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1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12화(112/278)
112화.
헤밀튼 남작이 자신감을 내비쳤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언제 출발하면 되겠습니까?”
나는 헤밀튼 남작의 의욕에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출발은 내일 오전.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 둥지에서 알아봐야 될 건 둥지의 지형과 새끼의 존재 유무야.”
헤밀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하. 금방 알아오겠습니다.”
와이번의 전력에 대해서는 이미 알 만큼 알고 있었다.
‘게일이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거야.’
나는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와이번을 사냥할 생각이었다.
“전하, 와이번 사냥에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리오덴의 말이었다.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리오덴이니까 그의 말을 경청할 생각이었다.
“내 막사로 가지. 참, 후작님 영주성 재건은 언제부터 시작입니까?”
“일단 죽은 병사들 장례까지 끝나면 그 이후에 천천히 진행하겠습니다.”
역시 마이크 후작이었다.
나도 힘을 보탰다.
“죽은 병사들의 가족들 명단을 잘 파악해 주십시오. 어떤 보상을 하여도 그들이 가족을 잃은 슬픔을 대신할 순 없겠지만, 남은 삶이 힘들지 않을 정도 보상해 주고 싶습니다.”
전사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정말 무거워서 유족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내 수중에는 그들을 보상할 수 있는 어떤 재화도 없었다.
데이비드가 슬쩍 나섰다.
“전하, 공동 장례식을 치르는 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아, 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군! 후작님 이미 돌아간 영주들에게도 연락을 취해 주십시오. 이번 전쟁을 통해 죽은 병사들의 합동 장례식을 거행하겠습니다.”
마이크 후작도 반대하지 않았다.
“전하께서 직접 장례를 주관하시면 유족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황태자가 직접 전사자를 위로하는 건 제국 역사에 없었던 일이니 나름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었다.
“리오덴, 데이비드는 이따 저녁에 같이 식사하지. 게일도.”
세 사람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나는 마이크 후작과 인사를 나눈 뒤 내 막사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한쪽에 마련된 통에 운디네를 불러 물을 채우고, 피닉스에게 부탁하여 물을 적당한 온도로 데웠다. 정령사라 누릴 수 있는 사치에 행복했다.
옷을 벗고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되어버린 몸을 통에 담갔다.
‘와!’
샤워 시설은 없었지만, 마이크 후작이 나를 위해 마련해 준 나무 욕조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몸에 뽀드득 소리가 날 때까지 씻은 뒤 옷을 입었다.
내가 목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세 사람은 아직 막사로 찾아오지 않았다.
바람의 호흡법으로 명상을 하고 있자 막사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하, 게일입니다.”
“어, 들어와!”
게일과 함께 리오덴과 데이비드도 모습을 드러냈다.
리오덴이 음식을 챙겨와 테이블에 식사를 차려놓았다.
“먹으면서 천천히 이야기하자고.”
내가 먼저 수저를 들자 곧 세 사람도 식사를 시작했다.
나는 일부러 분위기를 물렁물렁하게 풀었다.
“와이번 사냥은 의외로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게일도 있고 나 역시 한 단계 성장했으니까.”
데이비드가 내 말에 동의했다.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이 특별한 와이번이기는 하지만 전력을 제대로 갖춰서 사냥에 나선다면 충분히 사냥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리오덴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음식을 씹고 있었다.
나는 리오덴이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의 판단을 듣고 싶었지만, 리오덴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면 어쩔 수 없이 과거의 기억을 꺼내야 된다.
리오덴에게 있어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은 아픔을 통해 쌓은 경험이었다.
나는 직접 리오덴에게 와인을 한 잔 따라주었다.
와인으로 목을 축인 리오덴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제 기억에 한계가 있으니 정보가 완벽한 건 아닙니다.”
말을 시작할 듯 말 듯 리오덴이 거듭 머뭇거렸지만, 사정을 들어 알고 있는 터라 우리 중 누구도 리오덴을 재촉하지 않았다.
리오덴은 후, 한숨을 내쉬었다.
“당시 사냥을 나갔던 용병들은 모두 백오십 명이었습니다.”
천천히 그날의 일이 리오덴의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어느새 나와 두 사람은 리오덴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백오십 명의 용병들이 어떻게 와이번에게 학살당하는 과정을 들으면서 나는 절로 신음을 감추지 못했다.
리오덴의 이야기는 너무 잔혹했고, 슬펐다.
“세상을 떠돌면서 적당한 전쟁터에서 죽으려 했지만, 살아남는다면 동전 한 닢에 목숨을 파는 용병이 아니라 떳떳한 기사로 출세해서 살기로 약속한 게 생각났습니다.”
나는 드디어 입을 뗐다.
“그래서 평가 대회에 참가한 것인가?”
“네. 전하께 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사가 되었으니 마지막 약속은 지킬 수 있었습니다.”
“고맙다.”
딱히 리오덴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지금 줄 수 있는 건 와인 한 잔뿐이었다.
“고작 경험담일 뿐이지요.”
우리는 본격적인 회의에 돌입했다.
“일단 기사 숫자부터 정해야 돼.”
내 말에 게일이 의견을 말했다.
“기사는 많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궁술이 뛰어난 이들이 더 효율이 좋을 것 같습니다.”
와이번은 기본적으로 날아다니는 몬스터.
하늘을 날 수 있는 인간은 마법사나 정령사 정도이니,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궁수가 유용하다는 말이었다.
리오덴이 거들었다.
“저희가 당한 건 대부분이 검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궁수가 있다면 와이번의 시선을 충분히 빼앗을 수 있습니다.”
어느새 우리는 앞에 있는 음식과 와인은 잊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 * *
회의가 끝나고 병사를 차출할 때까지 하루가 걸렸다.
마이크 후작과 서부 영주들이 전적으로 협력해준 덕분이었다.
나는 정렬한 병사들을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마이크 후작과 영주들에게도 감사를 잊지 않았다.
“협조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서부를 위한 일을 전하께 맡기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오히려 저희가 나섰어야 하는 일인데 말이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굳이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을 사냥하지 않아도 될 일입니다. 제 욕심에서 시작된 일인데 모두가 나서주었으니 당연히 감사할 일입니다.”
내 말에 서부 영주 중 한 명이 대답했다.
“병사들 역시 와이번 사냥에 의욕이 충만합니다. 전쟁으로 인해 삶이 피폐해졌고, 그 해결 방안 중 하나가 바로 와이번 사냥이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병사들을 쭉 둘러보았다.
회의 결과 최종적으로 나와 게일, 데이비드, 리오덴을 제외하고 사백 명의 사냥 부대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그중 이백오십 명을 궁수로 편성했다.
나머지 백오십 명은 기사들이었는데 그들의 임무는 와이번 사냥이 아니라 바로 궁수 보호였다.
마이크 후작 휘하의 궁수들 중 모두 최정예로만 뽑았다.
기사들과 궁수들을 격려한 뒤 나는 막사로 걸음을 옮겼다.
마이크 후작과 서부 영주들이 자연스레 뒤를 따랐다.
보통 와이번 사냥도 드문 일인데, 폐허의 지배자라는 호칭까지 가진 강력한 와이번 사냥이라 모든 이들이 주목하고 있었다.
사령부 막사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자 영주들 역시 각자 자리에 앉았다.
나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또 회의를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나의 너스레에 영주들도 미소를 지었다.
“일단 병력 편성은 끝났고, 궁수들과 기사들의 무장에 대해서 논의하겠습니다.”
마이크 후작이 대답했다.
“보통 와이번이 아니니 무장이 좀 더 특별할 필요가 있지만, 서부의 여력으로는 지금의 무장이 한계입니다.”
지난밤 회의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건 바로 궁수와 기사들의 무장이었다.
“톰슨에게 압수한 아이템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중 제법 진귀한 재료들도 많습니다.”
나는 빠르게 설명을 이었다.
“정확한 것은 장인들에게 물어봐야겠지만, 무기를 강화할 수 있는 재료가 있습니다.”
마이크 후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톰슨과 리버힐 마법사들이 그런 재료도 가지고 있었습니까?”
“별걸 다 가지고 있더군요. 제가 목록을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장인들에게 목록을 보여준 뒤 궁수와 기사들의 무장을 강화할 수 있는지 알아보죠.”
나는 특별히 더 당부했다.
“무기를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갑옷이나 투구 쪽의 방어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시죠.”
나와 게일이면 충분히 와이번의 가죽을 뚫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궁수, 기사의 무기가 강화되는 것도 좋지만 나는 그들이 와이번으로부터 목숨을 잃지 않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다.
방어구가 강하다면 와이번의 육탄 공격에도 몇 번이나 견딜 수 있으니까.
‘톰슨의 유산이 아주 유용하군.’
적당히 회의를 마치고 나는 켄에게 받은 아이템 목록을 마이크 후작에게 넘겼다.
나는 서부 영주들을 내보냈다.
리오덴과 데이비드 그리고 게일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나는 마이크 후작과 둘만 남자, 밤에 생각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후작님.”
“네, 전하.”
“서부 연합을 유지할 생각은 없으십니까?”
마이크 후작의 눈동자에 의문이 번졌다.
내 말의 의미를 단번에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나는 차분히 풀어서 설명했다.
“서부는 넓은 곳입니다. 하지만 비옥한 땅은 좁아 영지들이 모두 모여 있죠.”
나는 테이블 위에 있는 지도를 펼쳤다.
지도에서 나는 서부라 불리는 지역에 크게 동그라미를 쳤다.
“보십시오. 영토 자체는 서부가 다른 곳보다 넓습니다. 하지만 영지들의 위치를 점찍어 보면.”
나는 만년필로 각 영주들의 영지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다. 마이크 후작의 영지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영지가 모여 있으니 연합을 구축하기에 좋습니다.”
마이크 후작이 입을 열었다.
“전하, 연합이라는 건 단순히 지금처럼 전시 상황에 병사를 한 곳으로 모으는 게 아니라…….”
말끝을 흐리는 마이크 후작의 표정에는 설마, 라는 말이 생략된 것 같았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연합을 만들고 하나의 영지처럼 운영한다는 뜻입니다.”
내가 현대 사회를 살다 왔기 때문에 제안할 수 있는 개념이었다.
“세금을 한군데로 모으고 연합 영지끼리의 이주 제한을 없애고 군대의 편성도 통일하는 겁니다.”
마이크 후작이 경악하며 말했다.
“전하,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설사 그런 연합을 만든다 하더라도 황궁에서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칼페온 제국 사람들의 상식으론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건 말 그대로 지방 영주들이 힘을 하나로 합쳐 하나의 거대한 세력을 만들겠다는 이야기였으니까.
자칫 반란으로 보일 수 있었다.
“말이 연합이지 어떤 단체를 창설하시라는 뜻은 아닙니다. 세금이나 군대의 편성을 통일하는 것까지는 힘들겠지만, 주민들의 이동 제한을 없애는 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일단 한 발 물러났다.
내가 연합을 생각한 이유는 바로 내 세력이 발전하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다.
또 언제든지 내가 필요할 때 막대한 군대를 동원할 수 있도록 편리한 제도를 갖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주 제한이 없어지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비옥한 영지가 있다 하더라도 다른 곳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지 굶어 죽는 이들이 생겨나는 건 마찬가지이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건 서부 전체가 하나의 영지처럼 운영되는 겁니다. 먼저 이주의 제한을 없애고 세금을 통일하면 첫 번째 단계는 완료됩니다.”
마이크 후작은 큰 고민에 빠졌다.
여전히 내 말에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았지만, 나는 서두르지 않고 마이크 후작을 설득했다.
“서부가 하나의 영지처럼 운영되면 다같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와이번 사냥으로 얻는 이득과 두 공작 가문에게 얻는 이득으로 서부는 충분히 발전할 수 있습니다.”
나는 물을 마신 뒤 말을 이었다.
“마치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모두가 발전할 수 있죠. 당장 제도를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그럼 일단 연합이라는 이름을 달지 않고 서부 영주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시죠.”
“제가 말씀이십니까?”
“전 황태자입니다. 제가 후작님을 비롯한 영주들에게 충성을 받았지만 결국은 황도로 올라가야 됩니다. 후작님이 이곳에 남으셔서 남은 영주들을 잘 관리해주셔야 한다는 뜻이죠.”
궁극적으로 서부 연합이 나의 목표였지만, 마이크 후작부터 반발감이 강하니 나는 차근차근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적어도 서부에서만큼은 영지전이 없어야 합니다. 서부 내 견제가 없다면 다시는 오크를 마적단이라 중앙에 보고하는 일도 없겠죠. 와이번 사냥에서 돌아올 때까지 후작님이 영주들을 잘 설득해주시죠.”
후작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나는 여전히 고민하는 마이크 후작을 향해 덧붙였다.
“저는 세력이 필요합니다. 갈라져 있는 세력이 아니라 하나의 강한 세력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