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01)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01화(101/278)
101화.
마이크 후작, 게일과 함께 늦은 저녁 식사를 하면서 헤밀튼 남작에 관해서 자세히 듣게 되었다.
‘이거 정말 놀라운 사람이군.’
들으면 들을수록 나는 헤밀튼 남작을 내 곁에 두어야 한다고 강하게 느꼈다.
‘소리스의 길드원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은데…….’
좋은 인재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재를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었다.
그림자 걸음 길드원들과 헤밀튼의 정찰대가 합쳐지면서 좋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건 이번 전쟁이 끝나면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고.’
나는 차분하게 헤밀튼 거취에 대해서 생각하려 했지만 마이크 후작은 벌써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황궁으로 돌아가실 때 헤밀튼 남작을 데리고 올라가시지요.”
나는 포크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헤밀튼 남작을요?”
“곁에 두시면 큰 도움이 될 인재입니다. 서부에 남기는 아까운 그릇이죠. 무엇보다…… 서부에 남는다면 그는 남작을 세습하지도 못하는 중소 영주에 불과하지만 전하 곁에 있다면 더 큰 뜻을 펼칠 수 있는 인재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아바마마가 영지까지 하사하여 서부에 정착한 귀족을 내가 멋대로 데리고 올라가는 건 여러 귀족들이 딴죽을 걸기에 충분한 문제인데.”
마이크 후작은 해법도 내놓았다.
“상을 주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데리고 올라가시면 됩니다.”
“상?”
마이크 후작이 빙그레 웃었다.
“그렇습니다. 그는 아마 단순 정찰만 하고 돌아오지는 않을 겁니다. 통곡의 성에 잠입하여 카리온조차 암살한 인물이니…… 이번에도 그에 걸맞은 목을 들고 오겠죠.”
나는 혀를 내둘렀다.
“듣고도 믿을 수가 없군. 헤밀튼의 경지는…….”
“소드 익스퍼트 초급에 불과하죠.”
마이크 후작의 말처럼 헤밀튼의 검술 경지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의 진정한 능력은 정찰, 잠입…… 그리고 암살이었다.
‘이거 뱀의 독 길드보다 더 무서운 암살자가 바로 곁에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야.’
마이크 후작도 다 먹은 듯 포크를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전하께서는 많은 사람들을 곁에 두셔야 될 겁니다. 이 늙은이처럼 지방에서 전하를 지지하는 세력도 필요하고 바로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인재들도 필요하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크 후작의 조언은 하나같이 다 귀한 것들이었다.
“황궁은 좁은 곳입니다. 많은 곳을 둘러보고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십시오. 제국은 대륙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다 한들 통일 제국이 아니라면 대륙은 제국보다 더 넓습니다.”
언젠가는 제국 밖에서도 인재를 찾으라는 마이크 후작의 말에 나도 동의하며 입을 열었다.
“넓은 시야를 가지겠습니다.”
마이크 후작의 미소는 할아버지의 그것처럼 푸근했다.
“폐하의 자리를 무사히 잇는 건 결코 쉽지 않으실 겁니다.”
“저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외척들의 세력은 어느 때보다 강하고 황가를 지지하고 충성하는 귀족들도 있지만 그들의 세력은 외척에 비할 바가 아니죠.”
마이크 후작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당장 4대 공신들의 가문은 모두 대대로 명가였고, 또 귀족파 귀족들의 거두들이었다.
“그래도 황가를 지지하는 가문이 많으니 전하께서는 그들을 규합하는데 주력하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감사합니다. 후작님의 조언을 뼈에 새기겠습니다.”
헤밀튼에 관한 이야기와 마이크 후작의 조언에 관한 것은 그 정도로 마무리되었고 이제는 전쟁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갔다.
먼저 주제를 꺼낸 건 게일이었다.
“오크 왕이 왔으니 내일부터는 전투가 더욱 격렬해질 것 같습니다.”
마이크 후작도 동의했다.
“그렇습니다. 왕이 있으니 오크들의 사기가 올라갈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 병사들의 사기도 매우 높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게일이 제안했다.
“만약 내일 오크 왕이 전투에 참여한다면 제가 직접 오크 왕을 노려보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괜찮을까?”
“전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서부 영주들의 기사단을 근처에 매복시킨 뒤 오크들이 성벽에 달라붙으면 일제히 측면을 노려서 시선을 끌어주십시오.”
내가 기사들을 보좌해 달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게일은 직접 오크 왕을 죽이겠다는 말이었는데 나는 꽤 괜찮게 느껴졌다.
의외로 반대 입장을 밝힌 건 마이크 후작이었다.
“전하, 조금 더 신중하시지요. 게일, 자네의 의지는 알겠지만 아무래도 내일이나 모레까지 방어를 중심으로 전략을 짜는 게 좋겠네.”
게일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마이크 후작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켄 군사가 가기 전에 당부한 말이 있습니다. 자네가 오크 왕의 목을 베는 건 상관없지만 적어도 이틀 정도는 방어전을 한 뒤 작전을 짜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어.”
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켄 말씀이십니까?”
“네, 전하. 저도 켄 군사의 말에 동의합니다. 헤밀튼이 적 진영에 잠입하러 떠났고 그 역시 오크 왕을 노리고 있습니다. 헤밀튼은 사흘을 넘기지 않고 돌아올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기다리시지요.”
나는 게일을 돌아보았다.
“게일, 자네 생각은 어때?”
“방어를 중심으로 전술을 짜는 건 괜찮습니다만…… 기회가 오면 오크 왕을 직접 베고 싶습니다. 그게 가장 전쟁이 빨리 끝나는 길입니다.”
게일도 한 발 물러섰지만,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겠다는 뜻만은 분명하게 밝혔다.
나도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서 말했다.
“좋아. 기회가 온다면 자네의 출전을 허락할게. 후작님, 이 정도는 괜찮지 않겠습니까?”
“만약 오크 왕이 직접 성벽을 공격하면 충분히 게일이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저도 그 자체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의견이 조율되었다.
우리는 그것으로 긴 저녁 식사를 마쳤다.
* * *
새벽이 오기 전 오크들이 몰려왔다.
병사들은 급히 성벽을 올랐고, 나 역시 막사에서 나와 지휘관 망루로 향했다.
어둠 속에서 소리를 지르며 몰려오는 오크들은 낮에 볼 때보다 더욱 위협적이었다.
반짝이는 눈동자는 핏빛이었고 그들이 뿜어내는 살기가 질식할 듯 목을 죄여왔다.
나는 크게 숨을 몰아쉬며 이그니스를 불렀다.
불의 장막이 직선으로 펼쳐졌다.
본래 불의 장막은 대상을 가두는데 사용하지만, 나는 이그니스에게 불의 장막을 일렬로 펼쳐달라고 부탁했다.
이그니스가 성벽을 따라 날아다니며 화염을 뿜어냈다.
성벽 앞에 불의 장막이 횡으로 펼쳐졌다.
오크들은 일렁거리는 화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쿵-! 쿵-! 쿵-!
마른하늘에 벼락이 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하늘로 돌아갔다.
번개가 내리치면서 곧이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장대 같은 비가 이그니스가 일으킨 화염을 약하게 만들었다.
이그니스가 재빨리 내 옆으로 날아왔다.
“보통 비가 아니다.”
나는 이그니스의 말뜻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아무리 불의 정령과 물이 상극이라 할지라도 일반적인 자연현상의 비는 불의 정령을 위협할 수 없었다.
더구나 이그니스는 무려 상급 정령이었다.
일반적인 자연 현상으로 상급 정령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폭풍이 아닌 이상 이그니스의 화염은 결코 꺼지지 않으니까.
‘오크 술사들이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오크 술사의 주술로 인하여 마른하늘에 벼락이 치고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마법사들의 존재가 내심 아쉬웠다. 켄이 모두 한꺼번에 데리고 올라갈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은 마나 홀이 봉인 당한 채 감금되어 있었지만, 지금이라도 전투에 투입할 수 있었다.
마나 홀 봉인만 해제하면 얼마든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반역자들이다. 그들의 도움 없이 이겨내야 된다. 그들은 인질일 뿐 동료가 아니니까.’
그들을 처형시키지 않은 건 리버힐 가문에게도 부담을 주기 위해서였다. 애트란 기사들은 전멸했지만, 람을 살려 놓았고 리버힐 가문은 톰슨을 포함하여 열 명의 마법사가 죽었지만 아직 많은 마법사들이 살아 있었다.
오스틴 공작은 그들을 쉽게 버릴 수 없을 게 분명했다. 하나같이 고위급 마법사들이니까.
나는 어제 마이크 후작의 조언을 떠올렸다.
‘어떻게든 버틴다. 헤밀튼이 돌아 올 때까지.’
병사들의 희생을 최소화시키기 위하여 나는 오크 술사들의 주술을 막는데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운다이론!”
운다이론 둘이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비를 멈추게 하거나 혹은 떨어지는 빗방울을 모으는 게 가능해?’
운다이론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자연 현상이 아니라서 멈추는 건 불가능하지만 빗방울을 모으는 건 가능할 것 같아요.
곧 운다이론 둘은 내 의지를 읽어 불의 장막을 집중적으로 때리고 있는 빗방울들을 허공에서 모으기 시작했다.
스킬을 사용하는 게 아님에도 마나 소모가 극심했다.
아마도 주술의 힘이 섞인 빗방울이라 그런 것 같았다.
나는 힘든 기색을 내비치지 않으며 외쳤다.
“궁수 준비! 멍청하게 화염으로 달려드는 오크들을 조준한다!”
궁수들이 준비를 시작했고, 보병들 역시 창을 점검하며 오크들이 성벽을 기어오를 때를 대비하였다.
쿵-! 쿵-! 쿵-!
드디어 오크들이 불의 장막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발사!”
나의 명령과 함께 화살이 하늘을 메웠다.
푸슉-! 푸슉-! 푸슉-!
나는 이그니스에게도 마나를 더욱 많이 불어 넣었다.
불의 장막의 힘을 더욱 키우기 위해서였다.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쾅-! 콰아아앙-! 쾅-!
성벽 위를 직격하는 벼락에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악!”
“끄악!”
“버텨라!”
나는 운다이론만이 아니라 피닉스와 실페레까지 불렀고 실울펜도 불렀다.
실울펜은 불의 장막 속으로 뛰어들어 오크들의 목을 직접 물어뜯었다.
굳이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정령들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강했다. 단지, 스킬이 효율적인 공격이기 때문에 주로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정령술이라는 건 말 그대로 정령을 소환하여 마나를 공급하고 효율적인 기술을 사용하는 것.
정령만 소환할 수 있고 마나만 풍부하다면 정령 자체에게 전투를 맡겨도 위력적인 측면에서는 충분했다.
‘물론 이건 어머니의 정령술서에 어마어마한 친화력을 가져야만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지만.’
내가 바로 그 어마어마한 친화력을 가지고 있는 정령사였다.
물론 마나 소모는 극심했다.
“포션!”
곁에 나를 지키는 방패를 들고 있던 병사가 재빨리 내게 포션을 내밀었다.
순간적으로 마나를 채워주는 포션이었다.
한 병의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지만 어차피 내가 산 것도 아니었다.
모두 톰슨과 리버힐 마법사들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이니 나는 아낌없이 사용했다.
마나 홀이 다시 가득차자 이그니스와 실울펜에게 화염의 바람을 요구했다.
고오오오오오-!
쾅-! 쾅-! 쾅-!
화염의 바람이 오크들을 휩쓸었다.
죽어나가는 오크만큼이나 성벽에 달라붙는 오크도 많았다.
오크 술사들의 주술이 더욱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벼락이 수도 없이 성벽을 때렸다. 오크들의 조잡한 공성 무기보다 오크 술사의 벼락이 성벽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었다.
‘젠장. 오늘…… 하루 버틸 수 있을까?’
후방으로 기사단을 운영해야 되는 것은 아닐까?
지금이라도 마법사들을 풀어주고 전투에 참여시킬까?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전투에서 마법사와 정령사의 효용성이 얼마나 뛰어난지 느꼈다면 이제는 오크들이 그 장점을 느낄 차례였다.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주술을 부리는 오크 술사의 존재가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