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2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23화(123/278)
123화.
데이비드와 리오덴은 호흡이 제법 잘 맞았다. 벌써 여러 번 함께 전투를 치렀으니까.
의외인 건 헤밀튼이었다.
‘덩치와는 다르게 움직임이 기민해. 정확한 한 방으로 끝내는군.’
실울펜에게 마나를 공급하고,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사용하면서 동굴 곳곳을 누비고 있었지만 헤밀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소드 마스터 카리온의 암살자!
나는 순간 헤밀튼의 움직임을 놓쳤다. 게일처럼 어마어마하게 빠른 것도 아닌데 마치 몸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모습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뭘까.’
헤밀튼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암살비기의 비기 중 하나일 게 분명한데 만약 내가 상대하면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일까?
크르르르!
구울의 거슬리는 소리가 나를 현실로 이끌어냈다.
“실울펜!”
전장에서의 방심은 금물. 목숨으로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 전력이 어느 정도 우위에 있었지만,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는 법이었다.
고오오오오-!
실울펜의 몸 주위에 회오리처럼 기류가 형성되었다.
시원한 바람은 무엇보다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구울들의 몸을 찢었다. 바람의 사슬이 사방으로 번지면서 수십 마리의 구울이 일제히 목을 잃었다.
푸슉-!
푸슉-!
‘피가 튀지 않도록 조절해 줘.’
실울펜은 바람의 정령답게 동굴 안의 바람을 자유자재로 부렸다. 목을 잃은 구울에게서 튀는 피를 바람으로 붙잡아 한 곳으로 모았다.
구울의 검붉은 피가 바람의 흐름에 따라 물결처럼 흐르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게일, 얼마나 남았지?”
게일은 우리가 지나온 길을 맡았다.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가장 믿음직한 기사니까.
“끝났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구울의 머리가 허공에 떠오르는 것이 그려졌다.
성격만큼이나 깔끔한 그의 몸놀림은 구울이 막을 수 없었다.
족히 백 마리가 넘는 구울을 쓰러뜨리기까지 고작 이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서걱-! 서걱-!
헤밀튼이 마지막 두 마리의 구울을 죽이면서 전투가 마무리되었다.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자.”
바람과 대지의 흐름으로 곳곳에 쓰러져 있는 구울의 시체를 피해 전진했다.
내 옆을 게일이 따랐고, 리오덴은 어느새 자신의 자리처럼 여기는 선두로 나섰다.
데이비드와 헤밀튼이 뒤를 받쳤다.
“피 조심해.”
나는 모두에게 당부했다.
정화의 물결 효과를 믿지만 가장 좋은 건 애초에 중독되지 않는 일이니까.
팟-! 팟-!
유유자적하게 걷던 지난 동굴들과 이번 동굴은 달랐다.
나는 본능적으로 앞으로 가면 더 강한 언데드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평범한 동굴이 아니야.’
다른 세 동굴이었다면 이미 출구가 보였을 것이다.
피닉스 둘이 나와 보조를 맞추며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다른 동굴과 달라.”
리오덴이 즉시 대답했다.
“네. 너무 길고, 아무래도 던전일 확률이 높습니다.”
“던전?”
“아마 동굴을 걸으면서 어떤 지점을 지나면 몬스터나 언데드가 튀어나오는 마법이나 장치가 되어 있었을 겁니다. 그래야 뒤에서도 구울이 나온 게 설명됩니다.”
리오덴이 이번에도 자신의 경험담을 곁들였다.
“던전 소탕 의뢰를 받은 적이 있는데 꼭 이 동굴과 비슷했습니다. 동굴을 어느 정도 통과할 때까지는 언데드 한 마리 나오지 않았었죠.”
“언데드가 나오는 던전이었나?”
“끝까지 스켈레톤만 나왔습니다.”
리오덴이 덧붙였다.
“당시 동행했던 방랑 마법사가 말하기를 이런 종류의 던전은 일단 한 번 몬스터, 언데드가 나오게 만드는 마법이나 장치가 발동되면 입구와 출구가 사라지고 던전 안의 모든 언데드나 몬스터를 죽여야 던전 출구가 열리는 형식이라 하더군요.”
“이런 종류의 던전이란 정확히 어떤 던전입니까?”
헤밀튼의 지적에 리오덴이 아, 하고 나머지를 설명했다.
“보통 던전은 출구부터 지키는 가디언이 있기 마련입니다. 출입 자체를 막는 던전이 대부분이라는 뜻이죠. 이곳과 같은 던전은 일단 출입자를 안전하게 어느 정도까지 끌어 들인 뒤 함정이나 몬스터가 나오게 만드는 던전이라는 뜻입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
게일이 짧은 비명처럼 나를 불렀다.
엘라임이 부드럽게 공간을 가르며 나타났다.
콰아앙-! 쾅-!
한 무더기의 돌덩이를 엘라임은 몸으로 막아냈다.
물의 장벽이라는 훌륭한 방어 스킬을 시전할 시간조차 없어 나를 대신하여 맞은 것이다.
“괜찮아요?”
“그럼요.”
엘라임이 부드럽게 웃었다.
“만만치 않은 존재들이로군요. 생기라곤 일절 없는…… 어둠의 존재들이요.”
아직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한 무더기의 돌덩이는 앞에 있는 언데드로 추정되는 존재가 던진 게 분명했다.
정확하게 나를 노려서!
“긴장을 늦추지 마. 아무래도 만만한 던전이 아닌 것 같아. 리오덴이 생각하는 그런 종류의 던전이라면 아마 지겹도록 싸워야 될지도 몰라.”
리오덴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일행 중 마법사가 있었음에도 꼬박 이틀 동안 전투를 거듭해서 던전 소탕을 끝냈습니다. 적의 전력은 강하지 않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죠.”
“이번에 이틀까지는 필요 없어. 저녁 식사는 동굴 밖에서 할 거니까.”
강력한 의지를 담은 나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어떤 놈인지 한 번 보러 가자고.”
기습적으로 돌무더기를 날린 언데드가 평범할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으로 더욱 빠른 속도를 내었고 모두가 무리 없이 따라왔다.
파파팟-!
피닉스의 화염에 녀석들의 모습이 점차 가까워졌다.
쾅-! 쾅-!
거대한 골렘이 동굴 벽을 때리고 있었다.
“저건?”
“고블린입니다. 언데드가 된 고블린 같습니다.”
골렘이 벽을 부술 때마다 튀는 돌덩이를 고블린들이 우리를 향해 던졌다.
피슉-!
고블린의 크기가 작다고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의 돌팔매질은 강궁보다 더 큰 힘이 담겨 있었다.
“엘라임!”
콰아아앙-! 쾅-!
이번에는 물의 장벽에 돌덩이가 부딪혔다.
장벽 곳곳에 금이 가고 출렁일 정도로 돌덩이의 위력은 강력했다.
“게일, 골렘.”
내 말과 동시에 게일의 모습이 흐릿해졌다.
* * *
‘파멸의 검.’
고블린들에게 바람의 사슬을 펼치면서 문득 든 생각이었다.
이곳은 죽음의 폭포 근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서 번쩍 떠오르는 것이 어떠한 강한 예감을 불러왔다.
어떠한 증거도 없는데 나는 좀처럼 직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푸슉-!
실울펜의 바람의 사슬이 고블린 두 마리의 몸을 갈랐다.
“클라임!”
전투를 좀 더 빠르게 끝내고 싶었다.
리오덴의 말처럼 이곳의 모든 언데드를 죽여야 출구가 생긴다면 나는 결과를 빨리 보고 싶었다.
‘출구가 아니라 파멸의 검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파멸의 검이 라인하이드 가문 역작 중의 역작이라는 사실은 아직 누구도 모른다.
훗날 카렌이 명성을 떨치면서 함께 검의 명성도 올라가며 소문의 소문을 거듭해 파멸의 검에 대한 정보가 비닐처럼 벗겨진다.
파멸의 검 혹은 선택 받은 자의 검 그리고 황제의 검!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게 되는 파멸의 검은 제국의 쇠락에 따라 어느새 카렌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증거가 되는 것이다.
만약 파멸의 검을 숨긴 던전이라면 나는 카렌보다 먼저 검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고르란이 죽기 전 카렌이 파멸의 검을 얻는데…… 운명이 비틀린 것일까?’
푸슉-!
나의 복잡한 생각과 다르게 실울펜은 충실히 움직였다.
고블린 자체가 구울보다 훨씬 약해 실울펜이 부리는 바람의 사슬을 피하지도, 막지도 못했다.
서걱-!
빠르게 고블린의 시신을 늘어갔다.
쾅-!
커다란 폭음에 시선을 돌리자 골렘이 쓰러져 있었다.
서걱-!
마지막 고블린은 헤밀튼의 몫이었다.
“끝났습니다.”
헤밀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굴이 던전이라는 사실은 확실하고, 현재까지 나온 언데드들의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숫자는 많고 언데드 고블린, 골렘 같이 특이한 놈도 있었지만 강하지는 않은 것 같아.”
리오덴이 동의했다.
“지난번 어둠의 숲에 왔을 때 만났던 언데드들보다 훨씬 약합니다.”
“언데드 숫자만 많은 던전이 아니겠습니까?”
헤밀튼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내 생각도 헤밀튼 남작과 같아. 짧은 시간에 두 번이나 만났는데 모두 약한 언데드였으니까.”
리오덴이 다소 성급하게 나섰다.
“전하, 그럼 빠르게 움직이시는 게 어떻습니까? 저녁을 먹기 전에 던전을 소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게일과 데이비드의 의견도 들어보려 시선을 돌렸다.
게일은 매사에 신중한 성격이다. 마음 같아서는 일행을 둘로 나누어 던전 앞뒤로 방향을 갈라 언데드를 소탕하고 싶었다.
‘아마 그 방법은 반대할 것 같고.’
“빠르게 움직이는 건 좋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전하.”
역시 게일다운 대답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분하게 소탕하면 될 것 같습니다.”
데이비드 역시 게일과 입장이 비슷했다. 두 사람이 속도를 내는 것까지 반대하지는 않았다.
“가자.”
방향은 역시 앞이었다.
굳이 다시 뒤로 돌아갈 이유는 없었다.
앞으로 쭉 가서 더 이상 언데드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소탕한 뒤 길이 막혀 있다면 돌아오면 되었다.
길은 갈라져 있지 않고 일자 형태의 동굴이었으니 모두가 함께 움직이기도 좋았다.
한동안 말없이 걸었는데 언데드는 나타나지 않았다.
낌새조차 없는 조용한 이동에 리오덴이 슬쩍 입을 열었다.
“좀 이상합니다.”
“이상?”
“네. 제가 아는 던전은 한 번 몬스터나 언데드가 나타나면 지속적으로 등장해 출입자를 공격합니다.”
리오덴의 말에 나는 고민에 잠겼다.
‘던전을 어떻게 설정했더라.’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던전을 아주 자세하게 묘사한 기억은 없었다.
카렌이 워낙 막강하여 어느 던전이든 손쉽게 소탕하고 그 안의 보물을 쟁취하는 결과 자체만 주목했으니까.
지금 기댈 수 있는 건 리오덴의 경험뿐이었는데 리오덴의 경험에도 없는 변수가 튀어나왔다.
조용함.
동굴은 고요했다.
나는 음, 하고 신음을 삼켰다.
‘파멸의 검이 잠들어 있는 던전이 아닌가?’
“꽤 많이 걸었는데 출구도 보이지 않고 언데드도 없습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을 주는 던전입니다.”
리오덴의 말에 데이비드가 자신의 의견을 더했다.
“던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평범한 동굴에 사는 언데드였을 수 있죠.”
나는 던전이건 아니건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일단 계속 가지. 일직선 동굴이고 다시 돌아가지 않는 이상 끝까지 가면 출구가 있거나 혹은 막혀 있거나 둘 중 하나이니까.”
본래 이 동굴에 들어온 이유가 무엇인가? 도주로로 적합한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아직 출구가 보이지 않으니 출구가 보일 때까지 가보기로 결심했다.
고오오오오-!
우리의 대화가 무색하게 전방에서 마기가 흘러나왔다.
구울이나 고블린, 골렘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강력한 마기였다.
리오덴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던전이 맞는 것 같군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또 뭔가가 기다리고 있겠지.”
챙-!
게일이 내 뒤에서 나타나 날아 온 무엇인가를 쳐냈다.
“화살입니다.”
반으로 갈라진 화살을 쥐며 게일이 표정을 굳혔다.
“엘라임!”
엘라임이 모습을 드러내고 곧바로 물의 장벽을 펼쳤다.
쾅-! 쾅-!
물의 장벽에 화살이 박혔다.
수십 발의 화살이 계속 우리에게 쏟아졌다.
나는 물의 장벽을 유지하면서 입을 열었다.
“앞으로 가는 것보다 일단 후미에 있는 놈들부터 처리하자.”
게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의 장벽을 뒤쪽으로 전진시키면서 움직였다. 화살이 만만치 않게 많이 쏟아졌고, 위력도 강해 방어를 하면서 이동하는 편이 좋았다.
바스락 소리가 들렸다. 물의 장벽에 맞고 바닥에 떨어진 화살이었다.
화살 끝에 살랑거리는 검은 깃털!
나의 얼굴은 절로 굳어졌다.
‘이건…….’
곧바로 화살을 주었다.
촉의 옆면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라인하이드 문양!
“가디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