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1)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1화(11/278)
11화.
운디네와 계약에 성공하면서 퀘스트 보상이 따라왔다.
-A 물의 장벽이 개방됩니다.
“역시.”
나는 상태창을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이 정도면 카렌 못지않은 재능이다. 강해질 수 있는 토대는 모두 모여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멀리서 게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
굳은 얼굴을 하고 다가오는 게일에게 나는 차분하게 말했다.
“아아, 왜 그러는지 알겠는데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주변까지 여파가 심했던 모양이지?”
무려 최상급 정령이 소환 된 일이다. 마나의 파동이 멀리까지 번졌다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게일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숨길 수 없었습니다. 정령의 향기가 짙어…… 실력자라면 최상급 정령이 황태자궁에 소환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겁니다.”
나는 흠, 하고 고민에 잠겼다.
“그래도 황제 폐하를 제외하면 다들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지 확신하지는 못하겠지?”
내 말에 게일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내 게일이 대답했다.
“저는 궁 안에 있었기 때문에 정령의 기운을 정확하게 느꼈지만 멀리 있는 다른 이들은 그저 강한 마나 파동 정도만 느꼈을 겁니다.”
나는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물어보는 이도 없겠지만 만약 무슨 일이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자네가 수련하다가 그랬다고 하면 되겠군.”
게일도 내 해결책에 동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듯한 방법이군요.”
“참, 게일.”
이왕 게일이 온 김에 나는 앞으로 훈련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실프 둘과 운디네 하나. 내가 계약한 정령들이야.”
게일은 내 말에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게일의 표정이 날로 풍부해지니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쁜 방향이 아니라 긍정적인 변화로 게일을 놀라게 만들고 있으니 제법 뿌듯한 느낌도 들었다.
“모두 하급 정령들이지만 어쨌든 두 속성의 정령과 이토록 빠르게 계약에 성공한 건 내가 어느 정도 재능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내 말에 게일이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만은 수련하는 자에게 좋지 않습니다.”
게일이 응원을 덧붙였다.
“전대 가주님도, 전전대 가주님도 전하의 나이 때 바람의 정령에 치우치셨지요.”
게일의 말에 나는 추측했다.
‘바람의 정령과 친화력은 역시 어머니 쪽에서 물려받은 것 같고 다른 재능들은…… 아버지의 유전자인가?’
내 스스로 어마어마한 재능을 갖췄다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나는 정령사 자체를 유전적 요인이 큰 존재라고 설정했다.
바람의 동반자는 어머니 쪽에, 물의 수호자는 아버지 쪽에서 물려받은 게 분명했다.
‘물의 최상급 정령은 마치 내게 아직 잠재되어 있는 재능이 있다는 것처럼 말했는데…… 깨어나지 못한 태초의 맹약을 따른 이여…… 그 말은 재능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는 말이지.’
확신할 수 없으니 나는 당분간 개방된 재능과 스킬 수련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뒤 입을 열었다.
“어쨌든 정령을 다루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아.”
게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무장을 정비하겠습니다.”
게일이 한 가지 덧붙였다.
“수련은 항상 제가 지켜보는 가운데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래.”
나는 흔쾌히 대답한 뒤 오늘 남은 진짜 일을 하기 위하여 걸음을 옮겼다.
“그럼 가자고. 어제 켄하고 이야기했지?”
게일의 눈빛이 번쩍였다.
명백한 분노의 눈길에 나는 움찔했다.
부집사장과 시녀, 하인들을 향한 분노였다.
게일의 목소리 역시 살짝 차가웠다.
“네. 전하의 점심 식사 시간 전에 모조리 치우겠습니다.”
“일단 가자고.”
나와 게일은 궁으로 향했다.
정원을 빠져 나가자 궁 입구 앞에서 켄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기다리고 있습니다.”
켄의 말에 내가 게일을 바라봤다.
“공개적으로 진행할 생각에 모두 자리에 모아놨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곧 우리는 입구 안으로 들어갔다. 궁 실내로 들어가기 전 넓은 마당이 있었는데 사람들로 북적였다.
새삼 황태자궁에 있는 시녀, 하인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부집사장을 찾았다.
그는 가장 앞에 있었다.
‘아무리 황태자궁의 부집사장이라고 하지만…… 저런 복장은 마치 귀족과 같군.’
시녀나 하인들 중 노예 출신도 있지만 대부분이 평민 출신들이다.
특히 황족이 머무는 궁에 근무하는 이들은 이 시대에서도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이들로 채워진다.
‘내 궁에 노예 출신이 있다는 건…… 내가 무시 받는 탓도 있지만 애트란 가문 아카데미 출신들 중 노예 출신이 있다는 뜻이겠지.’
나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듯 게일과 켄을 대동하고 사람들 사이를 걸었다.
모두가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
왜 모두 모이라고 한 것일까, 라는 궁금증은 있었지만 하나 같이 불안한 기색은 없었다.
게일이 부집사장 앞에 선 뒤 입을 열었다.
“모두 잘 듣도록.”
시선이 게일에게 모였다.
나는 입구 벽에 살짝 기대어 게일의 모습을 지켜봤다.
게일은 돌려 말하지 않았다.
“황태자궁의 예산을 사사로이 착복한 부집사장, 황태자궁의 재산을 사사로이 사용한 시녀들, 밖으로 판 하인들. 너희 모두 너희의 죄를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제야 시녀, 하인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하지만 부집사장만큼은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호오, 감탄을 터뜨렸다. 게일의 목소리는 서늘했고, 살기마저 맴돌고 있어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심지어 나마저 몸이 살짝 떨릴 정도였다.
부집사장이 비열한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그의 시선은 게일이 아니라 내게 닿았다.
“황태자궁의 예산을 빼돌리다니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전하.”
부집사장은 분명히 했다. 게일이 아니라 나와 말하고 싶다고.
‘저 새끼 봐라.’
그의 눈빛에 조롱이 느껴졌다. 테드가 데리고 온 기사들처럼, 무능력하고 소심한 나를 무시하는 태도가 명백했다.
* * *
형제, 남매들이 나를 무시한다.
수호가문의 공작들이 나를 무시한다.
유력 가문의 귀족들이 나를 무시한다.
별 볼 일 없는 지방의 귀족들도 나를 무시한다.
제국의 평민들도 나를 무시한다.
그리고 이제는 집사와 시녀, 하인들마저 나를 무시한다.
모두 알고 있었던 사실이며, 그럼에도 나는 누구에게도 한 마디 하지 못하고 방 안에만 틀어박혀 돌아가신 엄마만 찾는 소심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저들이 착각하는 게 있었다.
내가 아무리 무능력해도, 소심해도, 매일 엄마만 찾는 엄마의 아들이라도 내 아버지가 바로 론 칼 레오드 이 제국의 주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현 제국의 주인은 나에게 황태자라는 직위를 내렸다.
그가 내게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있음에도, 이황자 테드 칼 레오드가 다음 보위를 이을 유력한 후보라도 아직은 내가 황태자다.
나는 부집사장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하였나?”
내가 끼어들자 게일이 다시 나서려고 했지만, 손을 들어 제지했다.
게일은 무섭고 나는 만만한 모양인 듯 시녀와 하인들의 눈빛도 변하고 있었다.
부집사장은 그들을 살짝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전하.”
나는 그에게 대답하는 대신 게일에게 물었다.
“게일, 증거가 있나?”
“장부는 물론이거니와 부집사장이 예산을 빼돌려 사사로이 재산을 축적한 증거들이 많습니다.”
나는 다시 부집사장을 바라봤다.
부집사장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전하, 사사로이 재산을 축적한 게 아닙니다. 모두 허용된 범위 내에서 예산을 집행하면서…….”
내가 웃으며 부집사장의 말을 잘라냈다.
“네가 감히 나를 능멸하려 드느냐?”
부집사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의 예상과 내 대응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테드의 기사들이 무슨 꼴을 당했는지 잘 알고 있음에도 이토록 당당한 건 그만큼 테드를 믿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믿는 구석이 있을까.
‘사실 다 필요 없지.’
나는 더욱 진하게 웃었다.
“전하.”
나를 부르는 부집사장의 목소리에 짧게 대답했다.
“집사장은 증거가 모두 있다고 말했다. 즉, 너와 네놈들 모두 황태자궁의 예산을 제 뱃속을 채우는데 사용했다는 뜻이다. 그 말은 즉 나를 능멸했다는 뜻이다. 감히…….”
내가 살짝 호흡을 고른 뒤 일갈했다.
“너희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궁의 예산을 제 재산을 불리는 데 사용할 수 있는가. 게일.”
부집사장이 재빨리 입을 열려고 했지만 내 목소리가 먼저였다.
“이들의 죄를 엄히 물을 것이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구금하도록.”
“네. 전하.”
수십 명이 넘는 사람들이었지만 게일이 내뿜는 기세에 모두 주저앉았다.
이들은 시녀, 하인일 뿐이다.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가 본격적으로 기세를 일으키니 견딜 재간이 없었다.
무릎을 꿇은 채 떨고 있는 부집사장을 향해 내가 허리를 숙였다.
“너의 죄는 나를 능멸하고 돈을 빼돌린 것만이 아니다. 황태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다른 이에게 보고했다면 그건 곧 반역이다.”
부집사장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그대는 내가 반드시 반역죄를 묻도록 하지. 네놈의 죄에 대한 증거는 차고 넘치니까.”
나는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부집사장을 무시하고 게일에게 명령했다.
“게일 모두 구금해. 참, 이들은 황태자 별궁에 감금하도록.”
“네.”
앞서 테드의 기사들은 황궁 감옥에 구금했지만, 이들은 내 별궁에 감금하기로 결정했다.
테드에게 연락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을 테드의 기사들과 한꺼번에 처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황제의 위세를 빌려야 되는데…….’
내가 직접 처리할 수 있었지만 황제가 직접 처리하는 게 테드에게도 명백한 경고가 되며, 황태자의 입지를 다시 한 번 다지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나는 몸을 돌려 궁으로 들어갔다.
켄이 바짝 따라왔다.
“직접 나서실 줄은 몰랐는데요.”
“황태자의 면전에서 그 따위로 대드는 집사를 보았나?”
켄이 내 말에 피식 웃었다.
나는 가볍게 무시하고 물었다.
“증거는?”
“당연히 다 확보했습니다. 물론 이황자에게 보고하는 보고서까지도요.”
단 하루 만에 켄은 모든 증거를 확보했다.
아무리 부집사장이 대놓고 모든 일을 벌였다 하더라도 짧은 시간 내에 그 많은 것들을 확보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모았나?”
“제가 출신이 남다르지 않습니까. 당연히 부집사장의 집무실, 집에 한 번씩 방문했습니다. 덕분에 한숨도 못 잤고요.”
대놓고 도둑질을 했다는 이야기에 내가 어이없어 웃었다.
켄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저는 이만 쉬어도 되겠습니까? 마무리는…….”
“쉬기는. 시녀, 하인들을 모조리 구금했으니 새로 채워야 되고 당연히 믿을 수 있는 이들이 필요해. 게일과 협력해서 며칠 안에 모두 채워놓도록.”
“전하.”
켄의 불만 섞인 목소리에 이번에는 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 참. 시녀와 하인들이 없는 며칠 동안은 자네가 직접 내 수발을 좀 들어줘. 나름 황태자인데 시종 한 명 없는 건 말이 되지 않으니까. 더구나 자네는 황태자궁 시종으로 들어왔잖아?”
켄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즐거운 미소와 함께 내 집무실로 들어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스킬 수련을 시작해야 되겠군. 그리고…… 조만간 아버지를 뵈어야지.’
기억 속에 내가 먼저 아버지를 찾아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론 칼 레오드 역시 나를 찾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모두 내 기억조차 희미할 정도로 어린 나이였을 때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아버지가 몇 번 내 궁을 방문한 게 전부였다.
“그리고 오크 술사에게 저주가 걸리고 깨어났을 때.”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동기화의 여파로 여전히 황제만 생각하면 몸이 먼저 두려움에 반응한다.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아들이라…… 이제 그때의 내가 아니지만.’
물론 솔직히 나도 좀 무섭긴 무서웠다.
“아버지이자…… 최종 보스를 만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