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18)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18화(118/278)
118화.
-파멸의 검을 얻는 자, 세상을 얻으리라.
일기의 첫 권은 그렇게 끝났다.
나는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
“참 알 수 없는 세계구나.”
생각할 게 너무 많았다.
* * *
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 나머지 일기들을 자세히 읽었다.
하지만 딱히 주목할 만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일기를 덮으며 목을 주물렀다.
“으, 파멸의 검 말고는 건질 게 없네.”
카렌에게는 여러 가지 명분이 있지만 파멸의 검은 하나의 상징이었다.
바로 황제가 될 이에게 주어지는 하나의 운명과도 같은 상징!
오로지 미스릴만으로 만든 검, 인간이 아니라 라인하이드 가문 최고의 장인이 직접 벼린 검!
인간 장인의 기술로는 미스릴만으로는 검을 만들 수 없었다.
대부분의 미스릴 검이 미스릴을 어느 정도 섞었다는 뜻이었지 순도 100%의 미스릴 검은 오직 파멸의 검 하나뿐이었다.
“파멸의 검은 어둠의 숲 던전에 잠들어 있었고, 그것을 지키던 건 폐허의 지배자.”
나는 상황을 정리하고 이제 남은 건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파웬 가문에 대해서는 좀 더 알아볼 가치가 있었지만, 마지막 가주의 일기나 혹은 유산을 보면 딱히 더 나올 것도 없어 보였다.
‘혹시 라인하이드 물건에 대한 단서가 있을까 기대했는데 그런 건 없나?’
어제 가져온 문서 중 일기와 족보만 있는 건 아니었다.
여러 가지 문서도 있었는데 아마도 행정에 필요한 문서들인 것 같아 주의해서 살피지는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나는 문서들을 정리하면서 한 장 한 장 읽어보았다.
대부분이 예상했던 것처럼 영지 운영에 관한 문서들이었다.
“이건?”
끈질기게 문서를 살펴보다가 나는 새로운 문서를 발견했다.
다른 것과 다르게 그림으로 이루어진 문서였는데, 글자는 하나도 없었다.
‘뭐지?’
나는 그림을 자세히 보았는데 정체가 무엇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들어와.”
집사였다.
마이크 후작의 집사와 다르게 헤밀튼 남작의 집사는 무척이나 젊었다.
“아침 식사입니다, 전하.”
“고마워. 참, 게일하고 헤밀튼 남작, 리오덴과 데이비드 좀 식사 끝나고 접견실로 오라고 전해줘.”
“네. 전하.”
“아, 나도 접견실이 어디인지 모르니까 가르쳐주고.”
집사가 싱긋 웃었다.
“물론입니다.”
* * *
식사를 치우면서 하녀가 나에게 접견실을 알려주었다.
“고마워.”
하녀가 꾸벅 고개를 숙인 뒤 사라졌고, 나는 접견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이미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일단 문서부터 꺼내놓았다.
“파웬 가문의 여러 문서들을 살펴보던 중 이 그림만 알 수 없어 같이 보려고 가져왔습니다.”
모두가 문서에 집중했다.
리오덴의 입에서 가장 먼저 말이 흘러나왔다.
“지도입니다.”
“지도?”
헤밀튼은 모르는 눈치였다.
데이비드도 지도라는 말을 듣고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게일만이 리오덴의 말에 동의했다.
“이건 제국이 세워지기 이전에 만들어진 지도입니다. 지명도 없고 특색 있는 도시에 표시도 해놓지 않았으니 알아보기 힘들지만 지도가 확실합니다.”
게일의 말에 나는 지도를 유심히 보았다.
‘리오덴은 뭔가 알지 않을까?’
목소리에 절로 기대감이 번졌다.
“리오덴, 혹시 이런 지도에 대해서 듣거나 본 적 있어? 자네는 여러 곳을 다녔고 한때 용병단도 운영했으니 의뢰를 받으면서 남들이 잘 모르는 것도 접해 봤을 것 같은데.”
나의 말에 리오덴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내 한 가지가 떠오르는 듯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요정이 만든 지도 같습니다.”
리오덴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요정이 만든 지도라고?”
“네.”
나는 허, 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리오덴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오래 전 요정과 인간이 교류할 때 요정들의 지도가 인간에게 흘러들어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데, 용병 생활을 할 때 들은 소문으로는 요정이 만든 지도는 모두 보물 지도라는 말이었습니다.”
리오덴이 잠시 숨을 골랐다.
여러 장으로 묶여 있는 문서 양피지들을 모두 분리하더니 퍼즐을 맞추듯 그림을 이리 붙였다, 저리 붙였다 맞춰 보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중간계 전체 지도입니다. 중앙 대륙부터 모든 대륙이 다 있습니다.”
헤밀튼의 말에 리오덴이 흥미로워했다.
“우리한테 안 보이는, 숨겨진 표시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정 지도면 보물 지도가 분명한데.”
무척이나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리오덴을 보면서 나는 문득 정령들이 생각났다.
나는 엘라임을 불렀다.
리오덴이 감탄했다.
“본래 정령은 인간보다 요정들과 훨씬 계약을 많이 했으니 그들이라면 요정 지도에 대해 뭔가 알 수도 있겠군요!”
엘라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령이라고 요정들에 대해 많이 아는 건 아닙니다. 단지, 우리를 중간계로 불러낼 수 있는 존재가 요정일 경우가 많으니 그들과 함께한 정령들은 요정에 대해 아는 게 있을 수 있다는 정도죠.”
나는 엘라임에게 시선을 돌렸다.
“약간의 암호를 걸어 만든 지도인데 그리 어려운 건 아니에요.”
“혹시 풀 수 있습니까?”
나의 말에 엘라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고위 마법은 아니라 푸는 건 어렵지 않아요.”
엘라임이 손을 휘저었다.
지도 위에 물방울들이 내려앉으며, 사사삭 소리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그림이 점점 선명해졌다.
나는 입을 벌리며 놀랐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곧 보이지 않던 여러 표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갖가지 기호와 글씨들이 살아났다.
“암호들을 지워내면 이렇게 본래 요정의 언어로 표시가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엘라임의 말이었다.
나는 이번에도 어제와 같은 경우를 겪었다.
언어가 저절로 해석되었다.
“요정들에게 부탁한다. 위대한 라인하이드 가문의 흔적을 남기노니, 부디 우리의 오랜 우정을 위해 헛된 이의 손에 라인하이드 가문의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지켜 달라.”
모두가 나를 바라보았다.
심지어 엘라임조차 놀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나는 요정의 언어를 해석한 것을 이번에도 ‘공부’로 둘러댔다.
지난날의 과거가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중요한 건 내 공부가 아니라 지도의 정체였다.
“여기 이 붉은 표시들이 모두 라인하이드 가문의 물건이 있는 곳이야. 여기가 어둠의 숲 맞지?”
내 말에 리오덴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하.”
“이게 죽음의 폭포인 것 같고. 이 지도에는 그냥 폭포라고만 되어 있네. 어둠의 숲에 폭포는 죽음의 폭포만 있으니까.”
나는 지도를 상세하게 살피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갔던 동굴이 근처에 엄청 많아. 그리고 그중 한 곳이 던전이고 파멸의 검이라는 라인하이드 가문의 보검이 있다더군.”
“네? 지도에 그렇게 자세히 나와 있습니까?”
데이비드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도에는 표시만 나와 있고 파멸의 검이라는 건 어제 파웬 가문의 마지막 가주 일기를 보고 알았어.”
“그렇군요.”
게일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평소와 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변했다.
“어쨌든 와이번이 지키고 있는 건 바로 파멸의 검이고 라인하이드 가문의 가디언이다.”
나의 정리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엘라임은…….”
나는 엘라임을 돌려보내려다가 이내 슬쩍 신호를 주었다.
엘라임이 운디네처럼 작은 요정의 모습으로 변해 내 어깨 위로 올라왔다.
푸른 요정의 모습에 잠시 모두가 눈을 끔벅였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이었다.
“가디언이기 때문에 문양이 박힌 물건을 회수한 거야. 와이번을 끌어들일 방법은 정해졌다는 거지.”
헤밀튼 남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둥지에서 본 것도 있으니 굳이 실험할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큰 산은 넘었군.”
나는 잠시 고민한 뒤 사냥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헤밀튼이 가져온 보석이 있으니 와이번이 확실히 반응할 거야.”
“네, 맞습니다.”
역시 리오덴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헤밀튼 매복 후보지가 정확하게 몇 군데지?”
“모두 세 곳입니다.”
“미리 한 번 가 보자.”
나의 즉흥적인 결정에 게일이 말했다.
“전하, 아직 궁수들의 화살도 준비되지 않았고 켄도 돌아오기 전입니다. 천천히 생각하시죠.”
반면 리오덴은 내 의견에 찬성했다.
“먼저 돌아보는 게 나쁘지 않습니다. 와이번을 사냥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 매복지를 돌아보는 일이니 어렵지 않을 겁니다.”
헤밀튼도 리오덴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맞습니다. 이미 저희가 정찰을 다해 놓았고, 와이번 성향도 어느 정도 파악해 두었습니다.”
나는 데이비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네 생각은 어때?”
“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매복지를 아무래도 눈으로 직접 보면 좀 더 자세한 작전을 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게일에게 물었다.
“게일, 괜찮을 것 같은데?”
게일은 하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모두의 의견이 그렇다면 저도 따르겠습니다.”
“좋아. 길 안내는 헤밀튼이 맡고 소수 정예로 움직이자고.”
나는 크게 기지개를 켜며 말을 이었다.
“으아아! 어둠의 숲이 이제는 집 앞마당 같네. 몇 번을 가는 거야.”
내 말에 리오덴과 데이비드가 웃음을 터뜨렸다.
“서부에 있는 시간보다 어둠의 숲에 있는 시간이 더 긴 것 같습니다.”
데이비드의 말에 나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고향 같아, 고향.”
이내 나는 헤밀튼에게 말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점심 먹고 출발할까?”
“네, 준비하겠습니다.”
매복지 정찰은 한 이틀에서 사흘 정도 걸릴 것 같았다.
‘켄이 빨리 와야 될 것 같은데.’
켄이 오기 전 사냥을 끝내고 싶었는데, 켄이 오지 않으면 사냥을 시작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은빛 모래가 부족하니까.
나는 몸을 일으켰다.
“밥 먹기 전에 영지 한 번 돌아보고 싶은데 가능할까?”
헤밀튼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능합니다.”
“집사와 다닐 거니까 자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정찰 준비를 부탁해.”
접견실을 나가자마자 헤밀튼은 집사를 데리고 뭔가를 말했다.
아마도 나를 잘 모시라는 이야기 같았다.
“가지.”
“네. 먼저 가장 가까운 마을부터 가겠습니다.”
집사의 말을 들으며 나는 게일에게 말했다.
“이따 점심에 보자.”
집사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나는 엘라임만이 아니라 실울펜, 이그니스, 클라임까지 불렀다.
집사는 흠칫 놀랐지만 열심히 표정을 수습했다.
“실울펜은 엘라임처럼 모습을 변화시킬 수 없어?”
실울펜의 표정이 구겨졌다.
-강아지처럼 변할 수 있습니다.
나는 실울펜에게 부탁했다.
“아무래도 주민들이 놀랄 수 있으니…….”
실울펜은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본래 모습이 좋습니다.
“그래도…….”
내가 말끝을 흐리자 실울펜은 후,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곧 모습을 변화시켰다.
‘이그니스였다면 그냥 돌아갔겠지.’
-당연하지.
이그니스의 대답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전하, 괜찮으십니까?”
집사는 내가 놀라자 당황한 모양이었다.
“아니야. 별일 아니야. 귀여운 강아지와 요정이니 주민들이 놀라지는 않겠지?”
내 말에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강아지는 무척 귀엽고 요정은 정말 신비롭습니다.”
“그래.”
나는 부드러운 웃음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영주성과 가장 가까운 마을이라 그런지 얼마 걷지 않아 입구가 보였다.
“농노는 없나?”
“네. 헤밀튼 남작 영지는 모두 자영농입니다. 농노는 따로 두지 않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영주 직속 농경지를 돌아가면서 관리해주고 있습니다.”
집사가 얼른 덧붙였다.
“아, 그곳에서 나오는 것들 중 영주성에 사용하는 건 일부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주민들에게 돌아가죠.”
“헤밀튼 영주는 정말 좋은 영주이군.”
내 말에 집사가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최고의 영주시죠.”
곧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주민들이 언제 소식을 들었는지 이미 나를 마중 나와 있었다.
“전하!”
땅에 엎드리는 이들을 나는 얼른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게. 마을을 좀 보고 싶은데 괜찮겠지?”
“물론입니다, 전하.”
그때 엘라임이 내게 말을 걸었다.
-정화의 힘이 느껴지는 곳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