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1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13화(113/278)
113화.
마이크 후작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 뒤 나는 내 막사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리오덴에게 식사를 마치면 내 막사로 오라고 말해두었다.
나는 막사 안에서 혼자 밥을 먹었다.
‘이거 뜨끈한 국물 좀 먹고 싶은데.’
매운 음식이 그리웠지만, 점심조차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서부인들을 떠올렸다.
뭐라도 먹을 수 있다는 자체가 이 세계에서는 행복한 일이었다.
나는 애써 아쉬움을 지우고 마저 밥을 먹은 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불렀다.
“전하, 부르셨습니까?”
“아, 식사를 마쳐서. 가서 리오덴 좀 불러주게.”
“네.”
중년 남자가 신호를 보내자 하녀 두 명이 들어와 내 테이블을 정리했다.
전쟁이 끝나면서 마이크 후작 성에서 일하던 하녀들과 하인들도 돌아왔다.
전쟁 전과 다르게 그들이 일하는 성은 없었지만, 보살펴야 될 사람은 늘어났다.
후계는 물론 부인과 사별한 마이크 후작이었으니 본래 하인, 하녀들은 마이크 후작 한 명만 보좌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영지로 돌아가지 않은 서부 영주들에다가 나까지 있으니 일이 평소보다 몇 배는 많을 것이다.
“고마워.”
나는 간단히 하녀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지나가는 듯한 한 마디에도 하녀들은 감동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아, 아니옵니다. 전하.”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녀들이 나가고 곧 리오덴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습니까.”
리오덴이 꾸벅 허리를 숙였다.
“어, 앉아. 밥은 먹었어?”
“네.”
리오덴이 자리에 앉고 나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와이번 사냥 문제인데, 먼저 생각해 본 건 톰슨과 마법사들의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생각이야.”
“아이템 말씀이십니까?”
톰슨과 마법사들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은 정말 많았다.
날 죽이기 위하여 많은 준비를 했었고, 또 평소 가지고 다니는 아이템들도 많은 편이었다.
그중 몇 가지는 굉장히 진귀한 재료였는데 내가 리오덴을 부른 이유였다.
“공격 마법 아이템은 쓸모가 거의 없어. 와이번의 가죽은 마법 방어력도 엄청 높으니까.”
3~4서클 마법이 새겨져 있는 마법 스크롤이 공격 마법 아이템이었는데 사냥에는 효과가 없었다.
“쓸 만한 건 방어 마법 아이템이야. 그건 전부 기사들에게 보급할 생각이지.”
리오덴이 동의했다.
“기사들은 궁수를 지키는 역할을 맡았으니 기사들이 가지고 있다가 적절히 사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나는 생각했던 부분 중 중요한 점을 말했다.
“궁수의 공격이 와이번에게 통하지 않겠지?”
“오크랑 전투를 하면서 느꼈던 건 확실히 서부의 병사들이 정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전투를 두려워하지 않고 병사들의 수준이 모두 높았죠. 하지만 상대가 와이번이라면 다릅니다.”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
와이번의 가죽은 오크와는 차원이 달랐다.
리오덴은 그 점을 지적했다.
“오크들은 궁수들이 죽일 수 있었지만, 와이번은 다릅니다. 더구나 싸우는 지형도 완전히 불리합니다.”
내가 리오덴의 설명에 지형의 불리함을 짚어냈다.
“오크들을 상대할 때는 궁수들이 성벽 위에서 아래로 화살을 쐈지. 하지만 와이번 사냥은 반대야. 아래에서 날아다니는 와이번에게 화살을 쏴야 돼.”
“위력이 당연히 반감될 겁니다.”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바로 재료 아이템을 말했다.
“재료 아이템이 있어. 장인들에게 보여줘야 될 것 같지만 아마 화살에 어떤 형식으로 사용하면 평범한 화살과는 완전히 달라질 거라 생각해.”
“어떤 재료 아이템입니까?”
리오덴은 놀라지 않고 아이템의 정체부터 물었다.
“은빛 모래라는 재료 아이템인데 수량은 그리 많지 않아. 내가 알기로는 은빛 모래를 무기에 바르면 무기의 날카로움이 몇 배는 증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
리오덴은 이제야 놀랐다.
“은빛 모래 말씀이십니까?”
“맞아. 아는 아이템이야?”
“엄청나게 진귀한 아이템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한 아이템도 아니죠. 해안 도시가 많은 남부에서 주로 수출하는 아이템인데 대부분 마탑에서 수입합니다.”
나보다 리오덴이 은빛 모래에 관하여 더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설정한 아이템 중 특수 아이템 중 하나였기 때문에 나는 딱 무기 강화 정도만 설정했다.
리오덴은 그보다 상세하게 설명했다.
“은빛 모래는 무기의 날카로움을 증가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마법 실험을 할 때 부작용이 감소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마탑에서 제1순위로 수입하는 것이죠.”
“그렇군. 어쨌든 우리는 마법 실험할 생각은 없으니 궁수들의 화살을 강화시키는 데 사용할 생각이야.”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수량을 장인들에게 넘기고 화살에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지. 일단 그것으로 궁수들의 화살이 와이번에게 상처만 줄 수 있다면 작전의 첫 번째가 완성되는 거거든.”
리오덴이 내 말을 기다렸다.
나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와이번과 정면 대결은 불가능해. 매복이 최선이야. 다행히 어둠의 숲이라면 이제 우리가 제법 잘 아니까.”
“매복 말씀이십니까?”
“맞아. 매복해서 와이번을 사냥해야 돼. 궁수들이 유리한 지형에서 활을 쏠 수 있게끔 해주고 와이번이 궁수들에게 집중하는 순간 나와 게일이 결정타를 넣는 형식으로 사냥이 진행되어야 하지.”
리오덴은 간략하게 요약한 내 작전을 듣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
나는 리오덴이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잠시 뒤 리오덴이 입을 열었다.
“매복은 좋은 생각이십니다만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가 문제입니다.”
“맞아. 그게 가장 큰 문제야. 놈의 지능은 인간과 버금갈 정도. 먹이로 유혹하는 짓 따위는 통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지.”
리오덴이 이번에는 깊은 고민에 잠겼다.
“많은 이들과 논의를 해보자. 이 이야기는 둘의 머리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
내 말에 리오덴이 동의했다.
“서부 병사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죠. 모두 오랫동안 서부에 살았으니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에 대한 소문은 한 번쯤은 들었을 겁니다. 의외로 좋은 정보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나는 리오덴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좋아.”
* * *
리오덴과의 회의 이후 서부 영주들, 마이크 후작과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묘수는 나오지 않았다.
“시간은 있는데…….”
나는 막사 안에서 하루를 정리하며 중얼댔다.
분명 생각할 시간은 많았다.
이제 막 정찰을 위하여 헤밀튼이 떠난 상황이었다.
헤밀튼이 돌아오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하는 동안 작전을 짜면 되지만 이상하게 머리가 아팠다.
‘아, 뭔가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야전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정령들에게 물어볼까?”
오늘은 정령들을 소환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나는 곧바로 정령을 소환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전하!”
밖에서 목소리가 들리자 나는 정령을 소환하지 않고 대답했다.
“무슨 일이야?”
“마이크 후작입니다.”
“안으로 모셔라.”
곧 하인이 막사 문을 열었고, 마이크 후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특이한 건 마이크 후작 뒤로 처음보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일단 두 사람에게 자리를 권했다.
마이크 후작을 따라온 사람은 노인이었는데, 자신이 앉아도 되는지 묻는 눈빛이었다.
“앉으세요.”
내 말에 노인은 황송하다는 듯 꾸벅 허리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엉덩이를 붙였다.
“밤이 늦었는데 무슨 일이십니까?”
마이크 후작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와이번 사냥에 대해 고민이 많으신 것 같아 한시라도 빨리 해결해드리고자 무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이번 사냥에 대해 뭔가 해법이라도 나왔습니까?”
마이크 후작은 노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네가 직접 말씀드리게.”
“네, 네.”
나도 노인을 바라보았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마이크 후작보다도 나이가 더 많아 보였다.
“저는 헤밀튼 남작 영지에 살고 있는 어번이라고 합니다.”
노인은 자신의 소개부터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직접 차까지 우려 준 뒤 노인이 편안하게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마시면서 편안하게 말씀하세요.”
황태자 신분이 된 이후 누구에게나 말을 편하게 하는 버릇이 생겼지만, 나이가 월등히 많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저절로 존댓말이 흘러나왔다.
어번은 그 사실 자체가 감격스럽기도 하면서 부담스러운 듯 슬쩍 내 눈치를 보았다.
평생 귀족의 그림자도 밟지 못하는 평민으로 살면서 황태자가 주는 차를 마시고 존대를 들으려니 불편한 모양이었다.
‘서부라고 해서 딱히 귀족들이 평민을 인식하는 게 다른 건 아니니까.’
어번이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입을 열었다.
“제가 젊었을 적에도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에 대한 소문은 있었습니다.”
나는 허, 하고 놀라움을 토해냈다.
“정말입니까?”
마이크 후작이 슬쩍 끼어들었다.
“보통 와이번 수명보다 그 와이번은 훨씬 오래 사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폐허의 지배자라는 악명도 붙었겠죠.”
어번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부인이라면 폐허의 지배자 소문은 모두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겁니다.”
나는 계속 말해보라는 듯 어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젊었을 적에 와이번이 한 번 난동을 부린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놈이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어둠의 숲 경계에 살고 있던 몬스터들이 일제히 내려온 적이 있었죠.”
마이크 후작이 손뼉을 쳤다.
“맞아. 저도 기억나는 것 같습니다.”
“당시 후작님의 영지는 이곳이 아니었죠?”
마이크 후작은 전쟁을 통해 세운 공으로 후작 작위를 받았다.
본래 귀족이라 정확하게는 작위가 올라간 것이고 서부의 넓은 영지를 하사받으면서 변경백 역할까지 맡았다.
“저도 서부인이니까요.”
마이크 후작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번이 말을 이었다.
“그때 서부인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제 아들도 그때 잃었습니다.”
슬픈 이야기였다.
“복수심에 무작정 와이번을 찾아 어둠의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번의 표정은 이미 십 년도 전의 일임에도 분노를 누르고 있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원수, 힘이 없어 끝내 아들을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는 무력감이 표정에서 묻어났다.
“제대로 된 검술도 익히지 못한 저로서는 어둠의 숲에서 살아남는 것조차 무리였습니다.”
“어떻게 살아 나왔습니까?”
아마도 어번이 살아나온 경위가 이번 사냥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와이번이 나타나서 모든 몬스터들이 물러갔습니다. 와이번은 저 같은 작은 인간이 아니라 다른 것에 집중했습니다.”
“다른 것?”
어번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블랙 오우거였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보통 블랙 오우거가 아니었습니다.”
‘블랙 오우거라면 그때 와이번과 함께 우리를 공격했었던 오우거인데.’
물론 블랙 오우거가 한 마리만 있는 건 아니었다.
어번이 만났던 블랙 오우거와 내가 만났던 블랙 오우거는 분명 다른 오우거였다.
내가 만난 블랙 오우거는 그리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지 않았으니까.
몬스터도 당연히 생명체였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성장하고 늙는다.
블랙 오우거 역시 어둠의 숲에 사는 특별한 오우거라고 하지만 영생을 사는 건 아니니까.
“제가 블랙 오우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그동안 살면서 들은 풍문과 제가 봤던 블랙 오우거와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무슨 차이입니까?”
“심장에 보석이 하나 박혀 있었습니다. 굉장히 커서 여전히 기억에 남을 정도입니다.”
나는 서둘러 물었다.
“어떤 보석입니까?”
“저도 보석을 본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아마 자연적인 보석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 박아 넣은 것 같았습니다. 그 오우거가 어떻게 보석을 박고 살아 움직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어번에게 재빨리 만년필을 쥐여 주었다.
“그릴 수 있겠습니까?”
“네.”
그림을 그리는 어번을 보면서 그냥 넘어가지 않고 나는 의문점을 물었다.
“와이번이 그 보석 때문에 블랙 오우거에게 집중한 게 맞습니까?”
“네. 블랙 오우거를 죽이고 먹을 줄 알았는데 먹지도 않더군요. 심지어 저를 봤지만 그냥 갔습니다. 그 보석만 입에 물고 말입니다.”
어번은 그림을 그리는 자체가 어색한 듯 손놀림이 늦었지만 점차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림이 선명해졌다.
“바로 이겁니다.”
마이크 후작이 낮게 중얼댔다.
“라인하이드의 문양.”
“그게 뭡니까?”
마이크 후작의 목소리에 억눌린 신음이 섞였다.
“멸망한 마법사 왕국의 문양입니다. 제국이 세워지기 훨씬 이전 고대라 불리우는 시기에 이 서부를 지배하고 있었던 왕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라인하이드라…….”
머리가 간질간질했다.
어디선가 꼭 들어본 것 같았다.
나는 이내 몸을 벌떡 일으켰다.
‘라인하이드! 카렌의 미스릴 검을 만든 왕국!’
내가 영웅 카렌, 즉 소설을 집필할 때 보물이란 보물은 모두 라인하이드 문양이 있다고 설명했었다.
“그 와이번이 설마…….”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나를 보며 두 사람이 의문 섞인 시선을 보냈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건 아직 내가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나만이 알고 있는 지식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