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07)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07화(107/278)
107화.
헤밀튼은 새벽에 복귀했다.
함께 갔던 아홉 명의 수하들과 함께 은밀히 성 안으로 들어왔는데, 곧바로 나를 찾아왔다.
바람의 호흡법으로 명상을 하고 있었던 나는 헤밀튼의 목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헤밀튼 남작?”
“사령관님!”
헤밀튼 남작과 그의 수하들이 나에게 예를 표했다.
‘임무를 성공한 것일까?’
나는 일단 헤밀튼이 무사히 돌아온 것에 대해서 치하했다.
“다치지 않고 돌아와서 다행이다. 함께 간 기사들 역시 무사한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이는군.”
헤밀튼 남작은 결과를 내놓았다.
“적 전력을 상세하게 파악했지만, 오크 왕 암살에는 실패했습니다.”
“내가 내린 임무는 적 전력 파악이었다. 오크 왕 암살은 요구하지 않았어. 성공했다면 큰 공을 세운 것이지만 실패했다고 말할 건 아니지.”
나는 헤밀튼 남작과 수하들을 막사 안으로 들였다.
“사령관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헤밀튼의 표정을 보아하니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곧바로 물었다.
“나 혼자 들어도 되나? 마이크 후작과 게일을 불러도 되겠지?”
헤밀튼 남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께서도 함께 듣는다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자네가 가서 후작님을 모셔오고 자네는 게일을 데려오게. 나머지는 가서 쉬도록 하고. 이야기는 헤밀튼 남작에게 듣지.”
내 말에 헤밀튼의 수하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막사 안으로 들어와서 헤밀튼 남작에게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
“위험한 임무였는데 모두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오크들이 저희 침투 경로에 함정을 파두었습니다. 일부 수하들이 주술에 당했는데, 다행히 모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나는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냉정하게 헤밀튼 남작과 그의 수하들은 뛰어난 기사가 아니었다.
“주술에 당했었다고?”
“오크 왕의 배려로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헤밀튼의 말에 나는 몸이 굳어졌다.
“전하, 마이크 후작과 게일입니다.”
병사의 말에 나는 일단 둘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마이크 후작과 게일도 자리를 잡자 나는 헤밀튼에게 다시 말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오크 왕의 감각은 제 예상보다 훨씬 뛰어났습니다. 침투 경로에는 모두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함정을 뚫고 잠입에 성공했지만 오크 왕은 이미 저희의 침투를 알고 있었습니다.”
마이크 후작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헤밀튼에게 물었다.
“오크 왕이 눈치를 챘다고? 통곡의 성도 뚫은 자네를?”
헤밀튼이 쓰게 웃었다.
“통곡의 성을 뚫은 건 운이 좋아서였습니다. 그때 통곡의 성을 지키던 모든 병사들이 방심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은신술이 떨어진 지금 통곡의 성을 뚫을 수 있었던 건 정말 운이 컸습니다.”
마이크 후작이 미간을 찌푸렸다.
“오크 왕이 눈치챘는데…….”
어떻게 살아 돌아올 수 있었냐는 말이 생략되어 있었다.
헤밀튼은 오크 왕과 나누었던 대화를 우리에게 가감 없이 해주었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물론이거니와 마이크 후작 그리고 게일의 표정도 점차 심각해졌다.
헤밀튼의 말이 모두 끝나자 마이크 후작이 혀를 내둘렀다.
“오크 왕이 일반 오크들과 다르다는 건 느꼈지만 상상 이상의 존재인 것 같습니다. 소드 마스터에게 결투를 신청하다니.”
게일이 덧붙였다.
“저만이 아니라 전하까지 노렸습니다. 정예 대 정예의 대결을 요구한 것입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오크 왕은 지금까지 전투에서 오크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뜻을 분명하게 전했다.’
자신이 본격적으로 나서고 오크 술사들까지 힘을 발휘하면 성을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나는 피식 웃었다.
‘오크 왕에 대해서는 카렌이 베어버렸다고만 썼는데 역시 언제나 내 예상을 뛰어넘는 세계야.’
다시 한 번 나는 살아 있음을 느꼈다. 이제 불안함보다 흥미로움이 컸다.
“오크 왕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전하.”
마이크 후작이 나를 말렸다.
“너무 위험한 일입니다.”
게일도 거들었다.
“전하, 후작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나는 처음으로 두 사람의 의견을 묵살했다.
“게일, 오전에 출전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도 준비하지. 후작님 모든 병사들이 내일의 전투를 볼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십시오.”
마이크 후작은 내 표정을 보고 고집을 꺾을 수 없다고 느낀 듯 더 이상 반발하지 않았다.
“네, 전하.”
나는 헤밀튼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크 왕이 말을 번복할지도 모르니 적 전력에 관해서는 마이크 후작에게 자세히 보고해 놓도록.”
“네, 전하.”
헤밀튼도 힘차게 대답했다.
나는 헤밀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오크 왕 암살 실패는 마음에 두지 않아도 된다. 그대는 그대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으니까. 그대가 아니었다면 오크 왕은 이런 제안을 하지도 않았을 거다.”
나는 헤밀튼 남작을 위로했다.
행여나 그의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혹은 자책감을 가지고 있을까 봐 덧붙였다.
“우리가 전쟁에서 승리해도 전쟁이 길어지면 많은 병사들이 희생된다. 자네 덕분에 오크 왕과의 일전을 통해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게 되었어.”
헤밀튼 남작은 엄연히 큰 공을 세운 것이었다.
“남작의 큰 공은 잊지 않지.”
“저는 별로 한 일이 없습니다.”
나는 진하게 웃었다.
“정찰대가 완벽한 정찰을 했고 그 이상의 성과를 얻었는데 한 게 없다니. 너무 겸손하지 않아도 되네.”
나는 몸을 일으킨 뒤 세 사람에게 동시에 말했다.
“해가 뜰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준비하도록.”
오크 왕과의 일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전쟁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 * *
쿵-! 쿵-! 쿵-!
오크들이 발을 맞춰 걷는 소리가 성벽 위까지 선명하게 들려왔다.
쿵-! 쿵-! 쿵-!
땅도 거칠게 흔들리는 것이 오크들이 어제 아무리 많이 죽었어도 오늘도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정말 많긴 많네.’
나는 새삼 이 전쟁에 참여한 오크들이 얼마나 많은지 느꼈다.
정말 죽여도, 죽여도 바퀴벌레처럼 다시 늘어나는 놈들이었다.
식량 부족으로 동족까지 먹으며 나름 한계에 몰려 있지만, 계속 숫자로 밀어붙이며 버티는 편이 오크들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었다.
정예끼리의 전투를 제안해 오는 자체가 오크 왕이 궁지에 몰렸다는 뜻이다.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곧 오크들이 전진을 멈췄다.
오크들 사이로 단연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오크 한 마리가 성벽을 향해 다가왔다.
오크 왕이었다.
오크 왕 뒤로 오크 술사들이 뒤를 따랐다. 대충 보아도 오크 술사들은 백 마리가 넘어 보였다.
몬스터 해골을 목에 걸고 있는 오크 술사도 보였고, 감히 인간의 해골로 짐작되는 해골을 지팡이로 만든 놈도 보였다.
‘꽤 많이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실울펜과 이그니스로 죽인 오크 술사의 숫자도 제법 되었다.
모든 오크 술사들이 모여서 벼락을 만들고 폭우를 몰아치는 줄 알았는데 그들이 전부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이제는 백 마리를 웃도는 오크 술사들이 한군데 모였으니 그들이 부리는 주술이 얼마나 강할까.
‘그래도 이긴다.’
나는 자신감이 넘쳤다.
상급 정령 셋을 동시에 소환하여 전투를 할 수 있다는 건 이미 내가 강자의 반열에 들었다는 뜻이었다.
나는 게일을 향해 말했다.
“가지.”
“네.”
나와 게일이 함께 성벽을 내려갔다.
“와아아아아아아!”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적의 우두머리와 최고 정예들을 상대하러 가는 나와 게일을 위하여 아주 긴 함성을 토해 냈다.
아마도 어제와 같은 승리를 다시 한 번 바라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오크 왕이 서 있는 곳까지는 멀지 않았다.
바로 앞에서 보는 오크 왕은 무척이나 거대했다. 족히 4미터가 넘어 보이는 덩치에 근육은 터질 듯했고, 그가 들고 있는 검은 내 키보다 더 컸다.
오크 왕이 입을 열었다.
“네가 인간들의 왕인가?”
오크 왕은 게일이 아니라 나를 향해 말했다.
“아직 왕은 아니지.”
“어제 전사들을 학살했다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이니까.”
“네가 주인을 죽이고 너는 언데드를 죽이고…….”
나는 오크 왕의 말을 잘라냈다.
“잡담은 이만.”
나의 차가운 목소리에 오크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다.”
오크 왕은 술사들에게 말했다.
“정령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놈이니 만만하게 보지 말도록.”
오크 왕이 게일에게 시선을 돌렸다.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인간!”
나는 곧바로 실울펜을 소환했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많이 떠드는 놈이네!”
바람의 사슬을 순식간에 펼쳤다.
파앗-!
땅을 치는 바람에 오크 왕이 준비를 마쳤다.
“시작 신호였나? 이제 시작하지.”
오크 왕의 모습이 잔상을 남기고 사라졌다.
게일이 슬쩍 검을 들었다.
챙-!
오크 왕의 거대한 검을 게일이 막았다.
나는 둘의 전투 현장에서 거리를 벌리며 다시 한 번 실울펜에게 스킬을 펼치라고 말했다.
‘바람의 사슬.’
이번에는 조금 더 멀리 그리고 크게 날아갔다.
고오오오오-!
백 마리의 오크 술사들이 동시에 지팡이를 흔들었다.
기이한 기운이 주변을 맴돌았다.
콰아아앙-! 쾅-!
바람의 사슬이 떨어지는 순간, 오크 술사들이 만들어낸 바람에 실울펜의 스킬이 막혔다.
동시에 땅이 흔들렸다.
나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펼치면서 훌쩍 뛰어올랐다.
“그래도 백 마리나 된다 이건가? 그래도 바람의 정령에게 바람의 힘이 담긴 주술이라. 날 너무 만만하게 보는군.”
뒤틀린 땅 속에서 검은 손바닥 수백 개가 튀어나왔다.
“호오!”
나는 감탄을 터뜨리며 내 발을 잡기 위하여 미친 듯한 속도로 올라오는 검은 손바닥을 피하며 이그니스를 불렀다.
“이그니스!”
동시에 불의 장막이 펼쳐지면서 검은 손바닥과 부딪혔다.
쾅-! 쾅-! 쾅-!
“실울펜!”
나는 실울펜을 불렀다.
-기류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저들의 힘이 바람의 흐름을 바꿨습니다.
해골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나를 향해 불어왔다.
“이놈들이?”
바람의 정령과 가장 친화력이 높은 정령사에게 바람을 이용한 주술이라고?
나는 실울펜에게 순간적으로 막대한 양의 마나를 불어넣었다.
실울펜이 술사들이 만들어낸 기류 속에서 크게 몸을 흔들었다.
고오오오오오오-!
오크 술사들의 지팡이 흔드는 소리가 더욱 커졌고, 실울펜도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아앙-!
상급 정령이 일으키는 바람과 오크 술사들이 일으키는 바람이 부딪치며 연이어 굉음을 터뜨렸다.
쾅-! 쾅-!
나는 클라임도 불렀다.
‘실울펜과만 계약한 게 아니다. 너희는 나를 너무 만만히 보고 있어.’
자신들이 서 있는 땅이 거칠게 흔들리자 오크 술사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클라임은 이어 거대한 몸으로 지진을 더욱 심하게 일으켰다.
바로 대지의 포효였다.
천 마리가 넘는 전사 오크들을 매몰시켰던, 오크들에게는 악몽과도 다름없는 스킬이었다.
‘단숨에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