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82)
82화: 끝과 새로운 시작
치열한 우승 경쟁, 그리고 예상 외의 결과들이 다수 나온 충격적인 리그 순위.
응원하는 팀에 따라서 팬들에게 큰 기쁨과 고통을 선사했던 2021/22 시즌의 프리미어 리그 우승은 결국 번리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맨체스터 시티에게서 리버풀로 넘어갔다.
물론 후반기에 번리에서 1대 0으로 패배했던 리버풀 입장에서는 서로 공평하게 1패씩 번리에게서 받아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정이 어떻게 되었던, 극적인 역전 우승에 열광한 리버풀 팬들이 길거리에 쏟아져나와 번리의 응원가를 부르면서 자축하는 진기한 장면들이 저녁 뉴스에 보도됐다.
이렇게 프리미어 리그 38라운드가 모두 완료된 가운데, 구단과 개인 기록 보유자들도 확정되었다.
번리는 프리미어 리그 38경기에서 19승 9무 10패를 기록하면서 승점 66점을 획득해서 프리미어 리그 시대 이후 최고의 순위와 승점을 획득했다.
구단의 전체 역사로 넓혀보아도 1973/74 시즌 이후 최고의 성적.
거기에 카라바오컵에서는 4경기에 3승 1패를 거두면서 8강에서 탈락했지만, FA컵에서는 6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면서 1913/14 시즌 이후 108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프리미어 리그 전체적으로 보면 득점왕 경쟁에서는 전반기의 득점 페이스를 뉴캐슬에서 이어가지 못한 크리스 우드가 탈락한 가운데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가 26골로 1위.
어시스트는 갑자기 득점에 개안한 드와이트 맥닐이 시즌 막바지에 어시스트 대신 득점을 몰아넣는 바람에 14개를 기록하면서 2위를 차지한 가운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17개를 기록해서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프리미어 리그 우승 경쟁에 제대로 난입해서 사방에 고춧가루를 난사한 번리 풋볼 클럽은 월요일을 긴급 공휴일로 선포한 번리 읍장의 공권력 남용에 힘입어 바로 다음날 FA컵 우승 기념 퍼레이드를 단행했다.
***
차를 몰고 돌면 번리 읍내는 30분 정도면 넉넉하게 다 돌아볼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을 충분히 소모하기 위해 터프 무어에서 출발해서 번리 읍내를 한바퀴 돈 다음에 번리 제너럴 병원에 도착하는 코스를 짰는데, 그래도 움직여야 하는 실제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2시에 출발한 퍼레이드용 2층 버스는 사실상 번리의 전 주민이 길거리에 쏟아져나온 가운데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움직여서 시간을 소진시켰다.
처음에는 FA컵 트로피를 마구 흔들면서 같이 환호하고 열광적이었던 선수들도 이제는 기계적으로 인파에게 기념 티셔츠와 머플러를 던져주면서 각자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마법 같은 시즌이 끝나면서 팀이 본격적으로 리빌딩에 돌입할거라는건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으로 풀려나는 베테랑들은 대부분 다른 구단들과 합의를 마친 상태였다.
“나도 잭처럼 해외에서 한번 축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스페인의 레알 소시에다드와 계약을 체결한 주장 벤 미가 말했다.
“나도 그건 그래. 여튼, 너는 구단에서 기념 경기를 열어준다고 하던데?”
카림 아데예미와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얘기한 아름다운 오스트리아의 풍경에 홀렸는지, FK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계약을 체결한 베테랑 공격수 제이 로드리게즈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다.
기념 경기는 같은 구단에서 10년 이상 뛴 선수, 그것도 팀에 대한 기여도가 크다고 인정을 받는 선수에 한해서 떠나는 시점에 구단에서 열어준다.
보통은 그 선수에게 의미가 큰 구단을 상대팀으로 초청하는데, 벤 미의 경우 전체 커리어를 맨체스터 시티와 번리에서만 보냈으니 아마 상대팀으로는 맨체스터 시티를 초대해 볼 계획일거다.
물론 이번 시즌 최종전의 패배와 함께 우승 트로피를 놓치면서 제대로 체면을 구긴 맨체스터 시티의 수뇌진이 선뜻 기념 경기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부럽다는듯 말하는 제이 로드리게즈에게 벤 미가 어깨를 으쓱했다.
“다른 애들은 다 정해졌데?”
“아직 확정된건 아닌 것 같은데···. 맷은 울브스가 옛날부터 관심이 있었으니까 그쪽이랑 다시 얘기를 하는 것 같고. 요한이랑 코너는 둘 다 노리치에서 이적 제안이 들어온 모양이야.”
“잘 됐네. 거기에 애슐리도 가 있으니까.”
오른쪽 수비수 맷 로튼은 이번 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울버햄튼에서 계속 관심을 표했었는데 번리에서 매각할 의사를 밝히자 바로 달라붙었다.
아마 거기로 가면 지난 여름이적 시장에서 영입됐던 바르셀로나 출신의 오른쪽 수비수 겸 윙백 넬슨 세메도와 주전 경쟁을 하다가 점차 백업의 위치로 내려가겠지.
반면에 공격수 요한 베르그 구드문슨과 오른쪽 수비수 코너 로버츠가 노리치로 가면 시즌 초에 거기로 이적했던 미드필더 애슐리 웨스트우드와 합류하게 된다.
“웨인은?”
“음··· 아마 잉글랜드 내에서 남게 될 것 같은데? 저번에 FA컵에서 상대했던 위컴 원더러스가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제안을 줘서 고민하고 있나봐.”
프리미어 리그에서 3부 리그로 떨어지는거였지만, 이제 골키퍼 웨인 헤네시도 은퇴에 가까운 35살.
정기적으로 출전 기회를 잡던, 아니면 백업으로 있던 크게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꼬맹이들은?”
“글쎄? 야, 꼬맹이들아! 니네들은 어떻게 할거냐?”
버스 앞쪽에서 주장인 벤 미가 큰 소리로 부르자, 버스 뒤쪽에 앉아서 신나게 구단 물품을 길거리에 쏟아져나온 주민들에게 던져주고 있던 임대생들이 차례대로 대답했다.
“저는 아마 바르셀로나로 복귀하지 않을까요?”
“저도 그럴듯?”
니코 곤잘레스와 오스카 밍게자는 원 소속팀인 바르셀로나로 복귀.
“저희는 이적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통보 받았어요.”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카림 아데예미는 RB 잘츠부르크에서 완전 이적으로 번리에 잔류.
“저희는 뭐···.”
“…돌아가서 이제 주전 경쟁을 해야지요.”
한니발 메이브리와 제이콥 램지는 각자의 원 소속팀으로 복귀.
“우와, 그럼 이제 몇 명이나 남는거야?”
제이 로드리게즈가 놀랍다는 듯이 중얼거리면서 손가락을 꼽아보았다.
지금 버스에 탑승해있는 퍼스트팀 선수들 23명 가운데 막상 다음 시즌에 번리의 유니폼을 입을 선수들이 별로 없다.
골키퍼는 닉 포프로 단 한 명.
수비수는 제임스 타코우스키, 압두 디알로, 네이선 콜린스와 찰리 테일러로 4명.
미드필더는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조시 브라운힐까지 2명.
그리고 공격수로는 막스 코넷과 드와이트 맥닐, 카림 아데예미와 와우트 웨그호스트로 4명.
다 합쳐서 11명 밖에 안 남으니, 팀을 리빌딩하는게 아니라 아예 새로 창단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한 선수들을 제외한 션 다이쉬 감독 시절의 오리지널 멤버는 닉 포프와 제임스 타코우스키, 찰리 테일러, 그리고 조시 브라운힐까지 4명 뿐.
“완전히 새 팀이 되는거네···.”
아쉬움과 부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제이 로드리게즈가 중얼거렸다.
마침내 번리 읍내를 한바퀴 돌고 퍼레이드 버스가 도착한 곳은 번리 제너럴 병원이었다.
물론 환자들에게 격려한다는 좋은 의도도 있었지만, 오늘 퍼레이드 버스의 종점이 병원으로 결정된 이유가 현관 앞으로 휠체어를 타고 나와 있었다.
“아서!”
“브림로우 코치님!”
번리의 선수들과 코치진은 휠체어에 타고 있지만 꼬장꼬장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영국인 할아범을 에워쌌다.
“감사합니다, 아서.”
주장인 벤 미가 FA컵 트로피를 조심스럽게 무릎 위에 올려놓자, 아서가 킁 하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야, 이건 우리가 우승한 날 실컷 봤거든? 그것보다 말이야···.”
어라, 뭔가 잔소리가 시작될 분위기.
코치진 및 주장인 벤 미와 베테랑들의 표정이 굳어지는 가운데, 카림 아데예미가 선수를 쳤다.
“저희는 환자분들에게 선물을 드리고 올께요!”
“저희도 돕겠습니다!”
눈치 빠른 임대생들과 젊은 선수들은 퍼레이드용 버스에 가득 쌓여 있었던 물품을 챙겨서 병원 안으로 뺑소니.
답답한 병실에 갇힌채 하소연할 대상이 필요했던 늙은 할아범에게 붙들린 코치진과 고참 선수들은 아서의 머리 위로 피식 웃으면서 눈빛을 교환했다.
앞으로 이런 잔소리를 들을 날도 많이 안 남았겠지요?
그래. 이런 것도 다 추억이라고 생각하자고.
“야! 어디서 서로 눈빛을 주고 받고 있어?! 나 아직 안 죽었다! 이넘들이! 나 때는 말이야···.”
***
번리 시내를 돌은 퍼레이드가 마무리된 다음날.
FA컵 우승 퍼레이드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도 않았지만, 시즌이 끝나고 여름 이적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막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것처럼 숨가쁜 이적 소식들이 연이어서 발표되었다.
우선 번리에서 계약이 종료되면서 자유계약으로 풀려난 3명의 노장들이 각자 행선지를 발표했다.
주장 벤 미는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에서 최근 위세를 뽐내고 있는 레알 소시에다드로.
베테랑 공격수 제이 로드리게즈는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에 속해 있는 FK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노장 골키퍼 웨인 헤네시는 잉글랜드의 3부 리그인 리그원의 위컴 원더러스로.
거기에 발빠르게 움직인 조너선 랜드리스는 입질이 들어오고 있던 노장들의 이적까지 마무리 지었다.
베테랑 공격수 요한 베르그 구드문슨와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 영입되었지만 주전 경쟁에서 탈락한 웨일즈 국가대표팀 소속의 코너 로버츠는 도합 900만 파운드로 프리미어 리그 잔류에 성공한 노리치에 합류.
이번 시즌에 오른쪽 수비를 도맡아서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대활약을 했던 노장 오른쪽 수비수 맷 로튼은 브루노 라게 감독의 지휘 하에 중위권에 안착한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오랜 구애 끝에 700만 파운드로 이적을 확정지었다.
반면에 일찌감치 목표했던 타겟들에 대한 영입 발표도 이어졌다.
오른쪽 수비수 맷 로튼을 대체하기 위해서 아틀레티코 미네이로의 23살 오른쪽 수비수 구가를 460만 파운드로 영입.
계속 보강이 필요했던 왼쪽 수비수로는 바르셀로나 B팀 소속의 20살 유망주 미카 마르몰을 180만 파운드로 영입.
그리고 마커스 솔바켄의 취업 비자가 나오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선회했던 미드필드 영입 2순위였던 크리스티안 메디나가 아르헨티나의 명문 보카 후니오르로부터 460만 파운드에 영입되었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1군 경기 출전 기록이 하나도 없는 19살의 유망주를 영입하는데에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남미 스카우트의 강력한 추천과 자신이 직접 리저브팀 경기에 참관해서 확인한 조너선 랜드리스의 확신이 있었다.
이렇게 2021/22 시즌에 번리에서 주축을 담당했던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팀을 이탈하고 유망주들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번리가 노후화된 선수단을 혁신할거라는 것은 모두가 다 예상하고 있는 상황.
다만 제한된 예산에서 어떻게 누구를 데려올지가 주된 관심사인 가운데, 축구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유망주들이 하나씩 번리의 영입 발표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망주들을 잘 발굴하고 키워내는 것으로 이번 시즌에 주목을 받았던 번리의 행보에 번리 팬들은 조마조마하면서, 그리고 중립 팬들과 평론가들은 흥미진진하다는 태도로 번리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번리 풋볼 클럽의 대표이사 겸 재무이사와 감독은 전혀 다른 이유로 발칵 뒤집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