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88)
88화: 여름 휴가
마침내 차가 도착한 곳은 꽤 넓어 보이는 부지를 나지막한 담벼락과 높은 나무들로 에워싸서 아늑해보이는 정원과 그 가운데에 있는 2층 집이었다.
차가 접근하자 자동으로 셔터 문이 열리고, 이미 차가 한 대 세워져 있는 넓직한 주차장으로 들어간 태진이 차를 세웠다.
“아빠!”
형민이 주차된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현관문에서 두 인영이 튀어나와서 태진의 다리에 매달렸다.
“어이쿠! 다들 엄마 말 잘 듣고 있었어?”
“응! 응! 그리고 새로 오신 할아버지랑 할머니 말도 잘 들었어!”
“그으래~?”
양 팔에 한명씩 아이들을 들어올린 태진이 형민을 바라보면서 씩 웃었다.
“자, 아빠 친구가 올거라고 했지? 인사해야지. 자, 이쪽이 아들넘”
“…안녕하세요···.”
“그리고 반대쪽이 따님.”
“안녕하세요!”
덩치를 보니 오빠인게 분명한 남자아이의 수줍은 인사와 여동생인게 분명한 여자아이의 우렁찬 목소리.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형민을 피해서 다시 아빠 등 뒤로 숨는 남자아이에게 태진이 말했다.
“서준아. 너 나중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고 싶다며? 거기서 선수하려면 여기 김형민 감독님 같은 분한테 잘 보여야 된다?”
“아··· 음··· 안녕하세요오···.”
다시 고개가 나와서 꾸벅 인사하는 아이에게 형민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 형민에게 아이들에게 양 팔이 묶인 태진이 차 트렁크를 향해서 턱짓했다.
“야, 미안한데 가방은 직접 꺼내야 될 것 같아.”
“아, 그럼. 당연하지.”
태진의 아내는 활발한 성격의 미인이었다.
“어머,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아도 이 사람도 맨날 저한테 자랑했거든요. 번리의 김형민 감독님이 자기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이렇게 와주신게 영광이지요. 편하게 지내다가 가세요.”
가족들만의 공간이었음이 분명했을텐데도 전혀 껄끄러워 하는 기색 없이 형민과 형민의 부모님을 챙겨주었다.
눈물겨운 재회, 라고 말하기에는 눈시울을 붉힌 것은 형민의 어머니 밖에 없었고, 무뚝뚝한 아버지와는 몇마디 말을 나누자 금새 서로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부모님과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사와 대화를 마치고, 그분들이 쉬러 들어가신 틈을 타서 2층 발코니로 피신한 형민을 태진이 찾아냈다.
“여어, 뭘 보고 있냐?”
형민이 내려다보고 있는 넓직한 1층 정원에서는 태진의 두 아이들이 접이식 수영장에 물을 채운채 뛰어놀고 있었다.
“그냥, 아무 것도.”
“부럽냐?”
“조금은.”
형민의 표정에 태진이 피식 웃으면서 들고 올라온 맥주캔 중 하나를 건내주었다.
“아, 나는···.”
“술 못 마시는거 잘 아니까, 그냥 한잔만 해.”
아니, 술을 못 마시는데 왜 한 잔을 굳이 해야하는거지?
형민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집주인이 권하는 대로 맥주캔을 열었다.
“뭐가 그렇게 부러운데?”
발코니에 나란히 기댄 태진이 물었다.
“그냥··· 너는 이렇게 벌써 안착했구나. 그런게 부러웠던 것 같아.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은거? 물론 너는 고등학교 때부터 벌써 너 만의 자리가 확고했으니까. 나는 사실 그때 내 자리가 없어서 불안했거든.”
“알아.”
“…안다고?”
예상 외의 대답에 형민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태진이 길게 맥주를 들이킨 다음에 대답했다.
“알지, 그럼. 거기 있던 애들은 다 프로를 목표로 뛰던 애들이었는데. 넌 솔직히 축구 실력은 별로였으니까. 불안이 많다는걸 느낄 수 있었지.”
“그래?”
“그래. 그 대신···.”
“대신?”
뜸 들이는 태진의 말에 형민이 물었다.
“넌 축구 머리가 좋았지. 상황이 변화하고 있는 것도, 상대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너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도 언제나 한두 수 정도 빨리 읽었지. 그건 좀 부러웠어. 근데 막상 너는 몸이 눈이랑 머리를 못 따라와주는데 어쩌겠냐? 사람마다 잘 하는게 있고 못 하는게 있으니까.”
“그랬던가?”
형민이 중얼거리면서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해보았다.
부상을 당하고 난 다음부터는 애를 써서 떠올리지 않던 고등학교 시절이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그럼 설마 감독이 네가 그 왼발을 어설프게 좀 쓸 줄 안다고 주전 수비수로 세운줄 아냐? 경기장에서는 그래도 한 박자 정도 빨리 움직여서 상대편의 공격이 전개되는걸 막을 수 있었으니까 수비수로 세운거지. 네가 패스 실력이 그렇게 떨어지지만 않았어도 미드필드에 세웠을껄? 아니면 스탠딩 윙어나?”
“그런가?”
뭔가 내가 기억하던 고등학교 시절과는 많이 다른, 기술적인 부분에서 축구 실력은 완전히 깎아내려지고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부각되는 색다른 관점에 형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형민을 지켜보던 태진이 피식 웃었다.
“나는 이제 슬슬 네가 부럽다, 임마.”
“내가?”
“아, 저건 네가 부럽지 않고.”
태진은 밑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손짓했다.
“너도 알잖냐. 선수라는건 수명이 짧으니까.”
“그건 그렇지.”
“이제 점점 경기장에서 힘들어진다. 젊은 애들이 치고 들어오는데, 내 몸은 점점 내 머리와 눈을 못 쫓아가고. 다리는 느려지고. 회복 훈련할 때에 몸도 예전 같지 않고. 더 철저하게 관리하는데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는게 점점 보여.”
위대한 선배들이 세웠던 한국 국가대표팀의 A매치 최연소 득점과 최다 득점, 그리고 경기당 득점 기록까지 모두 갈아치우고 최다 출전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천재 공격수도 이렇게 나이가 들면 한계에 봉착하는구나.
“아마 이번 월드컵까지 소집되고 나면 선수 생활은 끝일 것 같아. 그러면 은퇴해야지. 더 추한 꼴을 보이기 전에.”
동창의 나지막한 넋두리에 형민은 침묵을 지켰다.
“은퇴하는 것까지는 좋다, 이거야. 그런데 은퇴하고 나면 뭐하지? 내가 배우고 할줄 아는건 이거 밖에 없는데? 물론 돈은 그동안 넉넉하게 모았지만, 그걸로 내가 100살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때울 수는 없잖아.”
그동안 익숙했던 감독이나 코치의 관점이 아니라 동갑내기 관점에서 처음으로 바라본 노장의 모습에 형민은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너는 이제 자리에 잘 안착했잖아. 번리에 남아있던,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가던. 심지어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네가 싫다고 하기 전까지는 언제나 감독 자리를 제안받을 수 있겠지. 앞으로 갈 길이 창창하니까. 그게 부러운거지.”
“그럼 너도 감독이나 코치하면 되잖아.”
너무 무거워지는 대화 속에서 형민이 웃으면서 말하자, 태진이 씩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코치 라이센스를 획득하려고 교육 과정을 밟고 있어. 경기도 뛰는데 공부까지 하려니까 엄청 빡세다.”
“뭐 그 정도 공부를 가지고.”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아마추어 팀들을 코치하거나 감독하고, 틈틈히 아르바이트까지 쏠쏠하게 헤치웠던 경험자의 말에 태진이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었다.
“야, 아직도 우리가 20대인줄 아냐? 이제 머리가 슬슬 굳는다고!”
“넌 원래부터 돌대가리··· 쿠헥!”
190센티 장신의 긴 팔에 목이 감긴 형민은 한참이나 켁켁 거렸다.
“후아, 간만에 살짝 열 받을뻔 했다.”
“쿨럭··· 숨 좀··· 쿨럭···.”
실컷 형민의 목을 조르다가 마침내 놓아준 태진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뭐, 나중에 코치 연수 같은거 있으면 너한테 부탁하면 되는거지? 잘 부탁한다!”
누가 받아준데?
속으로만 중얼거리면서 형민은 발코니 난간에 기댄채 필사적으로 폐 속에 공기를 밀어넣기 위해서 애썼다.
***
감독이 모국에서 동창에게 목이 졸리고 있건 말건, 번리 풋볼 클럽의 여름 이적시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개막되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발빠르게 방출할 베테랑들과 이적시킬 선수들을 내보낸 번리의 풋볼 디렉터 조너선 랜드리스가 본격적으로 영입에 착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각 구단들이 활발하게 이적시장에 참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프리미어 리그의 다른 구단들도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먼저 코 앞에서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비롯한 트리플을 놓친 맨체스터 시티는 분노의 영입을 시작했다.
첫번째 영입은 도르트문트에 무려 5,120만 파운드의 바이아웃 금액을 일시불로 지급하고, 선수 본인에게는 주급으로 무려 46만 파운드를 보장한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라고 손꼽히는 노르웨이 국가대표팀 소속의 22살짜리 괴물 공격수 엘링 할란드.
두번째 영입은 리즈 유나이티드에 4,160만 파운드를 지급하고 영국 국가대표팀의 주전 미드필더이자 요크셔의 피를로라는 별칭을 가진 26살의 수비형 미드필더 칼빈 필립스.
이미 완벽에 가까운 선수단을 구축했다고 평가를 받고 있었는데, 그나마 약점으로 꼽혔던 중앙 공격수와 노장 미드필더 페르난지뉴가 떠나면서 비워진 수비형 미드필드의 교체 자원을 아예 업그레이드 해버렸다.
거기에 엘링 할란드의 영입으로 중복 자원으로 평가받은 25살의 브라질 대표팀 공격수 가브리엘 제수스를 아스널에 4,400만 파운드에 매각하면서 공격진의 불필요한 자원 정리에 돌입했다.
이에 자극받은 우승팀 리버풀은 6,400만 파운드의 바이아웃을 지급하고 포르투갈 1부 리그를 초토화한 벤피카의 파괴적인 23살짜리 공격수 다르윈 누네즈를 영입해서 조금씩 노쇠화되는 공격진을 보강.
그리고 수많은 구단들과 염문을 뿌리던 핵심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와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격진 전력을 유지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로베르트 피르미누, 모하메드 살라와 함께 소위 ‘마누라’ 라인을 형성하면서 리버풀의 첫번째 전성기를 이끌었던 공격수 사디오 마네가 2,700만 파운드에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전력의 변화가 일어났다.
반면에 아쉽게 3위를 차지했던 아스널은 4,400만 파운드를 지급하고 맨체스터 시티로부터 공격수 가브리엘 제수스를 영입해서 최전방을 보강한 가운데, 포르투갈 1부 리그의 포르투에서 화려하게 실력을 만개한 22살의 공격형 미드필더 파비오 비에이라를 3,000만 파운드에 영입.
그러면서 알렉산드르 라카제트 등 전력외로 평가받았던 선수들을 방출하거나 매각하면서 선수단 정리에 돌입했다.
한편 4위를 기록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약스에서 네덜란드 1부 리그 우승을 3번이나 차지한 에릭 텐 하그를 감독으로 임명하면서 본격적인 재정비에 돌입했다.
그러나 축구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결국 자유계약으로 떠난 가운데, 초기에 염문을 뿌리던 타겟들과의 협의가 지지부진하면서 경쟁팀들에 비해서 전력 보강이 뒤쳐지면서 팬들의 우려만 높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유럽 진출권의 마지막 자리인 5위를 차지했던 토트넘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전력 보강에 대해서 구단을 계속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팬들이 적극적으로 감독을 지지하면서 그간의 짠돌이 행보를 멈출 것을 요구받았다.
결국 토트넘은 임대로 영입했던 로드리고 베탄쿠르와 데얀 쿨루세브스키를 완전 영입한 가운데, 무려 5,000만 파운드를 지급하고 직전 시즌에서 강등당한 에버튼으로부터 브라질 대표팀 소속의 25살 공격수 히샬리송을 영입해서 해리 케인과 손흥민이 버티고 있는 공격진의 마지막 한 자리를 보강했다.
거기에 더해서 2,500만 파운드라는 헐값으로 브라이튼의 미드필드를 책임지던 25살의 미드필더 이브스 비수마를 영입해서 강력한 중원을 구축하는 데에 성공했다.
상위권 팀들의 전력 강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중하위권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것은 바로 사우디 아라비아 국부펀드인 PIF에 인수된 뉴캐슬이었다.
그리고 뉴캐슬은 축구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영입을 단행했다.
우선 세비야의 중앙 수비수 디에고 카를로스를 3,750만 파운드에, 그리고 PSV 에인트호벤의 측면 수비수 필립 막스를 3,400만 파운드에 영입하면서 도합 7,150만 파운드에 수비진을 보강하고.
상하이 상강의 브라질 국가대표팀 공격형 미드필더 오스카를 4,350만 파운드에, 아약스의 젊은 천재 미드필더 라이언 그라벤베르흐를 4,000만 파운드에 영입해서 미드필드를 보강했다.
특히 AC밀란에서 자유계약으로 풀려난 뒤 바르셀로나의 재정 문제로 계약 체결에 실패한 미드필더 프랭크 케시에까지 영입하는 데에 성공하면서 도합 8,350만 파운드로 미드필드를 탈바꿈했다.
무려 1.5억 파운드를 한번의 이적시장에 쏟아부은 뉴캐슬과 PIF 펀드의 재력에 축구계가 경악하는 가운데, 뉴캐슬에 새로 영입된 선수들의 물결 속에서 불필요한 자원이라고 판단된 기존 선수들의 헐값 방출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조너선 랜드리스는 거기서 바겐 세일의 냄새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