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08)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08화(108/278)
108화.
마이크 후작은 전투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게일이 봐주고 있군.’
아마도 아룬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었다.
실로 충신이 아니던가.
게일은 아룬이 서부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어제의 전투로 아룬은 모든 서부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생존을 위해 늘 전투와 함께하는 서부인들에게 강한 영웅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만약 게일이 오크 왕을 일검에 베어버린다면 자칫 칭송과 신뢰가 게일에게만 돌아갈 수 있었다.
‘마치 오크 왕이 제법 잘 싸우는 것처럼 적절하게 전투를 조절하고 있어.’
실제로 마이크 후작은 다른 영주들도 병사들처럼 손에 땀을 쥐고 게일과 오크 왕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 아룬은 오크 술사들을 완전히 압도하는 중이었다.
이미 절반이 넘는 오크 술사가 클라임의 기술 한 번에 몰살당했다.
어제도 보았지만 정령으로 오크들을 몰살시키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땅의 상급 정령 클라임은 크기만큼이나 커다란 존재감을 내뿜었다.
주먹으로 땅을 내리치면 지진이 일어났고, 지진은 땅 위를 걷는 생물에게는 지옥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처음에는 오크 왕의 분전에 주목하던 이들이 어느새 아룬의 전투에 빠져들고 있었다.
마이크 후작도 다르지 않았다.
게일은 이미 소드 마스터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모두의 머릿속에 그는 최강의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뜻이다.
반면 아룬은 떠오르는 영웅이었다.
대륙에서 생소한 정령사라는 존재로 누구도 본 적 없는 움직임을 보여주였다.
클라임으로 오크 술사의 반절을 줄인 아룬은 이내 실프를 소환했다.
상급 정령만 계속 나오다가 갑작스레 소환된 실프의 존재감은 미미할 수 있었다.
놀라운 일은 다음에 일어났다.
오크 술사들이 실울펜과 이그니스의 기술을 주술로 막아냈다.
콰아아앙-! 쾅-! 쾅-!
마이크 후작이 눈을 치켜떴다.
‘설마 노리신 건가?’
정령의 기술과 주술이 서로 부딪히는 순간 실프들이 은밀하게 오크 술사들의 목을 갈랐다.
짧은 사슬과 같이 생긴 바람은 너무나도 날카로웠고, 부메랑인 양 날아가 오크 술사의 목을 쉽게 갈랐다.
서걱-!
피를 뿜어내며 머리를 잃는 오크 술사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먼지가 걷히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한 병사들과 영주들은 혀를 내둘렀다.
“전하께서는…… 소드 마스터보다 더 잘 싸우시는 것 같습니다.”
“정령사라는 존재가 저토록 강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영주들의 말에 마이크 후작이 덧붙였다.
“전하께서는 상급 정령사에 오르셨으니 당연한 것이지. 무엇보다 전하는 전투를 하실 줄 아는 분이야. 어린 나이에 대단하시네.”
“네. 마치 전장을 오래 경험한 듯 노련함이 돋보입니다.”
서걱-!
영주들과 아룬을 칭찬하는 순간 마지막 오크 술사의 목이 떨어졌다.
동시에 게일이 순식간에 오크 왕에게 접근하더니 그대로 검을 횡으로 그었다.
번개 같은 속도에 오크 왕은 대항하지 못했다.
애초에 게일의 상대가 아니었다.
단지 게일은 아룬이 먼저 전투를 끝내기를 기다렸고, 모두의 시선이 아룬에게 집중되었을 때를 노렸다.
서걱-!
오크 왕의 목도 떨어졌다.
아룬과 게일이 성벽으로 시선을 돌렸다.
“와아아아아아!”
병사들의 함성이 하늘을 쩌렁쩌렁 울렸고, 전쟁이 끝났음을 실감한 듯 어느 병사는 눈물도 흘렸다.
그리고 오크들은 썰물처럼 뒤로 돌아 도망가기 시작했다.
배고픔에 대한 본능보다 어제, 오늘 벌어진 일에 대한 두려움이 오크들을 지배했으니까.
오크들이 도망가는 모습에 다시 한 번 병사들의 함성이 터졌다.
아룬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성으로 돌아갔다.
* * *
“고마워, 게일.”
나는 게일이 나를 위해서 전투를 질질 끈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닙니다.”
“역시 게일은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란 말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실제로 오크 왕이 잘 싸우기도 했습니다.”
나는 껄껄 웃었다.
“게일이 거짓말도 할 줄 알고.”
게일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본래 실력을 발휘했다면 오크 왕은 단 일 검을 버티지 못했으리라.
소드 마스터가 괜히 소드 마스터인가.
“남은 오크 놈들이 도망가서 다행이야. 나는 솔직히 달려들 줄 알았거든.”
나의 말에 게일이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
“아무래도 어제의 여파가 큰 것 같습니다. 전하께 심하게 당했고, 왕까지 죽었으니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모양입니다.”
“어떤 이유이든 상관없어. 굳이 저 오크들을 쫓아가지 않아도 되니까. 왕이라는 구심점이 없으니 알아서 흩어지겠지.”
게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부족 단위로 사는 놈들이니 각자 부족대로 제 갈 길을 가겠죠.”
“혹은 군단 본진에서 자기들끼리 전쟁이 날 수도 있어. 식량 부족을 이기지 못해 고민하던 오크 왕이 우리와의 대결을 제안한 거니까.”
나는 그 정도로 오크들 이야기는 끝냈다.
이미 도망간 적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적인데 깊은 신경은 쓸 필요가 없었다.
금세 성문에 도착했다.
이미 우리를 위하여 성문은 활짝 열린 상태였고, 병사들은 함성으로 나와 게일을 반겼다.
성문 안으로 들어가자 마이크 후작을 비롯하여 영주들 그리고 기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들며 승전을 축하했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한 목소리로 말하는 영주들을 보면서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고맙습니다.”
나는 손짓으로 함성을 제지시킨 뒤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실울펜, 혹시 내 목소리를 바람에 실어서 아주 멀리 있는 병사들까지 들을 수 있게 할 수 있어?’
-주인시이여, 가능합니다.
실울펜의 말에 나는 반가움을 느끼며 부탁했다.
‘그럼 성 안에 있는 모든 병사들이 들을 수 있도록 조절해 줘.’
역시 정령은 스킬이 아니더라도 많은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정령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말했다.
“우리는 승리했다.”
잠시 모두가 숨을 죽였다.
선명하게 귓가를 파고드는 내 목소리를 신기해하는 병사도 있었다.
“많은 이들이 죽고 다쳤다. 죽은 이들을 위로하고 다친 이들을 돌보자. 우리는 우리의 집을, 우리의 가족을 우리의 영토를 지켰다. 오늘로서 전쟁은 모두 끝났다!”
병사들이 무기를 들며 소리를 질렀다. 왜인지 눈물이 차올라 꾹 참아냈다.
나는 영주들과 함께 사령부 막사로 걸음을 옮겼다.
* * *
사령부 본부 막사에 나는 가장 상석에 앉았다.
내가 앉자 다른 영주들 역시 모두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나는 땀을 식히며 물부터 한 잔 마셨다.
‘실프들로 암살하듯 죽인 건 정말 좋은 수였어.’
나름 전투에 대하여 뿌듯함을 느끼자 절로 목소리가 밝아졌다.
“전쟁이 끝나 다행입니다.”
마이크 후작이 대답했다.
“전하께만 너무 많은 일을 맡긴 것 같아 마음이 무겁지만 그래도 승리해서 기쁘옵니다.”
다른 영주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저만 노력한 게 아니죠. 처음에 저는 악의 종자를 제거한답시고 오크와의 전투는 참여하지도 않았으니까요.”
영주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악의 종자도 전하께서 제거하셨으니 실로 전쟁의 중요한 역할을 모두 맡으셨습니다.”
나는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승전은 달콤하지만 전쟁은 언제나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었다.
“내일 본회의에서 전사자와 부상자에 관한 문제, 유족 보상 문제를 다룰 생각입니다.”
사실 지금 당장 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좀 쉬고 싶었다.
“저녁에 술과 고기부터 풀겠습니다.”
마이크 후작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감사합니다. 후작님. 오랜만에 저도 한 잔 같이 마시겠습니다.”
영주들이 오오, 감탄을 터뜨렸다.
서부 영주들과 조금 더 가깝게 지낼 시간이었다.
충성 맹세를 받았다고 하지만 인간적으로 그들과 아주 가까워진 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교류가 부족했고, 당분간은 서부에서 남은 일을 처리할 생각이었으니 친해지는 일부터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슬쩍 리오덴을 보자 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견에 찬성표를 보냈다.
“일단 일어나서 옷부터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이거 오크 피 냄새가 진동을 하는군요.”
“네. 전하!”
나는 게일의 수행을 받으며 사령부 본부 막사를 나왔다.
내 막사로 향하는 길에 게일에게 말했다.
“서부에서 고생이 많았어.”
“전하께서 가장 고생하셨습니다.”
“자네는 목숨도 잃을 뻔했잖아.”
“결과적으로 살았고, 소드 마스터가 되었으니 손해 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게일의 말에 내가 옅게 웃었다.
“하긴 소드 마스터가 된 게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지. 이제 나는 누구보다 든든한 기사단장을 얻은 거니까.”
내 막사가 점차 보이자 나는 농담 섞인 진담을 덧붙였다.
“동생들 중 누구도 소드 마스터를 자신의 기사단 단장으로 두고 있지는 못하니까 간만에 형으로서 위엄이 좀 서겠는걸?”
“전하의 위엄은 곧 만천하에 드러날 것입니다.”
“게일이 아부도 다 하네.”
“진심입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거 농담도 못 하겠네. 그리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면 아부가 아니잖아.”
게일은 인자하게 미소 지었다.
나는 내 막사 문을 열며 말했다.
“자네도 들어가서 쉬어. 이따 저녁에 보자고.”
“네, 전하.”
* * *
나도 참여한 일종의 승전 연회에서 영주 한 명, 한 명과 모두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나이와 이름, 가문을 기억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문제는 서부 영주들과 한 잔씩 마시다 보니까 어느 순간 취기가 잔뜩 올랐다.
바람의 호흡법으로 술기운을 날릴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는 서부를 나의 확실한 세력으로 만들 생각이었고 그만큼 시간을 투자할 예정이었다.
앞으로 기회가 많으니 오늘은 오직 전쟁에서 승리한 기분만 느꼈다.
마이크 후작은 나이가 가장 많은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주량을 자랑했다.
그는 영주들만이 아니라 자신의 기사들, 영주 휘하의 기사들 심지어 병사들과도 잔을 부딪쳤다.
얼굴색조차 변하지 않는 마이크 후작을 보면서 나는 혀를 내둘렀다.
처음에는 나를 어려워하던 영주들이나 병사들도 취기가 오르자 점차 나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때마다 나름 성실하게 대답했다.
“전하께서는 정말 대단하십니다. 보통 전하의 나이에 병사들과 격의없이 어울리는 건 쉽지가 않은 일입니다.”
마이크 후작의 말이었다.
나는 올라오는 취기를 억누르며 말했다.
“저들도 나와 같이 고생한 이들입니다. 내가 저들의 고충을 듣는 건 당연합니다.”
어느새 내 목소리는 조금 진지해졌다.
“제국은 날로 발전해가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곳곳에 굶어 죽는 이들, 전쟁의 여파로 죽는 이들이 많습니다. 모든 이가 행복한 세상 같은 건 없다는 거 잘 압니다.”
마이크 후작은 잠자코 내 말에 집중했다.
여러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로 성 전체가 왁자지껄한 느낌이었지만, 마이크 후작은 몸을 기울여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었다.
“하지만 될 수 있는 한 많은 이들이 행복한 제국을 만들고 싶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났고 레오드 가문의 장자입니다. 그게 나의 의무니까요.”
“의무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부디 전하의 의지가 굳건하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말을 쉬었던 마이크 후작이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정 전하께서 성군이 되시고자 하시니 이 늙은 몸이 가루가 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전하를 보필하겠습니다.”
마이크 후작은 서부 영주들도 가리켰다.
“저들도 같은 마음이며…….”
이내 웃고 있는 혹은 죽은 이의 생각 때문에 울고 있는 병사들도 가리켰다.
“저들마저 모두 같은 마음입니다.”
“후작님.”
“전하는 아직 어리십니다. 너무 급하게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멀리 보십시오.”
마이크 후작이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서부 영주들의 마음을 완전히 잡으십시오. 충성 맹세와 진정한 충성을 바치는 건 다릅니다. 영주들의 진정한 마음을 끌어내십시오. 서부는 큰 곳입니다, 전하. 이곳을 얻으면 제국의 사분의 일을 얻는 것입니다.”
마이크 후작의 조언이 나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