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2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22화(122/278)
122화.
출구로 나가도 특별한 건 없었다.
죽은 나무들로 우거진 숲과 거무튀튀한 색의 바위는 어둠의 숲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동굴이 짧아. 우리가 도주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한다면 동굴이 이렇게 짧으면 와이번이 하늘을 날아 먼저 출구 쪽에서 대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번 사냥에서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 게일을 구출하기 위해서, 오크와의 전쟁에서 이미 많은 죽음을 겪었다.
황제가 되기 위해서 때로는 냉혹함으로 부하의 죽음을 외면하거나 어떤 순간에는 죽음 그 자체를 요구할 수도 있었다.
결코 목숨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하는 맹세였다.
피가 웅덩이가 되어 고이고, 시신으로 산을 쌓아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라면 감내하겠다고 했지만 부하의 희생을 요구하는 건 달랐다.
냉정하고 때로는 잔혹해질 수도 있겠지만 선을 넘고 싶지는 않았다.
와이번 사냥은 분명 위험한 일이었지만 철저한 준비와 완벽한 전략으로 희생자 없이 끝내고 싶었다.
절로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매복지를 정한 이상 주변 정찰에 완벽을 기해야 돼. 하나의 상황만이 아니라 수십 가지의 변수도 고려해야 되고. 어둠의 숲에서 보내는 기간이 더 길어도 상관없어. 혹은 돌아갔다가 다시 오는 일이 있더라도 괜찮아.”
일장 연설이 되고 있었지만, 정찰의 중요성에 대해 반복 설명했다.
“주변 지형을 완벽하게 익히고 있다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야. 와이번은 하늘을 나는 동물이니 우리는 지형을 다른 전투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돼.”
“그렇습니다, 전하. 폐허의 지배자는 영특한 놈입니다. 일반 몬스터와는 다르죠.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야 됩니다.”
리오덴은 다양한 전장을 경험했고, 의뢰를 통해 몬스터 사냥은 수도 없이 나갔다. 다소 불리한 전장, 혹은 유리한 전장 그리고 승리가 불가능한 전장도 겪었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와이번 사냥에서 용병단 모두를 잃었지만 그는 끝까지 생존했고, 복수의 기회를 잡았다.
다소 비장한 리오덴의 말에도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주변을 살펴보는 다른 이들의 눈빛이 전보다 진지해졌다.
헤밀튼은 동굴 출구 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하더니, 금세 까마득한 점으로 변했다.
“정령을 올려보내면 되는데.”
나는 걱정을 담아 중얼댔지만, 곧 다른 곳을 살펴보았다. 방금 통과한 동굴이 도주로가 된다면 여기서부터는 어떻게 길을 잡아야 좋을까.
일단 숲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서 실제로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사용하며 속도를 내보았다.
숲 안으로 들어가자 동굴 출구에서는 알지 못했던 늪이 나타났다.
멀쩡한 숲처럼 보였는데, 발 아래가 푹푹 꺼졌고 진득한 진흙이 달릴 때마다 발목에 붙었다.
조금 더 달리자 이제는 무릎까지 물이 차올랐고, 바닥의 진흙은 한결 무거워졌다.
“전하, 이쯤에서 돌아가시지요. 늪이 계속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게일은 늪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자유롭게 나를 따라왔다. 살짝, 살짝 물을 밟는 발끝이 탄력적으로 튕기면서 그의 옷에는 진흙 한 방울 묻지 않았다.
실로 놀라운 수법이었다.
나는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분명 무공은 남대륙을 배경으로 썼는데, 리오덴이나 게일의 움직임은 설명하기 힘들었다.
“게일이 아니면 이곳은 도주하기가 좀 힘들겠어.”
“예. 병사들이 얼마나 쉽게 도주할 수 있을지가 중요합니다.”
와이번 사냥에서 도주를 선택하는 건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 생존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건 바로 ‘궁수’들이었다.
“궁수도 수련을 많이 하는 자들이지만, 기사보다 날렵하지 못하겠지?”
“움직임은 일반 병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게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늪이 기다리고 있는 이곳은 확실히 도주로와 어울리지 않았다.
동굴 출구로 돌아가자, 헤밀튼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하, 이곳은 와이번이 하늘로 날아오면 즉시 잡히는 곳입니다. 공중 거리가 너무 짧습니다.”
손수 절벽을 타고 올라가 확인하였으니 나는 망설이지 않고 다시 동굴 출구로 들어갔다.
반대로 쭉 나가면 우리가 들어온 입구였다.
돌아올 때는 왠지 거리가 더 짧아진 느낌이었다.
* * *
두 번째 동굴, 세 번째 동굴의 출구도 모두 첫 번째 동굴 출구와 크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
매복지로서는 최상의 위치인데 도주로가 애매해 생각이 많아졌다.
“아직 한 군데 남았습니다.”
데이비드가 힘을 주었다.
리오덴이 슬쩍 나섰다.
“세 군데 모두 같은 곳으로 연결 되어 있는 동굴인데 네 번째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오늘은 쉬시는 게 어떻습니까? 해가 지고 있습니다.”
“확인은 필요하고 굳이 뒤로 미룰 이유는 없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나는 빠르게 정리했다.
“간다. 한 군데 남았는데 굳이 내일 살펴볼 필요는 없지.”
리오덴은 쉬자고 했던 게 못내 민망한 듯 가장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데이비드는 그런 리오덴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리오덴의 뒤를 따랐다.
“힘드신 모양입니다.”
“무딘 검은 아직 젊으니까 팔팔하지. 나도 무딘 검 나이 때는 저녁까지 전장에서 전투를 하다가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그랬어.”
“저는 늦게까지 술을 마시지 않고 항상 일찍 자서 체력 관리를 잘한 겁니다.”
리오덴이 파하하, 웃었다.
나는 문득 궁금했다.
“데이비드와 리오덴은 용병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나?”
대륙이 아무리 넓다지만 두 사람은 모두 유명한 용병이었다. 유능한 용병은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기 마련이니 만났을 법도 했다.
“대륙 곳곳을 다녔지만 주 활동 지역은 동부나 남부 쪽이었습니다. 무딘 검은 중앙에서 유명했죠. 아마 적으로 만났다면 꽤 재밌었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적으로 만났다면 무딘 검의 명성을 확인하실 수 있었을 텐데.”
데이비드가 입맛을 다시자 리오덴이 껄껄 웃었다.
“젊은 용병 당해내는 게 쉽지가 않지.”
담소를 나누며 한참을 걸어도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네 번째 동굴은 길이가 제법 되는 모양이었다.
게일이 손을 들었다.
모두가 걸음을 멈췄다. 동굴 안은 침묵에 휩싸였다.
* * *
아주 익숙한 기운이었다. 지긋지긋한 느낌마저 들었다.
어둠의 숲은 그리고 언데드는 나와 무슨 인연이 있기에 이토록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것일까.
“돌아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게일의 제안은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내가 강해졌어도 게일에게는 여전히 나는 보호 대상.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를 키워준 게일은 내게 부모와 같았다. 항상 위험에 노출된 내 처지 때문에 게일의 삶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었겠지.
분명히 마기가 느껴졌고, 진득한 살기가 피부를 따갑게 만들었다. 하지만 가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다.
“소드 마스터에 상급 정령사 마스터에 든든한 기사들이 있다. 마지막 동굴인데 끝까지 살펴봐야지.”
굳이 후퇴할 이유는 없었다.
희생이 없어야 하니 다소 과할 정도로 꼼꼼히 살폈지만, 때로는 자신감도 필요했다.
성큼성큼 걷는 나의 모습에 게일은 바싹 뒤로 따라 붙었다.
점점 마기가 강해지고 이내 썩는 냄새가 동굴 전체에 진동했다.
“구울 같습니다.”
이번에도 리오덴이었다.
“구울?”
지금까지 상대한 언데드 중 구울은 없었다.
“스켈레톤이 뼈다귀라면 구울은 썩은 시신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냄새 때문에 코가 아예 마비된 동료도 있었습니다. 독성 때문에 구울의 몸이나 피에 닿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전력은 스켈레톤과 비교하면 어때?”
리오덴이 빠르게 구울의 전력에 대해 정리했다.
“움직임은 스켈레톤보다 자연스럽습니다. 속도도 빠릅니다.”
게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스켈레톤 백 마리와 구울 백 마리와 싸우면 누가 이기지?”
“구울이 이길 것 같습니다.”
두 언데드와 싸워 본 건 리오덴뿐이었으니 모두 리오덴의 정보에 집중했다.
“구울은 방어력이 스켈레톤보다 약하지만 속도도 빠르고 집단 싸움에서 좀 더 유기적으로 공격합니다. 지능이 스켈레톤보다 높아 포위 공격에도 능하죠.”
“튀는 피에 맨살이 닿지 않게 조심해야겠군.”
게일은 데이비드와 리오덴, 헤밀튼에게 당부했다.
“목을 단번에 베는 것을 노린다. 신체의 일부를 베어도 계속 피를 흘리며 움직일 테니까.”
게일은 나에게도 몇 가지를 주문하였는데,
“전하께서는 철저하게 몸을 보호하면서 전투에 참여하십시오.”
역시나 나에 대한 걱정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사 독에 당해도 너무 당황하지 마라. 물의 정령은 정화 능력이 뛰어나니까.”
“전하가 계셔서 든든합니다.”
밝은 리오덴의 목소리에 모두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그를 평가 대회에서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무서운 용병이었는데, 막상 이렇게 가까운 관계가 되니 누구보다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느꼈다.
리오덴이 아하하, 웃음과 함께 말을 이었다.
“쉽게 쓸어버릴 수 있을 겁니다!”
게일이 살짝 제동을 걸었다.
“방심은 좋지 않다.”
강렬한 게일의 목소리에 주눅이 들만도 한데, 리오덴은 넵, 하고 당차게 대답했다.
한때 그가 대단한 용병단을 이끌 수 있었던 건 어떤 상황에서도 밝고 희망적인 기운을 풍겼기 때문이 아닐까?
크르르르!
크르르르!
괴상한 소리였다.
“정말 기분 나쁜 소리입니다. 시신이 움직이는 건 언제 보아도 적응이 되지 않군요.”
구울의 모습에 리오덴이 눈살을 찌푸렸다.
챙-!
나는 엘라임과 실울펜을 소환했다.
구울들은 우리를 지켜만 볼 뿐 선제공격은 하지 않았다.
‘그저 정해진 구역만 지키고 있는 모양이군.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나가야 해.’
나는 바람의 사슬부터 펼쳤다.
스스스슥-!
동굴 안에 바람이 일어나고 구울들을 향해 날아갔다.
구울들은 갑작스레 자신들의 목을 감은 바람의 사슬에 화들짝 놀랐다.
서걱-!
네 마리의 구울 목이 허공에 뜨는 것을 신호로 데이비드, 리오덴 그리고 헤밀튼이 구울들을 향해 쇄도했다.
그리고 게일은,
고오오오-!
평범한 롱소드도 게일이 들면 보검이나 다름없었다.
푸른 오러 블레이드가 허공을 가르며 구울들의 몸을 통과했다.
서걱-! 서걱-!
피가 튈 새도 없었다. 열 마리가 넘는 구울들이 머리를 잃었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순식간에 스무 마리에 가까운 구울들을 죽였지만, 더 많은 구울들이 나타났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전하, 뒤에도 구울들이 나타났습니다.”
분명 우리가 지나온 자리인데, 코빼기도 볼 수 없었던 구울들이 우리가 지나온 자리에 등장하고 있었다.
나는 진하게 웃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