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0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09화(109/278)
109화.
바람의 호흡법으로 명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잠드는 것이 습관이었다.
어제는 바람의 호흡법은커녕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잠에 빠졌다.
나는 물을 마시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막사 밖을 슬쩍 보니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 어제 술을 마시고 자서 그런지 몸이 뻐근했다.
오전에 회의를 하기로 했으니 나는 오랜만에 상태창을 점검했다.
“50레벨을 드디어 찍었다.”
내가 50레벨에 기뻐하는 이유가 있었다. 50레벨은 칭호를 진화시킬 수 있는 레벨.
바로 칭호부터 확인했다.
“오!”
기쁜 소식이 하나 더 있었다.
새로운 칭호가 생겼다.
-오크 학살자 : 바람의 정령 스킬 위력이 30% 증가.
30%라는 수치가 정확히 얼마만큼인지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위력이 강해졌다는 건 스킬이 강해졌다는 뜻이고 내가 강해졌다는 이야기였다.
‘좋아.’
나의 칭호는 총 세 개인데, 그중 어떤 것을 진화시킬지 잠시 고민했다.
‘역시 위대한 정령사의 길을 걷는 자를 진화시키자.’
-위대한 정령사의 길을 걷는 자
-태초의 맹약을 따르는 자
-오크 학살자
세 가지 칭호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건 위대한 정령사의 길을 걷는 자였다.
태초의 맹약을 따르는 자는 정령과의 대화가 가능한 일종의 패시브 효과가 있는 칭호였으니 굳이 진화시킬 필요가 없었다.
‘다른 어마어마한 효과가 붙는 건 아닐까?’
내심 곧바로 결정을 내리려고 하자 다른 두 칭호에 어떤 효과가 붙을지 몰라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태초의 맹약은 내가 정령과 계약할 때마다 정령들이 운운하던 이야기였어. 내가 위대한 정령사의 길을 걷고 있으며…… 태초의 맹약 주인이라고.’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칭호였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쏠렸다.
나는 곧 결심을 굳혔다.
‘그래. 위대한 정령사의 길을 걷는 자는 이미 칭호 효과가 충분해. 다음 기회를 노리자.’
오크 학살자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한 속성 정령의 스킬 위력만 높아지는 칭호는 조건만 맞으면 얼마든지 개방시킬 수 있었다.
퀘스트로도 얻을 수 있는 게 칭호인데, 오크 학살자 수준의 칭호라면 노력으로 얻는 게 가능하겠지.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태초의 맹약을 따르는 자 진화를 선택했다.
-칭호가 진화됩니다.
-태초의 맹약을 따르는 자의 칭호가 태초의 맹약 예비 주인으로 진화되었습니다.
나는 곧바로 효과를 확인했다.
-태초의 맹약 예비 주인 : 모든 속성 정령과 대화 가능, 모든 정령과 시야 공유 가능.
시야 공유! 서부에 온 뒤 전투를 하면서 정령과 시야를 공유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가려운 부분을 완벽하게 긁어주었다.
나는 내 선택에 뿌듯함을 느끼며 다시 시스템 창을 천천히 살폈다.
보너스 스탯은 2,000.
정령들과의 계약 현황도 점검했다.
정령의 숫자는 모자란 느낌을 받지 않아 추가로 정령과 계약할 필요는 없었다.
현재 계약한 정령들과 호흡을 잘 맞추면 충분히 효율적인 전투가 가능했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스킬을 살폈다. 모든 스킬의 레벨이 올라 있었다.
-S 바람의 호흡법(Lv30)
-S 화염의 바람(Lv5)
-S 붉은 바람의 폭풍(Lv6)
-S 늪의 요정(Lv5)
-A 바람의 사슬(Lv20)
-A 물의 장벽(Lv15)
-A 물의 폭풍(Lv5)
-A 정화의 물결(Lv6)
-A 바람과 대지의 흐름(Lv25)
-A 불의 장막(Lv10)
-A 대지의 포효(Lv11)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많이 강해졌어.”
경쟁자들에 비하여 확실히 앞서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뭐 황자, 황녀들의 실력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이 나이에 상급 정령사 자체가 없지.’
모두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재능만큼은 최고였지만, 상급 정령사는 확실히 특별했다.
상태창은 엄격하게 나를 익스퍼트라 구분해 놓았지만, 사람들의 인식에는 비기너 때부터 충분히 마스터로 비쳤다.
나는 자신감을 가졌다.
자만심으로 번지지 않기 위하여 다른 황자들의 강점도 한 번 생각해보았다.
‘개개인의 실력은 나보다 떨어질지 몰라도 나보다 다들 큰 세력을 가지고 있어.’
나는 상태창을 종료하며 바람의 호흡법을 시작했다.
‘이제 남은 건 서부 살리기다.’
서부 영주들의 세력이 강해져야 나의 세력이 강해지는 것이다.
게일이라는 소드 마스터가 있지만 여전히 나의 기반은 부족했다.
여러모로 얻은 것이 많은 서부 원정이었음에도 나는 아직 모자랐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자리를 노리는 이들 중 당장 4대 가문이 있지 않은가.
그들 가문 하나 하나가 현재 서부 영주들의 세력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강할 수 있었다.
‘일단 서부를 키운다. 당분간 전쟁을 핑계로 이곳에서 영주들도 키워야 돼.’
나는 스킬을 개방시키지 않은 것을 오크 술사와 전투 당시 후회하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전투에서 승리했고 당분간은 수련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나는 마나 홀에 마나를 꽉 채웠다.
잠시 밖을 살펴보자 그사이에 해가 떠 있었다.
* * *
나는 잠시 밖에서 병사들을 위로한 뒤 회의를 위해 사령부 막사로 돌아왔다.
마이크 후작을 비롯하여 서부 영주들이 일어나 다시 한 번 승전을 축하했다. 나는 일일이 영주들을 격려하면서 진한 미소를 지었다.
“앉죠.”
나의 말에 영주들이 자리를 잡았다.
영주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환했다.
“서부는 이제 시작입니다.”
나는 마이크 후작에게 시선을 돌렸다.
“후작님은 영주 성부터 재건하셔야죠. 언제까지 막사에 머물 순 없으니까요.”
이번 전쟁에서 가장 많은 재산을 투입한 건 마이크 후작이었다.
어둠의 숲과 가장 가까운 곳에 영지가 있기 때문에 무려 영주 성을 허물어 성벽을 보강했다.
범인이라면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결정을 내렸다.
나는 응당 마이크 후작에게 큰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쟁의 결과를 아바마마에게 보고하고 제국을 지켜낸 이들에게 응당 그에 맞는 상이 내려질 겁니다.”
영주 중 한 명이 불안한 듯 물었다.
“지금 폐하께서는 동부 원정을 나가 계십니다. 그리고…… 이번 서부 전쟁에 대하여 여러 귀족들이 탐탁지 않아 했다고 들었습니다.”
영주의 말이 옳았다. 내가 사령관으로 가는 점, 악의 종자가 있다는 완벽한 증거가 없었다는 점이 중앙 귀족들의 반발을 일으켰다.
물론 그 반발은 아버지가 단 한 번에 정리했지만, 우리의 승전보를 중앙 귀족들은 높이 평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뭐, 상관없지.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있으니까.’
서부 원정의 가장 큰 명분은 악의 세력 부흥을 막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검은 날개가 달린 고르란의 시신이 있었다.
“꼭 필요한 일이었고, 우리의 승리는 누구도 폄하할 수 없습니다.”
나는 손뼉을 치면서 영주들을 집중시켰다.
“일단 이번 전쟁으로 서부가 입은 피해를 인적 물적 자원을 종합하여 중앙에 올릴 겁니다. 승전했다면 그에 걸맞는 보상을 받아야죠.”
나는 애트란, 리버힐 가문은 굳이 입밖으로 올리지 않았다. 켄이 알아서 잘할 것이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좋았다.
“병사들의 사상자 숫자와 영주들 개인이 투입한 재산 목록에 관하여 상세하게 작성해서 보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이크 후작이 입을 열었다.
“전하께서 직접 폐하께 보고하실 겁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보고하겠지만 직접은 아닙니다. 게일.”
“네.”
나는 게일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영주님들의 보고를 취합하여 폐하께 올릴 보고서를 따로 만들 터이니, 게일이 폐하께 전해드리세요.”
대답은 마이크 후작에게서 흘러나왔다.
“전하께서는 수도로 올라가지 않으십니까?”
나는 마이크 후작에게 농담을 던졌다.
“후작님은 제가 빨리 가기를 바라십니까?”
“그건 아니지만, 황궁을 오래 비우면 좋지 않습니다.”
나의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마이크 후작을 보면서 나 역시 장난기를 지우고 대답했다.
“그 말씀도 옳습니다만, 아직 서부에서 할 일이 많습니다. 어둠의 숲에서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도 잡아야 하고, 켄이 가져올 협상의 결과도 수도보다는 이곳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리오덴이 내 말에 눈을 부릅떴다.
나는 굳이 리오덴을 의식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서부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겁니다.”
마이크 후작의 호칭이 달라졌다.
“주군께서 이곳에서 힘을 키우신다니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다른 영주들도 한 마디씩 더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성에서 머무시지요. 아무래도 후작의 성은 재건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
“맞습니다. 주군!”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아무리 서부가 다른 지역에 비하여 세력이 미약하지만 이들은 모두 자신의 성을 가지고 있는 영주였다.
영주들의 충성 맹세는 기사들의 충성 맹세와 의미가 달랐다.
기사는 개개인이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지만, 영주는 그 영지의 세력 전체가 내 힘이 된다는 의미였다.
나는 서부 영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맙습니다. 내 개인적인 욕심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서부를 도왔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영주들이 바보도 아니고 내가 자신들을 도왔다는 동기를 몰랐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서부를 위해서 온몸을 던져 싸운 건 순수한 마음이었다.
동기는 비록 권력에 대한 욕심이 섞여 있을지라도 내가 이곳에 와서 했던 희생만큼은 진짜였다.
이들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후, 숨을 몰아쉰 뒤 말을 이었다.
“일단 제 거처는 이곳 임시 막사에서 계속 지내겠습니다. 굳이 다른 곳으로 옮길 필요는 없으니까요. 조만간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 사냥에도 나설 겁니다.”
마이크 후작이 그 점을 물었다.
“와이번 사냥은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 오크 군단 본진 근처에 와이번이 한 마리 살고 있는데 어둠의 숲 2구역 지배자라 할 수 있습니다. 게일도 있으니 사냥하기에 충분할 겁니다.”
와이번 사냥에 성공하면 최소한 영지 네 곳이 일 년을 먹고살 수 있었다.
와이번이 흔한 몬스터도 아니었고, 특히 어둠의 숲에서 서식하는 와이번은 다른 와이번보다 크기도 크고 무척 강했다.
와이번의 시신은 황금 덩어리보다 가치가 높았다.
“말이 나온 김에 사냥 계획을 세우죠.”
* * *
나는 리오덴과 데이비드, 그리고 게일과 함께 내 막사에서 점심을 먹었다.
서부인들에게 점심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들은 점심이 아니라 아침, 저녁 두 끼만 챙겨 먹어도 다행이니까.
‘언젠가는 모든 서부인들이 점심을 챙겨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스프를 떠먹은 뒤 나는 입을 열었다.
“켄이 오려면 시간 좀 걸릴 거야. 그 전에 와이번을 잡을 생각인데 어떻게 생각해?”
나는 회의 때 넌지시 운을 띄웠던 와이번 사냥에 대하여 물었다.
리오덴의 표정은 복잡했다.
그는 동료들을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에게 모두 잃었다.
내가 언젠가 복수를 위해서 폐허의 와이번을 사냥하자고 말했었지만, 그 시기가 이토록 빠를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게일이 먼저 대답했다.
“나쁘지 않은 선택 같습니다. 당장 서부는 먹을 것이 부족한 지역인데 와이번 한 마리면 적어도 세 곳 영지의 기근이 해결될 겁니다.”
와이번은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환금성도 최고였다.
잡았다는 소문이 퍼지는 순간 각 지역 마탑에서 눈이 벌게져서 달려드니까.
특히 와이번 눈알과 심장은 연구 마법사들에게 최고의 재료였다.
가죽 역시 기사들이 탐내는 재료 중 하나였는데, 웬만한 갑옷보다 와이번 가죽이 훨씬 단단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약간의 마법만 새겨 넣으면 와이번 가죽은 마법 방어력도 훌륭했다.
“좋아. 그럼 와이번 사냥을 위해 부대를 편성하지.”
게일은 기다렸다는 듯 나섰다.
“전하께서는 쉬시지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매번 전하께서 나서시는 것도 좋은 그림이 아닙니다.”
다소 단호한 게일의 말투였지만, 나는 딱 잘라 거부했다.
“안 돼. 지금은 계속 솔선수범할 시기야. 내 안전이 걱정된다면 게일 자네가 좀 더 힘을 내도록 해.”
단호한 말투였던 것 치고는 게일은 쉽게 물러났다.
“알겠습니다, 전하.”
나는 리오덴과 데이비드를 바라보았다.
“자네 둘은 당연히 갈 거고.”
데이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덴은 감정이 복받친 듯 힘겹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전하. 이토록 빨리 복수의 기회가 찾아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감정을 잘 추스르도록 해. 멋지게 복수에 성공해야지.”
리오덴이 네, 하고 힘차게 대답했다.
나는 이내 헤밀튼 남작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 사냥 부대에 헤밀튼 남작과 그 수하들을 데리고 갈 생각이야.”
“좋은 생각이십니다. 능력이 뛰어난 것 같더군요.”
게일이 이번에는 곧바로 동의했다.
“장차 헤밀튼 남작의 영지는 마이크 후작 영지에 포함시키거나 혹은 다른 영주에게 맡기고 그를 중앙 귀족으로 편입시켜 내 곁에 둘 생각인데.”
게일은 흠, 하고 고민에 잠겼다.
내가 한 말의 실효성을 떠나서 헤밀튼 남작이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무려 소드 마스터를 암살한 인물이야. 충성심도 높고. 그리고 내 생각에는 헤밀튼 남작은 더 발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젊지 않나.”
내가 누군가의 나이를 언급하자 살짝 민망한 기분이었지만 헤밀튼 남작이 어린 건 사실이었다.
그는 고작 이십 대 중반에 소드 마스터를 암살했고 이제는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확실히 젊다 할 수 있었다.
“그의 전공은 확실하나 실력은 눈으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전하께서 눈여겨보시는 인물이니 말씀하신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게일은 켄이 없으니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수하를 들이시는 건 좋은 일이지만 실력과 충성심 두 가지 모두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게일은 켄이 없는 동안 자신이 켄의 역할까지 하려는 모양이었다.
게일도 충분히 사리가 깊으니 나는 그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좋아. 섣부른 결정은 좋을 게 없으니까. 이번에 헤밀튼 남작의 실력 좀 보자고.”
헤밀튼 남작의 검술 실력은 뛰어나지 않은 편이었다.
내가 주목하는 건 그의 암살과 은신술이었다.
‘그림자 걸음 길드원들과 손발이 잘 맞을 거야. 소리스는 켄과 같이 군사 쪽으로 배치하는 게 좋으니까.’
소리스 역시 그림자 걸음 길드원이었지만 그는 암살이나 은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장 그는 정령사가 아니던가.
그리고 큰 그림을 그리는 켄과 다르게 소리스는 세세한 부분을 짚어내는데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장차 황태자 궁은 수많은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 될 것이다.
소리스의 역할은 바로 그 인재들을 관리하고 뒷받침하는 것으로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자, 일단 정예가 정해졌으니 기사는 몇 명이나 데리고 가는 게 좋을까?”
내 말에 리오덴이 대답했다.
“전하와 게일 경이 계시니 사냥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족히 백 명은 데리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데이비드도 리오덴의 의견을 거들었다.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 둥지가 오크 군단 본진 근처라는 사실도 생각하셔야 됩니다.”
나는 아, 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맞아. 괜스레 오크들을 자극하면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착각할 수 있어. 차라리 먼저 헤밀튼 남작을 보내야겠군.”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어둠의 숲으로 가지. 그리고 헤밀튼 남작이 오크 본단을 정찰한 뒤 사냥 부대의 규모를 결정하는 게 좋겠어.”
게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나는 게일을 돌아보며 물었다.
“와이번 사냥 자체는 성공할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관건은 피해 없이 성공하느냐입니다. 아무래도 하늘을 나는 몬스터이니 아무리 제가 있어도 사냥이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관건이겠군. 일단 나는 며칠 동안 수련에 집중해야겠어. 한 단계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시기인 것 같거든.”
세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전하 설마 최상급…….”
리오덴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나는 상급 정령사 마스터도 아니야.”
세 사람은 더욱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 친화력이 다른 정령사보다 유난이 뛰어난 것뿐이야.”
나는 웃으며 말을 맺었다.
“조만간 마스터 경지에 접어들 것 같아. 그때까지는 출발 준비를 하고, 영주들을 도와주고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