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10)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10화(110/278)
110화.
나는 바람의 호흡법에 집중했다.
스킬 레벨은 충분히 올랐다고 느꼈다.
중요한 건 상급 정령 익스퍼트에서 마스터로 한 단계 올라가는 것이었다.
‘캐릭터 레벨이지.’
스킬 레벨, 캐릭터 레벨, 경지가 모두 유기적으로 관련 있지만, 캐릭터 레벨이 가장 경지에 큰 영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캐릭터 레벨과 가장 연관이 높은 스킬은 바로 마나 호흡법인 바람의 호흡법이었다.
현재 바람의 호흡법 레벨은 30.
그동안 많이 올랐다.
‘일단 집중하자.’
나는 오늘 하루는 바람의 호흡법 수련만 하기로 결심했다.
고오오오오-!
몸속에서 바람의 호흡법에 따라 마나가 흐르는 것을 관조하고 마나 홀에 차곡차곡 마나가 쌓이는 것도 느껴 보았다.
지금 내 마나 홀의 크기는 이미 농구공보다 훨씬 컸다.
사람 몸속에 그런 공간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믿기 힘들었지만, 마나 홀은 실재했다.
“후우우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바람의 호흡법을 수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나 홀을 채웠다가 비우고, 다시 채웠다가 비우는 일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단순 반복이라 할 수 있었지만 나는 그 과정에서 전과는 다른 것들을 느꼈다.
바람의 호흡법에 따라 마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마나 홀을 바람의 호흡법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 채울 수 있는지 등 새로운 것들을 깨달았다.
‘막혀 있는 혈맥들이 있다.’
바람의 호흡법에 따라 마나는 온몸 구석구석을 누볐지만, 꽉 막혀 있는 곳도 있었다.
바로 심장 부근으로 흐르는 길과 정수리 쪽으로 흐르는 길이었다.
‘둘 중 한 곳만 뚫으면 마스터다.’
나는 정령사다.
정령사는 정령과 계약하고 정령에게 마나를 공급함으로써 힘을 발휘하는 존재였다.
정령에게 마나의 양을 얼마나 공급할 수 있느냐, 얼마나 빨리 공급하느냐에 따라 정령이 발휘하는 위력이 달라졌다.
현재 심장 부근과 정수리 쪽 부근의 길이 막혀 있기 때문에 마나는 좀 더 먼 길을 돌아서 정령에게 공급되었다.
두 길만 뚫을 수 있다면 정령에게 더 많은 마나를 더 빨리 공급할 수 있었다.
두 길이 몸속의 마나가 흐르는 길 중 가장 넓으니까.
마나 홀에서 마나가 곧바로 정령에게 공급되는 방법 같은 건 없었다.
마나는 정해진 길을 따라 흐르고 정령에게 공급되는 법이었다.
‘다닐 수 있는 길이 넓어지고 많아져야 마나 홀도 커진다.’
나는 바람의 호흡법에 다시 한 번 집중했다.
막혀 있는 길을 뚫기 위해서였다.
‘심장 부근부터 뚫는다.’
정수리 부분의 길이 훨씬 넓었지만, 그곳의 벽은 너무나도 단단했다.
심장 부근은 그나마 벽이 약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할 만한 도박이라고 느꼈다.
서서히 바람의 호흡법을 따라 마나 홀의 마나가 혈맥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더 많은 마나를 마나 홀에서 끌어올렸다.
벽을 깨뜨리기 위해서 많은 마나를 일순간 부딪치게 할 필요가 있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그리고 순리대로 마나 홀에서 마나를 점점 더 많이 회전시켰다.
어느새 혈맥을 타고 흐르는 마나가 마치 파도와 같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몸을 도는 마나의 양이 많아지고 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육체가 받는 부담이 커지기 마련이었다.
“으음!”
나는 간신히 신음을 삼켰다.
온몸이 아팠다.
‘이거 벽만 뚫을 게 아니라 마나가 흐르는 모든 길을 넓게 만들어야겠어.’
하나의 사실을 또 깨달은 뒤 나는 숨을 골랐다.
잠시 심장 부근에서 마나의 흐름을 강제적으로 멈췄다.
마나는 순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갑자기 멈추니 당연히 반발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지만 나는 단번에 벽을 깨트리기 위하여 힘썼다.
-콰콰콰!
마나가 계속 밀려들었다.
이제는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자마자 나는 마나를 막고 있는 힘을 풀어 버렸다.
동시에 마나가 심장 부근의 벽을 향해 몰아쳤다.
-쾅! 콰아아앙! 쾅!
내 몸속에서 벼락이 터지는 것 같았다. 여차하면 심장마비로 죽을 듯했다.
‘억! 심장아, 여기서 죽을 순 없다.’
나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쾅! 쾅-! 콰아앙-!
몸속에 들리는 폭음은 귓가를 멍멍하게 만들었다.
신기한 기분이었다. 몸 안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 건 생경한 일이었으니까.
마냥 신기해하기에는 마나가 벽을 때릴 때마다 느껴지는 고통이 엄청났다.
평소라면 막혀 있는 벽을 마나는 강하게 때리지 않고 길을 돌아서서 순환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워낙 많은 양의 마나가 일순간 벽을 때리고 있으니 돌아가지 않고 벽을 부수려 했다.
얼마나 많이 때렸을까.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마나를 벽 너머로 이끌었다.
심장 부근이 따뜻해지면서 간신히 마나를 막고 있었던 벽이 이내 완전히 허물어졌다.
콰아아아아-!
마나가 살아 있는 생물처럼 느껴졌다.
새로운 길로 다니는 게 즐겁다는 듯 마나는 심장 주위에서 원을 그리며 흘렀다.
‘이런 길이었군.’
나는 겨우겨우 정신을 수습하며 바람의 호흡법을 유지했다.
고오오오오-!
새로운 길을 뚫은 마나가 다시 마나 홀로 들어왔을 때 한 번의 변화가 더 일어났다.
마나 홀의 외곽이 깨졌다.
이런 경우는 전에도 겪어 본 적이 있었다.
마나 홀이 커지는 과정이었다.
그때는 고통스러웠지만 지금은 하나도 고통스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마나 홀이 새롭게 생성되면서 전보다 족히 두 배는 커졌다.
나는 마나 홀에 마나를 꽉 채우고 곧바로 시스템 창을 확인했다.
캐릭터 레벨은 겨우 1이 올랐지만 나의 호칭이 바뀌었다.
-상급 정령사 마스터.
나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조각 하나를 맞출 때가 되었다.
“물가로 가야겠어.”
물의 상급 정령, 엘라임을 만날 때였다.
* * *
죽음의 폭포가 떠올랐다.
그 거대한 폭포에서 엘라임을 소환한다면 꽤 멋진 그림을 볼 수 있었다.
“뭐 좋은 광경 보자고 정령과 계약하는 건 아니니까.”
상급 정령일수록 처음 소환할 때 많은 마나를 필요하다.
필요한 마나의 양을 줄이기 위해서 자연에서 해당 정령의 속성에 맞는 것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친화력이 낮으면 더욱 매개체가 필요했다.
물의 정령은 깨끗한 물이 흐르는 강에서, 바람의 정령은 산들바람이 자주 부는 곳에서 소환하면 마나가 덜 들었다.
매개체가 있다면 친화력이 낮아도 일단 불러낼 수 있었다.
나는 친화력도 높고 마나도 충분했지만, 그래도 물가에서 엘라임을 불러내고 싶었다.
막사는 너무 작고, 사람들의 시선을 끄니까.
호위를 위하여 따라붙은 병사들도 물리치고 나는 사령부에서 벗어났다.
마이크 후작의 영지는 아주 넓었다. 외곽 성벽이 있는 반대쪽, 즉 동쪽으로 가면 중앙으로 이어지는 산맥도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질풍을 타고 달렸다.
그 옆을 실울펜이 무섭게 쫓아왔다. 이그니스는 웬일로 기분이 좋은지 이미 하늘을 제멋대로 날아다녔다. 클라임은 거대한 덩치를 감추기 위해서일까? 땅 속에서 두더지처럼 나를 빠르게 쫓아왔다.
세 정령을 동시에 소환하여 곁에 두는 건 실울펜과 이그니스만 소환할 때와는 마나 부담이 좀 더 심했다. 둘과 셋의 차이가 확실히 느껴졌다.
산 입구에 도착하자 나는 질풍에서 내렸다.
“근처에 있어. 금방 돌아올게.”
질풍은 내 말을 알아들은 듯 푸루룩, 울며 곧 뚜벅뚜벅 어디론가 걷기 시작했다.
‘영물이야, 영물.’
질풍은 내 말을 항상 잘 알아들었다.
나는 가볍게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강보다는 계곡이 더 좋겠지.”
산에는 몬스터가 살고 있을 수도 있지만, 어둠의 숲 몬스터가 아닌 이상 내게 큰 위협은 아니었다.
산 중턱까지 오르는데 제법 시간이 많이 걸렸다.
‘칼페온 제국에 온 이후 혼자 밖으로 나온 건 처음인가?’
나는 엘라임과의 계약은 뒤로 미루고 등산에 집중했다.
칼페온 제국은 어디든지 공기가 깨끗했지만, 산은 그래도 다른 곳보다 청량한 공기가 느껴졌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새소리, 바람에 풀이 흔들리는 소리…… 현대 사회를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자연의 소리가 나를 완전히 휘감았다.
‘내가 정령사라 그런가? 뭔가 더 잘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잠시 나무 그늘 아래에 엉덩이를 붙였다.
눈을 감고 잠시 숲의 공기를 즐겼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곧 나는 몸을 일으켰다.
본래 산을 오른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되니까.
근처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는 계곡에서 나는 것 같았다.
천천히 물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자 예상했던 것처럼 계곡이 보였다.
제법 큰 계곡이었다. 물살이 무척 빨랐고 계곡의 폭도 넓었다.
나는 물을 바라보며 태초의 맹약을 읊고 이름을 불렀다.
“엘라임!”
고오오오오-!
강한 물살이 뚝 멈추었다.
물살이 회오리치면서 구멍이 뻥 뚫렸다.
그리고 구멍 속에서 서서히 엘라임이 모습을 드러냈다.
엘라임은 다른 속성의 상급 정령과 다르게 가장 인간의 모습과 비슷했다.
실울펜은 늑대, 이그니스는 불사조, 클라임이 그나마 인간과 비슷했지만 워낙 거대해 거인이라기보다는 골렘과 더 비슷했다.
반면 엘라임은 인간이었지만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구분하기 힘들었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애초에 정령은 인간과 달리 성별 구분이 없다고 썼으니까.’
나는 엘라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소환해 응해 줘서 고맙습니다.”
뭔가 엘라임은 범접하기 힘든 기운을 풍겼다.
“정령계에서도 말이 많았어요. 맹약의 주인께서 분명 엘라임과도 계약을 하실 건데 누가 소환에 응할지요.”
이그니스가 끼어들었다.
“대충 아무나 나오면 되는 거지, 맹약의 주인이 뭐라고 유난을 피워?”
엘라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이그니스는 아마 맹약의 주인이 태초의 맹약을 말하자마자 번개같이 차원의 문으로 달려갔다지?”
이그니스는 홱 하고 쏜살같이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엘라임이 날아와 이내 내 손등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계약은 성립되었어요.”
나는 엘라임에게 슬쩍 물었다.
“그 혹시 모습을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까?”
왠지 모르게 엘라임에게는 말을 놓기가 힘들었다.
“물론 가능하죠. 정령을 소환해 놓으시는 건 좋은 수련 방법이니…… 음! 이 정도면 될까요?”
엘라임은 이내 모습을 운디네처럼 바꿨다.
작은 요정과 같이 변한 엘라임이 내 어깨 위에 살포시 앉았다.
“정령술을 더 연마하는 게 어때?”
언제 내려왔는지도 모르는 이그니스가 곁에서 말했다.
나는 눈가를 좁혔다.
“정령술?”
“기술이 좀 한정적이잖아. 각자 속성 기술도 더 익히고, 두 속성 정령이 합쳐지는 기술도 익히고, 또 네 속성 정령이 모두 함께 펼치는 기술도 있어.”
이그니스의 말은 분명 타당했지만, 나는 당장 스킬을 개방할 수 없었다.
‘좀 더 모아서 스킬을 개방하려고 했는데. 아니면 퀘스트나.’
보너스 스탯이 2,000뿐이었으니까.
이내 나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실이 번뜩 떠올랐다.
‘어머니의 정령술서!’
어머니의 정령술서에는 정령을 부리는 방법이 있었다.
즉, 스킬도 기재해 두셨던 것이다.
‘켄 편으로 연락을 보내야겠어. 올 때 어머니 정령술서를 챙기라고.’
내가 결심한 순간 엘라임이 입을 열었다.
“주인께서 현재 수준에서 사용하실만한 기술이 있어요. 하나는 저와 실울펜이 합쳐서 사용하는 기술이고 하나는 오로지 물의 정령들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죠.”
나는 눈을 부릅떴다.
“제가 말입니까?”
“제가 차근차근 알려드릴게요.”
나는 엘라임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정령이…… 정령술을 가르쳐 주는 게 가능합니까?”
이그니스가 그새를 참지 못하고 나에게 핀잔을 주었다.
“가능하니까 말하지. 너 의외로 머리가 나쁘다? 친화력만 높은 거 아니야?”
“나 똑똑해.”
나는 이그니스를 가볍게 무시하고 엘라임을 향해 말했다.
“당장 배워보죠.”
“그럼 익히기 쉬운 물의 정령 기술부터 가르쳐 드릴게요.”
상급 정령과 계약하니 이점이 정말 많았다.
설마 스킬을 개방할 수 있을 줄이야!
나는 기대감을 가득 안고 엘라임의 말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