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86)
86화: 여름 이적시장의 개시
존 바나스키위츠의 발언에 헬레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는요?”
“생각해봐. 김이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큰 자금을 지출하고 영입한 선수는 모두 잘츠부르크 출신이었어.”
회의실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림 아데예미가 1,400만 파운드에 옵션으로 100만 파운드,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1,300만 파운드에 옵션으로 150만 파운드. 와우트 웨그호스트가 예외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2명을 완전 영입하면서 RB 잘츠부르크에만 이적료 2,700만 파운드가 지급되고 옵션은 250만 파운드가 걸려있다고.”
존 바나스키위츠의 설명에 옆에서 듣고 있던 마이크 갈릭과 조너선 랜드리스도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귀를 기울였다.
“너무 잘츠부르크 편을 드는게 아닌가, 하고 니키나 카림이 와서 뛰는걸 유심히 지켜보았지. 어쨌든 구단의 이사라는건, 감독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하지만, 그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하는 기능도 수행해야 하는 자리니까.”
“그랬더니요?”
헬레나가 질문하자, 존 바나스키위츠는 허탈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랬더니 뭐…. 아주 날라다니더라고. 만약에 다른 구단이 우리한테서 지금 니키를 영입하겠다고 하면 자네는 얼마 정도를 부를 것 같나?”
자신에게 온 질문에, 테크니컬 디렉터인 조너선 랜드리스가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최소한 일시불로 5,000만 파운드는 받아야 겠는데요? 아니, 그냥 그 밑으로 온 제안은 다 제껴버리고 그 위에서만 대화를 받아줄 것 같아요.”
“그럼 카림은? 이제 겨우 20살인데 상위 리그로 이적한 첫 시즌에 31경기에서 7골 4어시스트를 기록했어. 후반기가 되서야 적응이 끝난게 눈에 보일 정도인데다, 심지어 전반기에는 김이 팀 전술을 안착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공격을 자제시켰다고.”
외부적으로 부각되는 골이나 어시스트가 엄청나게 높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7골 4어시스트에 90분당 기회창출에서는 프리미어 리그 전체에서 상위 20명 안에 들었다.
상위 리그로 올라온 첫 시즌에 20살이라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는 성적.
사람들의 생각을 안다는듯, 존 바나스키위츠가 씩 웃으면서 비교 대상을 띄워주었다.
“거기에 국적만 제외하면, 아스널이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부카요 사카와 나이와 포지션, 그리고 기록도 같거나 비슷한 수준이야.”
“아마 6,000만 파운드에서 시작하겠지요. 경쟁을 붙이면 훌쩍 올라갈 수 있을거고요.”
흥미가 부쩍 생긴듯한 표정으로 조너선 랜드리스가 대답했다.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존 바나스키위츠가 헬레나에게 말했다.
“이해했어요?”
“정확히는···.”
“우리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 스카우트를 보내면 보통 2~3주 정도를 보는게 끝이에요. 경기는 2-3 경기 정도를 보는게 끝이지요. 물론 더 상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서 다시 파견을 할 수도 있지만, 운이 없으면 그 기간 동안에 경기를 한번도 못 볼 수 있어요.”
스카우트와 이적 체제를 총괄하는 조너선 랜드리스가 동의하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디오 분석을 많이 사용하기는 하지만, 유망주나 유소년을 선별하기 어려운게 그런 자료들이 없다는거지요. 그런데 김은 잘츠부르크에서 유소년 코치였어요. 그것도 몇년씩이나.”
“아…!”
조금씩 이해가 간다는 표정으로 헬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구단 대표이사의 표정을 확인한 존 바나스키위츠가 설명을 이어갔다.
“단순히 경기에서 뛰는걸 본 것 뿐만 아니라. 매일마다 훈련에서는 어떤지, 쉴 때는 어떤지, 자기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빠삭하게 알고 있는거라고요. 생각해봐요. 그 선수의 육성을 담당한 유소년 코치만큼 유망주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그래서 존이 깨달은게 뭔가요?”
헬레나의 질문에 존 바나스키위츠가 답변했다.
“김은 자기 나름대로 실패의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던지고 있는 거에요. 어차피 선수 영입에는 실패의 리스크가 따라올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자기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어떻게서든 성공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선수들만 영입하고 있는 거에요.”
존 바나스키위츠가 자신에게 경청하고 있는 나머지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게 마침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육성 프로그램 중 하나를 가지고 있는 RB 잘츠부르크인게 우리한테는 행운인거지요.”
“무조건 이길 것 같은 패에만 건다는 말로 이해하면 되는건가요?”
“그렇지요.”
헬레나는 새로운 관점을 깨달았다는 표정과 함께 팔짱을 끼고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형민은 도박을 해도 잘 했을 것 같아요.”
헬레나의 지적에 두 사람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던 마이크 갈릭이 대답했다.
“모든 훌륭한 감독은 승부사의 기질이 있지.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상대편을 예상하고, 그에 대응하는건 한계가 있으니까.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기 속에서 다시 변화의 흐름을 붙잡고 자기쪽으로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프리미어 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
***
“…해서 번리 풋볼 클럽의 이번 시즌 최종 보고를 마무리합니다.”
헬레나는 노트북 화면 너머로 그녀의 보고를 유심히 듣고 있던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
똑같이 생겼지만, 한 명은 냉정하고 다른 한 명은 장난끼 넘치는, 상반된 표정을 가진 두 남자는 그녀의 가족이자 상사인 이안 카트라이트 2세와 이안 카트라이트 3세였다.
화면의 배경을 보아하니 아버지는 아직도 사무실, 그리고 오빠는 자신의 집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카트라이트 펀드의 대표는 딸이자 신뢰하는 이사의 보고가 마무리되자 고개를 끄덕였다.
“번리에서 이제 전체적인 체계는 많이 안정되었다고 봐도 되겠구나.”
“아직 구단의 사무나 행정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경기나 선수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형민과 조너선이 충분히 전권을 행사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신뢰할만한 사람들이라는게 중요하지.”
부녀 간의 대화에 오빠인 이안 카트라이트 3세가 끼어들었다.
헬레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안 카트라이트 3세는 아버지와 닮은 잘생긴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따뜻하고 온화한 미소를 띄고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내가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는데 말이야···.”
“뭘 들었는데?”
이 인간이 이렇게 헤벌레 웃음을 지으면 뭔가 뒷골이 싸늘하다.
잔뜩 경계심을 높이는 여동생에게 카트라이트 펀드의 수석이사는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더 키웠다.
“이번에 김 감독을 꽃단장하기 위해서 사비로 엄청나게 긁었다는 얘기가 있던데?”
“그건 공식적인 행사를 위한 지출이었지. 번리 풋볼 클럽의 위신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였고, 그날 감독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니까.”
“새빌 로에 가서 맞춤 양복에, 시계에, 구두에, 넥타이까지?”
“…신사복에 갖춰야 하는걸 채운 것 뿐이야.”
등 뒤에서 슬쩍 베어나오기 시작하는 식은땀을 무시한 헬레나가 최대한 무표정하게 얼굴을 관리하면서 대답했다.
“그렇지. 공식적인 행사를 위한 지출이지. 그런데 왜 내 여동생은 공식적인 행사를 위한 지출을 개인카드로 결제하셨을까?”
“어? 어··· 번리 법인카드 한도가···.”
“신원이 불확실한 사람도 아니고, 계산서를 발행한 다음에 구단에 연락해서 지급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이안 카트라이트 2세는 평소와 다름없이 냉막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지만, 눈이 반짝거리는게 아들과 딸 사이의 대화를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다는게 보인다.
뭔가 건수를 물어서 신났다는 표정을 짓는 오빠와, 타향만리에 떨어져 있던 딸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건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의 아빠.
이래서 가족이랑 사업을 하면 안 된다고 대학교를 졸업한 후 백만번째 스스로에게 중얼거린 헬레나는 그냥 판을 엎어버리기로 했다.
“써드.”
“…왜?”
구석으로 잘 몰아가고 있던 사냥감이 탈출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한 이안 카트라이트 3세가 평소처럼 호칭에 대한 짜증도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네가 대학교 1학년 봄 방학 때에 존이랑 멕시코에서 가서 한 짓, 내가 사진으로 가지고 있는데 그거 아일린한테 보여주면···.”
“야! 네가 그 사진들을 어떻게 가지고 있어?!!!”
갑자기 화면을 가득 채우면서 비명과 절규 사이의 외침을 지르는 오빠의 얼굴에 헬레나는 승리의 미소를 씩 지었다.
그래, 아내한테 그 사진을 보여준다고 하면 펄쩍 뛸 줄 알았다.
“내가 존이랑 연애할때 그 사진들을 나한테 딱 걸렸거든.”
“으아아아!!!”
영국의 축구팬들이 후반전 추가시간에 라이벌팀한테 극적인 역전골을 먹었을 때나 지를 수준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다가, 갑자기 이안 카트라이트 3세의 마이크가 음소거 처리되었다.
“얼마?”
“호오라, 사가시게요?”
이안 카트라이트 2세가 냉랭한 표정을 지우지 않은채 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 카트라이트 2세가 단순히 월스트리트에서 전설적인 투자 가문의 당대 가주이거나, 대를 이어서 내려오는 가업을 잘 키워가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 친구들이 그렇게 몰리는게 아니다.
저 냉혹한 얼굴 뒤에 숨겨져 있는 엄청난 장난끼와 촌철살인의 유머감각에서 나오는 반전 매력에 다들 매혹되는거다.
씩 웃은 헬레나는 아버지와 거래를 시작했다.
“1,000만 파운드요.”
“음··· 개인 자금으로 달라는건 아닐테니, 번리에 지원금으로 넣어달라?”
화면 너머에서는 음소거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서 온갖 난리를 다 치고 있는 이안 카트라이트 3세의 모습이 계속 보였지만, 아버지와 딸은 그를 무시했다.
“이자는 0퍼센트. 10년 만기에 만기 일시 상환으로요.”
“500만 파운드.”
“노딜.”
“700만 파운드.”
“아빠, 저 이제 갈게요. 아일린한테 사진을 보내야 해서.”
이안 카트라이트 2세는 혀를 찼다.
평소에는 우리 편에서 협상을 하니까 좋은데, 이렇게 협상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으면 딸의 저 탁월한 협상력이 골치가 아파진다.
하지만 자신의 아내이자 이안 카트라이트 3세의 엄마한테 먼저 보여주면 엄청나게 즐거워할게 분명하다.
그가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것을 서로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제대로 걷기도 전부터 온갖 협상에 대한 노하우가 전수되는 카트라이트 가문의 교육 체제에 대한 순간적인 아쉬움을 접고 이안 카트라이트 2세는 순순히 자신의 열세를 인정했다.
“좋다. 1,000만 파운드. 내일 보내주마.”
“콜! 사랑해요, 아빠~”
카트라이트 가문의 확언은 공증받은 계약서보다 더 확실하다.
월스트리트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3대를 걸친 신용을 신뢰한 헬레나는 즉시 스마트폰을 들어서 꼭꼭 숨겨두었던 사진 몇개를 전송해주었다.
스마트폰이 울리는 알람과 함께 화면 밖에 있는 뭔가를 확인한 이안 카트라이트 2세가 자식들조차도 몇번 보지 못한 환한 웃음을 지었다가 다시 평소의 냉막한 얼굴로 돌아왔다.
“네 엄마가 보면 정말 재밌어하겠구나.”
“그렇지요? 두 분이서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그렇게 오빠의 공격을 차단하는 동시에 상대편을 매장하는 데에 성공한 헬레나는 아직도 음소거 상태 밖에서 절규하고 있는 이안 카트라이트 3세에게 손을 흔들어서 작별인사까지 고한 다음에 온라인 회의에서 빠져나왔다.
딸이 사라진 화면을 잠깐 바라본 이안 카트라이트 2세는 여전히 화면 속의 음소거 상태에서 절규하고 있는 아들에게 눈을 돌린 다음에 마이크를 다시 켜주었다.
“아버지! 그러니까, 그건···!”
“내가 이걸 아일린에게 안 보여주는 대신···.”
“…대신?”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발견한 이안 카트라이트 3세는 눈을 크게 뜨고 아버지의 말을 경청했다.
“…정확하게 헬레나가 뭔 일을 벌였는지 설명해보렴.”
“그럼 아일린한테는 그 사진을 안 보여주시는건가요?”
“네 설명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에 따라서?”
마른침을 삼킨 아들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이안 카트라이트 2세는 고개를 슬쩍 저었다.
3자 간의 협상에서는 절대로 먼저 협상장을 떠나면 안 된다고 누차례 설명했지 않니, 헬레나.
아빠가 가르쳐준 걸 안 따르니까 이렇게 뒤통수를 맞는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