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21)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21화(121/278)
121화.
저녁까지 총 세 군데의 매복지를 돌아다녔다.
모두 와이번을 사냥하기에 무척 좋은 지형이었다.
해가 지기 직전 우리는 죽음의 폭포 근처 동굴에 야영지를 잡았다.
죽음의 폭포 안에 있는 동굴보다 더 넓고 쾌적했다.
막사를 설치하고 저녁을 먹었다.
“전하, 내일은 한 군데만 돌아보시면 후보지 정찰은 모두 끝납니다.”
헤밀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레쯤 성에 도착하겠군. 켄에게 슬슬 서신이 올 때가 되었어.”
나는 으차, 하며 기지개를 폈다. 온몸이 찌뿌둥했다. 야전이 황태자궁보다 익숙한 느낌이었지만 역시 잠자리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일찍 쉬자고. 그나마 오크들이 흩어졌고 몬스터들도 만나지 않아 다행이야.”
죽음의 폭포 근처 매복 후보지를 정찰하면서 오크 군단 본진도 한 번 가 보았다.
오크 군단 본진에는 더 이상 오크들이 바글거리지 않았고 한 무리의 부족만 남아 있었다.
또 정찰하면서 몬스터도 만나지 않아 비교적 수월한 정찰을 할 수 있어 시간이 절약되었다.
오늘 본 세 군데 매복지 후보 중 나는 두 번째로 본 곳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일단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물어보았다.
“어디가 가장 괜찮은 것 같아?”
“저는 첫 번째로 보았던 매복지가 가장 좋아보였습니다. 절벽이 높고 그곳에 나무들이 많아 궁수와 기사들이 숨기에 편합니다. 또 나무들이 많으니 와이번의 공격도 한 번쯤은 나무들이 막아줄 수 있습니다.”
리오덴이 먼저 대답했고, 다음으로 데이비드가 입을 열었다.
“저는 두 번째로 본 곳이 좋았습니다. 지형이 평지이기는 하지만 언덕 쪽에서 궁수들이 매복하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지형이 넓어 기사들이 활동하기에도 편해보였습니다. 또 만약의 경우 동굴로 대피하는 것도 가능하니까요.”
게일도 두 번째가 좋아 보인다고 대답했다.
나도 의견을 말했다.
“나도 두 번째가 좋아 보여. 도주로가 있는 곳은 그곳뿐이니까. 나머지 두 군데는 모두 반드시 사냥에 성공하지 않으면 몰살당할 위험이 있어.”
헤밀튼까지 두 번째 매복지를 꼽았다.
“두 번째 매복지를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내일 마지막 매복지를 살펴보자고.”
“네, 전하.”
리오덴은 자신의 의견이 부결되었지만 아쉬움을 표하지 않았다.
“좋아. 오늘은 이만 쉬자고.”
* * *
마지막 매복지는 와이번 둥지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
오전 내내 살펴보았지만 역시 두 번째 매복지가 가장 좋게 느껴졌다.
내 의견에 모두가 동의했다.
“이왕 온 김에 두 번째 매복지 도주로도 한 번 점검하고 가자.”
“도주로 점검 말씀이십니까?”
게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매복지로 매복지를 확정하고 동굴들도 한번 살펴보는 거야.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와이번의 공격에서 확실히 피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거지.”
헤밀튼이 나섰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전하. 매복지를 결정하셨으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보급품 물량은 괜찮나?”
본래 일정은 이틀에서 사흘이었는데 하루가 더 늘어나게 되었다.
“충분합니다.”
데이비드의 대답에 나는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서 거리가 얼마나 되지?”
헤밀튼이 대답했다.
“그리 멀지 않습니다. 길이 좀 험하기는 하지만 직진해서 갈 수 있습니다.”
헤밀튼은 리오덴보다 어둠의 숲 길에 대하여 자세히 아는 것 같았다.
리오덴 역시 그 사실을 짚어냈다.
“남작님은 어둠의 숲 주민 같습니다. 저도 제법 다녔는데 남작님이 훨씬 자세히 아시는군요.”
헤밀튼이 얼굴에 미소를 그렸다.
“정찰하면서 이곳저곳 누비다 보니 많은 길을 알게 되었습니다.”
“헤밀튼 남작이 지리감각이 좋군! 자, 서두르자.”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헤밀튼의 말처럼 두 번째 매복지까지 거리는 멀지 않았다.
길이 험했지만 몬스터도 만나지 않았다.
“이번 정찰은 몬스터 한 마리 만나지 않아서 좋아.”
내 말에 리오덴이 동의했다.
“지겹도록 싸웠는데 한 마리도 안 만나니 뭔가 어색합니다.”
“맞아. 저쪽 동굴부터 가보자.”
두 번째 매복지에는 동굴이 총 다섯 군데가 있었다.
입구가 모두 근처에 모여 있어 정찰하는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동굴부터 정찰하기로 했다.
게일이 헤밀튼과 함께 선두에 섰다. 나는 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 뒤 곧바로 피닉스를 불렀다.
피닉스가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동굴이 생각보다 넓지는 않군.”
입구가 엄청 컸기 때문에 당연히 동굴도 넓을 것이라 생각했다.
안의 통로는 세 사람 정도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모든 동굴의 상태와 출구를 알아 놓는 게 중요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도주로였기 때문에 나는 주변을 꼼꼼하게 살폈다.
나는 말하면서 실프를 소환했다.
“정령들을 먼저 보내볼게.”
“네, 전하.”
실프가 앞으로 날아갔다.
‘언데드가 나오는 건 아니겠지.’
죽음의 폭포 근처 동굴도 아니고 몬스터는 살 수도 있겠지만 언데드는 나오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언데드를 소환할 리치를 죽였으니까.
어둠의 숲 안쪽에는 언데드가 있다는 소문도 들었지만 확인된 바는 없었다.
나름 평화롭게 동굴 출구로 향하는 중이었다.
“전하 출구입니다.”
게일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둘러 나가 보자.”
* * *
황도로 올라온 켄은 곧장 소리스부터 만났다.
“승전했다는 소식은 들었네. 전하께서 참으로 큰 공을 세우셨어.”
“중앙 분위기는 어떠합니까?”
소리스가 쓰게 웃었다.
“아무래도 서부보다는 동부에 다들 관심이 쏠려 있지. 폐하께서 직접 친정을 나가셨으니까.”
“그쪽 전황은요?”
“어떨 것 같나?”
“연일 승리하고 있겠죠.”
소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만간 피레온 왕국이 지도에서 사라질 것 같네. 수도를 제외한 주요성이 모두 함락되었어.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야.”
론 칼 레오드, 제국의 황제는 전쟁의 신이라 불렸다.
그는 어느 전장을 나가도 반드시 승리했으며 패배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일개 개인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가, 아마도 신은 그것을 실험하기 위하여 론을 만든 것이 아닐까?
켄은 낮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동부 원정의 승리는 예정된 사실이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네요. 저는 그래도 베레곤 공작과 오스틴 공작이 따라갔기 때문에 그들이 꼼수를 쓸 거라 생각했거든요.”
“꼼수?”
“네. 오랜만에 두 공신이 직접 전쟁이 나갔는데 폐하의 수족 중 하나라도 자르고 돌아오려 했을 겁니다.”
소리스가 헛웃음을 삼켰다.
“두 공작 따위가?”
“두 공작은 만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단지 폐하가 너무 강할 뿐. 하지만 폐하가 강한 것이지 폐하의 그림자들의 실력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가?”
소리스는 전쟁 이야기는 집어넣고 아룬의 일을 물었다.
“전하께서는 왜 올라오시지 않았나?”
켄은 저간의 사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헤밀튼 남작에 관해서도 언질을 주었다.
켄의 이야기가 모두 끝나자 소리스는 곧바로 결정했다.
“헤밀튼 남작이 올라오면 길드원들은 그에게 맡겨야겠군.”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이십니까?”
“전쟁 영웅을 내가 무슨 수로 아나. 그저 이름만 들어봤을 뿐이지. 그리고 혼자 황도에 남아보니 내 적성을 찾았어.”
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성 말씀이십니까?”
“집사.”
켄이 피식 웃었다.
“좋은 소식이군요. 전하께서도 소리스 님이 행정 집단을 이끌어주길 바라실 겁니다.”
아룬이 켄에게 정확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켄은 아룬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런가? 언젠가 길드원들을 양지에서 살게 해준다고 했는데…….”
그림자 걸음 길드, 이름에서부터 어둠이 묻어났다.
암살, 적진 교란, 정보 수집 등 음지에서 진행하는 일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전하의 직속 조직인데 당연히 양지라 할 수 있죠.”
“직속 조직?”
“당연하지 않습니까. 어느 황자가 암살 집단을 운영한다는 말입니까? 헤밀튼 남작은 아마 기사단장으로 임명될 겁니다.”
“그래도…….”
켄의 설명에도 소리스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럼 그냥 하인으로만 일을 시키실 겁니까? 그들의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납니다. 더구나 헤밀튼이라는 좋은 사람을 만나면 몇 배로 능력이 성장할 수 있죠.”
“그럴 수도 있겠지.”
켄이 말을 이었다.
“헤밀튼 남작은 전쟁 영웅입니다. 그가 단장으로 있는 조직의 조직원이 되면 길드원이라는 신분과는 완전히 차원이 달라지는 삶을 사는 겁니다.”
죄책감을 덜어주는 켄의 말에 소리스는 그제야 조금 편안하게 말했다.
“다행이군.”
“곧장 리버힐 가문으로 갈 생각입니다. 마차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전하의 마차만 있는데…… 마을에서 빌릴 돈을 주겠네.”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질을 하나 데리고 와서 마차가 필요합니다.”
“인질?”
“애트란 드 람.”
소리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람 경 말인가?”
“네. 이번에 제대로 잡았습니다. 리버힐 가문과 애트란 가문이 전하를 결국 해하려 했다는 뜻이죠.”
이내 켄은 아까 못다 한 람과 톰슨에 관한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소리스의 눈은 점점 더 커져갔다.
“미친놈들. 용서할 수 없는 일이네. 전하는 서부를 완전히 손에 넣으시겠군.”
“당연합니다.”
소리스가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서신 몇 장을 꺼냈다.
“자네보다 먼저 도착한 서신들이네. 전하의 서신이야.”
“제가 람을 끌고 오느라 좀 늦어 서신들이 저보다 먼저 왔군요?”
“그래.”
소리스는 아룬의 서신을 뜯어보지 않았다. 수신인이 모두 켄으로 되어 있어 자신이 볼 필요가 없었으니까.
“리버힐 가문 본가로 가는 길에 보겠습니다.”
“길드원들을 조금 데리고 가지?”
“아뇨. 제가 황궁에 들어온 게 알려졌으니 위험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도 그렇군.”
“가서 많이 뜯어 오겠습니다. 혹시 황태자궁에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소리스가 켄의 말을 무척 반겼다.
“그래?”
소리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사실 황태자궁 예산이 생각보다 적은 편이라 길드원들 먹여 살리는 게 쉽지 않았어.”
“예산이요?”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켄이 아, 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소리스가 예산 관리를 시작할 무렵에는 길드원들이 들어왔다.
많은 숫자이니만큼 당연히 그들에게 들어가는 돈도 많았다.
아룬은 다른 황자처럼 든든한 외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돈을 예산 안에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황태자가 다른 곳에서 돈을 버는 것도 체면에 맞지 않은 일이니까.
“이왕이면 많이 뜯어오게.”
“물론입니다. 두 공작 가문에 기둥 하나씩은 뽑아야죠. 증인과 증거가 있는 반역인데요.”
“서부에 많이 투자하시겠지만 황태자궁도 정비를 하긴 해야 돼.”
소리스의 말이 끝없이 이어졌다.
켄은 소리스의 말을 들으며 웃었다.
‘이거 정말 살림꾼이 다 되셨군.’
확실히 내정을 보아 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소리스가 제격이었다.
켄은 아룬의 세력 조직도가 하나, 둘 완성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그만 가보겠습니다. 빨리 두 가문과의 협상을 끝내고 다시 서부로 가야 됩니다.”
“참, 전하께서 활약하셨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정령술은 어디까지 느셨나?”
“상급 정령 셋을 자유자재로 부리신다는군요.”
승전보도, 두 가문의 반역도 소리스를 이토록 경악시키지 못했다.
“상급 정령사 마스터가 되셨다고?”
“일단 정확한 건 모르지만 바람, 불, 땅의 정령 상급 정령을 소환하여 오크 술사 백 마리를 죽이셨답니다. 소드 마스터와 오크 왕과의 대결도 장관이었다고 하네요. 저도 오느라 전부 놓쳤죠.”
소리스가 혀를 내둘렀다.
“정말 무서운 재능이군.”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충분히 이 나라를 바꾸실 재목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