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04)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04화(104/278)
104화.
오크들은 평소와 달랐다.
왕이 직접 참여하는 전투이기 때문일까?
평소 물불 가리지 않고 성벽으로 돌격하던 오크들이 오늘은 움직임이 달랐다.
궁수 사거리 밖에서 진열을 제대로 잡고 공성 무기들을 설치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오크들이 어제와는 확실히 다르군요.”
게일이 대답했다.
“아무래도 오크 왕이 왔으니까 그런 듯싶습니다.”
어제도 오크 왕은 있었지만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오크 술사들은 전투에 참여했지만 내가 클라임과 계약을 하면서 그들의 힘을 무력화 시켰다.
오늘은 양 진영이 최대의 전력으로 맞붙는 날이라 할 수 있었다.
고오오오오오-!
하늘에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오크 술사들의 주술이었다.
날씨까지 조절할 수 있는 오크 술사들의 주술은 확실히 놀라운 능력이었다.
콰아아앙-! 쾅-!
벼락과 함께 폭우가 내렸다.
“이런.”
마이크 후작의 목소리가 심각했다.
“오크 술사들을 막지 못하면 성벽이 무너질 겁니다. 어제도 성벽의 훼손이 심했습니다. 급하게 보강했지만 오늘도 벼락과 오크들의 공성 무기가 성벽을 계속 때리면 버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성벽이 무너지면 큰일이었다.
압도적인 숫자를 자랑하는 오크들을 상대로 서부 연합군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이유가 바로 튼튼한 성벽 덕분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 술사들의 주술은 제가 어떻게든 막아보겠습니다.”
마법사의 부재가 정말 뼈아픈 순간이었다.
서부는 마탑이 한 곳도 없었고 방랑 마법사들 역시 거의 다니지 않는 지역이었다.
애초에 마법사라는 존재 자체가 기사보다 훨씬 적고, 대부분의 마법사는 마탑 소속이었다. 동부와 중앙에 있는 마탑이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데 그들은 피레온 왕국 전투에 투입된 상태였다.
‘앞으로의 전쟁에서는 반드시 병과를 맞춰야겠어.’
본래 대부분의 전쟁에서 제국은 병과를 맞춰서 전투를 치르지만 서부의 일은 황궁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던 전쟁이었다.
‘없는 마법사 대신 내가 반드시 오크 술사들을 막아야 돼.’
오크 술사들은 전장에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오크 왕조차도 전투에 나섰지만, 오크 술사들은 가장 안전한 곳에서 주술에만 집중할 게 분명했다.
‘주술은 마법과 다르게 사정거리가 어마어마하게 기니까.’
어떤 주술은 사정거리 따위는 없는 주술도 있었다. 내가 직접 주술에 대해서 설정할 때 얕은 지식으로 주술을 설정하여 다소 주술이라는 능력 자체가 사기적인 측면이 있었다.
‘대충 글 쓴 게 다 나에게 좋지 않은 상황으로 돌아오는군.’
지금 후회를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쾅-! 쾅-!
아직 벼락이 성벽을 직접 때리지는 않고 있었지만,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비바람 역시 점차 굵어지면서 폭우로 변했다.
나는 조금 무리한 결정을 내렸다.
“후작님.”
“네. 사령관님.”
“오늘은 오크 술사들을 죽이는 데만 주력하겠습니다. 다소 방어가 약해질 수도 있고 무엇보다 제가 완전히 무방비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이크 후작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그 말씀은…….”
“바람의 상급 정령을 오크 본진으로 침투시켜 볼 작정입니다. 정령과의 거리가 멀어지면 그만큼 마나 소모도 커지고 또 가까이 있을 때와는 다르게 집중력도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실울펜에게 말했다.
일단 오크 군단 본진이 있는 곳까지 가줘. 가서 오크 술사들을 발견하면 지체 없이 공격해.
실울펜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훌쩍 성벽에서 뛰어내리고 바람의 정령답게 무서운 속도로 사라졌다.
나는 클라임을 불렀다.
‘오늘은 성벽 근처가 아니라 좀 더 멀리서 오크들을 매몰시킬 생각이야.’
-알겠습니다.
클라임 역시 성벽 아래로 내려가 땅 속으로 숨었다.
그리고 그사이 오크 왕은 이제 제법 가깝게 보일 정도로 오크들과 함께 전진해 있었다.
과연 오크 왕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게일이 슬쩍 나섰다.
“전하.”
“오크 왕이 직접 성벽 근처까지 오지 않는 이상, 게일은 방어하는 데 주력해.”
“네.”
게일은 오크 왕에게 호승심을 느꼈지만, 그는 다른 전사 오크들을 최대한 많이 죽여 줘야 하는 임무가 있었다.
오크 왕이 손짓하자 곧 오크들이 일제히 쇄도하기 시작했다.
붉은 눈동자의 오크들은 무서울 게 없다는 듯 각자의 무기를 들고 미친 듯이 달렸다.
클라임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마나 홀의 마나가 쑤욱 빠져나갔다.
대지의 포효가 오크 대열의 중앙을 흔들었다.
콰아아앙-! 쾅-! 쾅-!
일순간 백 마리가 넘는 오크들이 매몰되었지만, 다른 오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이크 후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궁수 준비!”
어제와 같이 폭우 속에서 처절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게일은 성벽 곳곳을 다니며 밀리는 곳에서 오러 블레이드를 뿌렸다.
나 역시 운다이론으로는 물의 장막을 펼치면서 벼락을 최대한 막아냈고, 적절한 순간에는 클라임이 대지의 포효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마나를 공급했다.
오크 왕은 한 자리에 서서 오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어제까지는 마구잡이로 달려들던 오크들이었지만 오늘은 확실히 오크 왕의 지휘에 따라 전술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자신들이 밀어붙이는 성문 쪽에는 더 거센 공격을 하거나, 공성 무기를 시기적절하게 사용하여 성벽 위의 병사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오크 왕과 떨어져 있는 오크 술사들도 오크 왕의 지휘를 받는 것처럼 느껴졌다.
폭우와 벼락을 일으키는 주술은 끝났지만 전사 오크들의 공격에 맞춰 다른 주술들도 아주 적절하게 펼쳐졌다.
거대한 불덩이가 하늘 위에서 서쪽 성문으로 떨어졌다.
콰아아앙-! 쾅-!
“후작님, 서쪽 성문이 뚫렸습니다!”
병사의 보고에 나는 이그니스를 불렀다.
‘지금 당장 게일에게 서쪽 성문으로 가라고 해 줘!’
이그니스가 쏜살같이 날아갔다.
마이크 후작에게는 육성으로 내용을 전달했다.
“게일이 서쪽으로 갈 겁니다.”
마이크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때였다.
우리가 밀리기 시작할 즈음, 실울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이시여, 술사들을 찾았습니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당장 쓸어버려.’
* * *
헤밀튼과 수하들은 오크 진영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한창 전투 중이군. 오크 왕도 나갔고.”
헤밀튼의 말에 수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은 넓은 개활지와 서쪽 숲의 외곽으로 이어지는 산을 끼고 있는 지점이었다.
오크들은 산 밑의 넓은 평지에 자리를 잡고 때가 될 때마다 마이크 후작성을 공략하러 나갔다.
“후작님 성과 거리가 제법 되지만, 인간과 크게 다를 게 없군. 보통 이 정도 거리는 떨어져야 쉴 때는 쉴 수 있으니까.”
헤밀튼은 말을 맺고 수하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오늘 전쟁이 끝난다면 좋겠지만, 헤밀튼은 아마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남작님, 저쪽.”
수하 중 한 명이 오크 군단 본진 중 중앙을 가리켰다. 검은색 연기가 수직으로 뻗어 올라가고 있었다.
‘연기가 아니군. 아마도 주술의 힘이겠지.’
헤밀튼과 수하의 생각은 같았다.
“오크 술사들이 있는 곳입니다.”
“그렇겠지. 전투가 쉽지 않겠어. 오크 왕이 출전하고 오크 술사들은 성벽과 한참이나 떨어진 이곳에서 주술을 사용하고 있으니.”
“남작님, 바람의 상급 정령입니다.”
헤밀튼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콰아아앙-! 쾅-! 쾅-!
오크 술사들이 있는 곳에서 거대한 폭발이 들려왔다.
어느새 불의 상급 정령 이그니스도 날아와 오크들 본진 중앙을 폭풍처럼 쓸어버리고 있었다.
콰아아앙-! 쾅-! 쾅-!
화염이 넘실거렸고, 바람은 화염을 감싸안아 모든 것을 태워 버렸다.
“저희가 할 게 있을까요?”
수하의 말에 헤밀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을 예정대로 실행한다. 어차피 오크 술사들은 우리가 처리할 수 없는 놈들이었으니까.”
오크 왕 하나만 노려도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암살의 특성은 하나의 대상을 제거하는데 있었지 규모 있는 집단을 일시에 죽이는 건 어려웠다.
“그나저나 전하께서는 정말 대단한 정령사시군요. 성에서 이곳까지 거리가 상당한데 상급 정령 둘을 저리 부리시다니.”
헤밀튼도 수하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 나도 무척 놀랐다.”
뛰어난 정령사를 꼽자면 헤밀튼은 당연히 황제 폐하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여러 정령사에 대한 소문은 들었지만 실제로 본 적도 없었고, 방랑 정령사에 관한 이야기도 어느 순간 뚝 끊겼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정령사는 희귀한 존재였고 강한 정령사는 더더욱 찾기 힘들었다.
‘과연, 폐하의 아드님이신 건가.’
헤밀튼이 수하들에게 말했다.
“준비한 경로로 침투한다.”
그 순간 실울펜과 이그니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자연스럽지 않은 모습이었다.
갑자기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듯 사라지는 두 정령의 모습에 헤밀튼이 신음을 삼켰다.
“역소환된 것 같습니다. 전하께서 괜찮으실지 모르겠네요. 상급 정령이 역소환 당하면 정령사에게 그만큼 큰 무리가 갈 터인데.”
렌이 말했다. 광산에서 노예로 태어났음에도 감독관 몰래 글을 뗀 수하였다.
“렌, 오크 술사들이 다 죽었을 것 같나?”
헤밀튼 남작이 작전에 관해서 가장 많이 논의하는 수하이기도 했다.
“아마도 다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주술의 영향력을 볼 때 아주 강력한 오크 술사가 있을 것 같고, 오크 술사의 숫자 역시 만만치 않았을 게 분명하죠.”
수하 중 한 명이 끼어들었다.
“렌, 그래도 상급 정령 둘이 엄청난 위력의 공격을 펼쳤는데? 주술에만 집중하고 있다가 갑자기 공격을 당했으니 전멸하지 않았을까?”
렌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모든 오크 술사들이 저곳에 모여 있으리라는 법도 없고, 공격이 강하긴 했지만 역소환 당한 건 주술에 반격을 당했기 때문이었어.”
헤밀튼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주술?”
“네. 정확히 어떤 주술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 검은 연기 일부가 정령 둘에게 달라붙었습니다. 그 순간 역소환 당했죠. 전하께서 돌려보내신 게 아니라 분명 그 때문에 역소환 당한 것입니다.”
“흠.”
헤밀튼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경로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해가 질 때쯤 침투한다.”
렌도 동의했다.
“지금은 오크 술사들이 예민해져 있을 것이니 좀 더 시간이 지난 뒤 왕까지 돌아온 이후 침투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헤밀튼은 해의 위치를 확인했다.
곧 노을이 질 시간이었다.
“어두워지면 침투한다. 렌, 몇 명을 데리고 경로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봐.”
“네, 남작님. 다행히 전하께서 저희가 할 일도 남겨 놓으시네요.”
렌은 농담과 함께 몇 명의 수하들을 데리고 몸을 일으켰다.
사라지는 렌을 보면서 헤밀튼은 나머지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점검한다. 오늘 밤에 오크 왕의 목을 베고 새벽에 성으로 복귀한다.”
수하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더했다.
“오랜만입니다. 이 느낌!”
“오크 왕이라, 소드 마스터의 목을 벨 때보다 은근히 더 긴장되는데?”
“그럼 꽁무니 빼.”
농담으로 긴장을 푸는 수하들을 헤밀튼 남작은 나무라지 않았다.
매번 어려운 임무에 함께 나서주는 이들이 고마웠다.
자신만 작위를 받아 귀족이 되었지만 이들은 평생을 함께할 동료들이었다.
고오오오오-!
먹구름이 해를 가리고 폭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생겼다.
오크 본진에서 검은색 연기가 다시 한 번 생겼다.
“남, 남작님!”
수하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검은색 연기가 렌이 점검하러 나간 경로를 향해 무섭게 날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