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avior of a Perishing World RAW novel - Chapter 60
60화 버림받은 건 나였다 (5)
“으악, 형님?”
“이런 썅…!”
임주아의 몸에서 엄청난 그림자가 계속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그림자가 많이 늘었다고 해도 이 그림자는 전부 임주아의 마력이었다.
“쿨럭…!”
거리를 뒀음에도 강제로 그림자가 빨려 들어가고 있었고, 임주가 피를 토해 냈다. 마력 과부하 직전이었다.
‘이거 오면 답도 없다고!’
마력 과부하를 해결하는 방법은 같은 마법사가 도와주거나, 혹은 마력 포션을 먹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나도 운자혁도 마력이 있긴 하나 마력 과부하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마력은 아니었다.
그림자가 계속 빨려 들어가자 소환됐던 먼지 군도 녹아 사라졌다.
“혀, 형님 이거 어떻게 해요?”
“얘 꽉 잡고 있어.”
“아, 네!”
운자혁이 금방이라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임주아를 꼭 안았다. 나는 검을 뽑은 채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림자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끊어 낸다!’
지금으로서는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천수검을 사용하기 위해 검을 높이 치켜든 순간, 옆에서 뭔가가 날아왔다.
빙결옥팔찌였다. 고맙다는 말을 할 여유도 없었다. 팔찌를 끼자 팔찌의 레벨이 2라는 알림이 울렸다. 미친놈인가.
촤아아악.
청염의 가호를 두른 내가 천수검으로 정확하게 가운데를 베었다. 빨려 들어갔던 그림자 사이에 검은 선이 생겼다.
이어지는가 싶던 그림자가 이내 반으로 갈렸다. 나머지 그림자는 임주아에게 돌아갔고, 다른 그림자가 모닥불로 스며들었다.
“미친 먼지 새끼!”
무슨 짓을 할 뻔했는 줄 알아? 놀란 내가 욕을 내뱉었다. 아무리 소환된 생물이라고 해도 그렇지, 주인을 죽일 뻔하지 않았는가.
나는 그림자를 빨아들인 모닥불을 흘끔 바라보았다. 모닥불이 꿈틀거리고 있었으나 딱히 변화는 없었다. 뭐냐고, 결국 불을 붙이는 것도 실패한 거 아니냐고.
“젠장.”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검을 집어넣은 나는 임주아에게 달려갔다. 임주아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혀, 형님! 마력 과부하인 거 같아요! 어떻게 해요?”
아니길 바랐건만. 임주아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는 게 보였다. 나는 임주아가 차고 있는 아공간 가방을 멋대로 빼앗아 뒤적였다.
다행히 프로텍트는 걸려 있지 않은 듯했다. 예상대로 가방 안에서 체력 포션 몇 개와 마력 포션이 나왔다.
‘그럼 그렇지.’
임주아가 마력 포션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건 짐작한 바였다. 원래 마지막 패는 아군에게도 숨겨야 하는 법이니까.
멋대로 쓰는 건 미안하게 됐지만 어쩌겠는가. 마력 포션이 목숨보다 비싼 건 아니다. 언제나 목숨이 가장 중요하다.
“진짜 손이 많이 가는 여자라니까!”
임주아를 눕힌 후 마력 포션과 체력 포션을 땄다. 흐트러진 모자 사이로 은발에 단발 머리카락이 보였다.
피를 계속 토해 내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포션을 먹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내 입에 마력 포션을 머금고, 임주아의 입 안에 흘려 넣었다.
이 짓거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지금 생각나는 방법은 이게 최선이었다. 내 남은 체력은 피의 교환으로 마력에 몰빵을 한 후 남아 있는 마력들을 전부 임주아에게 쏟아 넣었다.
‘그래, 이거론 부족하겠지.’
임주아의 체력 포션은 처음부터 내가 먹으려고 뜯은 거였다.
[체력이 빠른 속도로 회복됩니다.]체력이 회복되자마자 고스란히 마력으로 바꿔서 임주아에게 흘려 넣었다. 그렇게 반복하다, 진짜 구석에 숨겨 놓았던 체력 포션까지 전부 사용했다.
“형님, 돌아온 거 같아요.”
운자혁이 임주아의 혈색을 살폈다. 피를 닦아 내고 가까이 다가가 숨소리를 확인하니 숨이 고른 게 느껴졌다.
“근데 혀, 형님. 원래 그렇게 마력이 많았어요?”
“말 시키지… 마라……”
마지막 남은 체력 포션을 빨고 임주아에게 마력을 건넸을 땐 이번에 안 돌아오면 어쩌나 쫄려서 뒈지는 줄 알았다. 식은땀을 흘린 내가 운자혁을 보았다.
체력을 마력으로 바꿔서 그걸 다 쏟아부었다. 마력 과부하까진 아니지만 나도 탈진 상태였다.
“네가 왜… 두 명으로 보이……”
꽥.
* * *
나는 장렬하게 기절했다. 몬스터에게 당해 기절한 것도 아니고, 그냥 체력을 다 써서 기절했다.
타탁. 타타닥.
불이 타들어 가는 소리가 귓가에 반복해서 울렸다. 뭔가 싶어 천천히 눈을 떴다.
“형님, 일어나셨어요?”
“…….”
“왜 기절한 척을 하시는 건데요!”
내가 고개를 돌리며 힘을 풀자 운자혁이 버럭 소릴 질렀다. 아니, 너 같으면 기절 안 하겠니? 눈 뜨자마자 남자가 무릎베개를 하고 있으면 어? 젠장, 아무리 운자혁이 연하라고 해도 이건 용서할 수 없었다.
“형님, 제가 큰 형님에게 배웠는데 수혁 형님 같은 사람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검은 시야 너머로 운자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에 미친 새끼라고.”
“어허, 하늘 같은 형님에게 못 하는 말이 없구나.”
“오. 일어났다. 그러니까 왜 안 어울리는 짓을 하고 그러세요. 어떻게 다음부터는 제가 여장이라도 해 드릴까요?”
내가 벌떡 일어나자 운자혁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나는 가느다란 눈으로 운자혁을 훑어봤다. 어깨가 좀 넓고 키가 크긴 해도, 얼굴은 좀 작고 흰 편인 데다, 눈도 크고, 코도 오뚝한 데다가 머리카락도 길어서 뭐랄까…….
“누이이임! 여기 변태 아저씨가 있어요!”
“야! 네가 먼저 얘기했잖아! 커흑… 어흑… 콜록…”
나는 입을 틀어막으며 마른기침을 했다. 정신을 차리긴 했으나 갈비뼈가 아팠다.
“말이야 내가 먼저 했지만 그렇게 기분 나쁘게 쳐다보라고는 안 했어요!”
“내가 쳐다보는 거랑 별개로 여장은 괜찮다는 거냐!”
“네.”
“진짜?”
“이미 전 순결을 잃은 몸이라.”
“존나 남들이 들으면 오해할 만한 소리 하지 마라.”
너 열여덟 아니었어? 위험하다고 이거! 운자혁이 특유의 죽은 동태 눈깔(ㅡvㅡ)을 하며 딱딱한 말투로 대답했다.
“대체 왜?”
“어렸을 땐 제가 지금보다는 예쁘장하게 생겼던 모양이더라구요. 형님들이 여동생을 가지고 싶다면서 자주…….”
나는 운자혁이 왜 그렇게 여동생을 가지고 싶어 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일어난 내가 운자혁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공감은 못 해 주겠지만 너도 고생이 많았구나. 힘내라.”
“네? 그게 무슨 소리세요?”
“형님들 등쌀에 떠밀려서 여장이라니 좀 그렇잖아.”
누나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차라리 누나들이 그랬다면 덜 억울했을 거다. 그러나 돌아온 운자혁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지금은 안 하는데 재밌었어요.”
“뭐?”
“흐흐, 절 싫어하던 놈이 있었는데 제가 여장한 줄 모르고 저한테 고백하던 걸 찼을 때의 기분을 형님은 아십니까?”
“평생 모르고 싶다.”
진짜로.
나도 반복 회귀를 겪으면서 별의별 경험을 다 당했지만 운자혁만큼은 아니었다. 이쯤 되니 얘가 성인이 되면 어떻게 변할지 정말 걱정됐다.
“일단 자혁아.”
“네, 형님?”
“우린 거리를 둬야 할 것 같다.”
“헐.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제가 형님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어, 난 아니야.”
나는 운자혁을 무시하고 뒷걸음질 쳤다. 마침 임주아가 오두막에서 나왔다.
“일어났으면 체력 회복부터 할 것이지 뭘 그렇게 떠들어? 살 만한가 보네.”
“네가 할 소리냐?”
애당초 내가 기절한 이유는 임주아 때문이었다. 마력 과부하를 막지 않았으면 임주아는 정말 죽었을 거다. 그 정도로 마법사에게 마력 과부하는 치명적이고 고질적인 문제였다.
“목숨 빚진 사람에게 못 하는 말이 없네. 너 나 없었으면 죽을 뻔했어.”
“그건……”
임주아가 고개를 확 돌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너도 내, 내 포션 다 썼잖아.”
나보다 먼저 일어난 임주아는 자신의 포션이 다 털린 걸 확인한 듯했다. 마력 포션은 물론 쟁여 놨던 체력 포션까지 탈탈 털렸으니까. 근데 몇 번을 말하지만, 목숨은 돈으로 바꿀 수 없다.
“그 포션 없었으면 죽었어 인마. 그리고 생명의 은인을 봤으면 어? 거창하게 절은 안 해도 최소한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냐? 난 목숨을 걸었다고.”
나는 피의 교환을 극한까지 사용했고, 정말 임주아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근데 눈 뜨자마자 잔소리라니, 아무리 임주아의 성격을 알고 있어도 이건 좀 서운했다.
임주아가 계단을 내려와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러더니 별안간 고개를 뒤로 꺾더니 박치기를 했다.
“으악! 뭐, 뭐야?”
나는 근처에 있는 울타리를 붙잡으며 균형을 바로 잡았다. 진짜 뭔데! 내가 틀린 말 했어?
“이건 내 포션을 멋대로 다 쓴 값.”
“그렇다고 박치기를 해?”
“그럼 포션 값 줄래?”
“그건 아니긴 한데…….”
내가 시선을 피하자 임주아가 다시 다가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으로 이마를 가렸다.
“고마워.”
“아, 어.”
엎드려 절 받기가 이런 건가. 왜 고맙다는 얘길 들었는데 내가 더 민망한지 모르겠다.
“살았으니 됐지.”
나도 임주아도 살아 있으니까, 그거면 됐다. 아무리 마력 포션을 먹었다고 해도 아직은 딜러 포지션에 있는 내가 마력 과부하를 막는 건 상식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았다.
궁금할 텐데, 임주아는 그 부분에 대해 물어 오지 않았다. 우리는 고개를 돌려 불에 활활 타고 있는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임주아의 마력을 쉴 틈 없이 빨아들인 저것은 다 죽어 갔던 게 거짓말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 맞다. 그 먼지 군은 살아 있어?”
“응. 지금 소환은 좀 곤란하고.”
“그야 그렇겠지.”
아무리 모닥불 때문이라고는 해도 그런 경험을 하면 나라도 한동안은 그림자를 사용하기 껄끄러울 거다.
아무리 원인이 명확하다고는 하나 똑같은 상황에 또다시 마주치지 말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말이다. 다른 건 다 모르겠고.
“먼지 군 그놈은 혼나야 돼.”
“그림잔데?”
“벌을 주거나 뭐 그런 거 못 하나.”
제대로 설명해 줬다면 나도 임주아도 이런 꼴을 당할 일은 없었을 거다. 나야 그렇다 쳐도 임주아는 정말 죽을 뻔했다니까.
“…뭐, 네가 알아서 하겠지만.”
임주아가 반응이 없자 나는 뺨을 긁적이며 적당히 말을 돌렸다. 우리는 모닥불 앞으로 다가갔다.
[이프리트의 가호가 발동합니다.] [모든 체력과 마력이 빠르게 회복됩니다.] [안전지대가 활성화됩니다.]젠장, 역시나 이게 그거였군. 그럼 그동안은 안전지대가 아니었다는 뜻이었다.
목숨이 위태롭긴 했으나 안전지대를 확보했으니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었다. 불에서 동그란 눈이 생기더니 이내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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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하……”
젠장, 관두자. 언제 적 영화야.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불앞에 앉았다. 녀석이 기분이 좋은지 활활 타올랐다. 불에서 튀어나온 빛들이 내 몸을 서서히 감쌌다.
“야, 불덩이. 너는 진짜 나랑 임주아한테 고맙게 생각해야 된다.”
“전엔 나한테 말 걸지 말라고 해 놓고.”
내 중얼거림을 들은 임주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