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96)
96화: 넘고 싶은 벽과 선택지
[…지난 시즌에 번리에게 2패를 당했는데, 내일 경기에 대해서는 어떤 각오로 임하실지 물어봐도 될까요?” […지난 시즌에 번리는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위업을 달성했습니다.]희끗해지는 머리를 짧게 깎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눈을 빛내면서 기자 회견장에서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기자의 질문에 답변했다.
[…그렇기 때문에 번리와 김 감독에 대해서는 오직 존중. 다시 말하지만 존중이라는 단어 밖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내일 경기에서는 한치의 방심도 없이 최선의 자세로 임할 계획이고, 선수단에게도 철저한 각오로 승리를 위해서 경기에 집중하도록 몇번씩 당부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전날.
티비에서 나오는 상대팀 감독의 경기 전 인터뷰 영상을 보던 형민이 머리를 감싸쥐면서 비명을 질렀다.
“아니야! 존중하지 마! 최선의 자세 같은거 필요 없어! 한치라도 방심을 해달라고!”
퍼스트팀 회의실에서 같이 인터뷰 영상을 지켜보던 번리의 코치진 중 파울루 모라오는 애잔한 표정을, 카롤리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좌절하는 그들의 감독을 바라보았다.
“철저하게 각오하지 말란 말이야!”
지는걸 정말 싫어하는 젊은 감독이 한탄을 토해내면서 자신의 수석코치를 바라보자, 카롤리나는 친구를 향해서 양 손바닥을 보이고는 어깨를 살짝 으쓱했다.
가만 있어보자, 저 동작을 이탈리아 버전으로 해석하면 그 의미는···.
미안한데 어쩌겠냐? 받아들여라.
***
[아, 또 맨체스터 시티의 골이 나옵니다! 이번에는 맨체스터 시티의 에이스, 케빈 더 브라위너! 팀의 네번째 득점을 성공시키면서 번리의 추격을 좌절시킵니다.] [아직 후반전이 25분 정도 남았는데요. 아무래도 지금의 경기 추이를 봤을 때에 번리가 3골 차이를 좁히기는 힘들어보입니다.]중계진이 탄식하는 가운데, 4번째 득점에 성공한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이 원정팬들이 열광하고 있는 터프 무어의 원정석으로 몰려가서 자축하고 있었다.
“No one likes us! (아무도 우릴 좋아하지 않아!)”
“We don’t care! (우린 신경쓰지 않아!)”
“We are Burnley! (우린 번리니까!)”
“Super Burnley! (슈퍼 번리니까!)”
“We are Burnley! (우린 번리니까!)”
“Super Burnley! (슈퍼 번리니까!)”
희망을 잃지 말라는듯, 번리의 홈팬들이 필사적으로 응원가를 외치고 있었지만 조금씩 힘이 빠지는건 선수와 팬 모두 느끼고 있었다.
일단 선수들 개인을 고려해도 그렇고.
선수단 전체를 고려해도 그렇고.
번리와 맨체스터 시티 간의 격차가 너무 크다.
거기에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형민의 허를 찌르는 전술적 변화까지 가미하면서 지난 시즌의 결정적인 순간에 2패를 안겨주고 트리플의 희망을 붕괴시켰던 번리를 상대로 제대로 설욕전을 벌이고 있었다.
노르웨이의 괴물 공격수 엘링 할란드가 합류한 이후, 대부분의 공격이 그의 발끝에서 마무리되는 구조로 전개되었던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 패턴은 오늘부로 새로운 패턴을 하나 더 선보였다.
오늘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엘링 할란드는 이전처럼 직접 페널티 박스로 침투해서 패스나 크로스를 직접 마무리 지으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번리의 중앙 수비수 콤비인 제임스 타코우스키와 압두 디알로와 경합하면서 그들을 끌고 밑으로 내려온다.
그러면 페널티 박스에서 발생한 그 빈 자리를 맨체스터 시티의 측면 공격수들, 특히 작은 체구에 걸맞는 엄청난 속도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왼쪽 공격수 필 포든이 오른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구가를 따돌리고 치고 들어오면서 마무리 짓는다.
불행히도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 번리에 합류한 브라질 국적의 젊은 수비수는 아직 프리미어 리그의 속도와 기술력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다.
덕분에 구가는 오늘 경기에서 프리미어 리그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소속의 측면 공격수에게 제대로 털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중앙 수비수 중 한 명이 오른쪽 수비수 구가와 함께 필 포든을 제지하기 위해서 페널티 박스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엘링 할란드가 괴물 같은 힘과 속도로 그를 쫓아온 한 명의 번리의 중앙 수비수를 따돌리고 다시 페널티 박스에 침투해서 필 포든의 패스를 받아 슛을 날린다.
엘링 할란드를 제지하기 위해서 중앙 수비수 2명이 다시 붙는다?
그럼 또 필 포든이 풀려난다.
번리가 자랑하는 미드필드의 파괴자 니콜라스 세이왈드를 더 깊게 불러들인다?
그러기에는 오늘 번리의 미드필드에 선발 출전한 세바스챤 셰만스키와 토마소 포베가 2명 만으로 케빈 더 브라위너, 베르나르도 실바, 그리고 로드리로 구성된 맨체스터 시티의 월드클래스 미드필드진 3명을 감당할 수가 없다.
그나마 토마소 포베가가 니코 곤잘레스보다 더 전투적인 수비에 능숙하기 때문에 선발로 세웠지만, 어떤 선수에게도 수적 열세의 상황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미드필드진을 감당하라고 하는건 무리.
그렇게 번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운데 전반전 동안 맨체스터 시티의 첫번째 골은 필 포든, 두번째 골은 엘링 할란드, 세번째 골은 다시 필 포든이 넣었다.
마치 번리가 벤야민 셰슈코와 함께 도달하고 싶은 전술적 목표점을 몇 시즌이나 앞서서 보여주는 것 같은 교과서적인 친절함.
네가 하고 싶은게 이런거지? 오늘 잘 보고 배워둬.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친절한 설명이 덧붙여지는 환청에 형민은 좌절했다.
후반전이 끝나기 전에 새롭게 주장으로 부임한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코너킥 상황에서 한 골을 넣어서 전반전을 무득점으로 끝내는건 간신히 막았지만, 이제 한계가 여실히 보인다.
“으아···.”
참아오던 한숨을 토해내듯, 형민이 긴 신음을 내뱉었다.
홈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팔짱을 낀채 서 있었던 카롤리나가 피식 웃으면서 얼굴을 그에게로 돌렸다.
“결정했어?”
“결정을 해야되는거였어?”
그녀의 질문에 의아한듯 반문하는 형민에게 카롤리나가 코웃음을 쳤다.
“다른 사람은 속을지 몰라도 난 알아. 어떻게 하면 저걸 뚫어낼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잖아.”
“후아···. 그렇지. 고민만 했지.”
“정답이 없다는걸 인정?”
“지금 우리가 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는건 인정.”
“변명이 길다.”
엔느-바이스바일러 아카데미에서 강사가 지적한 약점이나 허점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에 이 젊은 동양인 친구가 길고 긴 변명을 쏟아내면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는 모습을 수차례 지켜본 친구의 지적에 형민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그래, 알았다고.”
“그럼 교체를 진행할께.”
어떻게든 승리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 최상의 선수단을 계속 경기장에 출전시키고 있었지만, 1주일에 1경기가 치뤄지는 느긋한 8월과는 달리 9월부터 11월 상반기까지 2달 반 동안 매주 2경기씩 치뤄야 하는 강행군이 시작된다.
카타르 월드컵이 겨울에 치뤄지면서 프리미어 리그 일정이 앞으로 당겨지고 압축된데다가, 번리는 카라바오컵과 유로파 리그까지 치뤄야 하니까 경기 스케줄이 장난 아니다.
대략 62일 동안 19경기를 치루는 일정.
1주일에 하루는 휴식일을 부여해야 하고, 경기 다음날에는 회복 훈련 밖에 소화하지 못하니까 사실상 앞으로 대략 9주 동안 기본적인 훈련 이상을 진행하기가 어렵다.
이건 조직력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번리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훈련이 아니라 실제 경기를 통해서 조직력을 담금질을 해야 하는 만큼, 아낄 수 있을 때 주전급들의 체력을 아껴주는게 좋다는 알고 있었는데···.
카롤리나가 교체 투입되는 선수들에게 몸을 풀 것을 지시하러 벤치로 향한 가운데, 마지막까지 승리를 위해 매달리고 싶은 미련을 애써 삼킨 형민은 팔짱을 낀채 아쉬움을 곱씹었다.
***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는 5대 2로 대패했지만, 번리는 맨체스터 시티에 엘링 할란드가 합류한 이후 유일하게 2골’이나’ 성공시킨 팀이 되었다.
물론 그게 형민이나 번리의 코치진에게는 딱히 위안이 되지 않았지만.
“자, 지난건 지난거고. 이제부터 제대로 강행군이니까 잘 계획을 세워야 해요.”
퍼스트팀 회의실에 모인건 형민과 카롤리나, 그리고 피트니스 코치인 파울루 모라오까지 3명.
프리미어 리그 팀의 코치진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도 조촐하다 못해서 처참한 숫자였지만, 막상 형민도 카롤리나도 파울루도 별 생각이 없었다.
종이처럼 얇은 선수단을 운영하는 것에 장점이 있다면, 소수의 코치진으로도 상세한 케어가 가능하다는 거였으니까.
“이제부터 유로파 리그도 진행하고, 전반기에 카라바오컵 경기들도 있어요. 그러니까 우선 포기할 것과 가져갈걸 정해야 해요.”
“당연히 리그를 최우선으로 해야겠지?”
카롤리나의 발언에 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카라바오컵은 포기하면 되겠네요. 그래도 하위 리그 팀들을 초반에 상대하기 때문에 최소한 2-3 경기는 예상해야 합니다.”
포기한다고 해도 아예 경기를 져주라고 지시를 할 수는 없으니까, 라고 파울루가 덧붙였다.
“그러면 남은건 유로파 리그네.”
카롤리나의 말에 세 사람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UEFA 챔피언스 리그에 밀려서 가난한 사촌동생쯤 취급받고 있었지만, 유로파 리그도 나름 역사와 전통이 살아넘치는 유서 깊은 대회이다.
1955년에 ‘도시간 박람회 컵(Inter-Cities Fairs Cup)’라는 명칭으로 시작한 이 대회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무역 박람회가 활성화되면서 이를 개최한 도시들이 열던 친선전의 성격으로 시작했다.
1971년에는 UEFA에서 이를 공식전 형식으로 바꾸면서 ‘UEFA 컵(UEFA Cup)’이라고 명칭이 바뀌었고, 유럽 축구연맹을 구성하는 각 국가들의 최상위 리그에서 일정 순위 이상을 거둔 팀들이 참전하는 대회의 형식으로 변경되었다.
그러다가 1999년에는 각국의 축구협회가 주간하는 자국 컵대회의 우승팀끼리 겨루는 ‘UEFA 컵대회 우승팀의 컵(UEFA Cup Winner’s Cup)’과 합쳐지면서 지금의 유로파 리그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잉글랜드의 경우 영국 축구협회인 FA가 주간하는 FA컵의 우승팀이 유로파 리그에 한 자리, 그리고 프리미어 리그 5위를 기록한 팀에게 나머지 한 자리가 주어지는 것이었다.
물론 선수들 입장에서는 유럽 대항전이라는건 타 리그의 강팀들과 겨룬다는 점에서 명예를 얻고 실력을 선보일 수 있는 장소이다.
문제는 유로파 리그에 참여할 수준이 되는 프리미어 리그 구단 입장에서는 명예 말고는 구단 재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난 시즌에 유로파 리그 우승 상금이 얼마였지?”
형민의 질문에 카롤리나가 잠깐 자신의 노트북에서 검색하더니 대답했다.
“우승팀 상금은 860만 유로, 준우승팀은 460만 유로. 일단 조별 리그에 합류하면 363만 유로를 받고, 그 다음에 승리를 거둘 때마다 63만 유로, 무승부는 21만 유로. 그리고 16강의 토너먼트 방식으로 넘어가면 상금이 추가되기는 하지.”
번리처럼 조별 예선에서 시작해도 전반기에 6경기.
예선을 통과하면 후반기에 16강부터 4강까지 6경기를 치루고 결승전.
최대 13경기가 번리의 빈약한 선수단에 가중된다.
물론 13경기를 전승하는 엄청난 위업을 달성한다면 무려 2,341만 유로, 대략 2,000만 파운드라는 적지 않은 수입이 들어오기는 한다.
그런데 챔피언스 리그는 조별 리그에 진출하는 순간 2,064만 유로, 대략 1,770만 파운드를 확보하게 되니까 상금이 차원이 다르다.
그러니까 프리미어 리그의 상위 구단들은 유로파 리그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느니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인 4위에 들어가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프리미어 리그는 순위가 한 계단만 올라가도 200만 파운드가 추가되는데, 이건 운이 좋거나 나쁘면 골득실 차이로도 갈릴 수 있다.
더욱이 리그에서 성적이 좋아야 내년에도 유럽 대항전에 출전해서 조금이라도 구단 재정에 보탤 수 있다.
결국 유럽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과 빈약한 선수단이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던 형민이 파울루에게 물었다.
“일단, 현재 선수단 상태는 어떤가요?”
“음··· 일단 압두 디알로를 제외하고는 주전급 중에서 유의미한 부상이 없다는게 긍정적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선수단 목록과 자료를 훑어보던 파울루가 살짝 분노한듯이 중얼거렸다.
“근데 이 X끼는 도대체 여름 휴가 동안에 뭘 그렇게 쳐먹었길래 남들은 다 안 당하는 부위에서 복근 부상을 당한거야···.”
“그럼 압두는 얼마나 오래···?”
“경기 출전이 가능한 시점까지 한 3주? 일단 경과를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압두는 그렇다 치고, 선수단 전반적으로는?”
감독의 질문에 포르투갈 국적의 피트니스 코치는 긴 한숨을 내뱉었다.
“체력적으로는··· 선수단 전체적으로 보면 형편 없어요. 프리시즌보다는 좋아졌지만 8월의 4개 경기를 분석해봐도 활동량, 전력질주 횟수, 압박 횟수 모두 다 지난 시즌 대비 급락했어요. 문제는 앞으로 2달 간은 제대로 된 체력훈련을 진행하기에 시간이 모자란다는거지요.”
파울루가 또 한숨.
“특히 이런 훈련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선수들, 그러니까 크리스나 미카, 그리고 자말 정도까지가 유의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훈련량과 경기 출전시간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크리스티안 메디나, 미카 마르몰, 그리고 자말 루이스의 경우에는 이런 격렬한 훈련 방식이나 체력적인 소모가 높은 압박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체력을 끌어올리면서 안착시켜야 한다.
졸지에 이번 시즌에 구상했던 왼쪽 주전 수비수와 후보 수비수를 전반기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피트니스 코치의 지적에 형민은 얼굴을 감싸쥐었다.
“왼쪽 라인이 붕괴될 것 같은데···.”
“뭐, 급하면 찰리를 다시 그쪽으로 돌릴 수도 있고, 아니면 막스라도···. 아, 아니다. 막스는 수비가 안 되는구나. 압두도 급한대로 왼쪽 수비수로 투입이 가능하지만 지금 부상으로 뻗어있고.”
카롤리나의 위로인지 팩폭인지 모르는 발언에 형민이 움찔거렸다.
“아직 여름 이적시장이 며칠 더 남았으니까, 혹시 왼쪽 수비수를 추가로 임대해보는건 어떨까요?”
좌절하고 있는 형민에게 파울루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