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1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19화(119/278)
119화.
‘정화의 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정화의 힘이 뭔데?’
-중간계의 물 중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물이 있는데, 정화의 힘을 가진 물이라 부릅니다. 보통 정령들이 많이 머물렀던 물에 그런 힘이 생기지요.
엘라임의 설명이 이어졌다.
-정화의 힘을 가진 물은 말 그대로 치료제로도 사용할 수 있어요.
“오! 정말 좋은 물이구나!”
나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
“전하, 어떤 물을 말씀하시는지요?”
집사가 말했다.
엘라임이 육성으로 말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은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습으로 보였다.
“아, 엘라임하고 말한 거야!”
엘라임은 상황을 느끼고 웃으며 말했다.
“저도 가끔 소리내어 말할게요.”
어깨 위에 있는 작고 푸른 요정이 말하자 사람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나는 마을 사람들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근처에 물가가 있습니까?”
촌장으로 짐작되는 노인이 대표로 나와 말했다.
“네. 저쪽 기슭부터 내려오는 물길이 하나 있습니다.”
“하천 정도인 모양이군요?”
“네. 물이 많이 흐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 년 내내 마르는 일 없이 꾸준히 흐릅니다.”
나는 촌장에게 안내를 부탁했다.
물가로 가면서 주민들이 사는 모습도 천천히 살펴보았다.
수도보다 확실히 주민들의 삶이 어려워 보였다.
그나마 헤밀튼이 주민들을 굶기지 않기 때문에 표정들이 좋았다.
“올해 농사는 어떠십니까?”
촌장이 천천히 대답했다.
“올해는 풍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쁘지 않은 작황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로군요. 오크들과의 전쟁 때문에 행여나 양식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까?”
이번에는 촌장이 대답을 망설였다.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전쟁이 주민들의 삶을 궁핍하게 만드는 건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요. 고충을 파악하고 제국의 황태자로서 뭐라도 도움을 드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나의 부드러운 말에 촌장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보급품을 대면서 각 마을이 비축했던 양식을 사용한 건 사실입니다.”
촌장이 애써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비축분이 거의 떨어졌지만, 그래도 겨울을 넘기면 사정은 조금 나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산에서 사냥하거나 혹은 나물 같은 것들을 채취할 수 있으니까요. 물가에서 물고기도 잡을 수 있고요.”
물가의 물고기도, 산에 사는 야생동물들도, 나물까지도 모두 영주의 재산이었다.
헤밀튼 영주의 허락이 있기에 이들은 식량 비축분이 없어도 어렵지만 끼니를 꾸려갈 수 있었다.
어느새 물가에 도착했다.
“오, 물이 맑네요.”
나는 헤밀튼 영주에게 선물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무척 기뻤다.
“네. 날이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 물이라 마을에서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혹시 마을에 다친 사람이 있습니까?”
“다친 사람이요?”
“농사를 짓다가 다치는 건 부지기수라 들었습니다. 혹은 잔병치레는 누구나 하는 법이니 그런 주민이 있다면 데려오세요.”
‘엘라임, 이거 마시면 정화의 힘이 발휘되는 거야?’
-그건 아닙니다. 마시는 것도 방법이지만, 치료 효과가 바로 발휘되는 건 아닙니다.
‘그럼?’
나름 자신감 넘치게 말했는데 스킬을 사용하게 생겼다.
나는 이 물이 치료제로 쓰인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 마을을 단숨에 부흥시키려 했다.
적당한 유통망만 구하면 의료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 시대에 획기적인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으니까.
-정화의 힘을 가진 물을 중간계에서 제대로 사용하려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하나는 상처 치료와 질병 치료요.
‘상처와 질병?’
“전하 도착했습니다.”
“잠시만!”
나는 집사와 촌장의 말을 뒤로하고 엘라임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상처 치료에는 ‘몬시’라는 꽃이 필요해요. 몬시 꽃을 정화의 힘을 가진 물에 키우면 뿌리와 물이 만나 상처 치료에 특효약이 되거든요.
나는 곧바로 주민들에게 물었다.
“혹시 몬시 꽃이라고 아나?”
“들꽃 중 하나입니다.”
촌장이 즉시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말해주었다.
“몬시 꽃을 찾아오게.”
동시에 엘라임에게도 물었다.
‘질병 치료는?’
-질병 치료에는 폴란 꽃이 필요해요. 마찬가지로 폴란 꽃을 정화의 힘을 가진 물에 키우면 뿌리와 물이 만나 질병 치료에 아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나는 자세한 방법도 엘라임에게 물었다.
‘물을 마시거나 바르는 거야?’
-상처 치료에는 물을 바르고, 질병 치료는 마시는 게 효과가 좋아요.
‘즉시 효과를 볼 수 있어?’
-두 꽃을 오랫동안 정화의 힘을 가진 물로 키워야 효과가 큰데 작은 상처나 질병은 즉시 효과를 볼 수 있어요.
“폴란 꽃도.”
내 말에 다시 몇 명의 주민들이 움직였다.
주민들은 금세 폴란 꽃과 몬시 꽃을 뽑아왔다.
“이 물은 특별한 물이다. 물의 정령 엘라임은 이런 물을 정화의 힘을 가진 물이라 부른다더군. 상처와 질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집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혹시 통 같은 게 있나?”
집사는 내게 식수를 담아 다니는 작은 통을 주었다.
안에 있는 식수를 모두 쏟아낸 뒤 물가에서 정화의 힘을 가진 물을 받았다.
몬시 꽃의 뿌리부터 조심스럽게 식수 통 안에 넣자 통이 저절로 살짝 흔들렸다.
-긁힌 상처 정도는 지금처럼 담갔다 빼는 수준이라도 충분히 나을 수 있어요.
엘라임의 말에 나는 자신감을 가지고 다친 주민을 불렀다.
“농기구에 긁힌 주민입니다. 상처가 엄청 깊지는 않지만…… 보통 이런 상처도 쉽게 치료할 수 없습니다.”
촌장의 설명에 나는 내 손바닥 위에 수통의 물을 살짝 부었다.
“오오오오!”
모두의 눈이 커졌다.
물의 색깔이 진한 보라색이었으니까.
* * *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던 마을 방문이었는데 헤밀튼 영지를 넘어 서부 전체를 부유하게 만들 수도 있는 보물을 발견했다.
‘이래서 사람이 많은 곳을 다녀야 하는 거구나.’
나는 집사에게 당부했다.
“일단 주민들이 마구잡이로 물과 꽃들을 사용하지 않게 통제하고 있도록. 정찰을 다녀온 뒤 헤밀튼 남작이 지시를 내릴 거야.”
“네, 전하.”
집사가 내 뒤를 따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하께서 오신 뒤 서부 전체가 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쟁에서도 승리하고, 마르지 않는 보물을 발견하시지 않았습니까?”
나는 빙그레 웃었다.
“다 서부의 복이지.”
영주성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정찰을 나가기로 했으니 조금 서둘렀다.
‘먹으면서 마을 이야기를 해야겠군.’
엘라임이 있어서 정말 좋았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 서부의 부흥을 가져다줄 수 있는 보물을 발견했으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나는 절로 걸음이 가벼웠다.
영주성 식당에는 이미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늦었나? 미안하군.”
“아닙니다, 전하.”
식사도 이미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포크를 들면서 말했다.
“몇 군데 돌아볼 작정이었는데 엄청난 것을 발견하는 바람에 바로 근처 마을밖에 가지 못했어.”
헤밀튼 남작이 궁금한 듯 물었다.
“엄청난 것이요?”
나는 집사에게 설명을 양보했다.
집사는 조리 있게 말을 잘했다.
나와 마을에서 겪은 일, 내가 주민들에게 했던 말들을 모두 상세하게 전해 주었다.
사람들은 집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런 물도 있습니까?”
헤밀튼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대륙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물인데 이곳에 있더라고. 나도 엘라임이 말해 줘서 알게 된 거야.”
“엘라임이라면…….”
말끝을 흐리는 리오덴을 대신하여 데이비드가 덧붙였다.
“물의 상급 정령.”
“상급 정령들은 많은 것들을 알고 있거든. 내가 계약한 엘라임은 정말 지식이 풍부한 것 같아. 운이 좋은 거지.”
나는 헤밀튼 남작을 향해 농담을 던졌다.
“부자가 된 것을 축하해, 헤밀튼 남작. 이건 광산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사업이지. 영지가 아주 부유해질 거야.”
“감사합니다, 전하.”
내가 헤밀튼을 중앙으로 데리고 올라가더라도 헤밀튼의 영지는 그대로 남겨두기로 결심했다.
본래 마이크 후작에게 이곳 관리까지 맡기려 했는데 이런 대형 호재가 터진 영지를 버리라고 할 순 없었다.
“모두 전하 덕분입니다. 주민들을 위해 사용하고 황가에도 반드시 보답을…….”
나는 헤밀튼의 말을 잘라냈다.
“주민들을 위해 사용하도록. 서부의 발전에도 보태고. 개인적으로도 사용하고. 상인을 붙여 줄 것이니 유통은 그들에게 맡겨.”
“네, 전하.”
켄이 오면 할 일이 잔뜩 쌓이고 있었다.
“어차피 당장 상품화하여 팔 순 없어. 몇 가지 연구가 필요하니 그건 와이번 사냥 뒤 천천히 하기로 하고.”
나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얼른 먹고 출발하자고. 그대로 며칠은 어둠의 숲에 있어야 하는데 빨리 가야 빨리 돌아오지 않겠나?”
“네.”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나갔다.
헤밀튼 남작은 이미 출발에 대한 모든 준비를 끝낸 뒤였다.
“질풍이 있으니 어둠의 숲 근처까지는 말을 타고 가도 돼. 질풍이 알아서 다른 말들을 잘 데리고 복귀할 거니까. 참, 지도는 잘 챙겨 놓았나?”
라인하이드 가문의 지도.
헤밀튼 남작 영지에 온 뒤 가장 큰 수확이었다.
‘아니, 서부로 온 뒤 가장 큰 수확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야.’
“네. 집사에게 잘 보관하라고 일러두었습니다.”
헤밀튼 남작의 말에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 멀리서 하인들을 말들을 데려왔다.
나는 질풍 위에 올라탔다.
“가자고.”
영지를 벗어난 뒤부터는 속도를 제법 올렸다.
마이크 후작 영지를 들를까, 고민했지만 나는 굳이 들르지 않고 곧바로 어둠의 숲으로 향했다.
* * *
노을이 질 때까지 전속력으로 달렸다.
질풍과 함께 달리는 말들도 모두 명마였는지 질풍의 속도에 뒤처지지 않고 잘 따라왔다.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나는 속도를 줄이고 말했다.
“야영할 곳을 찾자.”
헤밀튼이 나섰다.
“근처에 야영지가 있습니다.”
“야영지?”
“네. 몇 번 왔다 갔다 할 것 같아 지난번 정찰 때 수하들이랑 만들어 놓았습니다.”
“오, 좋군.”
헤밀튼의 선견지명을 칭찬했다.
야영지는 멀지 않았다.
어둠의 숲으로 향하는 너른 길 중 작은 동산이 있는 곳이었는데 동산 안의 공터였다.
산 자체가 작으니 몬스터나 야생 동물이 살 확률도 적었고, 적당히 땔감도 있어 불을 피우기도 좋았다.
리오덴이 마법 주머니에서 야전용 막사를 꺼냈다. 순식간에 큰 막사 하나를 설치했다.
“막사는 하나만 준비했습니다. 안에 공간을 둘로 나눌 수 있으니 전하는 따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잠자리를 가리는 편도 아니고 이제 야전용 막사 역시 집만큼이나 편안해서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막사 안을 마법 난로로 후끈하게 데우고, 리오덴과 데이비드가 식사를 준비했다.
그리고 헤밀튼은 만약을 위하여 주변 정찰과 함께 알람 마법을 설치하러 막사를 나갔다.
나는 잠시 휴식을 취했고, 게일 역시 내게 차를 끓여 주었다.
“전하, 식사 준비 끝났습니다.”
‘이거 뭐 먹고 자고 노는 것 같잖아.’
점심을 먹은 것도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저녁 시간이었다.
어둠의 숲이 멀지 않으니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 숲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헤밀튼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헤밀튼이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설치 끝났습니다, 전하.”
“좋아. 먹자고.”
가볍게 먹기 좋은 스프와 간편한 양고기구이 그리고 맥주도 한 잔 곁들였다.
몇 입이나 먹었을까.
쾅-! 쾅-! 쾅-!
갑작스러운 굉음에 모두 일어섰다.
게일이 검을 뽑았다. 다른 이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알람 마법을 설치하자마자 사건이 터지다니. 즉시 우리는 막사 밖으로 나갔다.
알람 마법을 뚫고 들어온 건 몬스터도, 야생 동물도 아니었다.
“요정이군.”
우리를 향해 활을 겨누고 있는 수백 명의 요정들을 보면서 나는 신음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