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1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16화(116/278)
116화.
헤밀튼 남작이 나를 따로 보자고 하는 일은 처음이라 순간 당황했다.
“할 말이 있다고?”
“네. 전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딱히 거부할 이유도 없었고 헤밀튼 남작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하여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저녁 시간이니 같이 식사하지.”
막사에 도착하자 나는 헤밀튼 남작에게 자리를 권하며 물었다.
“자네도 차보다는 맥주인가?”
헤밀튼 남작이 씨익 웃었다.
“네. 전하. 와인보다도 맥주를 더 좋아합니다. 본디 귀족 출신이 아닌지라…….”
“출신과 입맛은 상관없네.”
나는 딱히 헤밀튼에게 장황한 감언이설 같은 건 늘어놓지 않았다.
‘실제로 나도 귀족이 아니었으니 생각 자체가 다르지.’
나는 제도로 신분을 나누는 곳이 아니라 돈과 권력으로 신분이 나뉘는 시대를 살았다.
“맥주를 좋아하는 입맛이면 맥주를 마시면 되지.”
집사가 맥주와 식사를 막사 안으로 가져왔다.
“편안하게 이야기하도록.”
“라인하이드 가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나는 흥미가 돋았다. 라인하이드 가문은 현재 와이번 사냥에 있어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이 라인하이드 가문이 만든 가디언인 것은 내 생각에 확실해. 라인하이드 가문에 대해 정보가 더 있다면 매우 좋은 일이지.”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헤밀튼은 장차 내 곁에 두고 밤의 그림자 걸음 길드원들을 통솔할 인재로 점찍어 두었다.
켄의 군사 조직.
게일의 기사단.
소리스의 행정 조직.
그리고 헤밀튼은 앞에 내세울 순 없지만 중요한 정보 수집 및 뒷일을 은밀히 처리하는 조직의 수장감이었다.
“개인적인? 오, 괜히 더 궁금해지는 기분이네.”
나는 이 자리가 평소와 같은 자리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식사를 하면서 헤밀튼의 이야기를 들었다.
헤밀튼 역시 서두르지 않고 포크를 놀렸다.
“저는 광산에서 태어나 광산에서 자랐죠. 평생을 철광석을 캐는 운명이었습니다. 철이 들 때쯤 제가 노예라는 사실에 절망할 때도 많았습니다.”
헤밀튼이 말을 이었다.
“그때 철광석 광산에서 발견한 게 있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헤밀튼은 자신의 품에서 책자 하나를 꺼냈다.
오래된 양피지였는데, 세월의 흔적은 묻어 있지만 글씨는 선명하도록 특수한 마법 처리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암살…… 비기.”
“고대의 언어를 읽으실 줄 아시는 겁니까?”
한자였고, 내가 직접 설정한 보물 중 하나이기도 했다.
“가장 앞장에 있는 언어를 저는 몰랐지만 내용을 보고 책 이름을 알 수 있었는데 전하께서는 역시 학식이 높으시군요.”
나는 쓰게 웃었다.
“많이 아는 건 아니야. 이걸 철광석 광산에서 발견했다고?”
“그렇습니다. 그 암살비기와 철광석 광산에서 채취한 특수한 철광석이 있습니다.”
“특수한 철광석?”
“정확한 이름은 몰라 그리 부르고 있었는데…… 라인하이드 가문의 문양이 새겨진 광석이었습니다.”
나는 혀를 내둘렀다.
헤밀튼 남작은 정말 비밀 덩어리였다.
“암살비기에는 그 광석을 제련하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마나 왜곡석입니다. 마나 왜곡석과 암살비기 덕분에 카이온을 죽일 수 있었습니다.”
나는 헤밀튼 남작의 말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자네는 라인하이드 가문의 물건을 통해 힘을 얻었다는 뜻인가? 그동안은 모르고 있었고?”
“네. 라인하이드 가문에 대해서는 소문으로만 들었지 문양을 본 적은 없었습니다. 제가 배움이 짧아 암살비기와 마나 왜곡석 제조법도 라인하이드 가문의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목이 타 맥주에 손이 갔다.
헤밀튼의 말이 조심스럽게 이어졌다.
“제가 노예로 있었던 광산은 파웬 가문의 광산이었고 영지로 하사받은 곳도 바로 파웬 가문의 영지였습니다. 아무래도 파웬 가문과 라인하이드 가문은 뭔가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헤밀튼의 말은 그럴듯했다.
충분히 두 가문의 연관 관계를 조사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라인하이드 가문의 물건이 그토록 대단한 것인 줄 잘 몰랐기 때문에 별 감흥이 없었지만, 오늘 회의에서 들은 이야기를 생각하면 전하께 파웬 가문과 제 암살비기에 대해서도 알려야겠다고 느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운 일이야. 라인하이드 가문에 대해 많은 정보가 있으면 와이번 사냥만이 아니라 내 앞으로의 계획에도 큰 도움이 될 거야.”
나는 서부에 있는 동안 할 일을 하나 더 찾았다.
“자네 영지로 가지.”
“지금 말씀이십니까?”
“아니지. 광산도 한번 가 보고 싶군.”
카렌이 독점할 보물들의 흔적이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 * *
다음 날, 나는 짐을 챙기고 헤밀튼 남작의 영지로 향했다.
마이크 후작은 아쉬워했지만, 막사에서 계속 지내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라 말하며 나를 보내주었다.
나는 켄이 올 때까지 서부 연합에 대해 결정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내 뒤로는 데이비드, 리오덴 그리고 게일이 따라오고 있었다.
헤밀튼의 수하들도 함께였다.
“거리가 머나?”
“아닙니다. 제 영지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말을 타고 가면 반나절이면 가는 거리입니다.”
나는 질풍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좋군!”
어제의 이야기를 내가 먼저 꺼냈다.
“본래 파웬 가문의 영지였다고?”
“네.”
나는 궁금하던 점을 물었다.
“파웬 가문은 어떻게 되었나?”
“파웬 가문은 본래 후계자가 없었는데 마지막 가주가 죽고 영지가 비어버렸습니다.”
라인하이드와 연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나는 파웬 가문에 대해서도 알아볼 작정이었다.
‘파웬 가문에 대해서 알고 라인하이드 가문의 끈을 잡을 수 있다면 카렌과 동료들이 독점할 보물들을 먼저 찾을 수도 있다.’
론 칼 레오드, 그리고 칼페온 제국이라는 거대한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카렌에게는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나는 카렌에게 많은 동료를 주었고, 또 보물을 독점하게 설정하면서 부족한 힘을 채웠다.
처음 몇 개의 보물은 자세하게 설정하고 보물을 얻는 모험도 집필했지만, 나중에는 달랐다.
보물을 얻는 건 고작 한두 줄로 끝냈다.
당장 파멸의 검을 얻는 것만 자세히 서술했어도 아마 어둠의 숲에서 내가 찾았을 것이다.
‘우연히 얻었다, 기연이었다. 진짜 최악의 작가였어.’
나는 머리를 흔들며 내 과거를 지워냈다.
지금 후회해도 변하는 건 없었다.
라인하이드 가문의 물건들이라는 설정 덕분에 나는 희망의 끈을 찾았다.
‘파멸의 검은 드워프가 제작한 최고의 검…… 또 온갖 마법 무구와 아이템들.’
모두 고대에 만들어진 보물들이었고 훗날 카렌이 제국을 무너뜨리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먼저 움직일 수 있게 되었어.’
내가 말이 없자 헤밀튼도 잠시 말을 잇지 않았다.
“파웬 가문에 관한 건 얼마나 남아 있나?”
헤밀튼이 재빨리 대답했다.
“영주성을 그대로 사용하는 중이고, 파웬 영주가 사용하던 물건들도 모두 따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래?”
헤밀튼은 슬쩍 뒤에 눈치를 보더니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영주의 유산을 이어받는 과정에서 저는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이미 상당수가 알고 있지만…….”
“말해도 되네. 모두 믿을 만한 사람들이야. 자네 수하들이고.”
나는 대충 짐작이 갔기에, 웃으며 물었다.
“파웬 영주가 보관하고 있던 노예 문서를 불태웠나? 영지에 평민이 늘고, 그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평판은 익히 들었네.”
헤밀튼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파웬 가문이 멸문했고, 그의 모든 재산이 자네에게 귀속되었는데 노예 문서를 불태운 건 죄가 아니라 자네의 아량이지. 철광석 광산에서 일하던 이들은 모두 주민이 되었나?”
“그렇습니다.”
헤밀튼은 목이 메이는 듯 목소리가 갈라졌다.
“잘했군. 분명히 말하지만 그건 죄가 아니라 자네가 영주로서 행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야. 마음에 담아두지 말게.”
“감사합니다. 전하.”
사실 따지자면 죄는 죄였다.
파웬 가문의 모든 재산을 헤밀튼이 물려받은 건 사실이었지만 노예 같은 경우는 문제가 좀 달랐다.
보통 재산 목록 중에 노예는 황제의 재가를 얻어 물려받는다.
노예도 병력이 되기 때문이다.
헤밀튼은 황가에 보고하지 않고 노예 문서를 불태우고 자신의 주민으로 받아들였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말도록. 잘한 일이니까.”
“감사합니다. 전하.”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는 헤밀튼을 보면서 나는 웃으며 말했다.
“자, 서두르자고. 저녁은 자네 성에서 먹어야 하지 않나.”
나는 말이 끝나자마자 질풍에게 신호를 보냈다.
질풍이 점차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질풍과 함께 달리면서 상쾌한 바람을 맞으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이래서 승마를 배우는 모양이었다.
동시에 정령들을 소환했다.
상급 정령 넷을 단번에 소환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일이니까.
‘파웬 가문이라.’
나는 달리면서 파웬 가문에 대해 떠올렸다.
라인하이드 가문은 확실히 기억하지만 파웬 가문에 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머릿속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떠오르지 않았다.
절로 미소가 번졌다.
삶을 살면서 변수는 수도 없이 일어나는 법이었다.
내 삶도 다른 이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
내가 쓴 것과 다르다고 당황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적절한 선택을 거듭하면 언젠가는 목표한 곳에 도달하기 마련이니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모든 잡념을 잊고 질풍과 달리는 기분에만 취해 있을 때 멀리서 성벽이 보였다.
꽤나 허름한 성벽은 오랫동안 보수하지 않은 티가 역력했다.
“전하, 도착했습니다.”
헤밀튼의 말에 나는 속도를 줄였다.
“가지.”
파웬 가문이 무엇을 남겼을까?
내심 암살비기와 같은 것이 또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헤밀튼을 소드 마스터까지 암살하게 만들어 주었던 암살비기!
‘대륙에 풀린 비급이 몇 개 있는데 모두 카렌의 동료 몫이었지. 일단 하나는 확보했고.’
무공이라는 설정까지 넣었기 때문에 비급도 당연히 있었다. 암살비기만 하더라도 무공 비급이니까.
나는 기대감을 가지고 헤밀튼 남작의 성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