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1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15화(115/278)
115화.
게일은 참 좋은 수하였다. 나를 언제나 겸손하게 만들어주니까. 게일이 내 편이라 어찌나 다행인지.
헉헉거리는 나를 향해 게일이 손을 내밀었다.
“전하, 돌아가실 시간입니다.”
“그, 그래. 잠깐 숨 좀 고르고.”
솔직히 게일을 이기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호각을 이룰 것이라 생각했다.
나의 단단한 착각이었다.
시종일관 게일에게 농락당했다.
‘나름 상급 정령사 중 가장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소드 마스터와는 차이가 많이 나는군.’
나는 호흡을 고른 뒤 게일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전하께서는 이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셨습니다. 자부심을 가지셔도 좋습니다.”
게일의 위로에 나는 농담을 던졌다.
“처참하게 발라놓고 그런 말을 하면 위로가 될까?”
나의 말에 게일은 옅게 웃었다.
“자부심이 자만이 되면 안 되니까요.”
나는 허허,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오늘 수련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소드 마스터가 무서운 건 무엇이든 벨 수 있는 오러 블레이드가 대표적이었지만, 바로 공간을 장악하는 능력이었다.
소드 마스터가 기세를 뿜어내면 단순한 기세가 아니라 마나까지 함께 흘러나온다.
마나는 주변의 공간을 완전히 장악하고, 그 안에 있는 다른 마나의 흐름을 허락하지 않는다.
즉, 소드 마스터의 기세 범위 안에서는 스킬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다음에 소드 마스터와 싸우게 된다면 거리를 벌리는데 최대한 중점을 둬야겠어. 아니면 상대의 움직임을 봉쇄하거나.’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던 수련이라 막사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나만 도움이 된 수련이라 좀 그러네.”
내 말에 게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 역시 정령사를 상대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전하와의 대련은 언제나 도움이 되지요.”
“그렇다면 다행이네.”
막사 앞에 도착하니 리오덴과 데이비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 왔나?”
내가 먼저 말을 걸자, 두 사람이 고개를 숙였다.
“전하, 다녀왔습니다.”
은빛 모래를 장인들에게 가져갔던 리오덴과 데이비드는 결과를 가지고 돌아왔다.
나는 일단 두 사람을 막사 안으로 안내했다. 게일까지 넷이서 작은 회의가 열렸다.
‘전쟁이 끝난 뒤는 회의의 연속이군.’
와이번 사냥 준비가 쉬운 건 아니니 그만큼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데이비드가 말했다.
“다행히 은빛 모래를 다룰 수 있는 장인이 있었습니다.”
은빛 모래는 까다로운 재료였다.
자칫 잘못 제련하면 무기를 강화시키지도 못하고 재료만 낭비할 수 있었다.
리오덴이 덧붙였다.
“서부의 장인들 중 가장 뛰어난 장인이라고 합니다.”
나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내가 너무 섣불리 좋아만 한 것일까?
리오덴이 좋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안 좋은 소식?”
“네. 은빛 모래가 모자라서 강화시킬 수 있는 화살 숫자가 예상보다 많지 않습니다.”
내가 원한 건 최소 2,500발 이상이었다.
궁수가 250명이니 은빛 모래로 강화한 화살을 한 명당 최소 10발은 가지고 있어야 와이번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몇 발이나 맞출 수 있대?”
“천 발 정도라고 합니다.”
너무 적은 숫자였다.
“은빛 모래를 더 구해야겠군. 이거 켄에게 계속 서신을 보내게 되는데.”
역시 이럴 때 만만한 건 리버힐 가문이었다.
뜯어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뜯어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서신을 작성해 마이크 후작 성 집사에게 전했다.
“일단 있는 건 전부 제련하기로 한 거지?”
“네.”
최소한 천오백 발 정도를 더 맞춰야 하니 와이번 사냥을 나갈 때까지는 예상보다 시기가 더 늦어질 것 같았다.
밖에서 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 헤밀튼 남작이 돌아왔다는 소식입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벌떡 일어났다.
“오! 사령부 본부 막사로 오라고 전해라.”
“우리도 가자고. 와이번 사냥 필요한 건 장비만이 아니라 작전도 중요하니, 헤밀튼 남작이 가져온 정보를 토대로 생각해보자고.”
“네.”
세 사람이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아직 서부 연합군 사령부 본부로 사용하던 막사는 철거하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자 한낮의 햇빛이 제법 따뜻했다.
빠르게 걷자 곧 사령부 본부 막사가 보였다. 내 개인 막사와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금세 도착했다.
안에는 이미 마이크 후작과 헤밀튼 남작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몸을 일으켜 나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나는 간단히 인사를 받고 사람들에게 앉으라고 말했다.
곧바로 헤밀튼에게 시선을 돌렸다.
“정찰은 잘 되었나?”
헤밀튼 남작이 대답했다.
“네. 다친 사람도 없습니다. 모두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다행이군.”
사전에 무리한 정찰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몇 번이나 당부했으니 죽은 사람은 없으리라 믿었다.
“전하, 차 한 잔 하시면서 이야기하시지요.”
마이크 후작이 집사를 불렀다.
* * *
집사가 모두에게 차를 준비해주었다.
“와인?”
내가 리오덴과 데이비드에게 묻자 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맥주?”
두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미안하네만, 흑맥주 두 잔 부탁할 게.”
집사가 고개를 숙였다.
용병 생활을 하면서 대륙을 떠돌던 이들에게는 와인보다는 흑맥주가 훨씬 더 친숙했다.
“은빛 모래 수량이 모자라다는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나는 차를 마시면서 마이크 후작에게 물었다.
“모자랍니까?”
리오덴과 데이비드는 나에게 곧장 보고 하러 온 모양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 발 정도만 맞출 수 있다더군요.”
나는 걱정 말라는 듯 말을 이었다.
“일단 켄에게 다시 서신을 보냈습니다.”
마이크 후작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켄 군사가 맡은 역할이 막중하군요. 리버힐 가문과의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쪽의 명분과 증거가 너무 확실하니 멸문하고 싶지 않다면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요.”
나는 다소 잔혹한 말임에도 망설이지 않고 쏟아냈다.
“황태자를 죽이려 공조했으니, 증인과 증거가 폐하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두 가문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됩니다. 멸문하느냐, 폐하께 대항하느냐죠.”
내 입장에서는 이 기회를 통해 두 가문을 제거하는 게 가장 좋을 수 있었다.
‘두 가문을 멸문시켜 보았자 경쟁자가 줄어들 뿐.’
내가 선택한 길은 두 가문으로부터 엄청난 보상을 받아 서부를 키우는 일이었다.
무엇이 더 옳은 판단이냐는, 지금 따질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은빛 모래 수량도 시간만 있으면 맞출 수 있을 겁니다. 리버힐 가문은 대륙 최고의 마법사 가문이니까요.”
집사가 다시 들어와 흑맥주 두 잔을 리오덴과 데이비드에게 나눠주었다.
나는 좀 더 편안한 분위기를 위해 진하게 웃었다.
“헤밀튼 남작도 차보다는 맥주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아닙니다.”
헤밀튼 남작은 차가 아주 마음에 든다는 듯 벌컥벌컥 마셨다.
꽤 뜨거울 텐데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마시는 모습에 무척이나 놀랐다.
“한 번에 마시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여튼 몸집만큼이나 박력이 넘치는군.”
잠시 무거운 주제로 분위기가 싸했던 막사 안은 금세 밝은 분위기로 변했다.
나는 헤밀튼 남작에게 찬물을 따라주며 물었다.
“정찰 임무에서 다친 사람이 없어 다행이고. 지형은 잘 살펴보았나?”
“네.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 둥지도 직접 들어가 보았습니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둥지에도 다녀왔다고?”
“와이번이 자리를 비웠을 때 잠시 다녀왔습니다.”
나는 혀를 내둘렀다.
설마 둥지까지 살펴보고 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마이크 후작은 걱정스럽게 헤밀튼에게 물었다.
“혹시 안에 특별한 게 있었나? 혹 새끼라던가.”
와이번은 새끼를 낳는 몬스터였다.
어둠의 숲에 와이번은 폐허의 지배자 한 마리로 알려져 있지만 그건 단지 인간들의 착각일 수 있었다.
광활한 어둠의 숲이니만큼 다른 와이번이 살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새끼는 없었지만…… 이상한 물건들이 많았습니다. 다 챙길 순 없었고 가벼운 한 개만 가져왔습니다.”
헤밀튼 남작이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 올려놓았다.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보석이었다.
“라인하이드 가문의 문양.”
내가 신음을 삼켰다.
헤밀튼 남작도 라인하이드 가문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문양이 라인하이드 가문의 문양입니까?”
내가 헤밀튼 남작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둥지에는 이런 보석만이 아니라 검이나 활은 물론 갑옷도 있었습니다. 우선 가장 가벼운 이 보석만 챙겼습니다.”
마이크 후작이 입을 뗐다.
“아무래도 그 와이번은 어떤 형식으로든 라인하이드 가문과 관련이 있는 모양입니다. 매복지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은 굳이 실험하지 않아도 확인이 되었군요.”
본래 라인하이드 가문의 물건 중 하나로 실험해 보려고 했지만, 헤밀튼 남작이 정답을 가져왔다.
“가디언일 겁니다.”
내 말에 리오덴이 물었다.
“가디언 말씀이십니까?”
나는 적당히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포장해서 말했다.
“맞아. 황궁 도서관에서 고대 왕국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어. 라인하이드 가문은 마법사만의 가문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마법에 뛰어난 드워프들의 가문이라는 이야기였지.”
오, 하고 탄성이 터져나왔다.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게일은 딱히 의심하지 않았다.
게일이 알고 있는 과거의 나는 방에만 틀어박혀 하루종일 책만 읽었으니까.
황궁 도서관에는 수만 권이 넘는 책이 있으니 그중 하나가 고대 왕국들에 관한 책이라 하여도 큰 문제는 없었다.
“물론 그 책은 일종의 전설 모음집이라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와이번을 보니까 가디언에 관한 건 사실인 것 같아.”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설명했다.
“라인하이드 가문은 드워프들의 가문이고 그들은 여타 드워프들과 다르게 광산이 아니라 서부에 살았어. 마법에도 굉장히 조예가 깊었지. 그래서 자신들의 물품에 마법을 새겨 넣었지.”
라인하이드 가문의 물건 중 거의 모든 물건에 마법이 새겨져 있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꼭 전래동화를 읽어주는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라인하이드 가문이 멸문한 이유는 그 책에 없었지만, 멸문하면서 가장 중요한 역작들은 대륙 곳곳에 숨겨 놓았다고 했어. 그리고 그 역작을 지키기 위하여 가디언도 만들었다고 되어 있었지.”
“그럼 전하께서는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이 라인하이드 가문이 만든 가디언이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리오덴의 질문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그렇잖아. 당장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은 벌써 수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둠의 숲에서 살았어. 와이번의 평균 수명이 40년 남짓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마이크 후작이 내 말에 덧붙였다.
“제가 어렸을 때도 이미 아버지, 할아버지로부터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에 관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나는 마이크 후작의 말을 받았다.
“수명, 둥지에 있는 라인하이드 가문의 물건, 블랙 오우거의 심장에 박혀 있던 보석을 회수한 일…… 여러모로 볼 때 평범한 와이번이 아니라 가디언이 확실해.”
게일이 슬쩍 물었다.
“그럼 사냥은…….”
“사냥은 예정대로 진행되어야지. 헤밀튼 남작 덕분에 라인하이드 물건 하나를 확보했으니까 리버힐 가문에는 은빛 모래만 받으면 되겠군.”
리오덴이 재빨리 반박했다.
“하나로는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이왕 받는 김에 굳이 켄에게 다시 서신을 보내지 마시고 받으시죠.”
리오덴의 의견이 옳은 것 같았다.
“그러지.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니까. 헤밀튼 남작 정말 수고했어.”
헤밀튼 남작은 조금 전과 표정이 살짝 달랐다.
보석을 바라보는 눈빛이 묘했다.
‘욕심인가? 라인하이드 가문의 물건은 가치가 상당하니…… 하지만 그가 굳이 욕심냈다면 내게 보일 이유도 없을 건데.’
나는 궁금증을 느꼈지만, 일단 이대로 회의를 종료했다.
“오늘은 일단 쉬고 내일 다시 모이지. 헤밀튼 남작, 나머지 정찰 결과를 정리해서 내일 보고해.”
“네, 전하.”
내가 몸을 일으켰다.
기지개를 켜며 막사를 나오자 헤밀튼 남작이 슬쩍 내 뒤를 따랐다.
“전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