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0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05화(105/278)
105화.
“커억!”
거친 비명과 함께 입에서 피가 튀어나왔다.
“저, 전하!”
마이크 후작이 말을 더듬으며 곁으로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마이크 후작은 내게 묻고 곧바로 호위병에게 명령했다.
“포션!”
나는 손을 들어 마이크 후작을 제지했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
“포션을 드시고 쉬시지요. 전하께서 주술을 멈추셨으니 전황은 평소처럼 흘러갈 것입니다.”
행여나 마이크 후작은 내가 거절할 것을 생각한 듯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지휘관 망루에 남아 있으면 도리어 전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었다.
마이크 후작이 충분히 지휘할 수 있으니 나는 안심하고 전투를 맡긴 뒤 지휘관 망루에서 내려왔다.
비틀거리지 않기 위하여 두 다리에 힘을 꽉 주었다.
내려가기 전에 게일에게 당부했다.
“오크 왕이 전투에 나서면 자네가 꼭 맡아줘.”
“네. 전하.”
“무리하게 공격할 필요는 없어. 오늘도 방어에 주력해.”
행여나 내가 피를 토하고 물러나는 것에 다른 이들이 분노하며 이성을 잃을까 걱정이 되었다.
성벽에서 내려오고 막사에 도착하기까지 어느 때보다 길이 멀게 느껴졌다.
나는 막사 안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나를 여기까지 보좌한 호위병에게 포션을 받았다.
“그만 나가 보거라.”
“네. 사령관님!”
호위병이 예를 취한 뒤 막사 안에서 내려갔다.
나는 호위병이 나가자마자 속을 완전히 게워냈다. 먹었던 것만이 아니라 피까지 섞여서 한참이나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후우우, 크게 숨을 몰아쉰 뒤 나는 의자에 제대로 앉아 바람의 호흡법을 시작했다.
실울펜과 이그니스 그리고 클라임까지 동시에 소환한 것 처음이었다.
소환 자체는 괜찮았지만, 문제는 실울펜과 이그니스가 나와 거리가 너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거기에 S급 스킬을 펼치니 자연히 마나가 몸 안에서 꼬여버렸다.
너무 무리한 탓이었다.
강제로 실울펜과 이그니스에게 마나를 공급하니 몸이 버티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나는 몰아치는 오크들을 향해 클라임의 대지의 포효까지 사용하면서 몸에 무리를 더욱 크게 주었다.
그래도 오크 술사의 숫자를 상당히 많이 줄였을 것이다.
바람의 호흡법으로 자연의 마나를 몸 안으로 빨아들이자 지독한 고통이 느껴졌다.
‘이게 내상인가?’
모든 혈맥들이 꼬이고, 찢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마나 홀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든든하던 마나 홀은 마치 누더기 같았고 마나를 담지 못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바람의 호흡법으로 새로운 마나를 채워도 소용이 없었다.
나는 호위병이 두고 간 포션을 바라보았다.
호화스러운 유리병에 담긴 포션은 영롱한 색깔이었다. 한 눈에 보아도 최고급이라는 사실이 느껴졌다.
하긴, 지휘관 망루에서 내 곁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은 모두 날 가장 가까이에서 호위하는 호위병들이었다.
그들은 실력도 뛰어나지만 항상 포션을 챙겨 지휘관이 위급 상황에 빠졌을 때 치료에 나섰다.
나는 포션을 단숨에 삼켰다.
몸 속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곧바로 다시 바람의 호흡법을 운용하자 이번에는 고통이 아까보다 훨씬 덜했다.
꼬인 혈맥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게 느껴졌고, 마나 홀 역시 새롭게 기워지는 기분이었다.
‘신기하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바람의 호흡법에 한참이나 빠져 있었던 것 같았다.
눈을 뜨자 주위는 조용했다.
전투가 한창이라면 소음이 심할 수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것 같았다.
내가 게워놓은 피와 토사물은 이미 모두 치워져 있었다.
아무래도 명상에 빠져 있는 사이 누군가가 치워 놓은 모양이었다.
“밖에 있나?”
나의 말에 곧 대답이 들려왔다.
“네! 사령관님!”
안으로 들어온 건 내 막사 주위를 지키는 병사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
“반나절을 넘게 명상에 빠지셨습니다. 지금은 달이 높게 떠올랐습니다.”
“그렇군. 전투는?”
“평소와 같았습니다.”
다행히 큰 변수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고맙군. 식사 준비 좀 부탁하네.”
“네! 사령관님! 그리고 깨어나시면 게일 경, 마이크 후작님이 즉시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두 분에게 곧바로 알릴까요?”
달이 이미 중천에 떠올랐지만 아마 두 사람은 자고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내가 회복하는 것을 보아야 자도 잘 사람들이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무사히 깨어났다고 알리게.”
병사가 고개를 숙인 뒤 나갔다.
나는 막사 밖으로 잠시 나가서 두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다.
무척이나 배가 고팠지만 내색하지 않고 깨끗한 공기를 마셨다.
기분이 절로 상쾌해졌다.
‘오늘도 많은 병사들이 죽었을 것인데…… 아무리 오크들을 훨씬 많이 죽이고 있지만 우리의 병사는 여전히 그들보다 훨씬 적다.’
나는 애써 상쾌한 마음을 지워버렸다.
매일같이 전투에서 승리하고 있었다.
오크들은 여전히 이 성벽을 뚫지 못하고 있으니까.
지휘관이 꼭 병사들의 죽음에 일일이 슬퍼할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병사들이 매일 죽어가는 전장에서 항상 웃으라는 법도 없었다.
나는 짧게나마 오늘 죽은 이들에 대하여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전하.”
내가 다시 고개를 든 순간 마이크 후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셨습니까. 후작님!”
마이크 후작은 직접 식사를 챙겨왔다.
나는 얼른 막사 문을 열었다.
마이크 후작이 동그란 테이블 위에 식사를 내려놓으며 자리를 잡았다.
“일부러 부드러운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후작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곧 게일도 모습을 드러냈다.
게일은 굳이 내게 묻지 않고 고개만 숙인 뒤 마이크 후작 옆자리에 앉았다.
나는 스프를 먹기 위하여 수저를 들며 물었다.
“오크 왕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 * *
오크 왕은 전투에 나서지 않았다.
“게일 님과 전하를 눈여겨보았다고 합니다.”
나는 수저를 내려놓고 마이크 후작의 말에 의문을 느끼며 물었다.
“저와 게일을요? 오크 왕이요?”
대답은 게일의 몫이었다.
“제게 살기를 집중하더군요. 그리고 전하께서 물러나실 때 오랫동안 시선을 두었습니다.”
마이크 후작과 게일의 말이니 틀림없을 것이다.
‘하긴 오크 왕은 다른 오크들과 다르니까. 본능적으로 강자를 알아보는 것도 있겠지만, 게일이나 나의 경지를 읽어낼 수도 있어.’
나는 내가 생각하는 바를 두 사람에게 말했다.
“오크 왕은 게일을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 생각할 거야. 그리고 나는 까다로운 정도?”
마이크 후작이 내 말에 동의했다.
“아마도 내일은 게일과 전하에 관한 대비를 하고 나타날 겁니다.”
나는 일단 두 사람에게 실울펜과 이그니스로 거둔 성과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오크 술사들을 꽤 많이 죽였습니다. 그 때문에 무리를 한 탓에 오늘 전장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던 것이고요.”
마이크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하 덕분에 오크 술사들이 그 이후에는 주술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게일이 덧붙였다.
“왕도 나서지 않아 전투는 여느 때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오늘은 피해가 적은 편이었습니다. 서쪽 성문이 뚫린 것도 금방 수습했고 오크들도 평소보다 일찍 물러났습니다.”
나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마이크 후작의 말처럼 내일은 오크 왕이 나와 게일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하고 올 것이 분명했다.
‘일단 게일이 오크 왕과 일 대 일로 전투를 벌였을 때 질 것이라곤 상상하기 힘들어.’
문제는 오크 왕이 과연 나에 관한 대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쉽게 예상이 되지 않았다.
‘아니면 오늘 밤 헤밀튼 남작이 오크 왕을 죽일 수도 있지.’
헤밀튼 남작이 오늘 밤 반드시 오크 왕 암살에 성공하리는 법이 없으니 내일 전투는 대비하는 게 좋았다.
“오크 왕이 전투에 직접 나서는 건 저는 반갑습니다. 게일이 맡으면 되니까요.”
나의 말에 마이크 후작이 동의했다.
“네.”
“문제는 오크 왕이 저를 주목한 것을 생각하면 왠지 저에 관한 대비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게일에게 시선을 돌렸다.
“게일 생각은 어때?”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오크 왕은 단순한 오크가 아닙니다. 또 오크 술사들의 주술 역시 제가 아는 오크 술사들의 주술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마이크 후작의 목소리가 절로 침울해졌다.
“어쩌면 전쟁은 지금부터일지도 모릅니다. 병사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보급품도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가 서신을 쓰겠습니다. 아바마마께서 원정에 나가셨지만 그쪽은 아마 벌써 승기를 잡았을 겁니다.”
내 말에 두 사람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폐하께서 친히 전장을 누비신다면 조만간 정리되겠지요.”
마이크 후작이 옅게 웃었다.
게일도 짧게 한 마디를 더했다.
“벌써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은 나보다 아버지와 훨씬 오랜 세월을 보낸 사람들이었고, 아버지와 직접 함께 전쟁을 나가 보았다.
“그러니 이곳 상황을 자세히 알리고 추가로 지원을 요청하면 어렵지 않게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내 말에 마이크 후작은 걱정을 표했다.
“폐하께서 황궁에 계신 것도 아니고 전하도 이곳에 계시니 지금 황궁에는 공신들만 남아 있습니다. 그들이 회의를 열어 지원을 결정할 터인데, 아마 탐탁지 않아 할 겁니다. 생각보다 지원을 받는 데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하는 마이크 후작의 말에 얼굴 근육이 뻣뻣해졌다.
“이런. 그 생각은 못했군요. 베레곤 공작과 오스틴 공작이 아바마마와 함께 전장에 나섰으니 지금 중앙 회의를 주관하는 건 얀 공작입니다.”
얀 공작, 공신 가문이자 4대 가문의 한 곳의 가주였으며 귀족파 귀족이었다.
그리고 내가 서부 사령관으로 임명 되는 것을 당연하다는 듯 반대했다.
“이거 차라리 켄에게 서두르라고 말하는 게 좋겠습니다.”
켄이 애트란, 리버힐 가문과의 협상을 빨리 끝내면 당장 보급품은 수월하게 충원할 수 있었다.
병사는 부족할지언정 개개인에게 좀 더 좋은 장비를 주고 군량미만 풍부하면 전체적인 전력은 올라간다.
마이크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나는 서부에 미안했다.
어쩌면 내가 사령관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보급품, 추가 병력 지원이 수월했을 수 있었다.
중앙에는 나를 견제하는 세력들이 많았고 많은 이들이 내가 사령관이 된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하지 않았으니까.
아마 아버지의 명령이 없었다면?
내가 아무리 평가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어도 서부 연합 사령관이 되는 일은 없었다.
나의 표정을 읽고 마이크 후작이 부드럽게 말했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전하, 그저 국가의 안위보다 자신의 부귀영화, 권력을 추구하는 이들이 문제일 뿐입니다. 부디 전하께서는 그들에 굴복하지 마시고 폐하와 같이 좋은 황제가 되십시오.”
나는 마이크 후작의 격려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일단, 보급품이 모자란 상황이고 병력 지원도 없으니 최대한 아껴야겠습니다.”
먹는 것도 아끼고 입는 것도 아껴야 된다. 무기도 항상 손질하고 사용한 화살을 수거하는 일도 빼놓지 말아야 했다.
나는 그 부분을 마이크 후작에게 당부했다.
대충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게일이 의견 하나를 제시했다.
“내일 오크 왕이 전장에 나타나면 제가 직접 나서보겠습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직접 나서겠다는 건?”
“오크들을 뚫고 왕과 일전을 벌여보겠습니다.”
나는 웃으며 게일의 말에 대답했다.
“그럼 나와 같이 가지. 내가 보좌하면 더 수월하게 오크 왕에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이크 후작이 당장 반대하고 나섰다.
“전하, 그건 너무 위험한 작전입니다.”
게일도 마이크 후작과 입장이 같았다.
“전하 저 홀로 충분히 오크들을 뚫을 수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돌아오는 것도 생각해야지. 차라리 나와 자네가 전력으로 오크 왕에게 접근하는 것에만 주력하면 전사 오크들은 쉬이 막아내지 못할 거야. 나도 자네 못지않게 빠르니까.”
이거 생각하니까 괜찮은 계획이었다.
나는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
“내일 아침 오크 왕이 나타나면 실행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