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93)
93화: 새로 온 친구들
“우웨에에엑!”
토마소 포베가.
1999년생으로 올해 22살이다.
2013년에 13살의 나이로 AC밀란의 유스팀에 합류.
그리고 나서 AC밀란에서 차근차근 성장하면서 이탈리아의 연령별 국가대표팀에서는 23세 미만까지 발탁되었다.
지난 4시즌 동안에는 AC밀란의 체계적인 유망주 육성 정책을 따라서 이탈리아 프로 리그에서 3부 리그부터 1부 리그까지 각 단계별 팀들에 1시즌씩 임대되면서 경험을 쌓았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이탈리아 1부 리그인 세리아A의 중위권 팀인 토리노에서 리그 30경기에 출전.
실질적으로 주전 미드필더 자리를 꿰차면서 온전히 1부 리그급 미드필더로 성장했다고 팬들의 지지와 함께 평론가들의 칭찬을 받았다.
은근히 서로 완전영입을 기대했는데, 토리노는 재정 문제로 자신에게 달려있던 1,600만 유로의 이적료를 결국 지불하지 못하면서 결렬.
그런데 막상 원소속팀인 AC밀란으로 복귀하니 상황이 애매했다.
일단 AC밀란은 이탈리아 성인 국가대표팀 주전인 천재 미드필더 산드로 토날리가 붙박이 주전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아스널 유스팀 출신으로 알제리아 국가대표팀에서 탁월한 기량을 선보이는 이스마엘 베나세르가 있다.
다행히 또 한명의 붙박이 주전이었던 프랭크 케시에가 제대로 자금력을 휘두르기 시작한 뉴캐슬로 이적했다.
그래서 지난 시즌에 영입된 후 바로 임대로 떠나있다가 복귀한 프랑스의 떠오르는 미드필드 유망주 야신 아들리와 둘이서 한 자리가 빈 미드필드의 주전 경쟁을 벌이면 될 줄 알았는데.
지난 시즌에 감격적인 세리에A 우승을 차지한 구단은 명가 재건을 확실히 하겠다는 생각인지 토트넘에서는 지오바니 로 셀소를, 첼시에서는 티모우에 바카요코를 임대하면서 미드필드에 갑자기 주전급 선수를 2명이나 추가해버렸다.
로테이션을 돌린다고 해도 아무리 봐도 험난한 출전 경쟁이 예상되는 상황.
그런데 지난 시즌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6위를 차지하고 유로파 리그까지 진출한 번리에서 자신을 콕 집어서 데려가겠다고 했을 때에는 엄청나게 기뻤다.
물론 완전 영입이 엎어진 것은 아쉬웠지만, 어쨌든 토리노보다도 한 단계 위에 있는 프리미어 리그 팀에서 주전 경쟁을 할 수 있다면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된다.
완전 영입까지 이어지면 더할 나위 없고.
형민 김 감독은 4-3-3 포메이션이 주력이니, 지난 시즌에 프리미어 리그를 씹어먹은 니콜라스 세이왈드와 바르셀로나가 자랑하는 천재 미드필더 니코 곤잘레스 옆에 마지막 1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거라고 자신했는데···.
“우웨에에에엑!”
···설마 프리시즌 훈련 중에 아침식사 내용을 다시 확인할 줄을 상상도 못했다.
“우읍··· 우웩···!”
“야, 괜찮아?”
더 이상 나올 것도 없어서 켁켁거리는 토마소 포베가 뒤에 다가온 루카 수키치가 등을 두들겨주면서 걱정스럽게 물었다.
“…물 좀···.”
“어, 여기 가져왔어. 천천히 마셔.”
땀에 흠뻑 젖은 훈련복 상의로 침과 오물이 묻어있는 입가를 닦고, 미지근한 물로 입을 헹구니까 조금 더 낫다.
약간 정신을 차린 토마소 포베가는 임대생 숙소에 같이 입주하면서 친해진 친구의 멀쩡한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너는 왜···.”
“나? 아, 잘츠부르크에서는 겁나 빡세게 체력 훈련을 시키거든. 아직 이 정도는 괜찮아. 뭐, 나도 여기서 한두 단계 정도 더 올라가면 힘들기는 한데···.”
여기서 더 강도가 올라간다고?!
경악한 토마소 포베가는 훈련장을 둘러보았다.
니콜라스 세이왈드나 카림 아데예미, 드와이트 맥닐, 그리고 지난 시즌을 번리에서 보냈던 선수들은 멀쩡하게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니코 곤잘레스와 압두 디알로는 약간 다리가 후들거리는 표정이지만 아직은 탈락하지 않았고.
반면에 새로 영입된 인원 중에는 RB 잘츠부르크 출신인 벤야민 셰슈코와 루카 수키치, 그리고 리즈에서 악명높은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의 머더볼을 경험한 조 겔하트 정도만 멀쩡.
나머지 인원들은 조만간 자신과 같이 배수구에서 아침식사를 확인할 것 같은데, 특히 아르헨티나의 보카 후니오르에서 합류한 크리스티안 메디나가 제일 위태위태해 보인다.
“크리스도 좀 불안해보이네···.”
토마소 포베가의 시선을 따라간 루카 수키치가 중얼거렸다.
“도와주러 가고 싶어도 뭔가 탈락을 하지 않은 이상 딱히 해줄게 없는데···.”
그 순간 호루라기가 울렸다.
“루카! 노냐?!”
“아, 아닙니다 코치님! 지금 바로 다시 시작할께요!”
이번 체력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수석코치 카롤리나 슈테판의 경고에 화들짝 놀란 루카 수치키가 아직도 괴로워하는 친구의 등을 한번 두드려주고는 다시 출발선으로 가서 섰다.
“토마소?”
“아··· 네···. 조금만···.”
토마소 포베가의 애원에 카롤리나가 쓰고 있는 붉은 색 모자의 긴 챙을 더 깊이 끌어내려서 푸른 두 눈을 숨겼다.
“음, 그럼 이번 라운드만 빠지고 다음 라운드에 다시 들어와. 그리고 점심 때에는 방금 토해낸 만큼 아침에 먹었던 단백질을 다시 보충해야 되는거 알지? 나한테 추가로 섭취해야 하는 영양표를 점심 식사 전에 확인받아 가라.”
“…네.”
저 붉은 모자는 구단의 공식 물품이 아닌데, 감독이 특별히 한국에서 주문해서 코치진에게 나누어주었다.
엄청나게 챙이 길고, 모자 윗 부분은 납작한데 테두리는 각이 지어져 있고, 정면에는 번리 구단 마크가 새겨진 방패 양 옆으로 요상한 날개가 붙여져 있는 기묘한 모양.
감독의 말로는 훈련의 질을 높여주는 한국의 특산물 같은거라고 하던데···.
번리의 선수단에게 저 붉은 모자는 빠른 속도로 공포의 대상이 되어 가고 있었다.
훈련의 질이 높아지는건 잘 모르겠고, 어쨌든 훈련을 받는 사람에게 강렬한 위압감을 조성하는건 알겠다.
그렇게 출렁이는 위를 움켜잡은채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끌면서 토마소 포베가는 다시 줄 뒤에 가서 섰다.
***
커뮤니티 실드.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유럽 프로 리그가 가지고 있는 형식의 경기로, 일반적으로 1부 리그 우승팀과 컵대회 우승팀이 단판 승부를 벌인다.
프리미어 리그의 경우 FA컵과 카라바오컵으로 컵대회가 2개이지만, 더 역사가 오래됐고 권위가 높은 FA컵 우승팀이 1부 리그 우승팀과 맞붙게 된다.
리그에 따라서 공식전으로 인정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과 유로파 우승팀이 맞붙는 UEFA 슈퍼컵처럼 이기는 팀이 명예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공식전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본격적인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전의 상징성을 띄고 있기도 하고.
그러나 지난 시즌에 FA컵을 우승한 덕분에 프리미어 리그 우승팀인 리버풀을 상대하게 된 번리는 4번의 프리시즌 연습경기 이후에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팀 조직력 덕분에 제대로 난타당하고 있었다.
[골! 골입니다! 리버풀의 오른쪽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가 오늘 2번째 골을 성공시킵니다!]아직 전반전이 20분도 되지 않았는데 3골이나 터져나오면서 흥미진진해진 경기를 중계하던 캐스터가 탄성을 올렸다.
그 옆에서 경기 상황을 같이 중계하던 해설자가 골 장면이 천천히 재생되는 화면을 바라보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리버풀의 중앙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로베르토 피르미노가 밑으로 내려오면서 번리의 중앙 수비수 콤비인 제임스 타코우스키와 압두 디알로를 모두 끌고 내려오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자리를 모하메드 살라가 번리의 신입 왼쪽 수비수인 자말 루이스를 가볍게 제치고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자신의 두번째 골을 넣었네요.] [번리는 아직 조직력이 많이 흔들리는 모습인데요. 오른쪽 수비수인 구가와 왼쪽 수비수인 자말 루이스는 오늘이 번리 공식 데뷔전이기 때문인지 나머지 수비수들과 확실히 손발이 아직 잘 안 맞아요.]번리는 프리 시즌 동안에 와우트 웨그호스트를 제치고 주전 중앙 공격수 자리를 굳혀가는 신예 벤야민 셰슈코의 어시스트로 좌측 공격수 드와이트 맥닐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그 후로는 일반적으로 리버풀에게 밀리고 있었다.
션 다이쉬가 수년간 키운 팀을 그대로 물려받은 상태에서 몇몇 선수만 추가 영입해서 자신만의 색깔을 덧칠했던 지난 시즌에는 그래도 조직력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았다.
선수들이 서로의 성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가운데 감독의 전술적인 변화만 반영하면 됐으니까.
그 때와는 달리, 선발 라인업의 절반 이상이 물갈이 되는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단행한 이번 시즌의 번리는 조직력에서 약점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시즌이 진행되면서 점점 손발이 맞아가겠지만, 이제 겨우 프리시즌의 연습경기를 4번 소화한 팀이 이전 시즌에 리그를 우승하고 전력을 고스란히 보전한 리버풀을 상대로 우위를 유지하는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으아··· 역시 팀워크가 많이 어설프네.”
“아무래도 손발을 맞춘지 얼마 안 되니까. 시간이 걸릴꺼야.”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실점 장면을 지켜본 형민이 푸념하자, 그 옆에 서있던 카롤리나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답변했다.
“그래도 체력은 많이 좋아졌네.”
파울루 모라오 코치와 카롤리나의 닦달 덕분인지, 아니면 주기적으로 식사 내용을 재확인해야 했던 선수단의 피땀어린 눈물 덕분인지.
위르겐 클롭 감독의 게겐프레싱을 정면으로 맞붙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체력이 부족해서 선수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조직력이랑 그에 따라오는 체계적인 압박이 안 되니까 문제였지.
“어떻게 할꺼야?”
카롤리나의 질문에 형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반전 상황을 봐야겠지만, 후반전에는 계획한 대로 최대한 교체를 진행하려고.”
“그럼 커뮤니티 실드는 포기?”
“그럼 이 경기를 이기려고 했단 말이야?”
형민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친구를 돌아보았다.
“아니, 난 그렇게 대놓고 경기를 포기하면 구단 경영진한테서 한 소리 듣지 않으려나, 했지.”
카롤리나의 질문에 형민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장난해? 헬레나가 공돈이 생겼다고 얼마나 좋아했는데? 리그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으니까 경기 결과 따위는 갖다 버리라고 하던데?”
번리에게 배정된 웸블리 스타디움의 티켓 판매대금 중 상당한 금액이 번리에게 지급된다.
없는 구단 살림에 기대하지 않은 돈이 입금되었다고 신나할 금발의 대표이사를 떠올린 카롤리나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생각난 다른걸 물어보았다.
“팬들이 비난할건 걱정 안 하니?”
“우리 팬님들은 이런 거 가지고 저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커뮤니티 실드에 출전한 것 자체가 49년 만이라고 다들 신나하던데? 그리고 지난 시즌에 웸블리에서 경기를 2번이나 해서 신선함도 많이 떨어졌다고.”
실제로 번리쪽 관중석은 자신들의 팀이 2대 1로 끌려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드물게 찬란한 해가 떠올라 있는 영국의 7월 날씨를 만끽하는 피크닉 분위기였다.
팀이 골을 먹어도 그런가보다, 라고 으쓱하면서 이것저것 열심히 먹고 마시는 분위기.
지난 시즌 정도의 기적을 일으키면 팬들도 그냥 감독한테 껌뻑 죽는구나.
번리 읍내에서 거의 광적인 분위기의 형민 추종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카롤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납득했다.
***
번리는 커뮤니티 실드에서 리버풀한테 4대 2로 대패했다.
절반이나 교체된 선수단의 조직력이 무너지면서 지난 시즌에 번리가 자랑하던 강렬한 전방 압박이 느슨해져 있는게 평론가들이나 분석가들에게 확연히 눈에 드러났다.
그 정도로 무너진 조직력이 커뮤니티 실드 이후에 치뤄진 2번의 연습 경기 만으로 회복될 리가 없다.
따라서 혜성 같이 등장한 젊은 명장의 지휘 하에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FA컵 우승과 함께 유럽 대항전 진출과 리그 6위까지 획득한 번리도 이제 2년차 징크스를 제대로 맛볼 시점.
하지만 번리를 한번 해볼만한 상대로 머릿속에서 하향 조정하면서 잔뜩 기대했던 프리미어 리그 감독들에게 형민은 올해의 감독상이 딱히 받을만한 사람이 없어서 자신에게 주어진게 아니라는걸 제대로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