나르도 실바가 잔디 위에 나동그라지기 직전에 간신히 보낸 패스를 이어받은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디뉴가 제대로 공을 컨트롤하기도 전에 또다시 달려가서 슬라이딩 태클을 날렸다.
먼저 공을 절묘하게 건드려서 빼내고 나서, 미끄러지는 속도를 일부러 죽이지 않고 무릎을 살짝 굽힌채 베테랑 미드필더와 충돌하는건 고의에 가깝다.
잔디 위에 쳐박힌 노장 미드필더가 주심에게 어필하듯이 양 팔을 들어올리지만, 공을 먼저 건드린게 확실한 상황에서 주심은 경기를 계속 진행하라고 양 팔을 들어올리고.
레슬링 선수마냥 맨체스터 시티 선수를 2명이나 경기장 위에 자빠뜨린 번리의 젊은 수비형 미드필더는 어느새 튕겨오르듯이 일어서서 역습에 가담하기 위해 전방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렇지요. 오늘 경기에서 미드필드의 주인은 니콜라스 세이왈드입니다! 번리의 젊은 미드필더가 후반전에 들어서 맨체스터 시티의 티키타카를 혼자서 부수고 있어요.] [아, 이렇게 되면 선제적으로 하프타임 때에 교체를 단행한 맨체스터 시티는 뾰족한 수가 없어보이는데요.] [그렇습니다. 오히려 번리의 김 감독이 전방 압박을 계속할지, 아니면 후방으로 물러서서 수비를 굳힐지 선택권을 가져갑니다. 벤치에 앉아 있는 김 감독의 표정이 참 편안해 보이네요.] [맨체스터 시티는 카라바오컵 결승전 패배에 이어서 FA컵 4강전에서 탈락의 위기에 몰립니다. 후반전이 30분이나 남았는데요. 번리의 철통 같은 수비를 돌파해서 2골 차이를 따라잡기에는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부족해보입니다.]해설자의 평가 그대로.
2대 0으로 멱살이 잡힌 맨체스터 시티는 전방 압박과 역습을 반복하면서 숨통을 조여오는 번리의 수비를 뚫어내지 못한채 위협적인 공격 한번 없이 경기를 힘없이 마감했다.
***
“어렵네요.”
“어렵지.”
형민의 푸념에 아서가 어깨를 으쓱했다.
축구계를 경악시킨 자이언트 킬링에 성공한 번리는 맨체스터 시티를 FA컵 4강전에서 2대 0으로 물리치고 FA컵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4월이 끝나기 전에 연이어서 벌어진 프리미어 리그 2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두면서 전체적인 승점 관리에는 실패한채 5월의 시작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프리미어 리그 중위권에서 상위권까지 넘보면서 강력한 전력을 유지하던 레스터를 상대한 원정경기에서 0대 0으로 무승부를 끌어낸 것은 나쁜 결과가 아니었지만.
강등권 탈출에 사활을 걸고 새롭게 키케 세티엔 감독을 선임한 왓포드를 상대로 두 번이나 앞서가고도 두 번이나 동점골을 내주는 혈전을 벌인 끝에 2대 2 무승부로 마감한 것은 뼈아팠다.
전체적으로 레스터가 무승부도 감수할 수 있는 경기였다면, 왓포드는 무조건 승점 3점을 따내야 하는 경기에 더 가까웠다.
그렇게 두 경기 연속으로 무승부를 거둔 덕분에 프리미어 리그 34라운드를 마친 현재 시점에 번리는 승점 60점으로 아슬아슬하게 6위를 유지.
그 사이에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지휘 하에 빠르게 승점을 쌓아간 토트넘이 지지부진 했던 번리를 건너뛰면서 어느새 5위까지 치고 올라갔고.
구단에 대한 제재의 여파인지 아니면 오너의 교체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경기력이 계속 흔들리는 첼시는 번리보다 한 경기를 더 치뤘지만 예상하지 못한 패배와 무승부를 반복하면서 승점 59점으로 7위로 떨어졌다.
그렇지만 첼시가 기록한 승점 59점이면 유럽 대항전 진출권이 걸려 있는 6위를 차지하고 번리와는 겨우 1점 차이에 불과하다.
왓포드를 상대로 승리했다면 승점 2점을 추가해서 조금 더 여유롭게 첼시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을텐데.
거기에다가 FA컵 결승 진출을 이룩한 것을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덕분에 5월 일정이 완전히 꼬여버렸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번리는 5월 7일에 브라이튼과의 원정경기, 11일에는 리버풀과의 홈경기, 14일에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FA컵 결승전, 그리고 바로 17일에 다시 아스톤 빌라와 홈경기, 그리고 22일에 맨체스터 시티와의 홈경기로 2021/22 시즌의 마지막 한 달 간의 일정이 확정됐다.
불과 15일 동안 무려 5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것도 불과 서로 승점 1점 차이로 치열하게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리그의 현재 1위 리버풀과 2위 맨체스터 시티와 각각 한번씩 맞붙고, 그 사이에 컵대회 결승전까지 치루는 가혹한 스케줄이다.
그렇다고 리버풀의 레전드 스티븐 제라드로 감독을 교체한 후 FA컵 결승까지 진출하면서 한껏 기세를 올리고 있는 아스톤 빌라나, 차기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으로까지 손꼽히고 있는 그래이엄 포터 감독이 이끄는 브라이튼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더욱이 지금 7위에 올라있는 첼시는 골득실차에서 큰 우위가 있기 때문에 번리와 승점 동률을 기록하기만 해도 유럽 대항전 진출 경쟁에서 번리를 밀어낼 수 있다.
전년도 유럽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인 첼시 입장에서는 비참하게 느껴질만한 쇠락이었지만, 막상 쫓기는 번리 입장에서는 상대편의 입장을 헤아려줄 여유 따위는 없다.
유럽 대항전 진출권을 노리자니 남은 프리미어 리그의 4경기 중 만만한 상대는 하나도 없고.
아스톤 빌라와 맞붙을 FA컵에 집중하고 유럽을 포기하자니 여기까지 쌓아온게 너무 아쉬운, 고통스러운 선택의 순간.
“어떻게 할거야?”
“…아서는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아서는 울상을 짓고 있는 젊은 감독을 바라보았다.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그때.
갑자기 임시 감독으로 개막전을 지휘해야 한다며 울상을 짓던 젊은 유스팀 감독이 그때와 똑같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저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니 뭐가 웃겨요?”
형민의 짜증스러운 물음에, 아서는 킬킬거리면서 대답했다.
“이미 정한게 눈에 보이니까.”
“어···그런가요?”
형민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아서는 킬킬 웃었다.
“응. 자네는 둘 다 노릴거잖아. 자네는 욕심이 많으니까.”
“…그렇군요. 저는 욕심이 많은거였지요.”
형민이 새삼스러운듯이 중얼거렸다.
“자, 5위인 토트넘은 이미 65점으로 5점이나 차이를 벌렸으니까 따라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꺼야. 알아서 자폭해주면 좋겠지만,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퍽이나 그렇게 놔두지 않겠지?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든 첼시보다만 승점을 더 쌓으면 돼.”
“첼시의 5월 스케줄은 어떻지요?”
형민의 질문에 옆에 앉아 있던 파울루 모라오 코치가 스케줄표를 확인했다.
“저희보다는 훨씬 나아요. FA컵도 떨어졌고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탈락했으니까요. 5월에 3경기. 19위로 강등이 확정된 왓포드. 2위인 맨체스터 시티. 그리고 9위인 리즈 유나이티드.”
“으으··· 왓포드를 상대로는 첼시가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을 해야겠네요. 그럼 거기서 승점 3점을 획득.”
형민은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는 첼시가 전반기에 3대1로 지기는 했는데···. 맨체스터 시티 입장에서도 리그 우승을 위해서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니까 더 악착 같이 덤빌거고요.”
다른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형민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리즈도 여름에 감독 교체를 발표했지만 아직 비엘사 감독님이 영향력을 전혀 잃지 않고 있으니까 안정적이고···. 그냥 마음 편하게 맨체스터 시티와 리즈를 합쳐서 첼시가 승점 3점은 획득할거라고 생각하지요. 첼시가 둘 다 이길거라고 생각하면 우리한테는 너무 절망적이니까.”
형민의 어처구니 없이 비논리적인, 하지만 굳이 논리적으로 따져봤자 딱히 답이 없는 예상에 아서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첼시는 승점 6점을 추가한다? 우리도 6점 이상만 추가하면 된다는거네. 안정적으로는 승점 7점? 어디보자··· 브라이튼과 아스톤 빌라를 이기고,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 중에서 한 팀한테만 무승부를 이끌어내면 아주 깔끔하겠네.”
아서의 말에 이번에는 형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스톤 빌라와 프리미어 리그 37라운드가 FA컵 결승전을 치루고 나서 2일 뒤에 열리지만, 그건 우리 둘 다 3일간 경기를 2번 하는거니까 공평하다고 생각할게요. 그럼 한번 출전 명단을 짜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