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24)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24화(124/278)
124화.
라인하이드 가문의 문양이 새겨진 화살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쾅-! 쾅-!
화살이 물의 장벽을 연이어 때리고 있었지만, 큰 타격은 없었다.
화살의 위력이 약한 것일까? 아니면 내가 생각 이상으로 강해진 덕분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화살을 날리는 놈들의 모습이 머지않아 드러났다.
“스켈레톤입니다.”
리오덴의 말이었다.
창, 방패로 무장한 스켈레톤과 활을 들고 있는 스켈레톤까지 족히 수백 마리는 넘었다.
“주변이 달라졌군.”
우리는 지나온 길을 돌아왔다. 그리 넓지 않은 길이었는데 지금은 저토록 많은 스켈레톤이 우글거려도 좁지 않았다.
클라임을 소환하면서 전투 개시를 알렸다.
쾅-!
동굴 바닥을 강하게 내리치는 클라임의 손길에 바닥이 갈라졌다.
콰아앙-! 쾅-!
가장 앞에 있는 스켈레톤들이 중심을 잃었다. 대지의 포효 앞에서는 창과 방패는 무용지물이었다.
리오덴과 데이비드가 오른쪽으로 돌면서 화살을 쏘는 스켈레톤을 향해 쇄도했다.
그리고 헤밀튼은 또다시 모습을 감췄다.
‘신기하단 말이야.’
헤밀튼의 전투 방식은 내가 기존에 보아왔던 기사들과 확실히 달랐다.
서걱-!
화살을 쏘는 스켈레톤의 뒤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헤밀튼은 가뿐하게 스켈레톤의 목을 벤 뒤 다시 사라졌다.
‘암살비기라…… 라인하이드 가문은 무기, 갑옷, 사치품 등 드워프들의 물품도 있었지만 유구한 역사를 통해서 모은 각종 비급도 있었지.’
신비의 가문 라인하이드!
드워프 역사 이래 최고의 가문이자 그들에게조차 전설로 여겨지는 가문의 소유 비급 중 하나가 헤밀튼의 손에 들어갔다.
서걱-! 서걱-! 서걱-!
헤밀튼은 게일처럼 스켈레톤을 일방적으로 학살하지 못했지만, 한번 공격할 때마다 반드시 한 마리의 스켈레톤을 죽였다.
쾅-! 쾅-!
리오덴과 데이비드는 쉼 없이 검을 놀렸고 게일 역시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내며 순식간에 스켈레톤의 숫자를 줄여나갔다.
나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으로 화살을 피하며 엘라임에게 물의 폭풍을 부탁했다.
콰아아앙-! 쾅-!
수십 마리의 스켈레톤이 물에 휩싸였다. 뼈들이 본래 자리를 잃고 뒹굴었다.
백 마리가 훨씬 웃도는 스켈레톤도 우리를 상대로 오래 버티지 못했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게일, 리오덴과 데이비드는 거친 숨을 몰아 쉬었지만 생채기 하나 없이 전투를 끝냈다.
헤밀튼이 슬쩍 모습을 드러내며 이마에서 땀을 닦았다.
나는 화살을 하나 집어들었다.
눈치가 빠른 리오덴이 검과 방패를 가지고 내 앞에 조심스레 놓았다.
“모두 라인하이드 가문의 문양이 새겨져 있군.”
“네.”
나는 짧게 말했다.
“던전이다. 라인하이드 가문의 물건을 지키고 있는 언데드들이 분명해.”
검과 방패, 활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장인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마감 정도는 살펴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스켈레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명품이었다.
“혹시 마법 주머니에 공간이 있나?”
“네.”
리오덴은 대답과 즉시 움직였고, 데이비드와 헤밀튼도 도왔다.
게일도 한 손 거들었다.
금세 검과 방패, 활과 화살이 모였다.
마법 주머니 하나에 모조리 챙겨 넣었다. 뜻밖의 수확이라 할 수 있었다.
모두 챙겨 넣은 리오덴이 말했다.
“사냥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화살은 물의 장벽에 맞아 제법 많이 부러졌지만, 쓸 만한 것도 많았다.
“그럼 다시 가 보자고.”
방향을 돌렸다.
화살이 날아와 잠시 뒤로 왔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어디까지나 출구였다. 입구 쪽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었다.
“언데드들이 라인하이드 무기를 가지고 있을 줄 몰랐습니다.”
리오덴은 호기심과 함께 자신의 추측을 내놓았다.
“아무래도 엄청난 보물을 감추고 있는 던전이 아닐까요? 게일 님과 전하께서 계셔서 쉽게 이겼지만 지금까지 만난 언데드는 웬만한 전력이 아니면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너무 쉽게 언데드를 처리하여 망각하고 있었는데, 리오덴의 말이 옳았다.
“맞아. 평범한 용병단이나 혹은 기사단이라면 고전할 정도지. 특히 라인하이드 가문의 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스켈레톤 이백 마리 정도는 기사단으로도 상대할 수 없었을 거야.”
소드 마스터라는 규격 외의 존재와 전투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상급 정령사 마스터!
둘이 한 팀을 이루었다.
데이비드와 리오덴도 노련한 용병이었고 헤밀튼 역시 특이한 전투 방법이었지만 한 명 이상의 기사 몫은 충분히 해주었다.
우리가 언데드를 쉽게 죽일 수 있었던 건 언데드가 약해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강력한 우리의 전력 덕분이었다.
“보통 던전을 지키는 존재가 강할수록 많은 보물이나 아주 중요한 물건이 숨겨져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리오덴의 눈빛이 반짝였다.
“스켈레톤의 무기들도 모두 명품이었는데, 그 정도 명품으로 무장한 스켈레톤이 지키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탐욕이 아니라 호기심이 잔뜩 묻은 목소리였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모르지. 가 보자고.”
말은 모른다였지만, 내심 확신하고 있었다. 이곳은 파멸의 검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출구가 나타나면 죽음의 폭포 근처일 거야.’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이런 던전을 카렌은 혼자 이겨내고 파멸의 검을 차지했다니. 고르란을 죽이기 이전부터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역시 주인공이라 이건가.’
-약간의 운이 겹쳤다.
내가 카렌이 파멸의 검을 얻는 과정을 서술한 짧은 묘사에 덧붙여 놓은 문장이었다.
‘그래 운이 겹치지 않았다면 아무리 주인공이라도 이런 던전을 혼자 깰 순 없지.’
나는 고개를 털며 카렌에 대한 생각은 지웠다.
파멸의 검은 운명처럼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 * *
때론 운명은 직감했을 때 곧바로 찾아온다.
구울, 고블린, 스켈레톤을 처리하고 앞으로 더 강한 언데드들이 나오리라 짐작하고 있었는데 길은 끝났다.
산처럼 쌓여 있는 돌무더기 그리고 그 속에서 영롱한 자태를 뽐내며 새어나오는 빛!
“전하.”
리오덴의 떨리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저 물건이 숨겨져 있었던 모양이야.”
행여나 목소리를 떨지 않았을까? 파멸의 검에 대한 내 욕심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컸던 모양이다.
막상 파멸의 검이 뿜어내는 빛이라는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는 천천히 돌무더기 근처로 다가갔다.
자칫 돌무더기가 무너지지는 않을까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실프!”
실프들을 불러 돌들을 하나 둘 치웠다.
나 역시 한 손 거들었고,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돌을 치우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모습을 드러낼 것 같았던 파멸의 검은 꽤 오랫동안 돌을 치웠음에도 여전히 빛 무리만 보였다.
잠시 땀을 닦았다.
“이거 싸우는 것보다 더 힘드네.”
실프에 이어, 노움까지 불러내서 돌들을 치우고 있었지만 파멸의 검은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흥분된 마음은 어느새 가라앉았고, 간만에 힘을 쓰니 금세 피로해지는 느낌이었다.
“전하 저희가 하겠습니다.”
리오덴의 말에 나는 애써 웃으며 거절했다.
“괜찮아. 참, 매복지 도주로 점검하러 왔다가 뜻밖의 보물에 집중하게 되네.”
나의 말에 모두가 가벼운 미소를 머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말 많은 돌들을 치웠다.
빛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
리오덴이 가장 먼저 감탄을 터뜨렸다.
데이비드와 헤밀튼 역시 놀라움의 탄성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손이 떨렸다.
‘진짜 파멸의 검이다.’
설마, 라는 생각이었고 어느 순간 파멸의 검이 있는 던전이라 확신했었지만 막상 두 눈으로 확인하니 믿기지가 않았다.
대체 파멸의 검이 왜 아직도 던전에 있나.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검신에는 아무런 무늬도 새겨져 있지 않았다. 손잡이도 지극히 평범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빛을 뿜어내고 있었던 것일까?
빛의 정체는 간단했다.
파멸의 검은 누군가의 소유가 아니라면 스스로 빛을 뿜어내며 주인을 기다린다.
검을 손에 쥐는 순간 빛은 검신이 빨아들인다.
딱히 어떠한 장치나 비밀이 숨겨져 있는 빛이 아니라, 카렌이 파멸의 검을 얻는 과정에서 신비로움을 더하기 위하여 써둔 설정이었다.
실제로 빛을 보니 간략했던 나의 묘사와 다르게 동굴 전체가 환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이런 검을 언데드가 지키고 있었다니.’
정말 대충 쓰지 않았나. 멋진 가디언들이 지키고 있는 것으로 설정해도 무리가 없었을 텐데.
나는 숨을 몰아쉰 뒤 파멸의 검 손잡이를 쥐었다.
스스스슥-!
빛이 순식간에 검신 안으로 빨려들며 파멸의 검은 온전한 자태를 드러냈다.
“그 검은…….”
별 반응이 없었던 게일은 내 손에 들린 파멸의 검을 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미스릴이 분명하지?”
순도 100%의 미스릴!
드워프 최고의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작이 바로 파멸의 검이었다.
드워프 장인들은 다른 종족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가졌다.
그런 드워프 중에서도 라인하이드 가문은 가장 뛰어난 장인 가문이었는데, 그 가문에서도 역사상 최고의 장인 드워프가 만든 게 파멸의 검이었다.
“엄청난 검입니다.”
리오덴이 간신히 감상평을 내놓았다.
검을 사용하는 자라면 누구나 탐욕을 내비칠 정도로 파멸의 검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다.
‘아버지마저도 파멸의 검만은 부러워했으니까.’
“게일도 잡아 봐.”
게일이 검을 쥐고 손잡이를 만져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전하, 쥐어 본 검입니다.”
게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순간, 내가 잘못 듣지 않았나라는 의심마저 들었다.
“쥐어 본 거라고?”
“네. 절 구해 준 방랑 기사가 악의 종자를 제거하러 가자고 하면서 제게 준 검과 같습니다. 전에도 한 번 말씀드렸는데 그때는 어두워서 이런 보검인 줄 몰랐습니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러니까 이미 파멸의 검이 카렌의 손에 들어갔었다는 말이다.
게일이 말을 이었다.
“전하의 기운을 느끼고 달려가던 찰나 동굴이 무너졌을 때 잃어버렸던 검이었는데…… 이 던전에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게일은 파멸의 검이 탐나서 하는 말이 아니다.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정말 순수한 궁금증이자, 잃어버렸던 검을 다시 만나게 된 신기함이었다.
“아무래도 이 동굴은 죽음의 폭포와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닐까요?”
바로 그것이 게일이 말을 꺼낸 이유였다. 검에 대한 욕심 같은 건 게일에게 없었다.
분명 자신이 받은 검이었지만, 소유권을 주장할 생각 따위는 없는 것이다.
‘내 얼굴에 드러난 탐욕을 읽은 것이겠지.’
나는 파멸의 검을 보고 욕심을 숨기지 못했다.
그래서 허탈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게일을 줬다고? 이 검을?’
영웅 카렌!
주인공 카렌!
정의롭고 공명정대하며 모든 이를 아우르는 포용심을 가지고 있는 성격, 다소 답답해 보일지는 몰라도 정도를 고집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동료에게 줄 수 있는 희생정신.
나는 내가 쓴 인물의 성격을 실제로 마주했다.
검을 들고 있는 손을 떨지 않기 위하여 힘을 주었다.
“그럼 게일의 검이잖아.”
말을 하면서도 내가 지독히 위선적이라는 사실에 입맛이 썼다.
검술은 하나도 모르는 내가 미스릴 검에 대한 욕심을 가져서 무엇하겠는가.
오로지 파멸의 검이 추후에 가지게 될 상징, 나는 그 자체를 탐내고 있었다.
게일을 향해 검을 내밀며 깨달았다.
‘카렌의 손에 있었기 때문에 파멸의 검이 선택받은 자의 검이라는 상징을 가지게 된 거다.’
욕심을 억눌러야 했다.
카렌처럼 살 필요는 없지만 그에게 배울 건 분명히 있었다.
카렌은 검을 사용하는 자라면 꿈에 그리지 않는 미스릴 검을 처음 본 게일에게 주었다.
악의 종자를 함께 제거하기 위해서.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하기 위하여 천고의 보물마저 주는 그 대범함!
하물며 게일은 내가 가장 아끼는 기사이자 신뢰하는 사람이 아닌가.
나는 욕심을 깔끔하게 접었다.
“미스릴 검은 오러 블레이드를 가장 위력적으로 발휘하게 해주는 검이잖아? 방랑 기사도 대단한걸. 게일이 소드 마스터가 될 것이라 예상한 모양이야.”